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79)
KCGF 행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한식 전시 부스였다.
문화 행사에 먹을 것이 없으면 팥소 없는 찐빵이었다. 먹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었다.
한식 연구소의 김형준 소장은 KCGF 행사에 앞서 언론사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하지만…… 잘 해내야 해.’
그는 오랫동안 한식 연구에 몸을 바쳤다. 그런 그에게 이번 행사는 그 노력을 보상받는 중요한 자리였다. 곧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저는 워싱턴포스트지의 토마스 기자입니다. 이번 KCGF 한식 행사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행사의 취지에 맞게 한식을 몇 가지 주제로 구분했습니다.”
“그 주제는 무엇입니까?”
“한식의 특징인 발효와 반찬, 비빔으로 구역을 나누었습니다.”
그 나라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은 식문화(食文化)였다. 음식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것이 녹아 있었다.
“한식에서 발효란 어떤 의미입니까?”
한식의 특징 중 하나는 발효 문화였다.
“발효 식품은 처음에 음식물을 오랜 기간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한반도에는 발효 문화가 발달하기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사계절이 명확했다. 특히 겨울은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다. 소금에 절여 채소와 수산물을 보관했다.
“소금으로 저장한 음식이 발효되어 한식의 중요 특징이 되었습니다.”
그것에 두 가지 환경이 더해졌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입니다. 수산물이 풍부합니다. 반면에 바다가 없는 곳은 콩이 잘 자라는 지역입니다. 이러한 풍부한 수산물과 콩이 발효 음식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수산물은 젓갈이 되어 식탁을 풍요롭게 했다. 콩은 된장과 간장, 고추장이 되어 각종 조미료가 되었다. 수산물과 콩은 한국의 발효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특히 젓갈은 김치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이 없는 한국 음식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여러분이 먹는 콩은 한반도 북부가 원산지입니다. 덕분에 콩을 활용하는 식문화를 다른 나라보다 일찍 발달시킬 수 있었습니다.”
대두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물이었다. 콩과 관련된 요리에서부터 기름, 사료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곳의 원산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콩의 원산지는 두만강 유역이었다. 그것이 만주와 중국의 하북(황하 북부) 지방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콩은 한식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자재입니다.”
“그것은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작물이 아닙니까?”
누군가 엉뚱한 소리를 했다. 악의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평상시의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콩은 건강에 좋은 작물입니다. 발효나 가공하면 더욱 좋아지지요. 그런 콩을 가축에게만 먹이기는 아깝지 않습니까?”
“하하.”
“하하하.”
가벼운 농담으로 간담회의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미국에서도 이미 콩의 장점이 알려졌었다. 질문을 한 사람은 뭘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본전도 못 찾았다.
“콩을 발효시킨 각종 장류와 수산물을 이용한 젓갈류, 채소를 발효시킨 김치가 한국 음식의 기본을 차지합니다. 모두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입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다.
“한식이란…… 한민족의 전통 식품입니다. 동시에 현대인의 건강을 지키는 음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기사들이 간담회의 내용을 받아적기 시작했다 이러한 내용이 기사화되어 한식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 * *
“이제는 한식의 또 다른 특징인 반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식을 보시면 밥상에 밥과 함께 다양한 반찬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반찬이 한식의 특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한식은 왜 불필요하게 많은 반찬이 있나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에도 한민족의 지혜가 녹아있습니다.”
“지혜라고요?”
“쌀의 원산지 중 하나가 한반도 남부라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그런가요? 중국이 아닙니까?”
“한국이 중국과 함께 쌀의 원산지 중 한 곳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남부에서 오랜 기간 쌀농사가 지어져 왔습니다.”
쌀의 원산지에 대한 논쟁은 명확하게 어디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쌀의 경작은 빠르게 전파되었다. 인도나 중국, 한반도 모두 원산지가 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한민족이 오랜 세월 동안 쌀농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쌀은 우수한 작물이나, 도정 과정에서 쌀눈이 빠져 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하얀 쌀밥은 쌀눈이 빠진 쌀이었다.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과 필수 영양소가 사라진 탄수화물만 많은 음식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 반찬 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쌀밥만으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반찬이 채워 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한식은 영양이 균형 잡힌 식사입니다.”
세상에는 의외로 균형 잡힌 식단이 많지 않았다. 한식은 각종 채소와 고기가 밥과 어우러져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였다.
“이것이 한식의 우수성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한식은 발효와 함께 반찬으로 전 세계에 건강식으로 알려지게 된다.
* * *
“그럼, 마지막 비빔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이제 기자들도 한식의 각 섹션(구역)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비빔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비빔은 그들이 보기에 멀쩡한 음식을 마구잡이로 섞는 일이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요리의 참맛을 모르는 어리석은 방식이었다.
“한식의 비빔 문화는 여러분들에게 생소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한민족의 생활 지혜가 담긴 음식입니다.”
조상님들은 관혼상제(冠婚喪祭)로 음식이 남았을 때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남은 음식과 반찬으로 비벼서 먹었다. 비빔은 남는 음식을 버리지 않고 훌륭하게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비빔은 앞서 말씀드린 반찬 문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반찬은 부족한 영양소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재료로 많은 가짓수를 만들게 됩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남기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비빔은 그것을 남기지 않고 사용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럼, 단순히 음식을 재활용한다는 말입니까?”
음식을 남기지 않고 활용한다는 말은 재활용한다는 말도 되었다. 재활용은 좋은 것이지만, 음식에서 재활용을 안 좋은 의미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먹던 것을 다시 내온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
“단순한 재활용과는 다릅니다. 비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입니다. 각각의 다른 반찬을 섞어서 새로운 맛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비빔밥 속에 그것이 잘 녹아 있습니다. 직접 맛을 보시죠.”
기자들 앞에 전주 비빔밥이 차려졌다. 기자들은 비빔밥의 오색찬란한 색상과 다양한 재료에 감탄했다.
“아! 단순히 남는 재료를 뒤섞는 것이 아니군요.”
“직접 비벼서 한번 드셔 보십시오.”
행사 진행 요원이 나서서 비빔밥을 비벼 주었다. 각종 채소와 고기, 달걀, 장이 버무려진 음식이었다.
기자들은 먹는 것을 망설였다. 좋은 재료를 마구잡이로 비벼 놓은 모습은 먹는 것을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기사를 적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먹어 보고 평가를 해야 했다.
숟가락으로 비빔밥을 한입 떠먹자, 그들의 눈이 커졌다. 그들이 평생 맛보지 못한 오묘한 맛이었다.
참기름은 비빔밥에 향기와 함께 고소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고추장은 매콤한 맛과 함께 음식에 단맛을 더했다.
각종 채소는 씹는 맛을 더하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을 나타내었다.
음식 중간에 드문드문 섞여 있는 고기는 부족한 단백질을 충족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이 섞여서 내는 조화로운 맛이 그들을 놀라게 했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니.”
“우리가 그동안 헛살았군.”
“한식은 한민족의 정신을 나타냅니다. 발효는 과학입니다. 반찬은 조화입니다. 비빔은 다양한 문화를 흡수해서 재창조해 내는 능력입니다.”
“한국의 음식에 그런 대단한 뜻이 있었구나…….”
“한식은 한민족과 함께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오늘의 간담회는 기사화할 내용이 많았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KCGF 행사에 온 것이 아깝지 않았다. 오늘의 내용이 1면 기사로 나갈 것이다.
―한식에 녹아 있는 과학의 원리. 워싱턴 포스트.―
―한식은 매직이다. L.A 타임스.―
―당신의 건강을 챙겨주는 음식, 한식. 뉴욕 타임스.―
이러한 홍보 덕분인지, KCGF 행사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행사는 대성공이었다. 행사는 일주일 이상 이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이다.
* * *
채움 미술관의 초유진 관장은 KCGF 행사의 주관자로서 쉴 틈 없이 바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한식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미국에 정착시키는 일이다. 오늘은 L.A ‘아리랑’ 개점식에 참석했다. 아리랑은 한민족의 대표적인 민요였다.
“개점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네, 전통 한식에서 퓨전 한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준비했습니다.”
L.A의 아리랑은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층마다 식당이 다 달랐다.
“1층은 패스트푸드처럼 가볍게 먹고 포장해 갈 수 있는 비빔밥을 위주로 준비했습니다.”
1층 비빔밥은 특이한 식당이었다. 마치 뷔페처럼 각종 나물과 채소, 반찬, 장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비벼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원한다면 포장해 가는 것도, 주문해 먹는 것도 가능했다.
비빔밥은 이미 조리된 음식을 섞어 먹는 것이라 패스트푸드화에 유리했다.
“2층은 외국인이 좋아하는 불고기와 한우, 돼지 갈비, 삼계탕 위주로 준비했습니다.”
한민족은 생각보다 고기를 많이 먹는 민족이었다. 동아시아에서 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았다. 따라서 고기를 재료로 한 음식 문화도 발달했다. 굽고 찌고 삶는 요리가 많았다. 외국인들은 그러한 요리에 열광했다.
“3층은 전통 한식 코너입니다.”
그곳은 한정식 식당이었다. 수많은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정식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한정식은 한식의 총아(寵兒)였다.
젓갈과 각종 장류, 전과 부침, 국과 나물, 구이와 찜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4층은 퓨전 한식입니다.”
한국은 반도 국가라 새로운 문물이 음식에 빨리 반영되었다. 고추나 호박, 감자, 고구마 등 외래 작물도 자연스럽게 한식에 녹아들었다. 그것은 해방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떡볶이와 어묵, 핫도그, 부대찌개, 치킨 등 외국의 음식 문화와 재료를 받아들여 한국화한 것이 많았다.
퓨전 한식은 그런 것들을 모아 놓은 자리였다. 그래서 아리랑의 4층은 한식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 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어떤 새로운 음식이 태어날지 기대되었다.
“개점일이 기대되네요.”
개점 당일 아리랑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서양인도 있었다. L.A에서는 이미 한식이 널리 알려졌다. 미래 그룹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기대도 많이 받았다.
아침부터 긴 줄이 아리랑 빌딩 앞에 늘어섰다.
식당의 지배인이 목소리가 높아졌다.
“관장님, 대성공입니다.”
“아직 몰라요. 오픈보다 중요한 것은 한 번 방문한 고객이 계속 찾아오게 하는 거예요. 고객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을 다해 주세요. 그분들이 돌아갈 때 만족을 선사해 주세요.”
KCGF 행사와 아리랑의 개관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초유진은 그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강철 씨를 혼자 독차지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그녀에게 내어줄 수는 없어.’
얼마 전에 김영란이 거둔 성과에 대해 들었다. 그녀는 한복을 포함하여 많은 부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자신의 것을 확고하게 지키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었다. 그녀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KCGF 행사와 아리랑 프랜차이즈는 그 시작을 알리는 작은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