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46)
공사 현장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으로 전 세계에 자국의 부흥을 알렸다. 일명 부흥 올림픽이었다. 이번 회차는 일본의 의도와 다르게 대한민국의 부활을 알리는 행사가 되었다. 그것의 반향은 컸다.
―이런 싸구려 말고 일제로 주시오.―
―이거 한국산이요. 그 나라가 요새 일본만큼 물건을 잘 만든다고 하더군.―
―한국? 그게 어디에 있는 나라요?―
―얼마 전에 올림픽이 있지 않았소? 그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유명해졌잖소.―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군요.―
가물가물해하는 손님에게 더욱 확신을 주기로 했다. 이것을 말하면 그도 확실히 알아먹을 것이었다.
―혹시, 미래라는 회사를 아시오?―
―아, 미래!―
―그 회사가 한국 회사요.―
―미래가 있는 나라라면 믿을 만하지.―
대한민국과 미래가 Made in Korea의 인지도가 되었다. 국가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한국산 제품 수출에 도움이 되었다.
* * *
“부회장님, 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도쿄 올림픽이 끝났으니 항공기를 재배치해야 하는데…… 애매하네.”
도쿄 올림픽에 맞추어 미래 항공의 여객기 3대가 모두 김포와 하네다 노선에 투입되어 있었다. 한 대는 오사카 노선으로 되돌려 보내냈다.
그런데 남은 한 대가 문제였다. 여객 수요가 줄어들어 김포와 하네다 노선에 여객기 2대를 투입하기는 아까웠다.
“김포―하네다 노선이 1대는 부족하고 2대는 남으니…….”
“그럼, 2개 노선에 번갈아 가며 운항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1대의 항공기가 두 개의 노선을 담당하는 일도 흔했다. 비행기는 비싼 물건이었다. 쉴 새 없이 돌려야 했다.
“그거 괜찮겠네. 추가 노선은 어디가 괜찮을까?”
“김포와 L.A가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게 돈이 더 되기는 하는데……. 뭔가 아쉬워.”
김포―L.A 노선도 일본만큼 황금 노선이었다. 미국으로 가는 여객의 수요도 많고 푯값도 비쌌다.
“그런데 월남은 어떨까?”
“그곳은 돈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게 맞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인간의 변덕이었다.
“미래 그룹은 이번 월남 전쟁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될 거야. 다른 재벌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월남에서 흘린 피땀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어.’
목숨 걸고 베트남에 간 장병과 근로자들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 정부와 기업은 그들이 흘린 피 값과 땀값을 횡령했다.
‘땅콩 회사는 그게 유독 심했지. 그래서 훗날 땅콩 상사 빌딩 방화 사건이 일어났어.’
베트남 파견 근로자의 항의는 진압되고 제대로 임금이 지불되지 않았다.
‘이번에 그러기는 쉽지 않을걸?’
미래 그룹이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바꾸어 나갈 것이다.
“목숨을 걸고 먼 월남까지 일하러 가는 사람들인데…… 길이라도 편하게 해 줘야 하지 않겠어?”
미래 그룹은 미군의 베트남 전쟁 참전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그 돈을 일부를 근로자를 위해서 사용해도 되었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지.’
등가 교환, 노력에는 보상, 이것이 평소의 지론(持論)이었다. 베트남 직항 노선을 만들기로 했다.
“미래 항공의 이익이 약간 줄겠지만…… 월남으로 가는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군.”
미래 항공이 입는 손해는 파견 근로자에게 얻는 이득에 비해서 아주 미미했다.
“학수, 손해로 보이는 일이 나중에는 더 큰 이득이 될 수도 있어.”
더 큰 이득은 근로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었다. 결초보은, 선물에 대한 대가는 바로 돌아오지도, 모두 돌아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효과는 있었다. 회사에서 판촉물을 돈이 남아서 뿌리는 것은 아니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월남으로 가는 직항 노선을 편성하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매우 중요해. 그것이 미래 그룹이 얻는 부에 당위성을 가져다주지.”
돈과 부는 사회적 합의였다. 현명한 부자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기부는 절세에 도움이 되었다. 그것보다 더 큰 의미는 개인이 막대한 부를 가지는 것에 당위성을 주는 것이었다.
‘이런 일들은 공산주의를 막는 방법이기도 하지.’
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당위성이 깨어지면 공산주의가 설친다. 공산주의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부와 복지였다. 공산주의를 사전에 막는 방법이었다.
‘먹고살 만한 곳에 공산주의의 설 자리는 없어. 러시아와 중국이 대표적인 곳이야.’
다들 부정부패가 심하고 못사는 나라였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였다. 먹고살기 어려워지면…… 공산주의가 독버섯처럼 자랐다.
‘독재도 문제이지만, 공산주의는 더 문제야.’
둘 다 최고의 재벌이 되는 데 방해되는 존재들이었다. 베트남으로 일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대우를 해 주기로 했다. 그것이 미래 그룹의 힘이 될 것이다.
베트남으로 가는 직항 노선과 취항에 맞추어 캄란 만 컨테이너 항구 건설 공사장으로 향했다.
* * *
미래 건설 노동자 김 씨는 김포 항공 옆에서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들은 높으신 분이 와서 자신들을 치하한다는 설명을 듣고 대기 중이었지만, 슬슬 서 있다 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다리도 아파 그냥 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기다림의 와중, 앞쪽에 리무진 몇 대가 와서 서고, 어떤 젊은 사람이 연단에 올라서는 것을 보았다.
“누구야, 저 사람은?”
“몰라. 저 사람이 높으신 분 아닐까?”
“그렇겠구먼…….”
“정숙해 주세요, 미래 그룹 이강철 부회장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쉬잇! 조용하래!”
김 씨는 ‘이강철’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신문에 ‘미래’라는 이름과 함께 늘 등장하던 사람.
찢어지게 가난했던 조국과 그의 가정을 먹고 살 만하게 해 준 은인이었다.
그런 분이 말씀을 하신다니, 자연스레 차렷 자세를 유지하고 똑바로 서게 되었다.
“아, 아, 잘 들리나요? 네, 좋습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미래 그룹 부회장 이강철입니다.”
부회장님은 인사를 하더니 옆으로 나와 그들에게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높으신 분’이 자기들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는 상황에 당황해, 노동자들은 허둥지둥하다가 마주 고개 숙여 인사했다.
고개를 든 부회장님은 말을 이었다.
“여러분, 여러분은 미래 건설의 일꾼들로서 지금 베트남으로 떠나는 자리에 서셨습니다. 들어 본 적도 없는 타향에, 그것도 전쟁터에 떠나는 마음이 편치는 않으실 것입니다.”
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 노동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는 중 김 씨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하지만 여러분께서 이 자리에 서신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거기 앞에 서 계신 분, 혹시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갑자기 부회장님께 지목당한 김 씨는 당황했다. 그런 와중에 대답을 하려니, 이리저리 잴 것도 없이 말이 튀어나왔다.
“그,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지유!”
남사스러운 대답에 얼굴에 시뻘개졌지만, 놀랍게도 부회장님은 비웃지 않았다.
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것, 우리 모두의 목표죠. 저도 제 가족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 한민족이 더 잘 먹고 잘사는 것을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한 가정을 위해, 더 나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용기를 내신 여러분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부회장님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펴고 말을 이어갔다.
“미래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여러분께 충분히 보답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계약 시 말씀드린 기본급 외에 매달 생명 수당을 비롯한 추가 수당이 있을 것이며, 근로시간 외 업무에도 철저한 계산을 통해 수당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맡은 공사가 완료될 때마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성과급을 전해 드릴 것입니다.”
“우와아…… 그럼 대체 얼마여?”
“그러게? 계약서에 쓰인 것이 기본급이면, 최소한 그것보단 더 받는다는 거잖아?”
“그럼…… 진짜 월남 한 번 다녀오면 아파트 한 채 사겠는데?”
김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기쁨에 술렁였다.
부회장님은 그런 그들을 웃으며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혹시라도, 미래가 여러분께 하나의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저 부회장 이강철이 그 모든 것을 책임지고 배상하겠습니다. 부디 저와 미래 그룹을 믿고, 베트남에서 훌륭히 과업을 완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부회장님의 축사가 끝나고, 노동자들은 줄지어서 비행기에 탔다.
김 씨는 태어나서 비행기라는 것을 처음 타 본 탓에, 두근거림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우와…… 이것이 비행기라는 것이구먼. 우리 같은 막일꾼도 이런 것을 타 보게 되네.’
자리에 앉고, 벨트를 매자 마침내 비행기가 떠올랐다.
그는 가슴이 더욱 떨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 타 보는 비행기에 대한 설렘, 전쟁터에 일하러 가는 것에 대한 불안도 컸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분명하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술렁이고 있었다.
* * *
캄란은 본격적인 미군의 참전 이전에 군사 항구로 개발되고 있었다. LST 상륙선을 위한 항구와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도 있었다.
컨테이너 항구 건설은 확전에 따라 대규모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군은 오래전부터 캄란에 대한 중요성을 알았다. 활주로에 미래 항공 비행기가 착륙했다. 그곳에 거대한 공사 현장이 있었다. 캄란을 군사 거점으로 삼기 위한 다양한 공사가 드넓은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엄청납니다, 부회장님. 저 공사를 다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괜찮아. 곧 미래 그룹과 대한민국 회사에 많은 의뢰가 쏟아질 거야.”
미군이 베트남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공사는 넘쳤다. 미국 기업이 다 먹기 힘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위험한 정글과 베트콩 사이를 뚫고 해야 하는 공사들이었다. 어려운 난공사는 한국 기업에 넘어갈 것이다.
‘미래 건설까지 굳이 그런 공사에 뛰어들 필요는 없어. 그런 공사는 다른 기업에 맡겨 두자고…….’
미래 건설은 베트남에서 위험성이 낮고 돈이 되는 항만 공사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공사로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깜라인 항만 건설 현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마치 해안가에 있는 요새 같습니다.”
그곳에 컨테이너를 이용한 요새가 있었다. 미래 해운에서 제공한 컨테이너가 성벽이 되었다. 성벽 안의 거주지도 컨테이너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은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요새 도시였다.
“지금 월남에는 베트콩이 설치지.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야.”
미군이 베트콩을 막기 위해 건설 공사 현장에 요새를 만들어 놓았다. 요새 안에 미군 진지와 근로자의 숙소가 컨테이너로 멋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 * *
김포 공항에서 출발했던 김 씨는 이제 캄란항 공사 노동자의 삶에 익숙해졌다.
물론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컨테이너’라는 네모난 박스가 숙소로 주어졌고, 그 안에는 냉장고, 에어컨, 전기레인지 등 미래의 최신 전자제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조국의 자신들 집에도 없는 제품들을 쓰게 되었다 보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더운 베트남의 날씨를 덕분에 잘 이겨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김치가 먹고 싶구먼…….”
“그러게 말이여. 뻘건 배추김치 먹어 본 지 몇 달째인지 모르것어.”
베트남에서는 배추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급여를 대부분 본국으로 보내는 그들 주머니 사정으로는 양배추 김치나 겨우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양배추 김치는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만 더할 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방송이 들려왔다.
“아아, 숙소에 계신 사우 여러분께 알립니다. 오늘 한국에서 사우 여러분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각종 김치가 배송되었으니, 숙소별 1인 취사장 앞으로 와 주시길 바랍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여?”
“김치래, 일단 받아오자.”
“내가 다녀올 테니, 기다리슈.”
김 씨는 헐레벌떡 취사장으로 향했다.
취사장 앞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뒤돌아서 나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배추김치부터 시작해서, 각종 김치들이 담겨 있었다. 가족들이 보낸 편지는 덤이었다.
“아…… 아니. 이게 뭐시여?”
당황도 잠시, 김 씨도 황급히 배급 줄에 가서 섰다.
마침내 김 씨의 차례가 되자, 배급소 직원이 물었다.
“숙소가 어디십니까?”
“C―7 동이여유.”
“C―7이면, 5분이시니 김치는 이만큼, 그리고 이건 고국에서 온 편지입니다.”
“아이고, 정말 감사해유!”
“하하, 감사는 부회장님께 하셔야죠. 베트남 노선의 항공기 승객을 한 번 포기하고, 김치랑 편지를 꽉꽉 담아서 보내 주도록 지시하셨다더라구요.”
“허어…….”
김치를 가지고 돌아온 김 씨는, 오랜만에 동료들과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가족들의 편지를 읽을 수 있었다.
낯선 땅에서 느끼는 고향의 맛과, 가족들의 소식은 그들에게 작지만 확실한 위안이 되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속에는 미래 그룹에 대한 감사함이 점점 커져 갔다.
‘정말 감사해유, 부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