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7)
본사
1953년 하순이 되자 휴전 협정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이때부터는 미군에서 일한 후 제일 바쁜 시기가 시작되었다.
한국에 남을 사람과 떠날 사람이 결정되었다. 떠날 사람들은 본국이나 다른 나라로 갈 준비하고 남는 사람들은 용산으로 이전을 준비했다.
휴전 발표와 용산 기지로 이전까지는 겨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휴전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어. 누가 고집을 부리고 있어서 그렇지.’
그 무모한 고집에 많은 군인이 전방에서 죽어갔다. 지금도 북진 통일을 외치고 있었다.
‘군인과 국민을 얼마나 더 죽이려고 저러는지.’
휴전이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물밑 작업이 이루어지고 미군은 철군 계획을 다 세워 두었다.
그가 고집을 꺾자 바로 이루어졌다. 이런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일이 몰려들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회사 일을 각 사장과 아버지에게 맡기고, 용산으로의 이전 일에 몰두했다.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한 앤더슨 대령이 말을 걸었다. 앤더슨 중령이 얼마 전에 대령으로 진급했다.
그의 진급 타이밍이 절묘했다. 한국을 떠날 때가 돼서 진급했다. 이곳에 그가 먹을 것이 더 없었다. 진급해서 연금이라도 많이 받으려는 것이다.
중령과 대령의 군인 연금은 상당히 차이 났다. 미국으로 돌아가서 계속 군 복무를 하든, 퇴역하든, 계급이 높은 것이 좋았다.
“아이언, 저번에 물어본 건을 알아봤는데…… 그건 힘들 것 같아.”
“무엇 때문인가요? 앤더슨 대령님께 도움 줄 일은 없는가요?”
‘또 뭘 바라…….’
“중장비들은 8군으로 옮겨져서 전후 복구 사업에 쓰일 모양이야.”
정말 그런 건지, 앤더슨 대령의 능력 밖의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쉽지만 안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깔끔하게 포기했다.
“전후 복구 사업에 쓰인다니 잘되었네요.”
“그래, 좋게 생각해. 다음에 좋은 건이 생길 거야. 그런데 이제 아이언을 못 봐서 어쩌나. 정이 들었는데.”
정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서로의 필요한 것을 채워 주면서 친해졌다.
“저도 그렇습니다. 서로 힘들 때 기댈 수 있었던 나무와 같았는데요.”
‘뭐야, 말하고 보니 마치 부부 같잖아.’
“역시 아이언은 뭔가 영적인 부분이 잘 맞는 것 같아. 이번에 교회에 나올 생각은 없어?”
“주말에도 바빠서요. 시간이 안 날 것 같아요.”
“주말은 주님이 쉬라고 주신 날이야. 그런 날은 일하지 말고 쉬어야지.”
교회 가기 싫어서 한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이야기를 다른 데로 돌렸다.
“가기 전에 인수인계는 어떻게 되는가요?”
이 말은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이 다 포함되어 있었다. 앤더슨 대령과 하는 사적인 일도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이번에 8군으로 가는 장교 중에 아이언을 원하는 이들이 많더군. 아마 좋은 곳으로 가게 될 거야.”
나도 좋은 자리가 필요하지만, 그들이 더 필요했다. 미군이 원하는 것을 미래 그룹은 깔끔하게 처리해 주었다.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였다. 이번에도 제일 끗발이 좋은 곳으로 갈 것 같았다.
* * *
“그럼, 이제 앤더슨 대령님과 마지막이네요.”
“그러네. 마지막으로 좋은 곳에 갈까?”
“좋죠.”
이곳에서 거리는 멀지만 동래에 있는 동래 별장으로 갔다. 부산에 몇 개 없는 요정이었다.
“미국에 가시면 이제 뭘 하실 것입니까?”
“전역하고 한동안은 쉬어야지.”
“그다음에는요?”
“괜찮은 일이 있으면 그때 하는 거지.”
‘이미 다 계획을 세워 놨을걸. 아마도 군납이 아닐까?’
돈 되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령으로 진급한 것도 그것과 관련 있지 않나 싶었다.
“아이언, 미국에도 진출했다며.”
“아직 규모가 작습니다.”
“아이언이 하면 금방 커질 거야. 괜찮은 건수가 있으면 나에게도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그와 다시 연락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지내는 연락처를 받았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그가 필요할 일이 있을지.’
그가 정말 군납을 한다면, 도움이 될 일이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미군의 베트남 전쟁 참여라는 큰 역사적인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일이 아니더라도 미국에 아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좋았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장교 중 친한 사람은 연락처를 받았다. 미국에 아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것을 이창동에서 전했다.
“이 사장님, 이 연락처를 잘 분류해서 보관해 두세요. 언젠가 필요할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회사의 자산으로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래 상사의 이창동 사장은 이제 상사 직원이 다 되었다. 이런 것이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상사에서 인적 자산도 중요한 자산이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자산일 수도 있었다. 거래에 인간적인 관계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쳤다.
바쁘게 일하는 사이에 미군 부대가 용산으로 이전할 때가 되었다. 그에 맞추어 미래 그룹과 가족들도 이사를 준비했다.
* * *
“강철아, 집은 어디에 구할 거냐?”
“아버지는 어디를 생각하시는가요?”
“성북동이 괜찮지 않으냐?”
성북동은 서울의 오래된 부촌이었다. 북한산 자락에 있어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이다. 오랫동안 재벌가의 저택들이 그곳에 있었다.
“성북동도 괜찮습니다. 다만 제가 다녀야 하는 용산과는 머네요.”
제대할 때까지는 미군에서 일해야 했다.
“그건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럼 너는 어디가 좋겠냐?”
“한남동이 어떻겠습니까? 뒤쪽에 산이 있고 한강과도 가깝지요.”
“거기는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지 않느냐?”
한강과 가까운 한남동은 지금 그런 인상이었다.
“미군의 용산 기지가 들어오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미군들이 그 주변을 정비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그다지 내키지 않는구나.”
“대신에 부지를 크게 구하여 집을 잘 꾸며 놓으면 됩니다.”
“한번 생각해 보자꾸나.”
미래에는 성북동의 재벌가의 저택들 대부분이 한남동으로 이사 온다. 한남동이 재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 된다.
지금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 싸게 좋은 땅을 살 수 있었다. 용산에 미군이 이전하는 것도 서울의 강북에서 개발이 덜 된 곳이어서 그렇다.
그런 곳치고는 용산의 위치가 나쁘지 않았다. 한남동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라면 수백 평, 아니, 수천 평이라도 싸게 땅을 살 수 있었다.
‘저택을 지을 건설사도 있겠다, 뭐가 문제겠어.’
그룹은 미래 주택이라는 건설 업체도 가지고 있었다. 원하는 대로 넓은 땅에 멋진 저택을 지을 수가 있었다. 굳이 복작복작한 성북동에 갈 이유가 없었다. 큰 집을 경호할 인력은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
‘한강 근처라 강이 오염되면 냄새가 문제이긴 한데, 조금만 고생하면 돼. 한강에 정화 시설이 곧 들어올 거야.’
한강이 똥물이 되지만 한강 변이 개발되면서 정부에서 정화 시설을 설치했다. 그 과정을 좀 더 빠르게 일어나게 하면 되었다.
거기에 한남동이 강변 지역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산의 끝자락과 매봉산 아래도 포함되었다.
그곳은 각국의 대사관들이 들어서는 자리였다. 그 부근에 땅을 구할 생각이었다.
한남동은 용산과 가깝고 서울역과도 가까웠다. 나름대로 괜찮은 곳이다.
무엇보다 훗날 집값 중 최고를 찍는 곳이다. 지금은 넓은 땅을 사서 저택을 싸게 지을 수가 있었다.
“그럼, 그룹의 본사는 어디에 지을 생각이냐?”
“아버지는 어디를 생각하십니까?”
“광화문이 어떻겠느냐?”
‘광화문도 나쁘지 않지만…… 더 좋은 곳이 있어.’
* * *
“광화문보다는 서울역 맞은편이 어떻겠습니까?”
“서울역 말이냐? 너무 번잡하지 않냐? 광화문이 나을 것 같은데…….”
“현재 미래 그룹 주력사들이 대부분 부산에 있습니다. 한동안 직원들이 부산에 자주 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서울역이 괜찮습니다.”
미래 그룹 관련 회사 대부분이 부산에 있었다. 앞으로도 부산에서 할 일이 많았다.
본사였던 부산 사무소도 부산역 근처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서울역 부근이 가장 적당했다.
아버지도 그 부분은 인정했다. 그래도 광화문을 아쉬워했다. 현재 서울의 중심은 광화문 일대였다.
“거기는 전쟁에 많이 파괴되어 괜찮은 건물이 없을 건데…….”
“그러니, 오히려 잘되었지요. 땅을 넓게 사서 멋지게 빌딩을 올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서울역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것에 비해서 주변에 큰 건물이 없었다.
“그곳에 새로운 빌딩을 짓는다고? 그러면 돈이 많이 들지 않느냐.”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에게 건설사가 있습니다. 거기에 시멘트 공장도 있지 않습니까?”
“음…….”
그룹에 시멘트 공장과 건설사가 있는 것이 큰 이점이었다. 곧 삼척에 건설 중인 시멘트 공장이 완공된다.
이번 본사 건립 공사는 그 시멘트를 사용하는 첫 공사가 될 것이었다.
‘시멘트 콘크리트와 철근이 건축 재료로서 벽돌을 대체해야 해.’
미래 그룹에서 시멘트를 사용해서 먼저 보여 주어야 다른 이들도 그것을 따를 것이다. 시멘트는 한동안 수출이 주력이겠지만, 국내에 수요가 있으면 더 좋았다. 판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본사 건설은 건설사에 일감을 몰아 주고, 시공 능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빌딩을 신축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알겠다. 그렇게 하자.”
아버지의 승낙이 떨어졌다. 이번에 제대로 멋진 빌딩을 지을 생각이었다.
“아버지, 이번에 본사를 짓는 김에 크게 짓죠.”
“크게 짓는다고? 대체 얼마나 크게 지을 생각이냐.”
아버지는 크게 짓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내가 한번 하면 일을 크게 벌였다.
“20층짜리 빌딩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높으면 어떻게 사람들이 꼭대기까지 다니라고?”
아직 20층짜리 건물이 서울에 없었다. 1970년에 완공된 31층의 3·1빌딩이 한국 최초의 고층 건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것을 떠올리지 못하셨다.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엘리베이터에 관해 설명했다. 아직 한국에 흔하지 않았다.
백화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자. 그것을 한번 타 보기 위해 사람이 몰려드는 시기였다. 일반 건물에는 거의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음…… 그래도 20층은 너무 높다.”
“미국은 100층짜리 건물과 수십 층짜리 마천루가 즐비합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1931년에 완공되었다. 뉴욕에는 이미 수십 층짜리 고층 건물이 많았다.
고층 빌딩에 관한 건축 기술은 이미 확립되어 있었다. 빌딩 건설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그건 미국이고, 한국은 다르다.”
“한국에도 그런 건물들이 즐비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돈은 어떻게 할 거냐. 아무리 우리가 직접 시공한다고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결국 돈이 문제군. 우리가 직접 짓는다고 해도 재료비도 생각해야 하니.’
지금 이 시기에 그런 건물을 짓는다고 하면 시멘트를 제외한 재료를 수입해야 했다. 그것에 많은 외화가 들어갔다.
듣고 보니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 직접 짓는다고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외화가 들어갈 곳이 많았다.
여기에 너무 큰돈을 쓰기에는 아까웠다. 대신에 서울역에 세우기로 한 목적은 충족시키기로 했다.
“그럼 10층으로 높이를 줄이겠습니다.”
그 정도만 되어도 서울역 부근의 명소가 될 수 있었다.
서울역에 내리는 사람들은 미래 그룹 본사를 보고 감탄할 것이다. 그룹을 전국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미래 그룹이 이렇게 큰 회사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어.’
아직 10대 그룹에는 못 미치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크게 각인이 될 것이었다. 광고 수단이 별로 없는 이 시대에 가장 좋은 광고판이었다.
기업의 이미지가 좋으면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서울역 앞에 큰 빌딩을 세우는 것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었다.
“그런데 네 말대로 한다 해도 공실이 많이 날 것인데…… 우리가 그렇게 많은 사무실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냐?”
“서울역 부근에 사무실이 필요한 회사는 저희 말고도 많을 것입니다.”
전쟁이 끝나면서 많은 회사가 새로 생기고 있었다. 서울역에 생기는 멋진 빌딩은 그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다.
― 아, 저희 회사요? 서울역에 있는 미래 그룹 빌딩에 있습니다. 거기 3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 좋은 곳에 회사가 있네요.―
― 하하, 한국에서 제일 좋은 빌딩입니다.―
“빈 사무실은 빌려주면 됩니다. 그것도 오래가지 않을 거예요. 곧 넓은 빌딩을 미래 그룹의 직원으로 다 채울 것입니다.”
한국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재벌이 목표였다. 그것을 향해서 달려가다 보면 빌딩은 금방 비좁아질 것이다.
‘그때쯤에는 강남의 요지를 선점하여 본사의 빌딩을 옮겨야지. 서울역 빌딩은 팔아도 되고 강북 사무소로 두어도 되고. 선택지는 많아.’
미래 그룹의 서울역 본사 시대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서울에 미래 그룹이 건설한 고층 빌딩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꿈에서 본 것이냐?”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