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76)
운 변화의 시작
“이번 선거에서 현 대통령이 크게 압승할 것 같습니다.”
“음…… 수고했어. 예상대로네.”
올해 대통령의 재선이 있었다. 이 시기 미국처럼 한국은 4년 간격으로 선거했다. 총 8년간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 대통령은 경제발전의 성과로 높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하여튼 숟가락 얻기는 잘해.’
한국의 경제 성장을 자신의 치적으로 선전했다. ‘멍청아, 문제는 경제야.’라는 미국 대통령의 선거 문구대로 경제가 호황이니,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등 따습고 배부르면 웬만한 건 넘어가 준다.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다면…….
‘3선을 시도하는 시점에서 분기점이 될 거야. 종신 대통령(유신)을 계획하면 국민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거니까.’
한민족의 기질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오랜 외세의 침략을 받아 저항 정신이 강했다. 나라의 위기 때는 언제나 의병이 일어났다.
‘이런 기질 때문에 조선이 유교에 목을 매었는지도 모르지.’
유교로 백성을 철저히 세뇌해야지 겨우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다. 한민족은 왕이나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요건도 까다로웠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언제나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려는 자들과 쉽게 속지 않는 자들 간의 전투였다. 그 덕분에 굴곡은 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정해진 8년이라는 임기를 어기고 편법으로 정권을 연장하려 할수록 국민의 저항은 강해질 것이다.
‘적당히 욕심을 부렸으면 마무리가 괜찮았을 것인데……. 문제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지.’
사람의 욕심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는 변함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역사가 어떻게 변하든, 큰 상관이 없었다. 미래 그룹의 힘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튼튼한 뿌리를 가진 거목처럼, 웬만한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 * *
미래 운수는 경제 발전으로 물동량이 크게 성장했다. 거기에 고속도로 건설과 도로의 확충도 이바지했다. 내륙에 있는 공장에서 항구까지 상품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필수였다.
미래 운수는 컨테이너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함으로써 국내 육상 운송량 대부분을 가져왔다. 버스 사업도 순조로웠다.
“다른 계열사에 비하면 규모와 성장 속도가 미미하네.”
운수가 아무리 성장해도 다른 계열사에 미치지 못했다. 다른 사업들은 세계를 상대하는데…… 운수는 국내에 머물렀다.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운수업은 나라마다 규제가 심해, 쉽지 않아.”
버스나 택시, 화물 운송은 많은 자국민을 고용한다. 고용 안정을 위해 쉽게 국내 시장을 내어주지 않았다. 고용이 많은 사업의 특징이었다.
미래 그룹의 사업 중에 그런 것이 상당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백화점이었다. 유통도 운수와 마찬가지로 폐쇄성이 강했다. 국가마다 현지 업체가 강세였다.
“S.P.A가 특수한 거야.”
다행히 S.P.A는 시장이 큰 미국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유럽과 한국에도 정착할 수 있었다. 한국은 미래 그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럽은 현지화와 멤버십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었다.
“백화점은 쉽지 않아. 국내에 머물러야 할 거야.”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전 회자에도 백화점 체인은 없었다. ‘해 보긴 해 봤어.’라는 말도 있지만…… 안 해 봐도 아는 것이 있었다.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 맛볼 필요는 없었다.
‘백화점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도 그리 크지 않고. 크게 매력 있는 사업 모델도 아니야.’
백화점 사업은 미래 그룹에 필요한 만큼만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그래도 서울에 이어 부산에도 미래 백화점을 건설했다. 서울에 3호점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재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 * *
“호텔과 리조트는 부산과 제주도에 짓고 있습니다.”
부산에 미래 호텔을 짓고 있었다. 부산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방문하기에도 매력적인 도시였다. 그곳에 호텔과 함께 카지노 설치도 준비하고 있었다. 부산은 일본 서부와 가까웠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관서 지방과 부산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부산에 방문하는 일본인이 많았다. 그들을 위한 호텔과 함께 카지노가 필요했다.
“제주도 미래 리조트는 공항과 가까운 애월읍 쪽에 짓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일본인들보다 내국인에게 인기였다. 얼마 전 미래 항공이 김포와 제주도 노선에 취항했다. 본격적으로 제주도 관광 시대가 열렸다. 제주도가 신혼여행 관광지로 떠올랐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신혼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었다.
아직 외국은 무리지만…… 해외 느낌이 나는 제주도가 큰 인기를 끌었다.
“제주도 여행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봐.”
제주도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섬이었다. 관광 자원도 풍부했다. 이제 슬슬 개발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 * *
김포에서 제주도로 보잉 737―200이 향하고 있었다. 707―320C가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대형 기종이라면, 737―200는 중·단거리 용이었다. 보통 국내선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미래 항공도 그 기종을 도입하여 제주 노선에 투입했다. 그곳에 50쌍에 이르는 커플이 타고 있었다. 모두 신혼여행의 단꿈을 꾸고 있었다. 그들 속에서 두 사람이 조용히 소곤거리고 있었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에요? 우리 처지에 제주도로 신혼여행이라니.”
“괜찮아. 그동안 둘 다 열심히 살아왔잖아. 가끔은 이런 사치를 부려도 돼.”
그들은 이현주와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아니, 김강현이었다. 김강현은 베트남의 건설 현장에서의 일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장거리 연애를 이어오던 이현주에게 청혼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하고 강남에 24평 신혼집을 마련했다. 내친김에 그동안 모은 돈으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래도 나중에 아이도 태어나고 더 큰 집으로 옮기려면 돈을 더 모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지만…… 사람은 필요할 때는 써야 해. 이 돈은 현주를 위해서 베트남에서 놀고 싶은 것을 참고 모은 돈이야. 그러니, 이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줘.”
자신을 위해서 힘들고 위험한 베트남에서 쓰지 않고 모았다는데…… 뭐라 할 수 없었다.
“고마워요. 그래도 이 돈은 강현 씨가 힘들게 모은 소중한 돈이에요.”
“그러니, 당신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거야.”
이현주는 그런 말을 듣고 감동했다. 자기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소개해준 오빠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은근히 오늘 밤의 일이 기대되었다.
* * *
“부회장님, 호텔과 리조트 사업은 해외 진출을 하지 않으실 것입니까?”
“우선 국내에 집중할 생각이야.”
호텔과 리조트 사업도 운수나 백화점처럼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레드 오션이야. 굳이 무리해서 해외 시장에 뛰어들 필요가 없어.’
호텔의 경우는 국제적인 대형 체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큰돈이 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백화점이나 호텔과 같은 사업은 투자비가 많이 들고 인건비의 비중이 높은 사업이었다. 경쟁도 치열하여 그다지 재미없는 사업이었다.
미래 그룹이 호텔과 백화점 사업에 뛰어든 것은 그것들이 가진 부가적인 효과 때문이었다.
미래 그룹과 대한민국의 이미지 개선과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함이었다.
“이 부분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하자고.”
언젠가는 해외에도 진출할 것이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 * *
“곧 미래 항공에서 김포와 프랑크푸르트 노선에 새로운 항공기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미래 항공도 꾸준히 성장했다. 서두르진 않지만, 보유한 항공기는 장거리인 707―320C가 6대, 중·단거리 항공기인 737―200이 2대나 되었다.
해외는 일본 노선에 3대, 미국에 1대, 베트남에 1대, 이번에 취항하는 유럽에 1대였다.
국내는 부산과 제주도에 각각 취항했다.
“이전 기회에 미래 관광의 유럽 지사를 강화해.”
유럽에 항공기를 취항하는 것은 미래 관광을 위해서였다. 물론 관광이 돈이 되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미래 관광은 상사와 함께 미래 그룹의 정보원이었다.
‘파독 근로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함도 있고.’
미래 그룹이 훽스트사의 석탄 사업 부분을 맡으면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독일로 보내졌다. 그들은 3년간의 계약 기간을 마친 후 전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
그들은 미래 그룹의 중요한 자산이자, 정보원이기도 했다. 미국과 동남아, 유럽에 안테나를 심었다.
“부회장님, 대통령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현 대통령의 압승입니다.”
저번 회차보다 더 큰 차로 여당이 승리했다.
‘야당도 혁신이 필요해. 구태의연한 모습으로는 선거에 승리할 수 없어.’
“이번에 미국으로 갈 테니, 준비를 해 줘.”
대통령 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미국에서 할 일이 많았다. 한국은 평온하지만…… 세계 정세는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 * *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미래 항공의 여객기에는 베테랑 스튜어디스인 김나영이 탑승했다. 오래전 L.A로 가는 특별기에서 이강철 부회장을 담당한 승무원이었다.
그때는 L.A를 처음 방문했던 신출내기 승무원이었지만 지금은 L.A와 베트남, 일본 등을 제집처럼 오고 가는 베테랑이었다.
김나영은 이제 여러 후배를 거느린 사무장이 되었다. 미래 그룹은 빨리 성장하는 만큼 승진도 빨랐다. 특히 그녀는 여러 중요한 운행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간부들의 신임을 사 후배 교육을 담당하는 중요한 위치를 맡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사무장님.”
“반가워요. 오늘부터 미래 항공 스튜어디스로 근무하게 된 분들이시죠?”
“네, 사무장님.”
“저는 잘 아시다시피 미래 항공 사무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나영이고, L.A 첫 비행, 베트남 첫 비행들처럼 미래 항공의 중요한 순간과 함께한 운수 좋은 사람이랍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있는 동안 잘 배워 가셔서, 미래 항공의 역사와 함께할 수 있는 스튜어디스가 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무장님!”
그렇게 첫 비행을 준비하려고 몸을 돌리는데, 뒤의 후배 스튜어디스들에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났다.
김나영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나 싶어서 귀를 기울여 보았다.
“네가 한번 여쭤봐.”
“아이, 부끄러운데…….”
“그래도, 어제 네가 여쭤보기로 약속했잖아!”
“아이, 참…….”
무엇을 물어보려는지는 몰라도, 한참 어린 후배들이 귀여워 김나영은 살짝 미소짓고 말했다.
“자자, 고민하지 말고 편하게 물어봐요. 어떤 게 궁금한가요?”
“앗…… 사무장님, 그게……!”
“편하게 말해 보세요.”
“저기, 그, 대단한 것은 아닌데…… 이강철 부회장님을 가장 많이 수행하신 스튜어디스시라는 말씀을 들어서, 혹시 부회장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실까요?”
김나영은 더 큰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도 늘 큰 인상을 남겼던 부회장님이, 후배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기꺼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기꺼이 부회장님을 수행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풀기로 했다.
“보자……. 처음 부회장님을 뵌 것은 L.A로 가는 특별 노선에서였어요…….”
그녀는 L.A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부회장님께 격려를 받고 미래 항공을 뼈를 묻기로 다짐했던 이야기, 부회장님이 베트남으로 가는 노선 중 한 차례 승객 대신 김치와 편지를 담아 가도록 지시하셨던 이야기, 유럽 노선에서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해 주었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우와…… 이강철 부회장님에 대한 소문은 정말 다 사실이었군요?”
“맞아요. 부회장님은 절대 미래 그룹 사우들에게 거짓말을 하시거나,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으세요. 여러분이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들인지, 앞으로도 더욱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희도 부회장님을 만나 뵙고 싶어요!”
“호호, 여러분이 열심히 노력해서 미래 항공을 대표하는 스튜어디스가 되었을 때, 부회장님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을 거예요. 부회장님은 늘 세계를 바쁘게 돌아다니시니까요. 그런 만큼, 지금의 교육도 집중해서 잘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아시겠죠?”
“”네, 사무장님!””
김나영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최고 임원이 누구에게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이강철 부회장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부회장님의 존재로 오늘 신입 스튜어디스들은 더욱 애사심을 가지고, 더 뛰어난 스튜어디스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녀는 부회장님처럼, 아랫사람에게 자랑거리가 되는 사람이 돼 보자고 오늘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