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83)
반의 장전된 총
이강철이 미국에 간 사이에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홍등가로 유명한 리버반의 뒷골목을 한 무리의 사내들이 죽어라고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김종칠과 그 부하들이었다.
“헉헉, 헉헉. 여기서 멈추지 마. 뒤처지면 추격자들에게 잡힌다고! 타국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그 말이 끝나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성인용품점 사이에 쪽문이 빼꼼히 열렸다. 김종칠의 비밀 아지트였다.
“모두 이쪽으로 빨리 들어가세요! 뒤에 꼬리는 안 붙었죠?”
“다행히 이 앞 골목에서 따돌렸어.”
리버반의 골목은 서로 비슷비슷해서 한번 놓치면 찾기가 어려웠다. 불빛이 어두운 방 안에서 급하게 숨을 돌린 남성 다섯 명이 서로 다투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냥 가만히 서서 잡혀 줘야 하겠어?”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죠. 이대로는 안 됩니다.”
“모두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부장님도 함께 계시는데…….”
“아니, 괜찮아. 지금은 부장도 아닌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도, 부장님…….”
김종칠은 자신이 어쩌다가 이 지경으로 몰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여태까지 그를 위해 충성을 다했다. 손에 온갖 더러운 것을 묻혀 가면서…….
그 와중에 콩고물 조금 묻었다고 자신에게 이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느꼈다.
‘내가 그놈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 주었는데…….’
“자네들은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한번 편하게 말해 보게.”
“……외람된 말씀이지만, 각하께 가서 살려 달라고 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김종칠의 심복인 이복형이 난리를 쳤다.
“야, 이 새끼야! 너만 살겠다고 상관을 버려?”
그의 말이 맞았다.
순순히 찾아가서 살려 달라고 빈다고 하면, 다른 사람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김종칠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구린 부분을 꿰고 있는 김종칠을 살려 두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는 여기에서 배신자가 나올 거야.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해. 이렇게 흐지부지 도망만 다니다가 체포되는 건 최악이다.’
“복형이, 자네도 참게. 저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어찌 부장님을 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아닐세. 이제는…… 자네들을 놓아줘야 할 때가 된 것 같군.”
“부장님, 흑흑.”
그 말에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모두 군에서부터 자신에게 충성을 바쳤던 부하들이었다. 당장 이렇게 오랜 시간 추적당하는 와중에 여기까지 따라온 것만으로도 그 충성심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들도 이제는 한계에 몰렸다.
“자, 모두 순순히 잡혀 준 후 각하에게 가서 잘못을 빌게.”
“아니, 부장님! 저희가 잘못한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아무리 토사구팽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이것도 각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신 거지. 하늘은 우리의 믿음에 시련을 주신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도 각하께서 우리를 충성을 시험하기 위한 일일지도 몰라. 아니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결단이시겠지.”
‘이 원한을 절대 잊지 않겠다. 언젠가 반드시 되갚아 주지.’
“부장님은 사람이 너무 좋으십니다.”
“내가 사람이 좋다니. 이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는데…….”
“하지만, 그것은 각하와 함께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 일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실컷 부장님을 이용해 놓고 이런 식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것은 억울합니다.”
‘각하는 무슨, 은혜를 모르는 XXX지. 내가 저를 그렇게 애써서 왕으로 만들어 줬는데……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이 배신하다니 말이야.’
김종칠은 자신을 킹메이커라고 생각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에 자기의 역할이 컸는데, 그런 자신을 이제 와서 처분하려는 모습에 더욱 큰 배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분노하며 부하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은 하책이었다.
김종칠은 자신이 그렇게 어설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화를 내는 대신 부하들을 좋은 말로 달랬다.
“너무 억울해하지 말게. 지금은 각하가 간사한 무리에 둘러싸여 있으나, 언젠가는 내 충심을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어.”
“부장님, 당장 부장님께서는…… 흑흑.”
“지금부터 자네들은 어서 한국 대사관으로 가서 자수하게. 각하가 자네들까지는 죽이진 않을 것일세.”
“그럴 순 없습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하네. 자네들이 각하에게 가서 나의 충심을 알려야 하네. 각하께서 저 간악한 무리에게 계속 농락당하도록 둘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어허, 내 말을 들어! 그게 자네들도 살고 나도 사는 방법이야.”
“네, 알겠습니다. 부장님……. 반드시 각하를 설득하겠습니다. 크흐흑.”
부하들이 떠난 후, 김종칠은 홀로 아무도 모르는 비밀 아지트로 향했다. 그곳은 방금까지 따라오던 부하들도 모르는 곳이었다. 김종칠도 그처럼 부하들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인간일 뿐이었다.
‘왕을 만든 자는 다시 왕을 왕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지.’
그의 머리에는 옛날에 읽은 역사책이 떠올랐다. 그것은 고려 말 무신 정권 때의 일이었다.
―이 세상에 왕후장상에 어찌 씨가 따로 있겠는가!―
비록 고려 시대의 만적은 실패했지만…….
‘나는 만적보다 영리해. 다른 무엇보다도, 나를 숨기고 기회를 기다릴 줄 아니까 말이야.’
그는 만적처럼 어리석게 모반에 대한 소문을 낼 생각이 없었다. 숨죽이고 있다가, 때가 오면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될 생각이었다.
그는 만적과는 다르게, 모반을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노비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그 XXX보다는 내가 왕 자리에 더 어울려.’
칼로 일어난 자, 칼로 망했다. 또한 총으로 일어난 자, 총으로 망했다. 김종칠은 자신의 품속 총을 만지작거렸다.
‘이거 한 방이면…… 나도 왕이 될 수 있어.’
하지만…… 김종칠이 지나친 것이 있었다.
그가 총으로 일어날 만큼 강력한 힘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총으로 일어난 자 총으로 망한다는 말은 그 스스로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 * *
인디애나폴리스를 떠난 후 뉴욕으로 왔다. 그곳에 미래 그룹 미주 지사가 있었다. 미국에 방문한 이상 한 번은 와 봐야 했다.
미주 지사가 있는 곳에 미래 투자 은행도 있었다. 열심히 투자 은행을 관리하고 있는 브라운을 만났다.
“현재 미래 투자 은행에서 운용하는 자금은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그동안 미래 투자 은행의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워런 버핏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다. 놀라운 수익률이었다.
“버핏과 그를 따르는 무리가 투자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워런 버핏이 장기 투자자라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담배꽁초 투자도 많이 했다. 남이 피다 버린 담배꽁초로 마지막 한 모금을 빨았다. 그는 전반적으로 추세를 따라가는 스타일이었다.
미래 투자 은행이 투자하면 그 뒤를 따라서 투자했다. 그러면 그 종목은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그러한 종목 중 장기 투자할 품목은 보유하고 나머지는 팔아치웠다.
워런 버핏을 비롯한 다수의 투자자가 미래 투자 은행을 따라 하자 당연히 브라운이 찍은 종목은 큰 폭으로 올랐다. 그것은 더 많은 추종자를 만들어 냈다.
‘밴드 왜건이 되면 이익 볼 가능성은 커지고, 손해 볼 가능성이 낮아지지.’
그것이 주식에서 리딩방을 운영하는 사람이 돈을 버는 이유였다. 추종자들은 자신이 리딩방 운영자의 수익을 올려주는지 모르고 당한다.
‘이건 사라고 그들을 떠민 것은 아니니. 책임은 없어.’
미래 투자은행은 밴드 왜건이 되어 투자자를 이끌었다.
뭐를 투자해도 이익이 나는 상황이지만…… 나(미래 지식)와 브라운(분석력)이 힘을 합치자 더욱 확실한 투자가 되었다.
“회장님.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는 계속 보유하시겠습니까?”
“둘 다 꾸준히 성장하는 주식이에요. 그런 주식은 계속 보유하는 것이 좋아요.”
10억 달러 모두를 투기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비록 내가 미래를 알고 있더라도…… 이미 미래는 여러 부분에서 바뀌고 있었다.
투기성이 높은 종목이라는 말은, 그런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전회차의 역사 그대로 그 회사가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었다.
“대신에 코닥과 폴라로이드는 조금씩 팔기 시작하세요.”
“지금 한창 잘나가는 회사들인데 파시라는 말씀이십니까?”
“이미 너무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서서히 비중을 줄여 나가야,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어요.”
카메라 주는 지금이 한창 고점이었다. 미래 투자 은행에 큰 수익을 주고 미국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일본의 카메라 회사(캐논과 니콘 등)에 밀려 왕좌를 내어주고 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팔기도 어렵고 제값도 못 받는다. 주식은 어깨에서부터 팔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유구한 진리였다.
“그럼, 그것들을 팔고 무엇을 사면 좋겠습니까?”
“페어차일드 카메라 인스트루먼트를 사세요.”
“죄송합니다, 회장님.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하세요.”
“현재 그 회사의 사정이 어렵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사려는 것이니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브라운은 당황했다. 기존의 방침과는 상반된 행동이었다. 망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라니….
“그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사려는 거니까요. 회사가 어려워지면 자연히 기술과 계열사를 팔게 되지 않겠어요? 그중 가장 탐스러운 일부는 미래 그룹이 먹을 생각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주식 비중을 높여 놓아야지 않겠어요?”
“그럼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사지 말아야겠군요?”
“네. 그건 통째로 먹을 생각이에요.”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어디에 투자를 하는 것이 좋으시겠습니까?”
코닥과 폴라로이드를 팔고 페어차일드 카메라 인스트루먼트를 사들이면 돈이 상당히 남았다. 코닥과 폴라로이드 주가가 지금 높기도 했고, 보유한 주식의 양도 상당했다.
브라운에게 알아서 투자하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아니, 다른 것을 추가했다.
‘맥도널드와 코카콜라가 상당히 돈이 된단 말이지.’
아직 스타벅스에 투자하려면 좀 기다려야 했다.
‘그냥 내가 만들어 버려?’
굳이 기다리지 않고 만들어 버리면 되었다.
‘아니다, 귀찮아. 내가 그런 중소기업까지 일일이 간섭하기 힘들어.’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운영자도 중요했다. 이미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미국에 있었다. 그중에서 성공한 것이 스타벅스였다. 커피숍을 만들어 성공시키려면 그만한 공을 들여야 했다.
‘그건 그냥 투자하는 것이 더 편해.’
대신에 다른 것을 만들기로 했다. 아이템을 주면 알아서 굴러가는 사업으로…….
“나머지는 브라운이 알아서 투자하세요. 다만 내가 새로운 외식 브랜드를 차릴 건데…… 거기에 투자하면 괜찮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준비되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브라운을 만난 후 미주 지사로 향했다. 그곳의 직원에게 지시할 일이 있었다. 예전에 뉴욕을 안내했던 안영희 과장, 아니, 부장을 불렀다. 그는 지금 미주 지사에서 영업 1부를 맡고 있었다.
영업 1부는 미주 지사에서 가장 오래된 부서였다. 미래 그룹 제품의 수출입 업무와 재미 교포 관리를 담당했다.
그와 할 이야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