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54)
소와 2차 산업
컨테이너 전용 항만의 허가는 이학수가 전략 기획실장으로서 책임지고 맡았던 일이었다.
부회장을 옆에서 모시는 사람답게, 이제 그도 상대방의 속을 내다보는 협상가가 되어 있었다.
―부총리님, 미래 그룹 전략 기획실장 이학수입니다.―
―오, 오랜만일세. 무슨 일로 연락을 주셨는가?―
―다름이 아니라, 부산의 컨테이너 전용 항만 운영권 관련해서 협상을 요청하려고 합니다.―
―음, 그 문제는…… 물론 미래 그룹이 아니면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알지만, 다른 관료들의 불만이 나올 것이네.―
―잘 알고 있습니다, 부총리님. 그러니, 협상 자리에 반대파 관료 중 결정권이 있는 사람을 내보내 주시지요. 협상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음, 괜찮겠는가? 지금 국토부 관료들은 미래 그룹에 그렇게 호의적이지가 않아서…….―
―하하, 부총리님. 제가 부회장님을 모신 지도 십 년이 넘었습니다. 믿어 주시지요.―
―알겠네, 그렇게 추진해서 연락하지.―
사실 컨테이너 전용 항만은 미래 그룹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웠다. 그런 만큼, 학수는 정부 내 반대파 관료와의 협상을 통해 반대파의 기를 죽여 놓을 생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차관님. 미래 그룹 전략 기획실장 이학수입니다.―
―쯧. 이런 중요한 협상 자리에 부회장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인데…….―
―하하, 잘 아시다시피 부회장님께서는 공사다망하셔서요.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승리를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시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크흠…….―
대한민국의 국토부 차관이라는 이름은 ‘미국’이라는 단어 앞에 초라해졌다. 이학수는 호가호위를 아주 제대로 보여 주기로 했다.
―부산의 컨테이너 전용 항만의 운영권, 미래에 주시지요.―
―부산은 대한민국의 땅이야. 당신들 미래의 땅이 아니라! 무슨 맡겨 놓은 물건처럼 말하지 마시오!―
―어, 그러면 국토부에서 저희 미래 말고 다른 기업에 맡겨서 정상적인 운용이 가능합니까? 그렇다면 저희가 시원하게 물러나지요.―
―…….―
―아, 혹시 이렇게 저희를 자꾸 배제하려는 것을 대통령께서도 알고 계십니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분인데, 미군을 돕는 일에서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을 말이죠?―
―…….―
―차관님, 차관님도 잘 아실 겁니다. 미래 말고는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기업이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대통령께서도 딱히 막지 않으신 것인데, 국토부가 난장을 치면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당신! 입 조심해!―
―저는 차관님과 국토부 높은 분들을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기지 못할 싸움에서 괜히 힘 빼지 마시고, 부드럽게 지나가자는 말씀이지요. 설사, 미래가 운영권을 따내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미군에서 항의가 올 것이고, 그럼 저희가 맡게 될 테니까요. 정해진 결과인데, 조바심 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
―차관님, 정부 인사 중 미래를 탐탁잖게 여기시는 분이 많다는 것 압니다. 다만, 혹시 아직도 미래가 고개를 숙이고 뒷돈을 찔러 줘야 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이젠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십시오.―
분노에 몸을 떨던 국토부 차관은, 미래에 부산의 컨테이너 전용 항만의 운영권을 임대료를 받고 넘긴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급하게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이학수가 씨익 웃으며 쳐다보았다.
‘미래를 당신들의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영원히 우리 손바닥 위에서 놀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에게는 부회장님이 계시니까요.’
* * *
컨테이너 항만은 일종의 아마존의 물류 창고와 비슷했다. 상당히 고난도의 운영이 요구되었다. 미래 해운 말고는 그것을 해낼 회사가 없었다.
‘허치슨 포트가 괜히 5~6부두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지.’
허치슨 포트는 세계적인 컨테이너 물류 전문 회사였다. 먼저 시작하는 만큼 그 회사보다 미래 해운이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도 미래 해운이 가장 먼저 구축했다.
미국의 시랜드사까지 인수한다면 싱가포르의 PSA International과 홍콩의 허치슨을 능가하는 항만 운영 회사가 탄생할 것이다. 해운과 항만, 육상 운송까지 장악하면 전 세계의 모든 물류를 장악할 수 있었다.
‘물류와 유통, 금융, 관광이 3차 산업(서비스업)의 대표 주자지.’
기존의 유통과 금융, 관광에 물류까지 더하면 3차 산업에서 미래 그룹의 입김이 매우 강해진다. 이 일은 1차 산업에 이어 3차 산업까지 장악하는 일이었다.
“이제 울산으로 가 볼까?”
부산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울산에서 짓고 있는 제철소를 살펴볼 때였다.
* * *
울산의 방어진에 일관 제철소 건설에 필요한 항구와 지반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일관 제철소는 쇳물부터 최종 철강 제품까지 모두 만들 수 있는 제철소였다. 일관 제철소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최소 연간 3백만 톤 이상의 철을 생산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 고로를 만들기 위해서 이 시기에 2~3억 달러가 들었다. 보통 연간 7백만~1천만 톤 정도는 생산해야 효율적이기 때문에 7억~10억 달러의 돈이 필요한 대공사였다.
‘한동안 제철소 건설에 번 돈이 다 들어가겠군. 그래도 건설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일관 제철소의 설계를 미래 기계가 했다. 공사는 미래 건설이, 주재료는 미래 시멘트와 제강이, 필요한 것은 자체 조달이 가능했다. 다른 곳에 맡기는 것의 반값에 자체 건설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비용이 4~5억 달러가 들 것이었다. 용광로의 규모가 초대형이었기 때문이었다.
제철소에 부속된 항구도 엄청나게 컸다. 초대형 고로들에 넣을 철광석과 코크스를 실은 대형 벌크선이 대는 항구였다.
“부회장님, 용광로의 크기가 엄청납니다.”
이학수가 현장에 건설되고 있는 고로의 크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제철소 현장에는 초대형 고로가 올라가고 있었다. 용광로의 높이가 110m를 넘었다. 3·1 빌딩 정도의 높이였다. 용적은 1기가 무려 6천 세제곱미터에 이르렀다.
고로 1기에서 연간 5백만 톤에 가까운 쇳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런 고로가 2기나 울산 제철소에 건설되고 있었다.
기이이잉, 쿵!
“조금만 더 옆으로…… 좋아, 좋아!”
“블록 제작 끝났으면 비켜 주세요! 이어서 조립 시작합니다.”
거대한 용광로인 만큼, 용광로를 건설할 때 사용하는 크레인의 크기도 매우 컸다.
그런 용광로를 한 번에 2기를 건설하려다 보니, 공사 현장은 그야말로 중장비의 천국이었다.
미래 그룹 계열사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크레인과 중장비, 건설의 숙련된 노동자들은 용광로 건설도 금방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다.
나와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학수가 입을 열었다.
“부회장님, 크다는 것을 수치상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압도적입니다.”
“하하, 용광로는 크면 클수록 좋은, 거거익선(巨巨益善)의 장치야.”
“거거익선…… 정말 딱 맞는 말씀입니다. 게다가, 용광로를 지을 때 마치 거대한 건물을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도 놀랍네요.”
“맞아, 그러니 미래 건설의 직원들이 이렇게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던 거지. 여태까지의 시공 경험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된 셈이야.”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은 고로(高爐)에도 해당하였다. 그만큼 많은 쇳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용광로의 크기가 클수록 생산 단가가 낮아져.”
사용하기 편리한 전기로를 이용하지 않고 용광로를 만드는 이유는 단순했다. 고로를 사용하면 전기로보다 저렴하게 고품질의 철강을 만들 수 있었다. 규모의 경제로 제철소의 수익도 더 커진다. 결국 돈 때문이었다.
“철을 만드는 기술은 서로 비슷비슷해. 결국 생산 단가로 승부를 보게 될 거야.”
철을 만드는 기술은 오랜 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 가야의 철장과 현대의 용광로는 상당히 유사했다.
중간에 숯 대신에 코크스를 쓴다든지, 강철을 만들기 위해 망치로 두드리는 대신에 베세머 전로(轉爐)를 도입하든, 판금을 위해 압연 기계를 사용하든,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대부분의 철강 제조 기술은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결국 누가 더 저렴하게 철을 생산하느냐에 따라 철강 산업의 승패가 달려 있었다.
“부회장님, 옆에 비워 둔 부지는 뭐 하는 곳입니까?”
“나중에는 이곳에도 고로 2개를 추가로 건설할 거야.”
“이렇게 큰 거를 2개나 더 만든다는 말입니까?”
“전 세계적으로 철강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거야. 지금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것이 곧 부족하다고 느껴질걸?”
대한민국에 12개의 대형 고로가 생긴다. 나중에는 그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지게 된다. 무엇보다 철강 산업은 규모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경제성이 있는 제철소 하나를 건설하는데 수억 달러가 들었다.
이미 이 시기부터 제철 산업의 경쟁은 치열했다. 경쟁에서 한번 밀리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규모와 함께 경쟁사들을 따돌릴 수 있는 시설을 울산에 짓고 있었다. 그것은 배기가스와 폐열을 활용하는 시설이었다.
* * *
“부회장님, 저 커다란 파이프는 무엇입니까?”
“인근 지역에 뜨거운 온수를 공급해 주는 파이프지.”
“제철소가 열 병합 발전소의 역할을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사실 제철소는 열 병합 발전소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둘 다 많은 열을 생산하는 시설이었다. 그 열로 발전하고 잔열을 난방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부생 가스도 마찬가지였다. 그 가스로 전기와 폐열을 생산할 수 있었다.
화력 발전소(무연탄)는 석탄을 사용했다. 제철소도 석탄(코크스)을 태워 철을 만들었다. 석탄을 사용하는 만큼 전기나 철을 만드는 과정에 열과 가스가 나오는 것이다.
‘열 병합 발전소를 미리 만든 이유가 이거야. 그곳에서 축적한 기술을 제철소에 활용할 수 있어.’
열 병합 발전소는 도시 부근에 건설되기에 오염 저감 시설이 필수였다. 그 기술은 제철소의 오염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 기술을 사용하면 석탄을 태우는 데서 오는 오염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었다.
‘제철소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 최대한 오염을 줄이고 인근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지.’
인근 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저렴한 난방비와 전기였다. 거기에 많은 일자리까지 돌아가면 이곳 주민들도 만족할 것이다. 난방용 온수와 전기는 울산 전역에 공급될 것이다.
* * *
미래 제철소는 혐오 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부의 상징이 되었다.
미래 그룹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 덕분에, 주변 주민들에게 부러움을 샀기 때문이다.
“어머머, 철수 엄마, 오랜만이에요.”
“어머, 민희 엄마. 장 보러 오셨어요?”
“네에. 미래 그룹 직영 농수산물 할인점에 오려면 어쩔 수 없더라구요.”
“맞아요. 여기가 품질도 좋고 싸기도 참 싸지요.”
“그건 그렇고 철수 엄마, 미래 제철소 옆에 아파트들이 그렇게 살기 좋다면서요?”
“호호, 대단한 건 아닌데, 이렇게 근처에 미래 그룹에서 여러 시설들을 갖춰 주고, 제철소 덕분에 난방비랑 전기세가 싸니까요.”
“에휴, 우리 바깥양반은 뭐 하나 몰라요. 전에 미래 그룹에서 노동자들 모집할 때 외국 나가기는 싫다고 굳이 굳이 고집을 부리더니.”
“호호호, 민희 아버님도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듣기 좋은 말만 해 주었지만, 사실 철수 엄마가 승리자라는 사실은 둘 다 알고 있었다.
민희 엄마는 오늘따라 제철소가 지어진다고 했을 때 이사 가자고 한 자신이나, 미래 그룹에 지원하지 않은 민희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 * *
고로를 건설하는 공사장 주변에도 많은 시설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부회장님, 이곳의 크기가 거제와 포항에 있는 조선소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제철소에는 용광로 외에 필요한 시설이 많아. 아무래도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어.”
우선 제철소에 강철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과 코크스, 석회석을 쌓아 놓는 야적장이 필요했다.
철강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제선 공정 외에 많은 공정이 필요했다. 제강과 연주, 압연 공정이 추가로 들어가야 했다. 특히 압연과 처리 공정은 많은 공간이 필요했다.
슬라브가 열간 압연기와 냉간 압연기, 소둔기 등 시설을 거쳐야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철강 제품이 되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강철이 대한민국의 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거야.”
철은 석유와 함께 산업(제조업)의 쌀이었다. 자동차와 기계, 조선, 건설에 저렴하고 품질 좋은 철강은 필수였다.
1차와 3차 산업에 이어 2차 산업을 지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