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69)
발효와 크래킹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양옆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만이었다. 만이 바다와 연결되는 부분은 산의 파편이 섬이 되어 피오르만의 방파제가 되었다. 피오르는 천혜의 항구이자 양식장이었다
대한민국의 리아스식 해안과 비슷했다. 면적 면에서 본다면 노르웨이가 더 넓었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 연어 양식업이 발달했다. 그곳에 미래 농수산의 직원이 있었다.
“여기는 호수가 아니고 바다 같군.”
“이곳은 바다가 맞아. 물론 호수처럼 내륙으로 깊이 들어와 있지만, 물이 짜잖아.”
노르웨이 트론헤임 앞바다는 바다가 아닌 거대한 호구 같았다.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다에 파도가 거의 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이곳은 마치 산중 호수 같았다. 넓이는 호수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넓었지만, 두 개의 큰 산맥의 좁은 틈으로 바닷물이 들어왔다.
파도는 잔잔했다. 물은 짠 바닷물이었다. 연어를 양식하기 최적지였다.
“축양장에서 기른 연어 치어는 언제 들어온대?”
“이제 곧 들어올 거라고 하네.”
호수와 같은 바다에 둥근 원으로 만들어진 가두리 양식장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오늘은 그곳에 양식하게 될 연어 치어가 들어오고 있었다.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알을 낳기 위해 피오르와 계곡으로 들어온 연어의 암수에게 각각 알과 정자를 받아 인공 수정시켰다. 그런 후 새끼들이 안전하게 난황을 다 흡수하고 치어가 되면 방류하는 방식이었다. 연어의 회귀 습성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었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회귀율이 1~5% 정도만 되어도 남는 장사였다. 치어가 몇백 배 이상 덩치를 불려 왔다.
문제는 북해의 어획 강도의 상승이었다. 연어가 노르웨이로 돌아오기 전에 북해에서 다 잡혀 버리는 것이었다. 이에 노르웨이에 진출한 미래 농수산은 연어의 완전 양식을 주장했다.
이곳 거대한 호수와 같은 트론헤임 앞바다에 대규모 연어 양식 단지를 만들었다.
“이번에 들어올 연어 치어가 10만 마리라고 했나?”
“아니. 30만 마리야.”
노르웨이의 대서양 연어는 평균 길이 71~76cm에 최대 150cm까지 자랄 수 있으며, 평균 무게가 3.5~5.5kg에 최대 26kg에 달한다.
치어 30만 마리중 3분의 1만 생존에 성공해도 10만 마리였다. 평균 5kg면 5백 톤이었다.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지금은 30~50% 생존율을 예상하지만…….
양식이 안정화되면 90% 이상 살릴 수 있었다. 그러면 5백 톤이 1천 톤 이상 되는 것이었다.
“휘유, 엄청나군. 그들을 먹이려면 사료값이 만만치 않겠는데….”
“걱정하지 마. 본사에서 충분한 양을 보내 준다고 했으니.”
미래 농수산은 양식 사료 회사도 운영하고 있었다. 수산물 가공 과정에서 부산물과 대두분(大豆粉) 등 다양한 단백질원과 영양소를 함유한 연어용 사료를 만들고 있었다. 미래 농수산은 막대한 수산물을 잡아서 가공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양도 상당했다. 그것이 양식 사료는 재활용되는 것이다. 버려지던 것이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어류 양식의 규모가 늘어나도 사료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노르웨이에 계속해서 연어 양식장을 늘린다지?”
“연어가 큰돈이 된다더군.”
이곳 주변과 다른 피오르 지역에 추가로 양식장을 만들고 있었다. 곧 연어 생산량이 1만 톤, 10만 톤, 수십만 톤으로 늘어 전 세계 사람의 식탁에 오르는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가 되는 날이 올 것이었다. 노르웨이의 양식 산업은 연간 수천억 달러의 시장 규모에, 연 수만 명을 고용하는 석유 산업 다음으로 큰 산업이 되었다.
“그 많은 양식장을 우리가 관리할 수 있을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핵심 양식장만 한국인이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이곳 노르웨이 사람들을 고용하게 될 거야.”
노르웨이와의 협약으로 일정 이상의 노르웨이인을 고용해야 했다. 그것이 북해 유전을 개발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면 우리가 이곳의 덩치 큰 노랑머리 코쟁이들을 가르쳐야 하겠군.”
“여기 사람들이 저래 보여도 은근히 순박해.”
“그건 그렇더군. 착한 사람들이야.”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고향에서 순박한 청년들이었던 바이킹이 배 타고 다른 지방으로 가면 그곳에서 잔인한 약탈자가 된다는 것을…….
물론 지금은 그런 바이킹의 시대가 아니었다. 계속 순박한 청년으로 남을 것이다.
* * *
“그럼, 미래 농수산에 대해 보고드리겠습니다. 현재 노르웨이에서 연어 양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수산에서 세운 목표는?”
“추후 60만 톤에서 백만 톤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미래 농수산은 연안 어업과 원양 어업에서, 양식업과 수산물 취급과 가공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연안 어업과 원양 어업을 일정 수준 유지하겠지만, 성장 동력은 양식업과 수산 가공업이었다.
“다른 부분은?”
“오키나와 부근 해상에서 참다랑어 양식도 시도 중입니다.”
참다랑어의 숫자가 줄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양식산 참다랑어는 선도가 좋았다. 아무리 급속 냉동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살아있는 것만은 못했다. 양식 참다랑어는 수요가 있었다.
“다만 치어의 생산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물에 잡힌 작은 녀석을 길러서 팔 생각입니다.”
연어는 알부터 성체까지 키우는 완전 양식이지만 몇몇 종은 그것이 어려운 녀석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뱀장어와 참다랑어였다.
“뱀장어와 참다랑어는 쉽지 않아. 혼획되어 잡히는 녀석을 치어로 사용해.”
완전 양식이 쉬운 종과 어려운 종은 몇 가지 차이가 있었다. 연어가 대표적인 쉬운 종이었다. 연어 알은 산란하는 알의 개수가 적고 물고기 알 중에 상당히 큰 편이었다.
태어나자마자 큰 난황(卵黃)을 가지고 있어 한동안 그 난황으로 성장한다. 난황을 다 소비하고 먹이를 섭취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상당히 자란 상태였다. 입이 커서 바로 사료를 먹을 수 있었다. 상당히 기르기 편한 종이었다.
“모든 양식 종을 다 완전 양식으로 할 필요는 없어.”
반면에 뱀장어나 참다랑어는 알이 매우 작았다. 그들은 그에 맞는 먹이 생물을 마련해 줘야 했다. 양식업의 대표적인 어종인 광어도 치어 단계에서 2번의 먹이 생물을 교체해 주어야 했다.
먹이 생물을 키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살아있는 생 먹이는 변수가 많았다. 입이 작으면 작을수록 단계가 복잡해지고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넓은 바다에서 산란하는 녀석들이 더 어려워.’
두 번째는 산란 장소의 문제였다. 연어는 깨끗한 계곡에 산란했다. 생각보다 부화 조건을 맞추어 주기 좋았다. 뱀장어는 태평양 심해에서 알을 낳았다. 참다랑어는 대양의 표층 해류가 지나가는 곳에 산란했다. 두 곳 모두 생각보다 부화 조건이 까다로운 곳이다.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면 치어를 잡아 키우는 것이 더 나았다. 꼭 완전 양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조개류도 마찬가지야.’
굴과 담치, 우렁쉥이 같은 것도 자연에서 종묘를 줄에 부착시켜 키웠다. 그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노르웨이에서 대구 양식도 요청해 왔습니다.”
연어 양식에 고무받은 노르웨이 정부에서 대구 양식을 부탁했다. 대구는 연어와 함께 노르웨이인들이 매우 선호하는 생선이었다.
“대구는 양식이 조금 더 까다로운데…….”
어류 양식은 어종마다 양식 난이도가 천차만별이었다. 대구는 연어와 참다랑어 사이의 난이도였다.
“우선 노력해 보겠다고 이야기해 줘. 그 정도로 만족할 거야.”
어차피 대구 양식도 시도할 것이었다. 대구도 연어만큼 가치 있는 생선이었다. 북해의 대구 생산이 감소해서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료가 문제겠어.”
“그 부분은 미래 농수산에서 어분의 양을 줄이고 대두분과 같은 식물 단백질의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수산 생물은 먹이 사슬이 복잡했다. 대형 어류의 경우는 수많은 먹이 단계의 상위권에 있었다. 그 말은 가축으로 친다면 호랑이나 사자를 사육해서 잡아먹는다는 말이었다.
사자와 호랑이를 풀을 먹여 키울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대형 어류는 단백질 요구량이 많았다.
수산물 가공 단계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어분의 형태로 사용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료를 만들지는 못했다. 가격과 수량이 문제였다. 일정 부분은 식물 단백질인 대두분을 사용해야 했다. 문제는 어류가 식물 단백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고기 대신에 콩가루를 먹이는 것과 비슷했다.
“진행 상황은 어때?”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콩의 단백질과 어류의 단백질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힌트를 주어야겠군.’
* * *
직원들이 노력해도 막힐 때 가끔 힌트를 주었다. 그것으로 인한 역사의 변화가 크지 않을 때만…….
“콩을 잘 못 먹는 아이에게 된장을 주면 잘 먹을 수 있을까?”
“콩을 못 먹는 아이들도 된장은 잘 먹지 않습니까?”
생각 외로 콩을 잘 못 소화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콩을 된장과 두부, 두유, 간장으로 만들어 주면 잘 먹는다.
“이것은 정유의 크래킹 기법과도 같아. 고분자 화합물을 저분자 화합물로 바꾸어 주면 전혀 성질이 다른 물질이 되지.”
“아! 발효를 활용하면 대두분으로 어분을 대체할 수가 있겠습니다. 콩으로 메주를 쑤는 것처럼 말입니다.”
콩으로 메주를 쑤는 것과 같았다. 발효의 민족 대한민국은 먹기 어려운 다양한 식품을 발효해서 유용하게 활용했다.
“단백질 사슬을 끊는 방법은 많아. 열과 압력, 촉매, 효소, 미생물, 산 처리 등 다양하지. 그것을 통하면 손쉽게 대부분을 어류가 섭취가 가능한 단백질로 바뀔 거야.”
콩을 간장처럼 아미노산 단계까지 잘게 조각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단백질은 흡수될 때 아미노산으로 흡수된다. 콩에서 간장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미노산은 쉽게 변질하니, 적당한 게 좋겠지.’
된장이나 간장이 짠 것은 산패를 막기 위함도 있었다. 분자 구조가 단순할수록 쉽게 변질하였다. 어류가 먹기 좋은 것은 부패 세균도 먹기 좋았다.
굳이 아미노산 단계까지 단백질을 쪼갤 필요는 없었다. 어류가 먹기 적당한 정도만 잘라주면 되었다.
“부회장님, 크래킹 기술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 산을 촉매로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한동안 그것을 까먹고 있었네. 산으로 간장을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산 분해는 간장 제조에 많이 사용되었다. 빠르게 진한 간장을 만들 수 있었다.
“산 촉매는 론풀랑크사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을 것이야. 다만 우리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콩으로 간장과 된장, 청국장, 두유, 두부 등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었다. 그것을 만드는 방법도 집집이 조금씩 달랐다.
론풀랑크의 석유 화학 분야를 인수할 생각이지만, 이왕이면 미래 그룹도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았다. 특허 하나하나가 돈이었다.
“제올라이트를 포함해서 다양한 크래킹 방법을 개발해 봐.”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발효 기술이 원유 크래킹과 연관되어 있다니, 세상은 참 모를 일이야.’
조상님들은 오래전부터 크래킹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발효가 크래킹이었다. 대한민국은 발효의 민족이었다.
‘발효도 일종의 화학 공학이야.’
발효를 위해서는 온도, 습도, 산도, 염도 등을 맞추어야 했다. 술의 경우는 증류해야 했다.
화력 조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약도 잘 만들었으니 화학 공학의 민족으로 불러도 되었다.
대한민국의 화학 공업이 발달하는 데 이 점도 조금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