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52)
선
“부회장님의 비전은 수산에서 지금 하는 방식을 농업에 접목하라는 말씀입니다.”
1차 생산자인 어민과 농민의 상황은 어디나 비슷했다. 자본이 부족하다는 것과 생산물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수산을 농업에 접목하라니.”
“그것은 미래 수산에서 농민에게 종자와 비료, 농약, 농기계를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농업도 수산처럼 수확물을 서로 나누라는 말입니다.”
자본을 투자하고 수확물을 나누는 방식은 농업에서 오래되었다. 입도선매나 선물이 그것이었다. 미래 수산이 수산에 이어 농업에 선물 사업을 시작하는 셈이었다.
농민에게 종자와 비료, 농약, 농기계를 지원하면 농업을 현대화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그 결과로 시발 자동차는 농기계를 팔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미래 화학은 비료와 농약을 팔기가 쉬웠다.
자본을 투자하고 수확량을 나누거나 사는 선물 방식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임대나 할부보다 선물이 나은 방식이었다. 특히 수확이 불확실한 농수산업에서는…….
“부회장님의 말씀처럼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겠습니다. 그러려면 수산에 자본이 더 필요합니다.”
“그 건은 그룹에서 지원하겠어요.”
할부 금융&보험에서 자금을 지원하면 되었다. 할부&보험 회사가 미래 수산의 지주 회사가 되는 것이었다. 아니면 S.P.A나 미래 투자 은행이 자본을 지원하고 지주 회사가 되어도 되었다. 방법은 많았다.
“미래 수산이 농수산회사로 전환되는 것입니까?”
“미래 농수산이라……. 그 이름도 괜찮군요.”
“저희가 농업까지 손을 댄다면 규모가 더 엄청나게 커지겠습니다.”
농업은 수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컸다.
“맞아요. 해외까지 이 방식(선물)을 적용한다면 왕 사장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미래 농수산이 성장하게 될 거예요.”
해외에도 한국의 농민과 같이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이들이 많았다. 그들을 지원함으로써 곡물과 과일, 기호품, 원료 작물, 축산물 등 많은 농산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초거대 농수산물 회사의 탄생이었다.
“그렇게 되면 굉장하겠습니다.”
“미래 농수산이 그룹에서 1등이 될 수도 있어요.”
수산업에 농업까지 장악한다면 미래 농수산이 카길보다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었다.
“아! 이것이 이 실장님이 말한 부회장님의 비전이시군요.”
왕 사장은 나의 비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것은 나의 비전 일부입니다.”
* * *
이 일이 미래 상사의 자원 개발과 함께 진행되면 미래 그룹이 세계의 1차 산업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전체 그림은 아니었다.
나의 비전은 전 세계의 1차, 2차 3차 산업을 다 장악하여 압도적인 세계 최고의 재벌이 되는 것이었다.
“미래 그룹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 거예요.”
이학수와 황기철은 한때는 허황한 소리처럼 들렸던 부회장의 말이 이제는 실현할 수 있게 느껴졌다.
이학수와 왕기철은 자연스럽게 미래 그룹의 비전을 생각하게 되었다.
―전 세계 모든 수산물을 공급받고, 그것을 가공하여 수출하는 미래 수산의 모습.―
―세계 각지의 지역 농민들을 지원하고, 그들에게 다양한 농산물을 받는 미래 농수산의 모습.―
―미래 상사에 의해 수많은 자원이 채굴되는 모습.―
―Made in Korea 제품이 S.P.A와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팔리는 모습.―
―대한민국의 문화가 큰 파도가 되어 전 세계를 덮치는 모습.―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로서 대한민국이 자리 잡는 모습 등.―
아시아의 작고 가난한 반도에서 출발한 미래 그룹이지만, 전 세계에 발을 뻗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제는 부회장의 ‘세계 최고’라는 말이 정말로 실현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우연과 필연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우연처럼 여겨지는 것의 상당수는 필연이었다. 1차 대전은 사라예보 사건이 없었더라도 발발(勃發)했을 것이다. 유럽은 불안정했고 발칸반도는 화약고였다.
[작금(昨今)의 유럽은 화약고이고, 지도자들은 무기고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을 뿐이야. 작은 불씨 하나가 우리 모두를 집어삼킬 전쟁을 일으킬 거야. 언제 그 폭발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일어날지는 말해줄 수 있지. 발칸에서 벌어질 저주받을 바보짓이 그 폭발을 일으킬 거야.―오토 폰 비스마르크.]비스마르크도 그것을 예상했다. 그가 죽고 수십 년이 지난 후 1차 대전이 발발했다.
석유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졌다. 메이저 석유 회사들은 전 세계를 뒤지고 있었다.
그런데 1970년대에 메이저 석유 회사(BP와 로열 더치 쉘)의 앞마당인 북해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 그것은 등잔 밑이 어두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북해 유전의 개발은 우연이 아니다. 필연이었다.
1950년대에서부터 북해에서 석유 개발을 시도했다. 마침내 성공을 거둔 것은 기술의 해상 시추 기술을 발전 덕분이었다. 대륙풍의 깊은 수심에서 채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북해 유전은 누가 먼저 해상 시추 기술을 발전시키느냐의 문제였다.
‘영국은 몰라도 노르웨이는 끼어들 여지가 있어.’
영국 측 북해 유전은 그들의 기업인 BP와 로열 더치 쉘이 가져갈 것이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달랐다. 노르웨이는 현재 목재와 수산물로 연명했다. 추가 수입원이 절실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미래와 함께할 수 있었다.
‘결국 시추 능력을 향상할 수밖에 없어.’
포항과 거제에 지어지는 조선소를 둘러보고 영도 조선소로 향하기로 했다.
* * *
포항의 조선소는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괴동동에 들어섰다. 원래는 제철소가 들어서야 할 자리였다. 그 말은 조선소가 들어서기에도 좋은 입지라는 말이었다. 항구와 독을 만들기 좋은 위치였다.
“조선소 건설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네.”
조선소라고 해도 대단한 시설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항구와 선박을 건조하는 독만 만들어도 거의 다 만든 것과 같았다.
조선소를 위한 항구와 방파제가 건설되고 있었다.
“케이슨 공법은 정말로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항구를 이렇게 빨리 만들 수 있다니……. 이것은 혁신입니다.”
항구와 방파제에 사용될 케이슨이 조선소 부지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케이슨을 바지선이 해안가에 투입했다.
그것으로 항구가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케이슨은 항만 건설의 혁신이었다.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과 함께 케이슨 공업은 전 세계의 물류의 흐름을 바꾸었다.
“앞으로 컨테이너선의 수요가 폭증할 거야. 포항 조선소를 컨테이너 전용 조선소로 만들어야 해. 앞으로도 독을 계속해서 늘려나가야지.”
포항 조선소의 넓은 부지에 대규모 독이 여러 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부회장님, 이번에 만들어지는 독은 너무 큰 것이 아닙니까?”
포함 조선소에서 컨테이너선을 만드는 독을 아주 크게 만들었다.
“독은 가능하면 큰 게 좋아. 큰 독에서는 작은 배를 만들 수 있지만, 작은 독에서 큰 배를 못 만들거든.”
제철소 자리였던 곳은 부지가 아주 넓었다. 독은 공간이 허락한다면 크면 클수록 좋았다.
컨테이너선은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1960년대에 1천5백 TEU(Twenty Feet Equivalent Unit)가량에 불과했던 용량이 2000년에 1만 TEU급, 2010년 2만 TEU급으로 커졌다.
‘굳이 미리 알려 줄 필요는 없지.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면 설명하기 피곤해져.’
1천5백 TEU급 선박이라 한다면 1천5백 개의 20피트 컨테이너를 운송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컨테이너 2만 개 이상을 나르는 선박은 거대했다. 컨테이너선의 크기는 한계를 모르고 거쳤다. 나중에는 선박의 길이만 4백m가 넘었다.
이왕 만드는 것, 크게 만드는 게 나았다. 작게 만들면 계속 독을 넓혀야 했다. 포항에 건설 중인 조선소를 둘러보고 거제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또 다른 조선소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 *
거제도는 상당히 매력적인 섬이었다. 섬도 아름답지만, 섬이 위치한 입지가 환상적이었다. 남해안의 동쪽 끝에 있는 큰 섬이었다.
우선 그 섬은 부산에 가까웠다. 부산은 항구 도시이자 산업 도시였다. 섬이라 육상 교통은 불편하지만, 해상으로는 바로 옆이었다. 부산에서 조금만 배를 타고 가면 바로 거제도였다.
동해안과 남해안은 대규모 항구를 만들기 적합한 곳이 많았다. 많은 공장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거제도는 남해안과 동해안을 이어 주는 중심에 있었다. 동시에 일본과도 가까웠다.
“거제도의 동해안은 항구를 만들기에 최적지이지.”
거제도의 동쪽은 산이 많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편이다. 그 골이 바다라서 수심도 깊었다. 거제도 동해안은 따로 준설을 하지 않아도 대형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항구를 만들 수 있었다. 거제도는 천혜의 항구의 입지를 가졌다. 일본과도 가까워 오래전부터 수군의 요충지인 진(津)이 많았다.
“이곳은 블록과 케이슨을 만드는 일을 주로 하게 될 거야.”
영도 조선소에 수많은 주문이 밀렸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선박 블록과 케이슨을 만드는 일을 이곳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일본과 베트남으로 운송해야 하는 선박 블록과 케이슨은 거제 조선소에서 만드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 * *
그것을 위해 거제 조선소의 부지에 거대한 크레인이 조립되고 있었다.
선박 블록과 케이슨을 만드는 일은 육상 작업이었다. 그렇게 육상에서 만들어진 대형 구조물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초대형 크레인은 필수였다.
“자, 조심해!”
“천천히! 천천히!”
“어어어어어…… 좋아! 됐다!”
마치 전회차의 울산에 있었던 ‘말뫼의 눈물’과 비슷한, 거대한 크레인이 척척 조립되는 모습은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말뫼의 눈물은 스웨덴 조선업의 부흥과 몰락을 상징했지. 하지만 거제 조선소의 이 크레인은, 21세기까지 제 몫을 다할 거야. 미래 조선은 세계 최고의 조선사가 될 테니까.’
“와, 부회장님……. 거대 크레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렇게 큰 구조물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습니다. 집채보다 더 크네요.”
“하하, 거대 크레인이 옮기는 블록이나 케이슨을 생각해 봐. 그런 것을 옮기려면 웬만한 빌딩 크기로도 어렵지.”
“참…… 저런 것을 이제 우리 손으로 척척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군요.”
“우리는 더한 것도 만들어야 한다고. 이 정도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
“당연히 아닙니다, 부회장님!”
거제조선소에 말뫼의 눈물(높이 140m, 무게 7천 톤)과 같은 초대형 크레인들이 여러 개가 설치되고 있었다.
“부회장님, 여기에 만들어지는 독은 모두 규격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학수가 눈썰미가 좋네. 이곳에서는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을 만들 거야.”
“그것과 독의 규격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유조선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하거든. 그러니 규격이 같을 수밖에 없어.”
원유의 최대 생산지는 중동이었다. 그곳에서 산출되는 석유는 전 세계로 팔려 나간다. 그중 상당 부분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유럽으로 갔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프리카를 빙빙 돌아서 가야 했다.
유조선이 중동에서 유럽으로만 원유를 나르는 것은 아니지만, 수에즈 운하에 맞추는 것이 나았다. 세상은 모르는 것이다. 유조선의 폭은 수에즈 운하에 맞추어 규격화되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 못 하게 되면서 VLCC급과 ULCC 급도 나오지만…… 그건 천천히 만들어도 돼.’
그것은 중동 전쟁과 석유 파동 이후의 일이었다.
“이제 영도 조선소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