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97)
올 변화를 준비하다
“현장 정리를 마쳤으면 철수를 시작합니다.”
사이공에 있는 베트남 지사에서 사람들이 짐을 싸고 있었다. 각지에 있던 미래 그룹 사업장과 공사 현장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떠나는 무리였다.
파리에서 베트남 전쟁 종료를 위한 평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협상이 끝나기 전에 벌서 미군의 베트남 철수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떠난다고 하니 아쉽네.”
미래 상사 윤성만 과장의 입에서 가벼운 탄식이 나왔다. 이곳이 전쟁터이기는 하지만, 막상 떠나려니 아쉬움이 남았다. 베트남 지사는 그가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많은 성과를 올렸다.
그동안 온갖 희노애락이 있었고, 그만큼 베트남 지사는 그에게 추억이 서린 곳이었다.
“아직 이곳에서 괜찮은 수익이 나는데…… 모든 걸 다 팔고 가자니 참 아까워. 물론 부회장님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지만은…….”
월남 패망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하지만 미래 그룹은 과감하게 베트남 사업장을 처분했다. 저렴하게 내놓는 매물의 처분은 어렵지는 않았다. 덕분에 1년도 안 되어 베트남 철수 작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깝긴 뭐가 아까워. 이곳에서 설치는 베트콩만 생각하면 지긋지긋한데.”
베트남 전쟁은 따로 전선(전후방)이 없었다. 베트남 전역이 전쟁터였다.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곳이다.
“그래도 보수도 괜찮고, 우리가 지내는 곳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잖아. 확실히 미래 경호는 대단해.”
미래 그룹은 경호업체를 운영했다. 그들 중 상당수가 베트남에 파견되어 있었다.
미래 경호는 베트남 사업장을 철통같이 경비했다. 전쟁의 와중에도 베트콩에 피격당한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군대보다 더 든든한 사람이었다. 베트남 한정으로 중화기로 무장했다.
“그거야 미래 경호가 강해서였지. 베트콩이 백호와 청룡 부대보다 더 무서워하니까 말이야.”
베트남에 파견된 맹호와 청룡 부대는 용맹하기로 베트남에서 유명했다. 그들보다 베트콩이 더 두려워하는 존재가 미래 경호였다.
미래 그룹 사업장과 공사장에서 파괴 공작을 시도하던 베트콩들은 죽거나 사로잡혔다.
미래 경호의 강함은 베트남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미래 그룹 직원들이 안전하게 베트남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들은 든든한 울타리와도 같았다.
“그들이 중동에도 있다고 하니. 든든하지.”
“중동이라…….”
“말이 나온 김에 너도 중동으로 와.”
“이곳에서 너무 오래 일했어. 이젠 한국이 그리운걸. 그러니까 가족들 얼굴도 보고 한동안 한국에서 지낼 거야. 무엇보다 이제 더운 것은 싫어.”
“에이, 아까 아쉽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야, 이곳의 사람하고 사업장이 아깝다는 것이지. 더위는 사절이라고.”
“나는 한국의 겨울이 더 싫어. 춥고 배고파.”
이일환 과장은 어린 시절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의 집은 가난했고 한국 전쟁은 큰 시련이었다.
특히 매서운 한국의 겨울은 가난한 사람을 생사의 기로로 몰아넣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추위와 배고픔에 얼어 죽은 사람이 속출했다.
그는 그 시절의 기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었다.
“요새는 살기 좋아졌어. 지역난방이 제공되는 아파트에 들어가면 겨울이 와도 추운 줄 모른다던데?”
“나도 알아. 그러니 돈을 더 모아야지. 중동에서 바짝 벌어서 정승처럼 사는 거야.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아?”
베트남에 근무하던 직원 중 상당수는 고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하는 이들은 중동으로 지원했다.
미래 그룹은 먼 타국의 험지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보상이 후했다.
많은 사람이 중동과 인도네시아의 광산, 북해와 북태평양의 추운 바다에서 일했다. 그렇게 고생하면 빠르게 목돈을 쥘 수 있었다.
“이제 출발합니다.”
사이공에 있는 베트남 지사의 문이 닫혔다.
짐을 실은 수많은 트럭과 그들을 호위하는 건 트럭이 항구와 비행장으로 향했다. 베트남에서 미래 그룹의 철수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 * *
“베트콩의 습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사주경계(四周警戒)를 철저히 해.”
“네, 대령님.”
“대령직을 그만둔 지가 언젠데, 아직도 대령이야? 이 사람아.”
“저에게는 아직도 대령님입니다.”
“여기는 회사이니, 공식적인 직함으로 부르게.”
“네. 103 경비 단장님.”
김인호는 미래 경호 소속이었다. 미래 경호 안에는 10개의 경비단과 3개의 경호실, 법무 팀, 첩보 팀이 있었다.
1개의 경비단은 200명 내외로 구성되어 중대 규모보다 조금 컸다. 하지만, 그들의 전투력은 대대 이상이었다.
경비단은 국내외에 있는 미래 그룹 사업장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3개 경비단이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지금은 미래 그룹 직원의 철수를 도왔다.
“그런데 단장님, 저희는 이번에 철수하지 않습니까?”
“103 경비단은 아직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그의 말처럼 103 경비단의 베트남에서 일은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에 남아 미래 그룹의 이강철 부회장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 * *
“단장님은 좀 아쉽지 않으십니까?”
“뭐가?”
“계속 군대에 있었으면 지금쯤 장성이 되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리는 없다. 만년 대령으로 있다가 예편했겠지.”
김인호 단장은 특수 부대 대령으로 예편했다. 그의 군대 인생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육사 7기생으로 순조로운 군 생활을 했다.
한국 전쟁에서도 활약하여 빠른 승진을 거듭하여 젊은 나이에 대령으로 진급했다.
그런 그에게 불행이 닥쳐왔다. 그것은 5·13 군사 쿠데타였다.
그는 육군 참모 총장인 장도영 라인이었다. 그가 실각하자 바로 끈 떨어진 신세가 되었다.
쿠데타를 주도했던 그의 아래 기수인 육사 8기생들이 군과 정부의 핵심 인사를 장악했다. 그들이 좋은 자리를 가져가자 그의 진급이 막혔다.
‘각 기수가 1,000명이 넘으니까, 어렵지.’
한국 전쟁으로 군조직이 비대해졌다. 장교의 적체가 심한 상태에서 특정 기수가 떠오르면 다른 기수들은 진급에서 밀렸다.
바로 위 기수인 육사 7기가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7기 특(특별 전형)은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괜찮은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정규 7기들은 그런 것도 없었다. 진급에서 소외되었다.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눈칫밥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치 없이 자리를 지키는 퇴물로 여겨졌지.’
김인호는 그동안 빠르게 승진한 것이 화가 되었다. 30대 후반에 벌써 퇴물이 된 것이다. 한창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나이에…….
마음먹으면 웬만한 회사의 부장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군 경력이 우대받는 사회였다.
‘특수 부대에서 전투 준비만 하던 사람이 부장이라니.’
민간 기업에서 그에게 부장 대우를 해 준다는 것은 한마디로 술 상무가 되라는 말이었다. 권력을 잡은 후배 8기생에 선배 같지 않은 선배가 되어, 호의를 구걸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짓은 못하지.’
더 이상 군대에서 눈칫밥을 먹기 힘들어질 때 미래 그룹에서 접촉해 왔다. 경호 회사를 만들 건데 그곳에 지원할 생각이 없냐고…….
‘경비를 서는 경호 회사라니……. 처음에는 하지 않으려 했지.’
하지만 조건을 들어 보니 괜찮았다. 우선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조직에서 열외되었다. 줄을 잘못 선 죄로…….
무엇보다 미래 경호에서 하는 일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한 경비 업무는 아니었다.
―베트남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해 주세요.―
베트남에서 활약하는 미래 그룹 사업장을 지키는 일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미래 그룹이 대한민국에 크게 이바지하니까 말이야.’
경비단에는 베트콩의 침입을 막기 위해 무기와 장비가 지급되었다.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과 미군보다 우수한 장비가…….
그것으로 자신이 이끌던 특수 부대보다 더 강력한 조직을 만들었다. 그 일에 자신을 따라온 특수 부대원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103 경비단은 그렇게 베트남에서 베트콩의 침투를 막아 내었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베트남에서 일하는 미래 그룹 직원은 피해 없이 모두 안전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국민을 지키는 일은 보람찬 일이었다.
이제 103 경비단은 이제 이강철 부회장이 지시한 마무리 작업을 하면 되었다. 그 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이었다.
“우리는 기지로 돌아간다.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많아.”
“네, 단장님.”
* * *
“부회장님, 베트남에서 직원들의 철수가 완료되었습니다. 103 경비단은 베트남에 남고, 105와 107은 중동으로 보냈습니다.”
“수고했어.”
총 10개의 경비단 중 1개만 베트남에 남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각 경비단은 역할이 있었다.
101과 102는 국내에 있었다. 그들은 한국 내에 있는 미래 그룹 사업장을 경비했다. 말이 경비단이지, 유사시에는 군대로써도 활용할 수 있었다.
추가로 103 경비단이 베트남에서 돌아오면 6백 명의 강력한 전투 요원을 국내에 두게 되는 것이다.
‘우선은 이 3개의 경비단만 국내에 두자. 너무 많으면 경계를 살 수 있어.’
유사시에는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다른 7개의 경비단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그러면 경비단 2천 명에 경호실 3백 명을 포함하여 특수 여단급 병력이 된다.
법무 팀과 정보 팀 같은 비전투 요원을 포함하면 2천5백 명 규모였다.
‘정규 군대를 상대하지는 못해도, 유사시 정변을 노리는 이들을 막을 수 있는 병력은 돼.’
대통령이 연임을 하면 8년까지 집권할 수 있었다. 그 이후까지 집권을 연장하려면 개헌해야 했다. 대통령 임기 8년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8년이라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도 3선 개헌과 유신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큰 혼란이 발생하겠지.’
전 정부도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을 하려다가 국민의 저항을 받아 무너졌다.
‘저번 회차에서 국민 투표로 돌파하려 했지만…… 이번엔 그게 쉽지 않아.’
이번에는 야당의 반대뿐만 아니라, 국민의 저항이 더 심할 것이었다. 밀가루를 뿌린다고 표를 주는 시대가 아니게 되었다.
저번 회차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해외에 다녀온 사람이 늘었다. 전반적으로 국민의 의식 수준이 저번 회차보다 높아졌다.
이번에 대통령이 국민투표로 헌법을 개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3선을 이루려면 정부에서 상당히 무리해야 했다. 그 과정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그 내용이 국민에 알려질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미 대통령을 한번 끌어내린 적이 있었다. 두 번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3선에서 국민의 심각한 저항을 맞게 될 것이다. 유신은 더욱 어려워지고…… 3선과 유신 사이에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제 역사의 흐름이 변해서 무슨 일이 터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미리 대비해야 해.’
정부도 그러한 분위기를 알았다. 그렇게 눈치를 보다 보니, 3선 개헌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적당한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겠지. 임기 말에 날치기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
3선 개헌과 유신, 그 이후의 역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주도권을 가져올 생각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재벌이 나오기 위해서는 정치가 안정되어야 했다. 독재가 아닌 민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부가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지금껏 아껴 둔 미래의 힘을 적극적으로 휘두를 생각이 있었다.
역사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 또한, 최고 재벌의 책무라고 생각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