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66)
보르네오의 밤하늘
“울산 제철의 1고로가 완공되어 쇳물을 생산 중입니다.”
울산 제철은 2개의 고로가 있었다. 한 기당 연간 3백만 톤 규모의 초대형 고로였다. 2호기까지 완성되면 연간 6백만 톤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엄청난 규모였다.
이 시기 경제성이 있는 제철소의 규모는 연간 2백~3백만 톤 규모였다. 울산 제철은 그것의 2~3배 정도였다. 한 해 한국에서 필요한 철강 규모를 능가했다.
“2호기까지 완공되면 한동안 철강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제철소는 현재를 보고 짓는 것이 아니었다. 고로를 한번 건설하면 가용 수명이 20년이 넘었다. 제철소는 미래를 보고 짓는 시설이었다.
5~10년 사이에 대한민국의 철강 소비량이 1천만 톤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2호기가 완공되면 바로 3~4호기도 착공을 시작해.”
2호기 다음에 울산 제철소에 3~4호기도 이어서 착공할 계획이었다. 울산 제철소의 최종 철강 생산량은 연간 1천2백만 톤을 예상했다.
“그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철강이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나아.”
1천2백만 톤이 지금은 많아 보여도 오래지 않아 부족해질 것이었다. 저번 회차보다 조선과 자동차, 건설 산업이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모두 철강을 많이 소비하는 사업들이었다.
“남는 것은 수출하면 돼.”
미래 그룹은 여유가 되는 철강을 수출할 수 있었다. 해운을 보유한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무거운 철강 제품을 저렴하게 운송할 수 있었다.
울산 제철의 연간 1천2백만 톤의 생산량이라면 일본의 제철소보다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설 것이다. 한국과 가까운 곳에 큰 소비처가 있었다.
“베트남과 국내에서 생산되는 고철도 만만치 않습니다. 총 한해 철강 생산량이 2천만 톤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미래 울산 제철만 국내에서 철강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래 그룹은 전기로로 고철을 철강으로 바꾸어 주는 미래 제강도 있었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의 생산량도 만만치 않았다. 미래 제강의 철강 생산량도 빠르게 늘고 있었다.
그것은 재료가 되는 고철의 공급이 원활해진 덕분이었다. 고철이 주로 발생하는 곳은 산업 현장이었다.
자동차나 다양한 기계 부품을 만들고 나오는 자투리 철이 주요 고철의 공급원이었다. 한국의 공업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고철 발생량이 많아졌다.
또 다른 대규모 고철 발생지는 전장이었다. 베트남전이 격화되면서 많은 고철이 생겼다. 그것을 미래 상사가 수입해 왔다. 고철도 일종의 자원이었다. 전기로에서 철강으로 바뀌었다.
“철강을 수출할 곳은 많아. 생산량 과잉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시아 지역의 경제가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대만과 베트남을 포함하여 동남아 지역의 철강 수요도 크게 늘었다.
“알겠습니다. 설비 증설에 맞추어 철광석과 유연탄의 수입을 늘려야겠습니다.”
현재 울산 제철소에 공급되는 유연탄과 철광석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 개발한 광산에서 공급되었다. 제철소의 규모가 커지면 보르네오섬에 있는 광산만으로는 부족했다. 다행히 한국과 가까운 곳에 세계 최대의 철광석과 유연탄 산지가 있었다.
“상사에 이야기해서 호주 철광석과 유연탄 광산에 투자하라고 해.”
호주는 세계 최대의 철광석과 유연탄 산지였다. 대부분 노천 광산으로 경제성이 높았다.
‘워낙 자원이 많아 돈이 되는 노천 광산만 개발해도 되는 나라니.’
호주는 금광도 대부분 노천 광산이었다. 오지에 금속 탐지기를 들고 금을 찾으면 금덩어리가 나오는 나라였다.
그곳의 투자는 안전한 적금이나 마찬가지였다. 금과 석탄, 철광석 외에 희토류마저 많이 매장되어 있었다. 심지어 석유마저 엄청났다.
‘조선 시대에 호주를 차지했으면 대박인데……. 조상님들은 뭐 하셨는지 몰라.’
전 세계 철강 수요는 매년 늘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지역에 원료가 풍부한 것이 한국이 제철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었다. 철광석과 유연탄(코크스) 외에 또 다른 원료인 석회석은 한국에 충분했다. 조선과 건설에 이어서 제철업도 큰 성장을 기대해도 되었다.
* * *
“부회장님, 정부에서 제2 정유 공장 설립 허가가 났습니다.”
“잘되었군.”
경제 부총리와 약속한 대로 국내에 정유 공장 허가가 났다. 베트남전으로 석유 화학 제품의 수요가 늘었다. 걸프사(유공)에서 공급하는 양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코크스 생산 공장에서도 원료 일부를 생산하지만, 정유 공장만큼 많은 양을 생산하지 못했다. 공급이 모자란 덕분에 정부에서 쉽게 허가를 내어주었다. 원래는 칼텍스가 들어와야 했지만…… 그들은 3번째 순서가 될 것이었다.
“정유 공장을 세운다고 해도 문제는 원유의 수급이군.”
미래 그룹은 브루나이에서 원유를 생산하지만…… 그곳의 원유 대부분을 브루나이에 있는 정유 공장에서 증류하여 베트남전에 공급했다.
브루나이의 정유 공장에서 미군의 유류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다. 돈도 되고 공급 계약으로 묶여 있어 쉽게 변경할 수 없었다.
“브루나이에서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해상 유전 시추 기술이 개선되면서 채굴할 수 있는 수심이 좀 더 깊어졌다. 아직 3백m 이상의 깊은 수심은 어렵지만, 브루나이 앞바다의 대륙붕 상당수가 시추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새로운 유정의 발견으로 브루나이의 원유 생산량이 늘고 있었다.
“이번에 한국에 짓는 정유 시설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거야. 브루나이에서 나오는 원유만으로 돌리기에는 부족해.”
“원유 도입처는 생각하시는 곳이 있습니까?”
“뭐, 중동에서 수입해야지.”
호주가 아니더라도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석유가 나오는 곳은 많았다. 문제는 상업적 가치가 있느냐였다. 브루나이를 제외하고는 이 시기에 상업적 가치가 있는 유전이 없었다.
그것은 중동의 원유가 너무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중동산 원유는 1배럴에 겨우 1~3달러에 불과했다.
아무리 많은 석유 매장량이 있어도 중동산 원유보다 생산 단가가 비싸면 의미가 없었다. 석탄액화 기술도 마찬가지였다.
‘중동산 원유를 싸게 사 오면 되는데…… 굳이 힘들게 할 필요는 없지.’
코크스에서 기름과 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은 조금 달랐다. 그것은 코크스를 만드는 김에 부산물을 수거하는 일이었다. 석유파동이 오기 전까지 새로운 유전 개발이나 석탄 액화 기술을 사용할 일은 없었다.
‘북해의 브렌트유는 다르지.’
텍사스와 브루나이, 북해의 브렌트유는 고가의 경질유였다. 거기에 소비지도 가까웠다. 가격 자체가 중동산 원유보다 비쌌다. 그래서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그중 어느 곳을 생각하십니까?”
중동산 원유는 산출지가 다양했다. 보통 두바이유라고 하는 중동산 원유는 이란과 사우디, 두바이가 대표적이었다. 그 외에도 시리아와 이라크, 리비아 등 많은 곳에서 생산되었다. 조금씩 유질도 틀렸다.
“사우디가 제일 낫지 않겠어?”
중동의 주요 산유국은 페르시아만 연안의 국가들이었다. 이란과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아랍 에미리트 등이었다. 석유 매장량도 많고 해상으로 수송하기도 편했다.
‘페르시아만이라…….’
“그중 원유 생산량이 많은 이란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중동의 유전 중 가장 먼저 개발된 곳이 이란이었다. 이란의 석유는 송유관을 통해 지중해를 거쳐 유럽에 공급되었다. 이란은 아랍의 선진국이자 최대의 산유국이었다.
“사우디는 아직 개발이 안 된 유전이 더 많아.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아! 부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거기에 유전도 지표와 가까워 생산 단가가 낮아. 그 말은 협상만 잘하면 더 저렴하게 원유 도입이 가능하다는 말이지.”
사우디 유전의 경제성은 세계 최고였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아랍 국가보다 경제가 낙후되어 우리가 파고들 여지가 많지.”
“그렇군요. 사우디와 접촉을 한다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굳이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는 곳으로 갈 필요는 없지.’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그곳에 있던 석유 회사들도 쫓겨난다. 그런 곳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사우디는 원유 매장량과 생산 단가도 모두 우수해.’
유전 개발과 관련해서는 가장 이점이 많은 국가는 사우디였다.
‘무엇보다 중동 특수의 시작은 사우디야.’
사우디는 이 시기부터 석유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거기에 아랍 전쟁으로 석유의 가격이 폭등했다. 그렇게 벌어들인 석유 자본으로 사회 간접 자본의 투자를 늘린다. 주베일 항만 공사에서부터 거액의 공사를 발주 낸다. 사우디에서 원유를 도입함으로써 미리 친분을 쌓는 것이 좋았다.
“학수, 조만간에 자리를 마련해 봐. 이번에는 직접 만나 봐야겠어.”
사우디는 미래 그룹의 계획에 중요했다. 직접 나서기로 했다.
* * *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칼리만탄 정글에 미래 상사가 투자한 광산 회사가 있었다. 밀림 속에 숨겨진 노천 탄광이었다. 지표에 드러난 석탄층만 해도 여의도의 60배가 넘었다. 그곳에서 캐낸 유연탄이 화력 발전소와 코크스 생산 시설에 공급되었다.
거대한 중장비들이 나무를 쓰러트리고 지표에 드러난 석탄을 퍼담았다.
그곳의 나무들과 중장비와 비교하면 사람은 인형처럼 작게 보였다. 석탄을 실어 나르는 트럭의 바퀴가 사람의 키보다 훨씬 높았다.
그곳에 파독 광부로 일했던 이현세가 거대한 굴착기로 석탄을 퍼담아 트럭에 실었다.
“어이. 이 반장, 인제 그만 일하지. 곧 해가 저물 것 같아.”
“아직 괜찮습니다. 더 일할 수 있습니다.”
“더 일하고 싶어도 참아. 어두워지면 사고 위험이 커져.”
“칠흑과 같은 막장에서도 일했는데요. 해 질 녘의 이 정도 어둠쯤은 아무 문제도 안 돼요.”
“그래도 고만해. 너무 무리해도 안 좋아.”
상급자의 지시에 이현세는 마지못해 작업을 그만두었다. 덕분에 그에 속한 작업자들도 쉴 수가 있었다. 상급자는 이현세를 불러 소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했다.
“밑에 직원들의 불만이 많아. 자신들의 반장이 지나치게 열심히 한다고……. 자네가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데, 관리자는 아랫사람들의 소리를 들어야 해.”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곤란하셨군요.”
“아니야. 이런 일이 내 일이기도 한데 뭐.”
“이제는 조금 일찍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아.”
“그래도 저게 다 돈인데……. 생각하면 조금 아쉽습니다. ”
“그건 그렇지. 우리가 깊은 갱도에서 힘들게 캐내던 것에 비하면 너무 손쉬워서 이게 꿈인가 하는 생각도 들긴 들어.”
“그렇죠. 예전에는 추가 근무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했는데…… 해가 진다고 쉬어 줘야 한다니, 적응이 안 됩니다. 이제 겨우 6시밖에 안 되었는데요.”
열대의 태양은 생각보다 일찍 진다. 여름에 해가 길어지고 겨울에 짧아지는 북반구와 달리 일정했다.
“솔직히 독일의 탄광에서는 이 시간에 퇴근하는 일은 생각도 못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말하면 태양을 보는 것조차도 못했지. 이제는 이곳의 환경에 적응해야 해.”
“요새 직원들은 너무 편하게 일하려 해요.”
“그건 그렇지만…… 저들은 우리와 다르잖아.”
요즘 애들이라는 말은 수메르 문명의 6천 년 전 점토판에도 적혀있었다. 세월이 얼마나 흐르든 변함없이 나오는 말이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어요.”
“그렇지. 자네도 가끔은 저녁노을을 보면서 살아. 이곳의 저녁노을은 참으로 아름답더군.”
“정말 그렇습니다.”
보르네오섬의 저녁노을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섬의 북쪽에 있는 말레이시아 영토의 코타키나발루는 세계 3대 노을로 유명했다. 꼭 코타키나발루가 아니더라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열대 지방의 노을은 어디든 아름다웠다.
“자네는 고향이 그립지는 않나?”
“독일로 갈 때부터 돈을 벌기 충분히 벌기 전에는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네의 각오가 대단하군.”
“선배님도 그래서 힘든 막장에서 일하신 것이 아닙니까?”
“나야 그런지도 모르고 갔지. 그냥 외국에 나가 본다는 것만 해도 좋았지. 외국만 나가면 천국일 줄 알았지. 그곳이 진짜 막장인 줄 알았나.”
“이강철 부회장님 덕분에 막장에서 빠져나와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러니 더 열심히 일해야지요.”
이곳에 온 파독 광부들은 모두 이강철 부회장의 말을 기억했다. 그들을 인간답게 살게 해 주겠다는…….
“나는 아파트값만 모으면 고국으로 돌아갈 거야.”
“따님이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좀 더 버셔야죠.”
“내가 고국을 떠났을 때와 달리 그곳도 일자리가 많고 살만하다더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업 자금까지 마련해서 들어가려고요.”
독일의 탄광에서 친해진 선후배가 열대의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서 술잔을 기울였다. 하늘에는 밝은 달과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이런 날이면 밤에도 일할 수 있겠는데요. 아쉽네요.”
“자네도 참……. 어쩔 수가 없군.”
그들의 통장에 밤하늘의 별처럼 돈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곳에서 열심히 일한다면 아파트값도 사업 자금도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