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02)
파동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건너서 바레브 라인을 돌파했습니다.”
“역시 이집트가 먼저 공격했군.”
4차 중동 전쟁의 양상은 비슷했다. 한 달 동안 이집트군은 수에즈 운하 근처에서 훈련했다. 그렇게 긴장이 지속되자 징집군인 이스라엘은 계속 전쟁 태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때마침 이스라엘 최고의 명절인 욤 키푸르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많은 병사와 장교들이 휴가를 갔다.
그 빈자리를 노려 이집트가 침공을 시작한 것이다. 일명 ‘늑대와 양치기’ 작전이었다. 그렇게 1970년 10월에 욤 키푸르 전쟁이라고 불리는 4차 중동 전쟁이 발발했다.
“시리아도 전쟁에 참여할 모양입니다. 이집트의 승리로 끝날 것 같다는 보고입니다.”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 기습당해서 그렇지, 이스라엘의 군대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거든.”
“아랍의 다른 국가도 참전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상황이 바뀌지 않겠습니까?”
이집트와 시리아에 이어서 요르단과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도 참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참전을 원하는 국가는 많지만, 열강들의 의사를 살펴야지. 지금은 미국과 소련 모두 무모한 확전을 원하지 않고 있어. 국지전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이집트를 지원하는 소련은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울 생각이 없었다. 그들의 목적은 중동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미국과 전쟁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도 베트남전으로 힘을 뺀 상태였다. 이스라엘의 본토가 공격받지 않는다면 직접 나설 생각은 없었다.
‘이건 서로 입을 맞추어 놓고 하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야. 냉전 시대의 전쟁의 특징이지만…….’
소련의 지원을 받는 이집트의 당면 목적은 수에즈 운하를 탈환하는 것이었다. 수에즈 운하를 탈환하고 그곳을 보호할 수 있는 곳에서 진군을 멈추었다.
단지 시리아만 적극적으로 이스라엘 진영을 공격할 생각 하고 있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 고원을 탈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집트가 진군을 멈춘 사이에 군대를 정비하고 시리아 군대를 격파했다. 시리아가 격파되자 4차 중동 전쟁은 3차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확전을 바라지 않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어이없이 끝났다. 4차 중동 전쟁은 저번 회차보다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
“정말 부회장님의 말씀대로 빨리 마무리가 되겠습니다.”
“석유 금수 조치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전쟁이 끝났으니, 곧 해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전쟁에 돌입하자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을 금지했다. 일시적으로 석유의 가격을 급등했다.
“부회장님, 보유한 석유를 가격이 하락하기 전에 빨리 처분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미래 그룹은 중동 전쟁에 대비하여 막대한 석유를 비축해 놓았다. 4차 중동 전쟁과 석유 수출 금지 조치로 유가가 폭등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처분하면 제값을 못 받아. 석유는 천천히 처분하자고.”
“그래도 지금 처분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이번 유가 인상은 오랜 기간 지속될 거야.”
“저번에 말한 감산 조치 때문입니까?”
“그것도 있고 석유의 증산량이 소비량을 못 따라가고 있어. 그것을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걸려.”
석유 파동은 직접적으로 중동 전쟁에 의한 감산 조치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석유 소비의 급격한 증가에 있었다. 세계의 산업 구조가 저렴한 석유로 돌아가게 점점 더 맞추어져 가고 있었다.
석유 가격이 올라 소비가 줄고 그사이에 새로운 유전 개발로 석유 공급이 늘어야 가격이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석유의 소비는 늘면 늘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한동안 석유 가격 인상이 유지될 것이었다.
“그러니 석유 판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
정말 석유의 가격은 3달러에서 15달러까지 오른 후 10달러 선에서 유지되었다.
“부회장님, 산유국에서 정말 감산 조치에 동참하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얼마나 하라고 하지?”
“10%를 요구했습니다.”
“알겠어.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해. 중동의 해상 유전에 생산량을 줄이라고 해.”
이번에는 5%가 아니라 10%였다. 북해와 남아시아 쪽 원유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10% 감산 조치일 뿐인데도, 한 번 올라간 석유 가격이 내려오지 않았다. 세 배로 폭등한 가격에도 석유 소비는 쉽게 줄지 않았다.
석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렇게 석유 파동의 충격이 전 세계로 몰아쳤다.
* * *
산유국들의 10% 원유 생산 감산 조치는 한국에 큰 영향을 몰고 왔다.
한국은 석유 화학 산업 진흥책을 펴고 있었다. 3배로 오른 석유 가격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물가가 폭등하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다.
“정부에서 석유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인하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는 현 정부에 있어서 큰 타격이었다. 군사 독재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경제적인 성과였다. 석유 파동으로 정권이 흔들릴 수 있었다. 석유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에서 미래 그룹을 압박했다.
‘여기에서 버틴다면…… 정부에서 미래 그룹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겠지. 정부에 대한 불만이 미래 그룹으로 쏟아질 수가 있어.’
여론이라는 것은 쉽게 변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보다 더 흔들렸다. 바람잡이를 이용해 가짜 뉴스로 선동하면 누구라도 천하에 나쁜 놈이 될 수 있었다. 굳이 그런 누명을 쓸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라 경제가 힘들다고 하니, 미래 그룹이 동참해야지. 신문에 기사를 실어.”
“뭐라고 실으면 되겠습니까?”
“미래 그룹은 어려운 국가 경제를 위해 아시아산 석유 제품의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해.”
중동산 석유는 OPEC의 결의로 함부로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아시아 산유국은 OPEC 회원국이 아니었다. 덕분에, 한국에 한정해 석유 제품 공급을 늘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지만…… 조금 아쉽습니다.”
한국에 석유 제품의 공급을 늘리면 가격 하락이 일어날 것이다. 그만큼 미래 그룹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었다.
“그다지 아쉬운 것은 없어. 이 일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는 일이니까.”
“명분은 알겠습니다만…… 실리는 무엇입니까?”
“손해를 안 본다는 것이지.”
“석유 가격이 인하되는데 손해가 아니라는 말이십니까?”
“생각보다 석유 가격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거야.”
“정부와 약속만큼 석유 공급을 늘리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물론 공급은 어느 정도 늘려야지. 하지만…… 그래도 석유 가격은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거든.”
“음……. 공급이 늘어도 가격이 유지된다면, 결국 밀수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누구도 시장을 이기지는 못해.”
세계 석유 시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른 지역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면…… 밀수출이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었다.
한국은 바로 옆에 일본이 있었다. 해상으로 석유의 밀수출이 손쉬웠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국제 시세보다 낮은 석유 가격의 유지가 어려웠다.
“우리로서는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가져가는 일이지.”
미래 그룹이 충분한 석유를 공급하는데 석유 제품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그 비난은 정부와 일부 기업으로 쏟아질 것이다. 살기 어려워지면 누군가를 원망하기 마련이다.
분노를 쏟아부을 희생양을 찾을 것이다. 1979년에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세상에 우연은 적었다.
1차 대전의 발화선(發火線)이 된 사라예보 사건도 장소와 시간이 달라진 채 비슷하게 일어날 것이었다. 그것은 2차 대전도 마찬가지였다. 원인이 바뀌지 않으면 언제나 결과는 비슷하게 나온다.
‘분노의 대상이 미래 그룹이 될 가능성은 없어. 나는 정말로 시중에 충분한 석유를 공급할 것이니.’
―미래 그룹, 시장 안정에 충분한 석유 제품 공급 약속.―
―미래 그룹은 대한민국 기업의 표상.―
―미래 그룹, 석유 가격 안정화로 사재기꾼들에게 철퇴를 내려치다.―
신문사들은 미래 그룹의 석유 공급 확대를 1면 머리기사로 내놓았다. 오른 기름 가격으로 힘들어하던 서민들은 미래 그룹의 조치에 환호했다.
이강철 부회장은 읽고 있던 신문 기사를 내려놓았다.
“정말 기사의 내용처럼 되었으면 좋겠군.”
하지만…… 석유 제품의 가격은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었다. 사람의 욕망과 욕심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 * *
일본의 시모노세키항에 한 척의 유조선이 입항하고 있었다. 그 배의 두 선원이 항구를 바라보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휴, 정말 살 떨리는군. 이거 잡히면 큰일 나는 게 아닌지 몰라.”
“걱정은 접어 두라고. 잡힐 일은 없으니깐 말야. 대마불사라는 말 몰라? 잔챙이는 잡아넣어도, 이 정도 큰 건은 쉽게 건드리지 못해.”
“아니. 한국은 쉽게 빠져나왔어도 일본에서 받아 줄까? 항구에 정박하자마자, 일본 순사가 잡아가는 게 아닌지 몰라.”
“그럴 리가. 이번 일은 일본 측의 요청으로 가는 거야. 그들이 우리를 구속할 일은 없어.”
“일본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야?”
“갑자기 석유 가격이 3배나 올랐으니, 난리가 나지.”
일본은 석유 파동의 여파를 그대로 맞았다. 일본도 중화학 공업이 발달했다. 석유 가격의 상승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번 일로 남는 것이 많지 않네. 우리가 2배니까…… 50% 정도만 먹는 거잖아.”
“50%라도 규모가 틀리지. 유조선이 통째로 들어가는 건데……. 이 안에 실린 기름이 30만 배럴이 넘어.”
“그럼 이번 항해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야? 거의 100만 달러네. 우와, 엄청나군.”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 뒷배가 튼튼하니까.”
“그런데 정말 중앙정보부가 관련되어 있나?”
“쉿, 조심해. 함부로 입을 놀리다가는 안가로 잡혀 들어가서 시체로 나올 수도 있어.”
“정말 그들이라면 그냥 여기에서 처리해서 바다에 던져 버릴 수도 있겠군. 이거 든든하면서 불안하네.”
“쓸데없이 입만 안 놀리면 돼. 그럼 큰돈을 벌게 될 거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배에 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다. 앞으로 이 배는 부산과 시모노세키항을 계속해서 왕복할 것이었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배를 몰려면 선원은 계속 필요했다. 한 번 운항 때마다 선원을 갈아치우기는 힘들었다. 이일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장기 일거리였다. 입만 조심하면…… 오랫동안 돈을 벌 수 있었다.
이번 일은 김종칠과 일본의 유력 인사가 벌이는 일이었다.
김종칠은 이 일로 거사를 일으킬 자금을 마련할 것이다. 일본 측 인사는 자국의 석유 가격 안정을 가져올 수 있었다.
기름을 대는 기업은 정경 유착으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들만의 윈―윈이었다.
사람의 욕망과 욕심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이 또한, 내 계산 안에 있는 일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