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63)
개발
독일에서 영국으로 이어지는 유럽 방문 일정이 끝났다. 그 사이에 한국에서도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한미간의 브라운 각서가 체결되고 한국군의 파견이 시작되었다.
“벌써 월남에 전투병이 파견된다는 건가?”
“네. 백마 부대와 청룡, 백호 부대가 파병된다고 합니다.”
저번 회차는 비전투병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전투병을 늘려나가는 단계적 파병을 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많은 수의 전투병을 월남에 보냈다.
“대통령이 지지율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네.”
베트남전 파병은 한일 기본 조약과 마찬가지로 반대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과감한 파병은 그런 반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한일 조약과 미국에서 받은 자금으로 사회 인프라 투자가 활발했다. 경제가 활황이었다. 그 덕분에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 역사의 시계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브라운 각서가 1년 빠르게 체결되었다.
‘그래도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이기기 어려워.’
“국내 기업의 상당수가 월남 진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잘되었네. 경제 성장이 더 빨라지겠어.”
변하지 않는 점이 있지만 변하는 것도 있었다. 이번의 브라운 각서는 한국에 상당히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빠른 참전을 댓가로 베트남에서 벌이는 많은 사업이 한국에 배정되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특수에 대거 뛰어들었다.
“이게 이익인지 손해인지, 애매합니다.”
“어차피 베트남에서 우리가 하는 사업은 독점적이야. 그들과 경쟁하지 않아. 반면에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에게 더 큰 이익이야.”
미래 그룹과 국내 기업과는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가 많았다. 그들과는 사업 구조가 아주 달랐다. 국내에서 미래 그룹은 생산재 비중이 높았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처럼…….
“그들이 우리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때쯤이면 훨씬 앞에서 달리고 있을걸.”
확실한 격차를 유지하면 경쟁자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베트남에서 하는 사업도 그들과 달라.”
미래 그룹이 베트남 전에 참여하는 분야는 석유 제품과 화학 제품(제약과 제초제, 화약), 군수 분야(건 트럭, 장갑차, 군용 식량) 등 국내 업체와 차별화 되어 있었다.
“건설은 서로 겹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월남 정글로 들어가지 않을 거야.”
미래 건설은 베트남에서 위험한 정글로 근로자를 보내야 하는 사업은 맡지 않을 생각이었다. 항만 건설만 해도 충분했다. 안전한 캄란 부근의 공사만 맡았다.
* * *
한편 한국의 중장비 학원에는 인근 농촌 지역에서 몰려온 청장년으로 북적였다.
“어이, 박 씨. 자네도 중장비를 배우러 왔는가?”
“거기는 건넛마을 김 씨 아닌가? 자네도 야나두인가?”
“야나두? 자네가 나를 얼마나 안다고 갑자기 반말인가?”
“쯧쯧. 자네는 요새 유행하는 말을 모르는구먼. 농촌 사람이 너도나도 중장비 학원으로 몰려든다고 야나두라고 부른다네.”
수강생의 증가로 새로운 중장비 학원도 많이 생겼다. 군대에서 공급되는 인원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는 자네는 이곳에 왜 왔는가?”
“나야 알다시피 부쳐 먹는 땅이 얼마 안 되지 않는가? 이번 기회에 땅을 팔고 도시로 나갈 볼 생각이네.”
“그것도 괜찮겠어. 요새 여기저기 공사를 한다고 난리이니. 베트남이나 해외에 나가면 돈도 많이 준다고 하더군.”
“그러는 자네는 여기에 웬일인가? 자네 집안은 땅이 좀 되지 않는가?”
“농한기에 부업으로 일하려고 하네. 일당이 짭짤하다고 하더군.”
농지 정리 작업은 주로 농사를 짓지 않는 농한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일시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중장비 운전을 배워 두면 농한기에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일이 적성에 맞으면 아예 이쪽으로 나가려고. 자네도 알다시피 농사가 큰돈이 안 되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 우리처럼 농사를 작게 지어서는 돈이 안 돼. 차라리 도시에 나가서 일하는 게 더 낫지.”
쌀농사는 땅이 적은 빈농뿐만 아니라 중농에게도 그다지 큰돈이 안 되었다. 국내로 저렴한 밀가루가 대량으로 수입되었다.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었다. 쌀 소비가 줄었다.
거기에 농촌 현대화로 기계화가 되면 한 사람이 경작할 수 있는 면적이 대폭 늘어난다.
중농들의 위치는 어중간했다. 그들 중 일부는 빈농과 중농의 땅을 사들어 부농으로 전환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농촌을 떠나 새로운 일을 찾을 것이었다. 지금은 그 중간의 갈림길에 있었다.
“이 학원에 미래 그룹의 중장비가 많다고 했는가?”
“나도 그렇게 듣고 이곳에 찾아왔네.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학원은 미래 그룹의 중장비로 가르친다더군.”
예전에는 미군에서 흘러나온 중장비가 많았다. 그래서 학원에서 미군의 중장비로 수강생을 가르쳤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미래 그룹의 중장비가 농촌 현대화 사업에 보급되었다. 그 외의 각종 공사장에서도 미래 그룹의 중장비가 많이 사용되었다. 그것은 베트남의 공사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미래 그룹의 중장비를 운전할 줄 알면 일감이 많이 들어왔다.
“건설업체에서 미래 중장비를 다루어 본 사람을 많이 뽑으니 우리도 그것에 맞추어야지.”
미래 그룹의 중장비는 일대나 할부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거기에 학원에서 미래 중장비로 교육받고 오니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쉬웠다. 국내 건설업체도 그런 인재를 선호했다.
특히 공사 일감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농한기에 쉽게 중장비 운전사를 구할 수 있었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졌다.
“미래 그룹은 참으로 대단해. 나라님보다 나은 것 같아.”
“그러게, 댐도 그렇고, 농지 정리에 농기계, 일자리까지. 미래 그룹만큼 농민을 생각하는 회사가 없어.”
“대한민국의 복이야.”
미래 그룹은 한국에서 도시 지역뿐만 아니라, 아직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촌 지역에서의 인기도 높았다.
* * *
한국에 돌아와 미래 그룹이 국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보고받았다. 먼저 건설이었다. 현재 가장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현재 정부에서 고속도로 건설과 철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래 건설도 그 사업에 참여 준비 중입니다.”
예전에는 각 사장이나 이창동 사장이 보고했지만, 이제는 전략 기획실에서 그런 업무를 총괄해서 했다. 덕분에 업무의 부담이 줄었다.
“다른 건설업체들은 예정가에서 20% 덤핑해서 입찰가를 써낼 예정입니다. 저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적정한 공사비를 기준으로 입찰가를 써내. 굳이 지저분한 판에 끼어들 필요가 없어.”
저가의 낙찰가를 써내고 부실 공사나 공사비 인상으로 이익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래 그룹이 정경 유착을 해야 했다.
“그래도 아깝지 않습니까? 상당히 큰돈이 오가는 공사인데….”
베트남 참전으로 미국으로 받은 자금 지원이 저번 회차보다 훨씬 많았다. 한일 기본 조약으로 받은 자금도 여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경제가 성장함으로써 세금 수입이 늘었다.
자금적으로 여유가 많은 정부는 경부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요 지역에 다수의 고속도로 건설에 나섰다. 거기에 철로의 복선화와 직선화를 포함하면…… 총공사비가 수억 달러가 넘었다.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터널과 가교 공사만 해도 충분해.”
고속도로와 철로가 최단 거리로 직선화로 설계되었다. 산악이 많은 한국의 특성상 터널과 가교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공사는 난도가 높아서 아무나 할 수 없었다.
덤핑으로 덤벼들기 어려운 공사였다. 그것은 무난하게 미래 건설이 낙찰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고속도로와 철로 직선화 공사에 비용의 상당수는 그런 공사였다.
“다른 공사도 시멘트와 철근, 중장비를 그룹이 공급하잖아.”
이번 고속도로는 모두 아스팔트가 아닌 시멘트로 만들어질 것이었다. 국내에서 시멘트를 제일 많이 생산하는 곳이 미래 시멘트였다. 그것으로 올리는 수입도 만만치 않았다. 철근이나 중장비도 마찬가지였다. 공사 외적으로 얻는 수익이 많았다.
공사 업체들이 덤핑을 쳐서 낙찰받아도 재료는 미래 그룹에서 사야 했다. 그것은 덤핑으로 살 수 없었다.
“어떻게 되든 미래 그룹이 손해 볼일은 없어. 관급 공사는 돈 되는 것만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국내에서 미래 건설이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관급 공사가 아니더라도, 조선소와 제철소 건설, 각종 공장의 증설, 신한만 건설 등……. 산업 시설뿐만 아니라 주거와 상업 시설도 건설해야 했다.
농촌 현대화 사업으로 도시, 특히 서울로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었다. 새로운 도심지 건설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어.’
지금 서울에서 확장이 가능한 곳은 한 군데였다. 여의도 다음은 강남 개발이었다.
* * *
“대방과 신대방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조만간에 완공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구로구에 미래 전자와 정공 공장이 모여있었다. 산업 단지가 형성되면서 많은 사람이 모였다. 그 위에는 영등포와 노량진으로 이어지는 철로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시가지가 형성되었다. 여의도로 연결되는 3개의 다리와 연결되는 도로들이 구로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에 있는 보라매 공원과 도림천 부근이 주거지로 괜찮은 입지가 되었다. 미래 건설은 보라매 공원을 둘러싸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했다. 중심에는 보라매 공원이 있고 남쪽에는 도림천이 흐르는 자연 친화적 아파트였다.
“벌써 많은 사람이 입주를 문의하고 있습니다.”
“잘되었네. 그곳에서 동쪽으로도 땅을 매입하고 있지?”
“네, 예전부터 꾸준히 매입하고 있습니다. 아파트와 빌딩을 지을 부지는 충분합니다.”
이번 회차의 강남 개발은 서에서 동쪽으로 이루어질 것이었다. 저번 회차의 정부 주도의 개발과 달랐다. 많은 개발 이익이 정부 관계자와 투기꾼 손에 들어갔다.
이번 회차에서는 미래 그룹이 주도할 것이었다.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만큼 얻는 과실이 달콤했다.
* * *
장안 지구의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이동영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넓다고 생각했던 27평 아파트가 너무 좁아졌다.
그것은 자기 잘못도 컸다. 고향에 갔을 때 집 자랑을 너무했다.
“어무이, 날씨도 추운데 어찌 찬물로 세탁하고 있소. 마, 저의 집에 가이소. 겨울에도 따다한 물이 펑펑 나오요.”
“고향에서 살아야지, 어디 가겠노.”
“저희 집에 가면 겨울에 불을 때지 않아도 밥도 되고 춥지도 않소.”
“정말이가?”
“하모요.”
“아이고, 우리 어무니. 큰 오빠 덕분에 호강하겠네.”
여동생도 옆에서 추임새를 넣었다. 살짝 째려보았지만……. 그녀도 자랑하는 것이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의 친정에도 역시 자랑했다.
“인제 내도 아들 덕분에 호강 좀 해야겠다.”
그런데 설마 부모님이 고향을 떠나서 정말 서울로 올라오실 줄은 생각을 못 했다.
“참 신기하네. 불도 없이 밥이 지어지네.”
“정말 따따한 물이 펑펑 나오네.”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에 기쁨도 느꼈다. 문제는 자랑의 대가가 그것만은 아니었다. 고향에 있는 남동생과 처가의 처남도 올라오리라는 것은……. 입이 방정이었다. 그들은 서울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했다.
“여보, 이제 셋째도 나오는데 어떡해요.”
“그러게, 애들도 방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애들이 커지고 있었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부부가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는 것은 ……. 한방에 온 가족이 지낼 수는 없었다. 애들에게도 방 하나는 내어줘야 했다.
“여보, 강남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대요.”
“음……. 나도 들었어. 거기에 방 네 칸짜리 40평대도 있다지.”
“네. 거기에 필요하면 방을 터서 거실로도 만들 수 있데요.”
아파트가 코어 월 구조라 내력벽이 아니면 자유롭게 틀 수 있었다. 나중에 필요 없어지는 방을 거실로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돈이지. 아무리 할부라도 40평대는 부담스러워.”
“여보 회사는 튼튼하잖아요. 거기에 이 집을 팔아서 보태면 할부 금액이 줄어들 거잖아요.”
그 사이에 장안의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 모든 사람이 아파트에 살기 원하는데 아파트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 이번에 큰 평수로 옮겨 가?”
“강남이 살기 좋아진대요. 애들을 위해서 좋은 데 살아야죠.”
조금 무리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말에 약해졌다.
“좋아. 신대방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서면 함께 보러 가지.”
“고마워요. 여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나 일반 주택에 사는 사람이나, 모두 대방과 신대방 지구의 아파트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 * *
“부회장님, 대방과 신대방 아파트의 판매가는 상당히 높게 책정될 것 같습니다.”
미래 건설이 짓는 아파트는 선시공 후입주였다. 아파트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졌다.
“예전에 싸게 싸둔 땅이라…… 상당히 많이 남겠어.”
미래 그룹은 국내외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