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5)
주(衣食住)
미국에서 미용으로 자리 잡은 한국 사람이 많았다. 네일 아트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엄청났다.
그들이 미래 상사를 통해서 미국으로 간다면 우리가 생산하는 가발을 알아서 홍보해 줄 것이었다. 자동으로 홍보 효과를 누릴 수가 있었다.
“그들이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가발 기술을 배워 오려면 시간이 걸리니 지금부터라도 모집에 서두릅시다.”
가발은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드는 데 손 기술이 필요했다. 기술이 금방 습득되는 것이 아니었다.
“네, 부회장님. 미국과 관련된 사항을 알아보고 바로 모집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소한 1~2년은 안 걸리겠어. 그동안 놀 수 없지.’
“그전에 먼저 가발의 재료인 원모부터 전국에서 수집해서 팔아 봅시다.”
지금이 가발 원모인 머리카락을 팔기 적기였다. 한국만큼 가난한 나라가 세계에 별로 없었다. 가발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모의 가격이 제일 저렴했다.
‘전쟁 통에 먹고 살기 바쁜데 꾸밀 여유가 없지.’
가발 원모는 파마나 염색하지 않은 게 고품질이었다. 이 시기에 파마나 염색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국은 고품질의 머리카락을 싸게 살 수 있는 나라였다.
근처에 중국이 있지만, 그들은 지금 미국에 수출할 수 없는 시기였다. 중국의 수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달려 있었다.
중국(중공)은 홍콩을 통해 우회하여 스페인에서 인모를 수출했다. 스페인에서 가발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 것이다.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막힌다.
미국과 중국의 수출입은 정치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중국이 가발 시장에 대두되려면 한참 남았다.
중국이 직접 가발을 생산하여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70년대였다. 그전까지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원모의 수집과 가발의 가공, 판로까지 확보한다면 우리가 가발 시장을 장악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머리카락 수집과 가발 산업에 뛰어들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 상사가 원료의 수급에서 판매까지 담당한다면 그들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었다.
‘고철 수집으로 맺어 둔 아버지의 지인들과의 관계가 여기에도 도움이 되네.’
아버지의 지인 중 상당수가 고철 수집에 뛰어들었다.
그들에게 자본을 빌려주고 고철을 사들였다. 고철을 수집하는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였다. 그들이 가발의 원모인 머리카락을 구한다면 가장 먼저 미래 상사에 팔 것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준비를 하면서 다가올 가발의 전성기를 기다렸다.
아니, 그러한 전성기를 원래 역사보다 빠르게 땅길 것이다.
‘한국 가발 산업의 전성기가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가 아니라,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이어지는 거지.’
가발로 벌어들인 외화로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것이 최고로 가는 방법이었다.
* * *
가발의 원모를 수급하는 것은 수월했다. 이미 전국에 조직망이 갖춰져 있었다.
고물상에서 고철과 함께 머리카락도 사들였다. 고물상들이 전국을 누빌 때였다. 아버지의 지인들은 그런 고물상을 관리하는 수집상이었다. 고철과 함께 머리카락도 매입했다.
‘이게 또 이렇게 연결되네. 마치 미리 경로를 짜 놓은 것 같잖아. 게임이라서 그런가?’
전국에서 가발의 원모인 머리카락이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그것을 모아 미국의 가발 회사와 접촉해서 수출 길을 뚫었다.
“부회장님, 이번 달 인모의 수출이 5만 불을 넘겼습니다.”
“물량이 많으니 돈이 되는군요.”
머리카락이 생각보다 단가가 비쌌다. 팔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길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저렴하다는 것이지 인모가 싼 상품이 아니었다. 전국에서 모으니 금액이 컸다.
“빨리 가발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원모 수출로는 큰돈이 안 돼요.”
“그래도 연간으로 하면 크지 않습니까? 이제 시작이니 매출도 계속 늘지 않겠습니까?”
“매입가도 생각해야지요. 이윤이 적어요, 이윤이.”
머리카락은 물고기처럼 바다에서 잡아 내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사 와야 했다. 가발로 쓸 수 있는 머리카락은 귀했다. 싸게 팔지 않았다.
이것은 중간 이윤을 얻는 사업이었다. 이익이 박했다.
“연수 희망자를 모집하는 일은 어떻습니까?”
“많은 사람이 지원해서 그중에서 고르고 있습니다.”
인모의 수출과 함께 미용과 가발 분야의 산업 연수원을 모집했다.
구인 공고에 대규모의 사람들이 모였다. 북괴와 전쟁하는 이런 시기에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다.
미국에 가서 일한다는 것은 크게 매력적인 일이었다. 미용은 힘들지만, 대한민국 사람은 그보다 힘든 일도 해냈다.
전쟁터인 베트남과 뜨거운 중동에도 진출했다. 그보다 이른 시기에 외국에서 일한다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일이었다.
‘특히 이 일은 여자들에게 맞는 일이야. 이곳 한국에는 그런 일자리가 더 드물지.’
산업 연수원으로 가도 한국의 임금보다는 훨씬 높았다. 높은 임금에 너도나도 지원했다. 모집 과정에 경쟁률이 치열했다.
―앤더슨 중령님, 착한 사마리아인…….―
―그래, 뭘 원하는데.―
―산업 연수를 초청할 업체를 알아봐 줘요.―
―어떤 분야로?―
―미용과 가발 쪽으로요.―
―공짜는 없다는 것을 알지?―
―착한 사마리아인…….―
―한 명당 100달러.―
―콜. 200명 정도만 알아봐요.―
이 시기 미국은 이민과 산업 연수에 대한 규제가 적었다.
―그런데…… 허가를 받으려면 백이 필요할 건데. 나는 소개 이상은 못 해 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사령관님에게 부탁할 거예요.―
허가는 미군 군수 사령관에게 부탁했다.
―이 일은 양국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미국의 산업발 전 동향을 바라보면…….―
―됐고. 그래 몇 명이나 보내려 하나?―
―200명 정도 희망합니다.―
―그 정도라면 내 선에서 가능할 것 같군.―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다음번에는 일본의 국보를 가져오겠습니다.―
―됐어, 적당히 해.―
―그럼 이삼평의 작품으로 가져오겠습니다.―
―오오. 구할 수 있겠어?―
―저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적당히 해.―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 건은 내가 신경을 써서 처리해 주겠네.―
그렇게 산업 연수를 초청할 업체도 구하고 양국에 허가를 받았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앞서서 미국으로 200명의 산업 연수 파견이 결정되었다. 전쟁 통의 혼란기라 미군의 입김이 잘 통했다.
“여러분들은 미래 그룹의 이름으로 미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부회장님!”
“멋쟁이 오빠!”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 이러시면 안 되죠.’
“그곳에 가셔서 국위 선양하고 많은 돈을 버십시오.”
“감사해요. 고마움을 잊지 않을게요.”
‘그래야 합니다. 1인당 100달러에요.’
뽑힌 사람들은 미래 그룹과 상사에 감사했다. 미국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도 생각할 때가 되었어.’
가발의 원료가 되는 머리카락의 판매는 미래 상사의 미국 진출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그다음으로 가야 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벌써 1953년이 되었다.
그 기간 동안 미래 그룹은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기존의 사업들에 시멘트 사업과 원양어업, 가발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었다. 이 세 가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벌써 자금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많이 벌고 있지만, 시멘트 사업과 원양 어선 비용으로 정기적으로 내야 할 돈이 엄청났다. 너무 욕심내어 사업을 크게 벌였다.
‘가발용 원모가 본격적으로 미국에 팔리기 시작하면 좀 나아지겠지만, 그래도 버거워. 막판에 잔금을 치를 때 힘들겠어.’
막판에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큰일 날 수도 있었다.
계약이 취소되어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그 전에 외화를 더 모아야 했다.
‘작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해. 외화도 들어가지 않고.’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생각했다.
‘삼백 사업이 좋은데, 그거는 외화를 많이 먹는 사업이라……. 지금 상황에서는 힘들겠네.’
삼백 산업은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했다. 외화가 부족한 지금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삼백 산업 말고 투자비도 적게 들면서 수요가 많은 사업이 뭐가 있을까?’
마침 그런 것이 있었다. 이익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뭐라도 해서 돈을 더 벌어야 했다.
‘지금 이 시기에 벽돌 수요가 많겠지.’
서울이 국군에 의해 수복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정재처럼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서울에서 만나게 될 것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가지였다. 사람들은 다시 살집과 건물들을 지어야 했다.
시멘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에서 유일한 시멘트 공장은 미래 시멘트에서 지금 짓고 있었다.
‘뭐, 시멘트가 생산되어도 한동안은 비싸서 쓰지도 못하겠지만…….’
이 시기에 시멘트도 비싼 상품이었다. 하지만 시멘트 말고도 유용한 건축 재료가 있었다.
그것은 흙으로 만든 벽돌이었다. 재료가 진흙이라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되었다.
벽돌을 만드는 기계는 그리 복잡하지도 비싸지도 않았다.
벽돌을 굽는 가마도 마찬가지였다. 도자기도 구워 내는 나라에서 벽돌 정도는 쉬운 일이었다.
“아버지, 이번에 저희도 건설업을 하시죠.”
“건설업은 기술도 필요하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냐?”
“벽돌로 주택을 짓는 일이라면 큰 기술도 필요 없고 돈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그러면 큰돈이 안 되는 일이지 않으냐?”
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이미 서울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벽돌과 주택 건설로 큰돈을 벌기는 어려웠다.
“규모와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됩니다.”
“물량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네, 수익률이 낮을 때는 규모와 물량을 늘리면 그것도 큰돈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박리다매의 이점이었다.
“그럼 큰돈이 들지 않겠느냐. 자금조 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이 사업에서 가장 많이 드는 것이 임금입니다. 지금은 노는 사람이 많아서 임금이 매우 낮습니다. 임금은 한화로 지급합니다.”
지금 외화가 부족하지 한화는 여유가 좀 있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정도는 되었다.
“환 말이냐. 그런데 우리는 외화가 필요하지 않으냐?”
“저희는 한화를 외화로 바꿀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금은방과 환전소를 종로에도 내시죠.”
서울로 다시 돈이 모이고 있었다. 금은방과 환전소를 서울에 낼 필요가 생겼다.
“그런데 거기는 텃세가 심하지 않으냐?”
아버지도 서울에서 사업하셔서 분위기를 알았다. 종로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자리였다.
“이정재가 동대문에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 혼자서 충분하겠느냐?”
“아버지, 저희가 앞으로 할 사업이 건설업입니다.”
“그것과 종로 진출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
이건 아주 관련이 깊었다.
“건설업은 건장한 남자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서울에서 일할 사람을 대규모로 뽑을 것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거친 사람도 많았다. 그 숫자가 많으면 누구도 함부로 못 했다. 아버지도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
“아! 그렇구나.”
“건장한 남자들이 많은 회사를 누가 건드리겠습니까?”
미래 상사의 이창동을 불렀다. 상사는 무역뿐만 아니라 미래 그룹의 전반적인 일을 맡아서 했다. 이창동은 상사의 사장이자 비서실장이었다.
“이번에 서울에서 벽돌 생산 공장과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시작할 것입니다.”
“저희도 건설업에 진출하는 것입니까?”
한국에 건설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에 건설해야 할 것이 많았다.
“다른 건설사와 달리 주택 쪽으로 반향을 잡을 것입니다.”
“부회장님이 미군에 계시는데 미군 공사를 따내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물론 그래도 됩니다. 다만 너무 많이 먹으면 체합니다.”
이미 미래 그룹은 미군 쪽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건설 공사까지 먹으려고 하면 견제가 심하게 들어올 것이다.
‘쉬운 방법이 있는데 굳이 레드 오션에서 싸워?’
“주택 건설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습니까?’
미군과 관련된 건설 공사뿐만 아니라 주택 건설 사업도 현재 레드 오션이었다.
그것은 규모가 작은 회사에 해당하였다. 잔챙이들만 있는 레드 오션이었다. 큰 고기가 들어가면 그들을 잡아먹는 블루 오션이 된다.
“벽돌과 주택 건설도 숫자가 많으면 돈이 됩니다. 대신에 많은 사람이 필요하겠지요.”
“머리싸움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벽돌 생산과 주택 건설을 할 사람들을 대규모로 모집하세요.”
“네, 부회장님. 그리하겠습니다.”
카투사로 서울에 올라가려면 용산 기지가 완공되거나 군 복무를 마쳐야 했다.
서울에 미군과 같은 든든한 백이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전에 미래 그룹 소속 직원을 대규모로 보낼 것이다. 건설 노동자로…….
“이춘재 사장, 김춘삼 전무.”
“네, 부회장님.”
“그쪽들도 이제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해야지요.”
“서울 말입니까?”
“금은방과 환전소 상점들을 종로에 내야 하지 않겠어요?”
“많은 애들이 필요하겠습니다. 종로는 쉽지 않습니다.”
김춘삼이 부산 바닥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지만, 서울은 또 달랐다. 그곳은 바다 사나이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그는 나와 다른 서울 진출을 생각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그쪽으로 한국에서 가장 세가 큰 곳이 아닙니까?”
“앞으로는 바뀔 것입니다. 도와줄 이들은 많으니까요.”
“설마, 부회장님이 그쪽으로 나가시려는 것은 아니시지요.”
그는 미군을 등에 업고 그 분야로 진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하,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가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김춘삼이 궁금해했지만, 굳이 미리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그도 서울에 가 보면 알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알려 줄 필요는 없어.’
비밀로 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일도 아니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면 되었다.
미래 그룹도 서울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건설과 금은방, 환전소, 상점들이 먼저 올라갈 것이다.
‘건설 사업을 하면 필요한 건물들은 저렴하게 짓겠네.’
주택 사업이 작은 사업은 아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의식주였다.
삼백 산업이 의(衣)와 식(食)이라면 주택 건설은 주(住)였다. 의식주와 관련된 것은 모두 큰돈이 되었다.
소규모인 주택이라도 숫자가 많으면 덩치가 컸다. 의식주 중 하나를 이번에 먼저 차지할 생각이었다.
‘식과 의도 큰 사업이야. 그쪽도 진출해야지.’
식품과 수산도 식(食)이었다. 식은 이미 진출해 있었다. 그것도 계속 키워 나갈 것이었다. 물론 의(衣)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