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96)
자 테크롤로지스트
제록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복사기 회사였다. 처음에는 사진 인화지와 인화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프린터와 스캐너 등 사무 복합기 사업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제록스가 유명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연구소였다.
실리콘밸리의 팔로 알토 연구소(Palo Alto Research Center)는 컴퓨터 및 네트워크 전반에 대한 가장 중요한 원천 기술을 개발한 곳으로 유명했다.
페어차일드와 함께 실리콘밸리를 만든 회사였다
제록스의 PARC 연구소는 특허 괴물이라고 불리는 코닥보다 더 많은 기술을 보유했다.
그것은 PARC 연구소의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도 큰 몫을 차지하지만…… 인화와 복사, 인쇄 등 제록스가 하는 사업과 관련이 있었다.
인화와 복사, 인쇄 과정에는 원본(사진이나 데이터)의 손상이 있었다. 그것을 줄이기 위한 기술들이 발전했다.
‘복사기와 프린터, 스캐너, 팩스 등이 모두 이 시기에는 신제품이니.’
그들이 가는 방향은 기술의 신대륙이었다. 등록되지 않은 새로운 동식물들이 가득했다. 길 가다 아무 풀뿌리를 뽑아도 신종으로 등록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처럼 팔로 알토 연구소가 가는 길에도 특허와 신기술이 가득했다.
‘제록스가 탐나지만…… 쉽게 먹을 수 있는 회사도 아니고 굳이 지금 그럴 필요가 없어.’
제록스는 이 시기에 많은 특허와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아니었다. 앞으로 획득할 회사였다. 굳이 제록스를 인수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보유할 기술을 미래 그룹이 먼저 개발하면 되었다.
“음……. 반도체의 미세화 공정이 생각보다 진척이 느리군요.”
반도체에 미세화 공정은 매우 중요했다. 회로가 작아질수록 반도체의 집적도가 올라갔다. 그것으로 동작(클럭)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비도 줄어든다.
반도체는 좁은 공간에 더 많은 IC를 넣기 위해 발전해 왔다. 미래에는 회로 간격 1나노를 줄이기 위해 수십조를 투자했다.
“회로가 작아질수록 패턴을 그리기가 어려워집니다.”
그것이 문제였다. 회로가 작아질수록 기술의 난도가 크게 올라갔다. 간 단계마다 기술이 벽에 부딪혔다. 그런 벽을 허물어 가는 과정에 반도체 기술이 발전했다. 벽을 부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흠, 혹시 미세화 공정에 포토 공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예? 그…… 포토 공정은 회로를 실리콘에 복사할 때 사용하는 것 아닙니까?”
반도체의 제작에 이미 포토 공정이 도입되었다. 사진(광학과 화학) 기술을 이용해 회로를 실리콘으로 옮겼다.
그것으로 회로의 무한 복제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반도체의 제조 단가가 빠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아직 원판 회로(마스크)는 직접 손으로 그렸다. 아무리 인간의 손기술이 섬세해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미세 공정이 벽에 부딪혔다.
“제가 말하는 것은, 왜 원판을 만드는데 축소 복사를 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축소 복사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복사를 원본보다 작게 할 수 있습니까?”
축소 복사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지만…… 그것을 반도체에 사용할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똑똑한 사람들이 의외로 맹한 부분이 있어.’
전문가가 다른 분야의 문외한인 경우가 많았다.
“실리콘에 회로를 복사하는 것은 어떻게 합니까?”
“그거야 빛과 화학 물질로 하지요. 하하, 당연한 것을 물으십니다.”
빛과 화학 물질로 인화지에 형상(刑象)을 남기는 것이 바로 사진이었다. 그것과 비슷한 과정이 반도체 제조에서도 이루어진다. 그래서 실리콘 평판에 회로를 세기는 기술을 포토 기술이라고 한다.
“빛은 굴절되지 않습니까? 렌즈를 이용하여 빛을 굴절시키면 형상의 확대와 축소가 가능해지지 않겠습니까?”
렌즈는 빚을 굴절시켜 상(象)의 크기를 조절하는 장치였다.
‘그래서 렌즈가 안경이나 인간의 수정체, 현미경, 망원경에 적용되지.’
보는 것에는 대부분 렌즈가 들어갔다.
“아! 그건 맞습니다. 다만…… 축소하는 과정은 일반 복사보다 회로의 손실률(왜곡)이 높아집니다. 그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렌즈를 통해 상(像)을 축소나 확대하게 되면 왜곡이 더 심해졌다.
“흠, 그럼 다시 돌아가죠. 이미 시행되는 공정인 실리콘에 회로를 복사하는 과정에도 왜곡과 손실이 일어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것은 어떻게 해결하셨죠?”
모든 것을 복제하는 과정에는 왜곡과 손실이 일어난다. 그것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발전했다.
“그거야 당연히 보정 과정을 통해서 손실률을 줄입니다.”
빛의 세기와 위상을 조정하고 회절을 고려해 패턴 일부를 수정한다. 해상도를 수정하고 난반사를 막는다. 때로는 빛의 조사 각도도 조절한다.
이러한 과정이 보정이었다. 보정 과정에 따라 반도체 수율이 정해졌다.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발달했다.
‘그런 모든 기술이 광학과 화학(사진)과 관련이 있어. 그래서 반도체와 카메라는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그것은 프린트나 스캔도 마찬가지였다. 한 기술이 여러 분야에 사용되었다.
“그 기술을 원판(마스크)을 축소하는 데 사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축소 복사한 결과물이 원본과 같은지는…….”
원본은 정확해야 했다. 원본이 잘못되면 결과물 잘못된 채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교차 검증으로 확인해 나가야지요. 교차 검증으로 오류를 줄이며 마스크를 계속 축소 복사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나노 단위까지 반도체를 집적할 수 있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이해했습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지요?”
“회로가 복잡해질수록 그런 과정이 까다로워집니다. 회로가 복잡해지면 오류도 늘어나게 됩니다.”
IC는 작아지는 동시에 다양한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게 복잡해졌다. 모든 것은 복잡하면 할수록 오류가 많아졌다.
“그 부분도 잡아 줘야 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교차 검증과 보정으로 회로의 오류를 수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언제나 심플 이즈 베스트였다.
“그거야 패턴을 단순화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패턴을 단순화하면 복잡한 논리 회로는 만들지 못합니다.”
“객체를 이용한 다층 구조(Layer)를 만들면 됩니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흠…… 그래, 애니메이션 영화로 설명하면 쉽겠군요.”
“만화영화 말입니까?”
“정확히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 사용되는 Layer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확실히 자신의 분야가 아니니 잘 모르는군.’
다층 구조, 단계(Layer)어 기법은 오래전부터 판화에서 먼저 사용했다. 그것이 필름용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면서 그곳에 활용되었다.
‘영화도 필름 기술의 하나지.’
필름용 애니메이션은 각 장면을 찍어서 빠르게 돌렸다. 그러면 마치 정지된 화면(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동영상은 그러한 눈의 착시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정지된 화면이 모여서 영화가 되었다.
“다들 어릴 때 교과서 귀퉁이에 그림을 그려서 애니메이션을 만든 경험이 있지 않아요?”
“아! 그렇군요.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게 다층 구조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들의 기억을 자극하자 듣는 연구자들이 나의 말을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은 간사합니다. 계속 좋은 것을 원하지요. 애니메이션 제작자는 그런 사람들의 눈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요구하는 애니메이션의 질이 높아졌다.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서 프레임이 많아지고, 한 장면에 그려 넣어야 하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집니다.”
제작과정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나자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고안한 것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배경과 움직이는 피사체를 분리했습니다.”
화면의 각 부분을 객체화했다.
“한 배경으로 피사체만 바꾸어 그리면서 장면의 수를 늘렸지요.”
배경도 여러 개의 층(Layer)로 나누었다. 같은 노력으로 많은 프레임을 만들 수 있었다.
“제작자들은 그렇게 Layer를 늘리면서 중복 부분을 처리했습니다. 이 방식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획기적으로 엄청난 노동력과 오류를 줄였습니다.”
Layer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동영상 제작에 널리 활용되었다. 물론 반도체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었다.
“아! 그렇군요. 회로 그리기에 Layer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저희도 제작의 수고와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겠습니다!”
축소 복사와 다층(Layer, 단계)구조를 이용하면 반도체 미세화 공정의 벽을 단순에 뛰어넘을 수 있었다.
* * *
제록스는 복사기에서부터 시작하여 팩스(데이터 전송), 프린터, 스캐너 등 다양한 복합 기기를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여 오류를 줄이는 기술, 중복된 데이터를 통합하여 압축하는 기술 등 수많은 기술을 발명했다.
‘원거리 데이터 교환의 오류를 줄이는 기술(팩스)은 이더넷으로 연결돼.’
이더넷이 그 유명한 LAN 선이었다. 인터넷과 무선 통신 기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거기다, 제록스는 VLSI 기술도 개발했어.’
그것은 고밀도 집적회로 제작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제록스의 시술은 그것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지. TV 송출(음성, 음악, 영상)과 데이터 압축 등 수많은 곳에 사용되지. 알게 모르게 사용되는 곳이 엄청나게 많아.’
중복을 줄이고 인간의 눈과 귀의 허점을 노리는 기술은 음악과 방송 제작에 활용되었다. 그것은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 출력과 프린터, MS오피스, 어도비, 윈도,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 컴퓨터 및 네트워크 전반에 대한 가장 중요한 원천 기술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심지어 제록스는 바이오 기술에도 영향을 주었지.’
복사는 인간의 몸속에도 이루어졌다. 세포는 복사를 통해서 증식했다. DNA와 RNA는 복사(전사)를 통해서 복제되었다. 그 속에도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고 압축하는 기술이 들어 있었다.
‘아직은 그런 기술을 제록스에서 발명하지 못했지. 이번 회차는 내가 다 가져갈 수 있어.’
컴퓨터와 인터넷, 무선 통신, 바이오 산업까지 내가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 *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요. 좋은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부회장님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들러 주십시오.”
“하하, 도움이 되셨다면 저도 기대해 보지요. 또 시간이 나는 대로 들르겠습니다.”
기술 혁신을 위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한 번에 풀 수는 없었다. 설령 푼다 해도 구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술은 블록 쌓기나 유화와 비슷했다.
아래 블록이 없으면 위 블록을 쌓을 수가 없었다. 밑그림을 그려야 채색을 입힐 수가 있었다.
먼저 선행 기술이 발전해야 했다. 기술 발전이 벽에 막혔을 때 지금처럼 한 번씩 아이디어를 툭툭 던지고 갈 생각이었다.
‘초단파를 반도체 제작에 활용하려면 레이저 기술이 먼저 발전해야 해.’
* * *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는 이강철 미래 그룹 부회장의 연구소 방문에 매우 놀랐다. 그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신비로웠다.
“그는 경영자인데…… 마치 테크놀로지스트같군. 정말 놀라운 사람이야.”
“나도 그렇게 느꼈어.”
“내가 말하는 테크놀로지스트는 과학자나 기술자와 달라.”
로버트 노이스는 자신이 말한 테크놀로지스트라는 말의 뜻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은 리스크에 친숙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였다.
그가 생각하는 테크놀로지스트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숨기지 않고 바로 주위 동료들이나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이였다.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과 이론들을 설명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 과정을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키기고 리스크를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자네의 말을 듣고 보니. 이강철 부회장이 그런 사람인 것 같기도 하군. 하지만…… 나는 그가 그런 수준을 넘어서, 마치 선지자와 같다고 생각하네.”
고든 무어가 말하는 선지자는 비전과 길을 보여 주는 사람이었다. 단순히 테크놀로지스트라면 좀 더 디벨롭해야 하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했겠지만, 그는 뚜렷한 구상을 들고 와서 그것을 연구원들에게 이해시켰기 때문이다.
“고든 자네의 말도 맞는 것 같군. 그러면 그는 선지자 테크놀로지스트인가? 하하.”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어.”
“그렇다면, 우리는 선지자께서 비춰 주시는 길을 따라가면서 열매를 열심히 수확하는 농부들이 되어야겠구만?”
“맞는 말이야. 심지어 우리의 선지자님은 농부들에게 열매를 나누는 데 부족함이 없게 해 주신다던데?”
로버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외쳤다.
“오오, 우리에게 아이언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하하하,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