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03)
는 기회다
1차 석유 파동의 영향은 무시무시했다. 특히 석유를 많이 사용하던 선진국의 경우 타격이 더욱 컸다.
현대 문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수였다. 그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석유가 차지했다.
게다가 석유는 전기와 달리 많은 상품의 원재료였다. 섬유와 화장품, 플라스틱, 비닐 등 석유화학 제품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었다.
원유 가격의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바로 이어졌다. 전 세계가 물가 상승으로 괴로워했다. 그것은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부회장님, 무역 적자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이 늘어났다. 자원과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는 나라의 특징이었다.
“그 영향으로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정부는 절약 운동으로 그 난국을 타개하려 했다. 절약 운동은 국내 소비를 감소시켰다.
“이 상황에서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은 아닌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들어볼 생각을 안 하는 건가?”
정통적인 경제학에서 금리 인상과 절약 운동은 소비를 감소시켜 유가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의 경제는 지속적인 소비 팽창에 맞추어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멈추면 경제라는 톱니 장치에서 톱니 하나를 빼 버린 것과 같았다.
기계가 삐걱거리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고속 성장에 익숙해 있던 대한민국의 경제도 삐걱대었다.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는 계열사가 많습니다.”
다행히 미래 상사는 자원 개발이 주력이라 유가와 물가 상승에 큰 혜택을 보고 있었다.
1차 산업과 관련된 회사들은 다 비슷했다. 하지만…… 제조업, 2차 산업과 관련된 회사들은 소비 감소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호경기가 지속되어 전 세계적으로 생산 과잉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 감소는 치명적이었다. 선진국 중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나라도 나왔다. 그중 하나가 미국이었다. 미국은 전 세계 소비의 약 30%를 차지했다. 주 수출국인 미국의 마이너스 성장은 몇몇 계열사에 큰 피해를 주었다.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다고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이야기해.”
“사장단 회의 말입니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기회를 잡아야 하지 않겠어?”
위기는 기회다.
몇몇 계열사가 피해를 본다고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석유 파동을 대비하기로 했다.
‘유가 상승으로 많은 이득을 보고 있지만…… 그걸로 부족해. 이번 석유 파동을 또 다른 기회로 삼아 성장을 이루어야 해.’
위기는 기회였다. 석유 파동도 마찬가지였다. 석유 이외에 수익을 낼 사업이 많았다. 얼마 전 완공한 미래 그룹 신사옥으로 사장들이 모였다.
* * *
미래 그룹 신사옥은 한강이 보이는 반포에 있는 55층 건물이었다. 이 시기 다른 그룹의 본사 건물보다 높지만, 그룹의 규모에 비해서는 작았다.
그것은 그룹의 대형 계열사들이 각자 사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사에 있는 것은 그룹을 총괄하는 부서와 독립하지 못한 소규모 계열사뿐이었다.
미래 자동차와 전자, 농수산, 상사 등 중요 계열사 빌딩은 각자가 그룹 본사 빌딩만 했다.
본사의 대회의실은 55층 꼭대기의 전망 좋은 방이었다. 한강과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석유 파동을 대비한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수백 명의 사람이 참석했다. 각 계열사의 사장과 임원들이었다. 마치 킥 오프 미팅(kick―off meeting)과 같았다. 킥 오프 미팅은 프로젝트의 목적을 요약하고, 상세한 사항을 짚어보고, 다음 단계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번 회의는 미래 그룹의 큰 프로젝트였다.
그 자리에서 많은 안건이 논의된 후 사장단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 * *
미래 자동차 이건히 사장은 사장단 회의 내용을 떠올렸다.
‘확실히 이강철 부회장님은 평범한 사람과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그러니 그 작았던 회사를 여기까지 키워 오신 거겠지.’
석유 파동으로 자동차의 매출이 줄었다. 자동차 소비는 유가 인상과 소비 감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불황이 오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이 자동차였다.
자동차는 목돈이 들어가는 소비재였다. 소비자는 승용차 구매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차를 교체하려던 사람도 몇 년 더 사용하기로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
차량 수요의 감소는 승용차뿐만이 아니었다. 화물차를 비롯한 상용차 수요도 감소시킨다.
경제 침체로 인한 수출입 감소는 화물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전 세계의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 물동량 감소에 연료비 상승은 화물차주에 이중고가 되었다.
화물차의 매입 수요가 사라졌다. 그래서 이건히 사장은 당연히 이번 회의에서 미래 자동차에 긴축 경영을 지시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부회장은 전혀 다른 지시를 내렸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자동차는 공격적인 투자를 나서주세요. 분명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습니다.―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산의 증대는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부회장이 하는 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어느 쪽에 투자를 늘리면 되겠습니까?―
―연비가 좋은 소형차와 디젤차 위주로 생산을 늘리세요.―
유가 상승으로 소형차인 딱정벌레와 픽업트럭의 판매가 늘었다. 부회장의 지시는 타당했다.
―이번 위기는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연비가 좋은 미래 자동차는 지금 이 상황을 발판삼을 수 있으니까요. 모든 차종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세요. 소비 감소는 점유율 증가로 극복할 수 있어요.―
미래 자동차는 연비가 동급 차종에서 성능이 좋은 차로 유명했다. 부회장의 말대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1%만 올려도 그 효과는 컸다.
2~3%의 점유율만 상승해도 소비 감소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일본 자동차를 누르고 우리가 그 위로 올라설 기회입니다.―
일본의 자동차 3사(도요타, 닛산, 혼다)는 꾸준히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었다. 저렴하고 연비 좋은 차라는 이미지로 미국 시장에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었다.
―일본 자동차가 가져갈 시장을 미래 자동차가 먼저 가져와야 합니다.―
미래 자동차는 그동안 연비가 좋은 차보다는 퍼포먼스가 좋은 차로 알려졌다. 고 배기량의 대형차가 주력이었다.
―중·소형차 시장까지 잡을 수 있다면…… 우리 미래가 이번 유가 인상 후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겁니다.―
부회장의 말이 맞았다. 대형차와 고급 승용차가 수익률이 높지만, 시중에 팔리는 차량 대부분은 중·소형차였다.
그동안 중·소형차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다. 딱정벌레는 이미 4세대 모델이었다. 소형차급에서는 최강이었다.
딱정벌레의 한 체급 위의 조랑말은 2세대였다. 그것 역시 그 체급에서는 최강이었다.
―한동안 미래 자동차의 목표는 수익률이 아니라, 시장 점유율입니다. 할인 행사를 전 세계적으로 단행하세요.―
그동안 미래 자동차는 브랜드 네임과 수익성을 중요시했다. 웬만하면 할인하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했다. 하지만, 호재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파격도 필요한 법이다. 여태 유지했던 억제력을 풀어 버렸다.
―감사합니다. 재갈을 풀어 주셨으니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미래 그룹은 시속 300km를 달릴 수 있는 차로 100km 속도 제한이 걸려 있는 도로를 다니는 상황이었다.
지금부터는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을 달리게 되었다. 묶어 두었던 제약을 풀었다. 최고 속도로 달려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 자동차의 다음 수가 기대되었다.
* * *
스미스는 뉴욕의 S.P.A 매장을 들렀다. 새로운 승용차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뉴욕 외곽의 신흥 주거지에서 맨해튼에 있는 직장까지 매일 출퇴근해야 했다.
유가가 급등하자 자동차에 들어가는 유류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자동차를 대신하여 지하철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며칠 만에 그것을 포기했다.
‘지하철은 너무…… 끔찍해. 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악명이 높은 뉴욕의 지하철을 직접 경험하자, 그것으로 출퇴근한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에게 구원의 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조랑말이라는 이름을 들어 보았는가?”
“조랑말이라니? 이상한 이름이네.”
“이번에 내가 차를 바꾸었는데 말이야. 차가 아주 죽여줘. 작은 게 힘이 좋다고.”
“에이. 작은 게 힘이 좋을 수가 있나? 무조건 커야 힘도 좋지.”
“자네는 멋도 모르는군. 대한민국에는 작은 게 맵다는 말이 있다네.”
“여기서 갑자기 대한민국은 왜 나오는가?”
“조랑말이 미래 자동차에서 만드는 차거든.”
“아! 그럼 힘은 확실하겠네.”
미래 자동차는 동급 최강의 힘 좋은 차로 유명했다.
“그런데 그 차가 연비도 최강이거든? 저번 달에 유류비가 200달러나 줄었어.”
“뭐? 그게 정말인가? 한 달에 유류비가 200달러나 줄었다고?”
“그렇지. 내가 자네한테 거짓말해서 뭐 하겠어. 미래 자동차 외판원도 아닌데 말일세. 조랑말을 몇 년 몰면 차 한 대 가격이 뽑혀 나온다니까?”
“음…… 나도 차를 바꿀까 생각 중이었는데……. 한번 가서 구경해 봐야겠네.”
스미스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 후 바로 뉴욕 외곽에 있는 S.P.A 매장의 자동차 판매소를 방문했다.
그곳에 포니(pony)처럼 작고 멋진 차량이 있었다.
“여기, 2세대 조랑말이라는 차가 있습니까?”
“방금 보신 차가 조랑말입니다. 영어로는 pony라고 합니다.”
“아! 차의 이름이 왜 조랑말인지 알겠군요.”
판매원의 조랑말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조랑말은 말도 안 되게 좋은 차였다.
‘차량을 팔기 위해 성능을 과대 포장하는군.’
판매원의 설명에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도 나름대로 차량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건 참고 지나가지 못한다고.’
스미스는 이런 것은 제대로 고쳐 둬야 성미가 풀렸다.
“엔진의 배기량이 같은데 출력이 더 높을 수가 있습니까?”
“배기량이 같아도 연소 효율을 높이면 가능합니다. 그것으로 출력과 동시에 연비를 개선했습니다.”
판매원의 설명을 들어 보니 미래 자동차의 엔진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했다. 판매원이 공인된 마력과 연비를 보여 주니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한마디 해 주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날 것 같았다.
“공인 연비를 믿을 수 있습니까?”
“맞습니다. 실제 운전할 때는 도로 환경과 운전 습관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같은 공인 연비라면 더 높은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도 맞았다.
“그래도 동급 차량보다 지나치게 연비가 높은데요? 좀처럼 믿기가 힘들군요.”
“그것은 차량의 무게가 가벼워서 그렇습니다. 저희 조랑말은, 동급 차량보다 20% 가볍거든요.”
“차량이 가볍더라……. 차체를 허술하게 만든 게 아닙니까? 사고가 나면 바로 천국으로 간다던가?”
차량이 가볍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무게와 안전성을 동시에 희생한 차량도 많았다. 무거운 차가 튼튼한 차였다.
“안정성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IIHS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Top Safety Picks)을 받았습니다.”
“아!”
IIHS 충돌 테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테스트였다. 이것을 믿지 못하면 믿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니,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믿기가 어렵군요.”
차량에서 상식은 이왕이면 크고 무거운 차가 작고 가벼운 차보다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차량의 엔진과 차체에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알루미늄은 음료수 캔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에요? 그걸 차에 사용한다는 말인가요?”
스미스는 차에 강철이 아닌 알루미늄을 사용한다는 말에 놀랐다. 알루미늄이라고 하면 음료수 캔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튼튼하기에 강철을 대신하여 항공기, 전차, 우주선, 자전거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소재였다.
“알루미늄 합금은 같은 무게에서 강철보다 강도가 더 우수합니다. 미래 그룹은 세계 최고의 알루미늄 합금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체를 가볍게 하면서도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판매원이 말하는 말이 그럴듯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미 홀랑 넘어가, 사인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나면 스미스가 아니었다.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하면 차량 가격이 비싸지지 않나요?”
그도 강철보다 알루미늄이 더 비싼 것은 알았다.
“사실 미래 자동차는 고급 브랜드라 가격이 비쌉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물가 인상으로 힘든 시기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특별히 25% 인하된 가격으로 팔고 있습니다. 덕분에 가격은 동급 모델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합니다.”
“아니, 그 미래 자동차가 할인을 한다고요? 여태 한 번도 할인 행사를 한 적 없는데요?”
“맞습니다. 저도 처음 보거든요. 그런 만큼 지금 싸게 살 기회를 놓치면 아주 후회하시게 될 겁니다.”
마지막 펀치, 할인에 완고한 스미스도 무너졌다. 가격을 인하하는 것보다 할인이 효과가 더 좋았다. 구매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아! 한번 조랑말을 타 봐도 될까요?”
“운전해 보시면 더욱 마음에 드실 것입니다.”
차체가 가벼워지면 연비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조작성도 좋아졌다. 진동과 소음도 기존에 몰던 차보다 훨씬 적었다.
이건 멋진 물건이었다. 차를 몰아보니 조랑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바로 계약하겠습니다. 컬러는 어떤 것이 있죠?”
“감사합니다. 오늘의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조랑말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세요.”
뉴욕 S.P.A의 자동차 판매장에 스미스와 같은 사람이 많이 몰렸다. 이렇게, 석유 파동은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