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87)
왕족과의 만남
술잔을 기울이는 가운데 이학수가 물어왔다.
“부회장님, 원자력 발전소는 어디에 지을 생각이십니까?”
“우선 정부와 협의해야겠지만…… 일단 월성으로 해야겠지.”
원자력 발전소 후보지로 월성을 결정했다.
‘월성 주민에게는 미안하지만…….’
국내 어딘가는 지어야 했다.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어.’
이 부분은 저번 회차와 다르게 하려 했으나, 바꾸기 어려웠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것이 원자력 발전소의 입지였다.
“경수로는 충분한 용수가 확보되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어.”
경수로는 핵분열 반응을 조정하는 감속재로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일반 물을 사용했다. 중수나 흑연보다 구하기 쉬웠다. 대신에 핵분열 반응을 조절하는 감속 효과는 중수나 흑연에 비해서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지는 성능을 물량으로 극복한 것이 경수로였다. 대신에 대량의 물이 필요했다.
“물을 쉽게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이라면 결국…….”
“그래, 바다야.”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감속재인 물, 그것이 무한히 있는 바다. 경수로가 다른 원자로보다 안전한 이유였다. 핵반응이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발전소가 핵무기로 변화되어 갈 때, 긴급하게 반응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원자로에 바닷물을 쏟아붓는 방법이었다.
“삼 면인 바다인 대한민국은 경수로가 적합해.”
방사능 유출 사고가 난 체르노빌의 경우 내륙 지방이었다. 충분한 물을 구하기 힘든 입지라서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했다. 그러다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 지어진 원자로는 대부분 경수로 방식이었다.
원전 사고의 대부분은 냉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했다. 급할 때 대량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방식이 유리했다.
‘모든 원전 사고는 인재야. 그것은 후쿠시마도 마찬가지야.’
후쿠시마도 초기에 해수를 넣어 빠르게 냉각했다면 노심이 녹아 폭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빠른 대처를 위해서는 바닷가만큼 적합한 입지가 없었다.
“원전은 전기의 소비지와 너무 멀거나 가까워도 안 돼.”
원전이 소비지와 멀면 전선에 의한 전력 손실이 너무 컸다. 대도시와 너무 가까운 곳은 피해야 했다. 원전은 사고와 부주의로 언제든지 핵폭탄으로 바뀔 수 있었다. 인구 밀집 지역은 폭발 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었다.
그러한 조건을 따지다 보면 경수로 방식의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가까운 인천에 짓는다면 서울에서 난리가 날 거야.’
마찬가지로 고리는 부산과 울산에 너무 가까웠다. 결국 남은 곳은 월성이었다. 입지는 바꾸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
이번 회차의 강남도 마찬가지다. 강남은 대한민국의 부촌으로 발전할 것이다. 수도가 이전하지 않는 한…….
‘저번 회차에서도 수도를 이전하느니 마느니 큰 난리가 났어.’
이번 회차에도 수도권 집중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바꾸기 힘들었다.
쉽게 바뀌지 않는 인간의 욕망은 변화하는 역사에 길을 찾는 이정표가 될 것이었다.
* * *
“부회장님, 정유와 석유 화학 단지는 어디로 정하시겠습니까?”
마이애미에 온 목적은 중동의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얻은 원유를 이용해 정유와 석유 화학 산업을 발전시킬 생각이었다.
대한민국은 현재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Wonderful Korea!―
―Unbelievable!―
벌써 이 시기에 외국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급격한 산업 발달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급증했다. 에너지 공급 없이는 산업의 발전이 어려웠다.
에너지는 산업 발달의 필수 요소였다. 경제의 지표인 생산과 소비 모두 에너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나도 위험한 원전은 도입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으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원전을 도입하고 자원 개발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대한민국에 석유가 펑펑 난다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어. 지금은 그 대안을 찾아야 해.’
구멍만 뚫으면 석유가 펑펑 나오는 중동은 원전과 함께 에너지와 자원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었다.
중동에서 석유를 도입하면 그것을 정유하여 석유 제품과 화학 산업의 원료로 만들어야 했다. 울산 이외의 새로운 정유, 석유 화학 단지가 필요했다.
“어디가 좋을까? 학수의 의견은 어때?”
“인천이 가장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석유 제품은 부피가 큽니다. 운송비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량의 원유를 도입하려면 해안과 가까워야 합니다.”
“인천은 항만을 만들기가 어렵지 않아?”
인천은 조석 간만의 차이가 커서 항만으로서 개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대신에 한국에서 가장 큰 석유 제품 소비지가 있지 않습니까? 석유를 정유해도 부피가 큰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인천은 수도 서울과 가까운 장점이 있었다.
“미래 건설은 이미 뛰어난 항만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서해안의 조석 간만의 차이 정도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미래 그룹은 이미 인천에 대규모 컨테이너 항만을 건설했다. 거기에 추가로 항구를 만드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학수의 말대로 운송비를 생각한다면 인천이 최적의 위치긴 해.”
인천은 서울과의 거리가 짧아 탱크로리로 옮겨도 운송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 거기에 서울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면 석유제품과 가스를 아주 저렴하게 운송할 수 있었다.
저번 회차에 인천 석유 화학 단지가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은 님비 현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천과 서울 시민들의 반발이 심하지 않겠어?”
“그들에게 이득을 제시해 주면 됩니다.”
“뭐가 괜찮을까?”
“일자리를 제시하면 어떠실지요? 인천 주민을 우선으로 고용한다면 반발이 적을 것입니다.”
지자체에서 산업 단지 유치를 요구하는 예도 있었다. 그것은 일자리 때문이었다.
‘동시에 땅값도 올라가지. 사실 이게 더 커. 학수 이 녀석,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데 능숙해졌군.’
“석유 화학 단지와 함께 대규모 화력 발전소도 인천에 짓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인근 지역에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니까요.”
발전소는 일자리와 함께 전력 공급에 도움이 되었다. 미래 그룹은 한전과 함께 대한민국의 전력 공급을 담당했다. 특정 지역에 전기료의 인하도 가능했다.
“괜찮은 생각인데…… 그런데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지?”
“이번에는 석탄이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짓는 것입니다. 중동산 석유를 저렴하게 대량으로 도입하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전을 개발하면 천연가스도 생산되었다. 석유에 천연가스는 부가 옵션과 같았다. 최근 들어 유전에서 불태워졌던 천연가스를 자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천은 그렇게 하더라도 서울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야? 그곳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서울로 공급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이라면 서울 시민도 만족할 것입니다.”
중동산 천연가스와 파이프라인이라면…… 다른 도시보다 먼저 서울에 도시가스를 보급할 수 있었다.
도시가스의 이점은 명확했다. 편리하고 오염이 적었다. 가격이 싸다면 불편하고 냄새나는 석탄과 연탄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아직 서울에 지역난방이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 많았다. 그런 곳은 석탄이나 연탄을 난방으로 이용했다.
도시가스는 지역난방이 보급되지 않는 서울의 나머지 지역의 겨울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인천에 정유와 석유 화학 단지가 생긴다면 가스와 휘발유를 서울에 싸게 공급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입니다.”
“음…… 나쁘지 않군.”
“무엇보다 아직 그런 시설에 대한 사람들의 반발이 적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산업 단지가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는 시대였다. 유치가 정치인의 중요 공약이었다.
“하지만…… 미래에는?”
훽스트 산업 단지와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었다.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 가지 않겠습니까?”
님비는 여기에도 적용이 되었다. 아직 인천에 빈 땅이 많았다. 시가지가 알아서 피해 갈 것이었다. 지금이라면 최적의 입지에 정유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
‘권리와 의무는 골고루 나누어 가져가야지.’
이것으로 서울의 집중화와 확장이 제한될 것이다. 수도를 옮기지 않고도…….
“원전이 지어지게 될 월성에 신경을 쓰도록 해.”
“알겠습니다. 월성 지역 주민이 섭섭하지 않게 지원하겠습니다.”
* * *
마이애미 부근 바다에 이카로스 호가 항해를 하고 있었다. 배의 하갑판에는 대형 수영장과 파티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서 많은 이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앤더슨, 오늘도 손님이 많네요.”
“하하. 모두 아이언 덕분이지.”
앤더슨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그것에는 미래 그룹의 역할이 컸다. 미군에 납품하는 물건은 앤더슨을 통했기 때문이다. 그 일로 막대한 수수료를 벌었다.
덕분에 앤더슨은 미국을 대표하는 로비스트가 되었다.
이카로스 호에 많은 정치인과 연예인, 군인, 군수 사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이언이 말한 사람은 다 모였어.”
그들은 사우디의 왕세제와 쿠웨이트, 바레인, 두바이, 아랍 에미리트의 황세자들이었다. 아랍 지역 왕가의 실세들이었다. 중동의 유전 개발을 위해 앤더슨에게 부탁했는데, 정말로 다 모았다.
“용케도 그들이 다 모였네요.”
“성능 좋은 미국산 무기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지. 보는 것처럼 이렇게 다 모이더군.”
아무리 앤더슨이 미국의 유명한 로비스트라고 해도 아랍의 왕족을 다 모을 수는 없었다.
이번 이카로스 호에서 열리는 파티는 무기를 아랍에 파는 행사였다.
“먼저 미군과 군수업체에 이야기하니, 기꺼이 응하더라고.”
미국은 베트남 철군을 계획하고 있었다.
남는 무기들을 처분할 곳이 필요했다. 군수업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 이후로 계속해서 무기를 팔 곳이 필요했다. 중동의 국가는 베트남의 대안으로 적당했다.
“아랍 왕족은 군수업체가 모인다고 하니. 이곳에 온 것이고…….”
중동 국가들은 미국 무기 구매에 적극적이었다. 얼마 전 6일 전쟁이라고 불리는 제3차 중동 전쟁이 이스라엘의 대승리로 끝났다.
군사 강국인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무력하게 패배한 것은 주변 국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아랍의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군사력에 대항할 필요가 있었다. 6일 전쟁 대패의 영향으로 중동의 정세가 복잡해졌다.
전쟁에 이길 때는 말이 없지만…… 지면 말이 많아진다.
곳곳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자와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들이 득세했다. 그들에 의해 아랍 내의 갈등이 심화하였다.
그러한 일련의 사태는 아랍의 왕족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무장 욕구를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란의 팔레비 2세는 왜 초청하지 않았지? 그들도 중요하지 않아?”
앤더슨은 이란의 팔레비 왕조를 부르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지금 이란은 사우디보다 더 큰 고객이었다.
“아! 거기는 이미 다른 업체들이 꽉 잡고 있어서요.”
“그건 그렇지. 거기는 녀석들의 입김이 워낙 강하니.”
이란은 세븐 시스터즈와 미국의 군수업체의 입김이 강한 곳이었다. 팔레비 2세는 세속주의와 개혁 개방을 다른 곳보다 먼저 시작했다. 미국에 의해 다시 정권을 잡은 부분도 있어 미국계 기업이 이란 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
‘그것도 있고,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는 곳이라……. 지금 들어가서 고생할 필요가 없지.’
팔레비 2세의 친서방주의 정책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큰 반발을 발생시켰다. 그는 결국 호메이니에게 축출당해 서방 세계에서 떠돌게 된다.
“파티 중간중간에 그들을 한 명씩 저에게 보내 주세요.”
“알겠어. 나에게 맡겨 줘.”
아랍의 왕족을 하나씩 각개 격파할 생각이었다. 내 손에 그들을 공략할 무기가 한가득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