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01)
3선 개헌
김종칠은 중앙정보부장으로 복귀했다. 오랜 방랑 끝에 다시 권력의 중추로 다가섰다. 바퀴벌레처럼 질긴 생명력이었다. 3선 개헌이라는 난관에는 술수를 잘 부리는 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임자는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기간에 3선 개헌을 하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각하. 그들이 방심한 기회를 노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후보 등록이 늦어 손해이지 않나?”
“그렇지 않습니다. 서로 물어뜯고 지친 상태에서 난입하는 것입니다. 그때는 국민도 그들에 진절머리가 났을 것입니다.”
김종칠이 주장한 것은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3선 개헌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각하께서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다만…… 혼탁한 선거판에 참지 못하고 구국의 결단으로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는 모양새가 되어야 합니다.”
“임자,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싸우겠나?”
“각하께서 출마하지 않으시면 권력이 자신의 것이 되리라 생각할 것입니다. 사력을 다해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방에 나설 것입니다.”
“혹시……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반드시 그런 상황으로 몰아 가겠습니다.”
“좋아. 이번엔 임자를 믿지.”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국민에게 한 약속대로 권좌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정계 은퇴 발표였다.
그를 대신해서 나온 여권의 후보는 인기 없는 검사 국회 의원이었다.
국민은 이 사실에 환호했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갔다.
동시에 야당의 경선은 치열해졌다. 이번에 경선에 이기게 되면 대통령이 될 것처럼 보였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지역을 나누어 서로 반목하기 시작했다.
“임자의 말처럼 저들이 싸우는군. 역시, 임자를 다시 데려오길 잘 했어.”
“하하, 감사합니다. 사실 저희 쪽에서 먼저 작업을 했습니다.”
중앙정보부에서 나서서 양쪽을 충동질했다. 싸움판이 커지도록 만들었다.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서울 한복판에서 난투극, 혼탁해지는 선거 판도. 이대로 괜찮은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야당. 정권 교체의 희망이 사라지나.―
선거전의 혼탁함에 사람들이 진절머리를 칠 정도였다.
결국 야당의 단일 후보 경선은 실패로 돌아갔다. 크게 갈라진 두 후보는 각각 출마했다.
“각하,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이제 3선 개헌을 서두르십시오.”
“임자, 수고했어. 내, 이 공을 잊지 않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열렸다.
“저는 국민께 한 약속에 따라 권력을 민간에 이양하고 정계에서 은퇴하려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쿠데타 시 한 약속을 지켰음을 강조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민간이 스스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판단이 틀렸습니다.”
자신이 권력에 욕심이 없음을 강조했다. 동시에…….
“지금 선거의 혼탁함을 보십시오. 나라가 두 개로 쪼개져서 싸우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싸우고 있는 두 후보를 비난했다.
“이대로 간다면 그동안 이루어 놓은 경제 발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경제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포장했다.
“지금의 혼란을 종식하고, 이어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구국의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번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겠습니다.”
대통령이 불출마를 번복하고 재출마를 선언했다. 그 일에 대해서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지금 대통령은 종신 집권을 원한다, 이것은 3선을 위한 술수라고 외쳤지만…… 민심은 이미 야당 후보에게서 떠났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의 3선 선언에 대해서 일부 지식인과 학생들 사이에 반발과 데모가 일어났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다.
이번 회차에서는 경제 발전의 성과로 여당이 의석의 3분의 2 가까이 차지했다. 군소 정당까지 회유하면 무난하게 개헌안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국회에 3선 개헌안이 상정되고 3분의 2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대통령은 여당 후보로 출마하고 기존의 허수아비 후보는 자동으로 사퇴했다.
여당은 한 명의 후보를 내고 야당은 후보가 두 명이었다. 거기에 지역도 두 개로 쪼개져 있었다.
“두 지역의 지역감정에 불씨를 더 지피십시오. 그러면 영남과 전라 이외의 지역에서는 각하가 압승할 것입니다.”
안 그래도 두 후보의 지지자 간에 다툼이 있었는데…… 거기에 기름을 부으니 훨훨 타올랐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그것에 염증을 느꼈다.
선거의 결과는 현 대통령의 압승이었다. 영남과 전라 이외의 지역은 현 대통령을 찍었다.
영남과 전라 일부도 마찬가지였다. 과도한 흑색선전에 그들에 등을 돌렸다. 그것에 중앙정보부가 깊이 관여했다. 동시에 현금 살포와 부정 선거도 이루어졌다. 단순히 승리를 위해서를 넘어,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것보다는 압도적인 차이로 이기는 것이 향후 통치에 유리했다.
“이건 다 임자 덕분이야.”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임자의 충정을 그동안 몰라봤어. 나의 부덕이네.”
“저는 한시도 각하를 생각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한시도 잊은 적이 없어. 당한 만큼 갚아 주지. 그 자리는 나의 것이니까. 지금의 달콤함을 실컷 누리라고……. 그때 당신의 빈틈이 드러날 테니.’
김종칠은 그에 대한 복수와 함께 왕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었다. 이미 다시금 권력의 핵심에 들어왔다. 대통령의 신뢰도 다시 한번 깊게 만들었다. 일을 벌이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 * *
“역시, 김종칠이구먼. 영악해.”
“부회장님, 저도 선거가 이런 방식으로 흘러갈지는 예측을 못 했습니다.”
“그건 학수의 잘못이 아니야.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선거가 저번 회차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저번 회차에서는 3선 개헌이 빠른 시기에 이루어졌다. 국민의 반발이 심했다.
그러한 대통령에 대항하기 위해 야당은 단일화를 했다. 그런 야당에 대통령은 고전했다. 온갖 부정 선거를 저지르고도 여당이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대통령은 권력의 기반에 불안함을 느끼고 국민에게서 선거권을 빼앗은 무도한 유신을 저지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의 지지율이 아직도 나름 탄탄했고, 결과적으로 유신처럼 극단적인 행위를 저지를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역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가 없군.’
4선을 하려면 3선 개헌을 하고도 또다시 수정해야 했다. 그런데 그것이 유신 헌법이 될지 어떨지는 알 수가 없었다.
“부회장님, 이제 경계 태세를 낮추어도 되겠습니까?”
상사와 관광, 경호에 있는 정보 부서가 비상 태세로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경비단을 포함하여 여러 조직이 만일의 사태에 투입되도록 준비 중이었다.
‘어쨌든 4선을 노린다면 무리할 수밖에 없어. 한동안은 지켜봐야겠어.’
“경계 태세를 낮추되, 완전히 풀지는 마. 비상 태세에서 대기 태세로 낮추고 계속 주시해.”
“그러면 조직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인원을 충원하면 괜찮아질 거야. 경계를 풀어 뒤통수를 맞는 것보다는 비용이 더 드는 것이 나아.”
“알겠습니다.”
역사는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욕심이었다. 현 대통령은 종신 대통령을 노릴 것이다. 그러면 국민뿐만 아니라, 다음 권력을 노리는 이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욕심과 욕심이 부딪치는 곳에는 언제나 변수가 발생했다. 그런 변수들을 유심히 지켜보기로 했다.
전회차들에서처럼 또다시 이어지는 군부 쿠데타를, 이번 회차에서는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나는 가장 뛰어난 사냥꾼이 될 것이다.
숨죽이고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목줄을 낚아채는.
* * *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에 서울 모처의 요정에서 김종칠과 몇몇 군인들이 모여 있었다.
“자자, 각하의 3선을 축하하자고.”
“감사합니다. 선배님.”
김종칠은 육사 8기였다. 오늘은 후배들을 불러 함께하는 술자리였다.
“자네들이 각하의 총애를 받는 후배들인가?”
“총애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각하의 총애는 선배님의 것이죠. 저희는 단지 각하께서 좋게 봐주시는 것뿐입니다.”
군인들은 다시 권력의 실세에 오른 김종칠을 띄워 주었다. 김종칠이 몰락할 때는 자신들에게 기회가 돌아온 것에 기뻐하며 그를 깎아내렸지만, 다시 힘을 얻자 꼬리를 내렸다. 마치 승냥이 떼와 같은 모습이었다.
“각하를 잘 모시기 위해서는 서로가 과거의 은원 관계를 잊고 서로 협력해야 할 거야. 다들 그런 건 잘 알고 있겠지?”
“과거의 은원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젊은 치기에 벌인 행동을 용서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전석두는 동네 깡패였다. 그런 그에게도 행운이 찾아왔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사관학교에 쉽게 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사관학교에 들어가면 바로 전장으로 끌려갈 수 있었다. 전투에서 가장 많이 죽는 사람은 처음 임관한 소위였다. 사람들도 그것을 알기에 사관학교에 가려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돌머리인 그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사관학교 문턱이 낮아졌다.
그곳에서도 동네 깡패 경험을 살려 조직을 만들었다.
―조직의 보스에게 절대 복종한다.―
―조직원 간의 항쟁을 금한다.―
―서약을 어길 시 린치를 가한다.―
군대 안에 조폭과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 그들은 국민이 아닌 자신들을 위해 군대를 사조직화했다. 그리고 경쟁자를 배제해 나갔다.
그렇게 사조직을 운용하던 전석두는, 점점 11기 사관생도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모은 세력을 가지고, 전석두는 머리를 굴렸다. 그가 내린 결론은, 군부의 힘이 강해지는 쿠데타를 지지함으로써 신임을 얻어 빠르게 출세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석두는 5·15 쿠데타 당시 사관생도를 이끌고 지지 시위를 했다. 덕분에 대통령의 관심을 받고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김종칠이 속한 육사 8기생을 제거할 음모를 세웠다.
대통령의 묵인 아래, 지나치게 비대해진 육사 8기생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현 대통령은 의심이 많았다.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을 남겨 둘 생각이 없었다. 대통령과 11기생의 목적이 합치하며, 음모를 실현하려 했다.
다만 육사 11기생의 친위 쿠데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육사 8기생들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지금은 두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김종칠은 두 세력의 화합을 위해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각하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자네들의 힘이 필요하네. 나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선배님들을 도와야지요. 맡겨만 주십시오.”
둘 다 각각의 꿍꿍이속과 욕심을 가지고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그 인간이 종신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면…… 동기들과 이 녀석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야.’
모두 자신만큼 욕심이 많은 녀석이었다. 현 대통령의 다음 권력을 노리고 있었다. 김종칠은 유신을 획책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대통령의 이름으로……. 그로 인한 혼란은 자신에게 기회를 줄 것이었다. 왕이 될 기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