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53)
를 지배하다
“부회장님, 마중을 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잘했어요. 일이 먼저지요.”
김우종 사장이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할 정도로 영도 조선소가 바빴다. 육상에는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에 납품해야 할 선박 블록과 베트남에 보내야 하는 케이슨, 부산 신항만에 설치해야 하는 초대형 크레인들이 조립되고 있었다. 거기에 자동차나 기계 공업, 정공에서 못 만드는 초대형 중장비들도 이곳에서 생산되었다.
영도 조선소의 육상에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조선소는 대형 인명 사고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형 사고가 터질 수도 있었다. 사장에서부터 말단 임직원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해야 했다.
“독도 빈자리 하나 없군요.”
“모두 부회장님 덕분입니다.”
‘나 때문이라고 안 해서 다행이군.’
육상과 해상 독에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이 빈자리 없이 차지하고 있었다. 컨테이너 시스템 도입과 브루나이 유전 개발로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수요가 크게 늘었다. 컨테이너선은 감당이 안 되어 일부는 협력사인 이마바리 조선소에 넘겼다.
‘서로 주고받아야 관계가 오래가지.’
이마바리와는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이어 갈 것이다. 포항과 거제 조선소가 완공되어도 늘어나는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천연가스 운반선을 다 감당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컨테이너 시스템과 석유 소비의 증가로 해상 물동량이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어나는 수주의 일부 나누어주고 이마바리의 기술을 이전받고 있었다.
“반잠수식 시추선의 기술 향상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일본의 이마바리 조선과 미래 기계의 도움으로 드릴의 성능 향상을 꾀하고 있습니다.”
석유시추선은 돈이 되는 만큼 수많은 기술의 집합체였다. 시추할 수 있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요구되는 기술도 높아졌다. 드릴 쉽(Drill Ship)으로 넘어가기까지 반잠수식 시추선으로 시추할 수 있는 수심을 늘려나가야 했다. 노르웨이 방면 해상 유전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산이 높으니, 골도 깊은 법이지요.”
“음? 혹시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부회장님?”
“성공에 자만하면 안 되고,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 아니시겠습니까?”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하하……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태도는 언제나 옳지요.”
‘사실 그 의미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신기술이 나와야 깊은 골의 유전도 개발할 수 있으니 맞는 말이지. 학수가 묘하게 촉이 좋단 말이야?’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노르웨이는 피오르로 유명했다. 피오르는 높이 약 1천~1천5백 m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수심도 깊었다. 오래전부터 바이킹의 항구로 발달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심이었다. 노르웨이 연안 바다는 수심이 깊었다.
브루나이의 세리아 유전의 수심과 비교할 수 없었다. 브루나이 해상 유전이 빠른 시기에 개발된 것은 육지와 가까운 얕은 수심에 유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북해 유전은 깊은 수심에 있었다. 북해 유전의 개발이 늦은 것은 그곳에 석유가 있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시추하고 원유를 뽑아낼 기술이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미래 그룹이 그런 기술을 보유하고 노르웨이와 접촉한다면 북해 유전 일부를 가져올 수 있을 거야.’
브렌트유는 텍사스와 중동에 이은 대표적인 유종이었다. 고품질에 수요처와도 가까웠다. 비싸게 팔리는 기름이었다.
“시추 기술에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세계 최고의 시추 기술을 보유한 후 노르웨이 정부와 협상할 생각이었다.
* * *
영도 조선소를 방문 후 부산 신항만 공사장으로 갔다. 그곳은 자성대와 우암동을 잇는 공간이었다. 부산항 5부두에서 8부두에 해당하는 지역이었다. 그 지역에 저번 회차와 차이 나는 점이 있다면, 군과 경찰이 사용하는 8부두 지역과 제강 회사가 들어서는 곳까지 컨테이너 전용 항구로 개발된다는 것이었다.
‘이곳만큼 항구로서 입지가 좋은 장소가 많지 않아. 이 지역을 선점해야 해.’
이 지역은 영도와 오륙도가 파도를 막아 주는 천혜의 공간이었다. 수심이 깊어서 항구에 유리했다. 방파제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파도가 낮았다.
부산이 대한민국의 중요 항구로 개발된 것은 자연환경도 한몫했다. 섬은 천연 방파제였다.
가덕도에 생기는 신항만도 비슷한 환경을 지녔다. 그곳은 거제도와 가덕도, 진해로 둘러싸인 천혜의 만이었다.
부산 인근에 항구로 적합한 장소가 많지만, 그런 장소는 드물었다.
미래 건설은 5~8부두 중 부산 동구 지역을 먼저 개발하고 있었다.
5부두와 6부두는 저번 회차에서 허친슨 터미널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부산역과 가까워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었다. 컨테이너 항구로 최고의 입지였다.
우암동 지역도 5~6부두가 완공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부두와 해수면 매립 공사는 완료되었습니다.”
“고생했어요.”
미래 건설은 케이슨 공법으로 부두를 빠르게 완공시켰다. 부두를 방파제로 삼아 매립 작업도 이루어졌다. 매립지는 컨테이너 하적장이 될 공간이었다. 미래 건설에 이런 공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 * *
“자, 자! 빨리빨리 내려!”
“빨리빨리도 좋지만, 안전하게!”
“예, 예~ 걱정들 마십쇼!”
모든 건설 현장에서 필요한 ‘속도’와 ‘안전’이 미래 건설의 공사 현장에서도 요구되고 있었다.
하지만 공법과 숙련도의 차이로, 이들의 속도는 이미 보장되어 있었다.
안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순 인력을 사용하지 않고, 지게차와 트랙터,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이용한 공사는 더욱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기이잉, 쿵!
지이이잉!
현장은 쉴 새 없이 중장비가 돌아가는 소리에 시끄러웠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공사를 완공시킬 수 있었다.
“부회장님, 부두 건설과 매립 공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벌써요? 애초 계획대로면 공기가 조금 남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다만 건설 직원들이 성과급 욕심도 있고 중장비에 점점 더 숙련되다 보니, 공기를 많이 당길 수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크레인 설치 작업에 들어가죠. 그리고 당긴 공기 덕분에 일이 수월해졌으니, 성과급에 20%씩 추가로 지급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 * *
이렇게 완성된 매립지에 트랜스 크레인을, 부두에 안벽 크레인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어이 김 씨, 조심해서 해!”
“아이고, 그럼. 당연한 소리를 해유. 지도 돈 많이 벌어서 떵떵거리고 살아야쥬.”
미래 건설의 직원들은 조심스럽게 크레인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들은 베테랑이었지만, 워낙 높은 곳에서 진행되는 작업이다 보니, 다들 안전에 만전을 기하면서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을 지켜보며 내가 입을 열었다.
“공사에 중요한 것은 공기를 지키는 것이지만, 공기를 지키다가 미래의 직원이 다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네, 부회장님.”
“이전 공사로 공기를 많이 당겼으니, 현장 감독관 재량하에 공기를 늘리는 한이 있어도 위험한 상황에서는 공사를 중단하도록 하세요. 현장 인원의 판단에 맡기는 만큼, 그 책임도 현장 감독관이 질 것입니다. 물론 책임 떠넘기기는 아닙니다. 그만큼 방어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라는 말이에요. 고깝게 듣지 마시고, 작업자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는 강한 조언으로 들으세요.”
사고는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하지 않았다.
“명심하겠습니다. 미래 조선과 협력하여 안전하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이곳에 설치되는 크레인은 말뫼의 눈물만큼 거대하지 않지만, 웬만한 소규모 빌딩만 했다. 60~1백 미터 높이에 1천 톤이 넘었다. 그런 거대한 구조물이 이동도 가능했다. 이런 구조물을 만들고 설치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영도 조선소에서 만들어온 크레인의 부품을 조선공과 건설 노동자가 협력하여 부두에 설치했다.
“현재 4개의 안벽 크레인이 설치되었습니다. 추가로 10개를 더 완성시킬 계획입니다.”
이미 4개의 안벽 크레인이 완성되어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었다. 크레인인 덕분에 선적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1만 개의 컨테이너를 싣는 것도 금방이었다.
“하적장의 콘크리트가 양생이 마무리되면 그곳에 트랜스 크레인도 추가로 설치하겠습니다.”
아직 넓은 매립지 일부만 컨테이너 하적장으로 사용했다. 하적장까지 모두 완성되면 물류의 양과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었다. 베트남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실어 나르는 데 문제가 없었다.
* * *
최근에는 일본의 물자도 이곳으로 와서 컨테이너로 재포장하여 베트남으로 운송되었다. 부산 신항만은 베트남으로 가는 물자의 환적항으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다.
‘신항만이 환적항으로 자리를 잡으면 그것도 나름대로 큰돈이 돼.’
환적은 화물을 옮겨 싣는 일이었다. 여객기로 친다면 환승 승객과 같았다.
―당신들 지금 뭐 하고 있어. 베트남에 화물을 보내야 아직 배편을 못 구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야? 위약금을 물게 되면 당신들의 월급에서 까겠어.―
―사장님. 한국의 부산에 컨테이너 항구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게 이 일과 무슨 상관이 있어?―
―컨테이너 항구라 많은 화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그래서?―
―저희 화물을 받아 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의 여러 항구에서 부산 신항으로 배들이 왔다. 부산항을 통해서 화물을 베트남으로 운반하기 위해서였다.
―사장님, 이번에 고베에서 부산으로 가는 선박이 있다고 합니다.―
―잘되었어. 위약금을 물어주지 않아도 되겠네. 비용은?―
―환적 요금이 컨테이너 하나당 50달러입니다.―
―약간 비싸기는 하지만…… 위약금을 무는 것보다 백배 낫지.―
컨테이너 한 개를 옮겨 싣는데 30~50달러를 받았다. 컨테이너 시스템은 많은 화물을 처리할 수 있었다. 환적 화물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그 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환적 화물이 1만 개면 저가의 전기레인지 1만 개를 수출하는 것과 같았다. 이것은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부산은 한·중·일을 연결하는 환적항으로 좋은 입지를 가졌다.
―사장님, 이번 기회에 미국으로 보내는 화물도 부산항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은 돌아가는 것이잖아. 시간과 비용에서 손해야.―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렇지?―
―컨테이너선은 일반 화물선보다 운항 속도가 빠릅니다. 무엇보다 하역에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위해서 미 서부에 컨테이너 항구들을 건설하고 있었다. 동부는 시랜드사에 의해 이미 컨테이너 항만이 운영되고 있었다. 부산의 신항만을 이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좋아. 베트남에 이어서 미주 항로도 부산항을 이용해 보지.―
부산에 컨테이너 전용 항구가 건설되면서 환적 화물이 크게 늘었다.
‘부산항이 싱가포르와 상하이 능가할 수 있어.’
미래에는 연간 수천만 TEU(컨테이너)를 처리하는 항만이 흔했다. 그러면 환적 화물 수입만 수십억 달러가 넘었다. 컨테이너 항구는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학수, 항만 운영권은 어떻게 되었어?”
“항만 임대료를 지급하는 대신에 미래 해운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협의가 되었습니다.”
이곳 신항만은 미국의 차관으로 지어졌다. 미래 해운이 항만 임대료를 정부에 지급했다. 정부는 그 돈으로 차관을 갚아 나갔다. 미국의 차관은 이자가 높지 않아서 빌리면 이득이었다.
“용케도 정부에서 허가를 해 줬네.”
“컨테이너 전용 항만은 저희 말고는 운용할 수 있는 회사가 없습니다.”
이학수는 정부와의 협상 과정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