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04)
위기 속에 찾는 기회들
제임스는 미래 자동차 판매원이었다. 방금 고객에게 조랑말 한 대를 팔았다. 그것으로 받게 될 수당을 생각하면 잠시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바로 마음을 다잡고 다음 손님을 맞이했다. 자신을 기다리는 고객이 많았다. 저들 모두에 차를 판다면 수당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덕분에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영업용 미소가 아닌 진심이 담긴…….
“매장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기, 픽업트럭이 마음에 들던데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어떤 점이 궁금하신가요?”
“차량에 짐이 얼마나 들어가오?”
“저건 풀 사이즈급 픽업트럭입니다. 1톤 트럭보다 조금 작습니다.”
풀 사이즈 픽업트럭은 통상 1,500lb(약 680kg)의 적재 중량을 가졌다.
“어떤 용도로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요새 S.P.A에서 한 번에 구매하는 물건이 많아져서…… 이번에 적재량이 큰 차를 사려 하오.”
“그럼, 지금 보신 타이탄이 괜찮은 모델일 것입니다. S.P.A에서 판매하는 웬만한 가전과 가구가 다 들어갑니다.”
“가전과 가구 말이오?”
“최근에는 많은 분이 차에 싣고 가서 집에 직접 설치하십니다.”
유가 인상으로 인한 석유 파동은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을 바꾸어 놓았다.
기름값이 비싸지자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 번에 많은 물건을 사 두려고 했다. 대량 구매가 일상화되었다.
S.P.A는 지금과 같은 불황에 더 성장하는 유통 형태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많은 고객이 몰렸다. 동시에 1인당 구매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S.P.A에도 석유 파동은 큰 성장의 기회였다. 물가 인상은 대형 할인점의 성장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자주 사는 것에서 한 번에 많이 사는 것으로 소비 문화가 바뀌었다.
소비 문화의 변화는 차량의 선호도에도 영향을 주었다. 적재 공간이 부족한 승용차보다는 물건을 많이 실을 수 있는 픽업트럭이 인기였다.
그렇게 이강철 부회장이 예견한 대형 할인점과 픽업트럭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가구나 가전제품은 설치가 힘들지 않소?”
“그 안에 설치를 돕는 자세한 안내문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은 무리 없이 설치하십니다.”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설치비가 줄어드는 것만 해도 큰 이득이었다. S.P.A에서 전기레인지나 몇몇 제품은 무료로 설치해 주지만…… 설치비를 내야 하는 상품이 더 많았다. 그런데 가구와 몇몇 제품은 설치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설치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런 만큼 픽업트럭을 파는 제임스도 S.P.A 상품에 대해 빠삭했다.
“풀 사이즈 모델이 괜찮아 보이는군. 차체가 상당히 큰데…… 기름값이 만만치 않게 들겠소만은.”
대량 구매와 픽업트럭은 고유가 시대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기름값이 많이 들면 의미가 없어졌다.
“자체에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덩치보다 상당히 가볍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많이 싣게 되면 그게 별 의미가 없어지지 않소?”
그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600kg의 짐을 실으면 경량화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타이탄에는 힘 좋고 연비 좋은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있으니까요. 휘발유 엔진과는 연비를 비교할 수 없고, 동급 디젤 엔진에 비해서도 훨씬 우수합니다.”
미래 자동차는 커먼레일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의 덴소보다 30년 빠른 것이었다. 기초 기술은 1960년대에 이미 나왔었다.
미래 자동차는 그것을 받아들여 기계식 커먼레일 엔진을 개발했다. 뒤이어 전자식 커먼레일 엔진 개발에도 성공했다. 미래 전자와의 협업의 결과였다.
미래 반도체의 연구원들은 연료 분사를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회로와 반도체를 개발해 냈다.
생각보다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곳이 차량 제어 분야였다. 자체 회로 설계가 가능한 반도체로부터 필요한 전자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미래 자동차는, 기존의 자동차 회사보다 여러모로 유리했다.
“타이탄으로 바꾸시면…… 기존에 몰던 차보다 기름값이 확실히 적게 들 것입니다.”
“연비가 좋은 대신에 힘이 부족하지는 않겠지요?”
픽업트럭은 승용이면서 SUV, RV, 화물차 등 다목적 차량으로 사용되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힘은 동급 최강이니까요. 트랙터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픽업트럭은 트럭이라는 말처럼 견인 능력도 중요했다. 타이탄은 뒤에 5톤 트레일러 정도는 끌고 다닐 힘을 지녔다.
“더 넓은 적재 공간에 힘 좋고, 연비 좋은 차라……. 매우 비싸겠소.”
“사실 잘 아시겠지만, 미래 자동차는 가격대도 있고 할인도 안 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번에 전 차종에 25% 할인을 적용합니다. 동급의 다른 차에 비해서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허…… 좋은 기회구만. 혹시 고장 시 수리는 어떻게 해야 하오?”
비싼 차의 경우 수리할 곳도 마땅치 않고 가격도 비쌌다.
“그건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S.P.A의 수리 센터는 동시에 미래 자동차 공식 정비소이니까요. 언제나 편하게 점검과 수리를 맡기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안 살 수가 없었다.
“좋소. 계약서를 작성합시다.”
제임스는 반나절 만에 차를 6대나 팔았다. 올해 최고의 실적이었다.
‘과감히 투자하기를 잘했어.’
25%의 할인율 중 5%는 자신의 받을 판매 수당의 일부였다. 제임스는 지금을 호기로 생각했다. 하루에도 많은 고객이 미래 자동차를 보러 찾아왔다.
비록 차량값의 5%에 해당하는 수당을 포기하더라도, 계약 건수 자체를 늘리면 큰 이득이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차를 찾으십니까?”
차를 보러 온 고객은 많았다. 그 고객들 모두와 계약을 맺는다면…… 5%의 수당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만간에 맨해튼에 집 하나를 살 수 있겠어.’
맨해튼에 괜찮은 빌딩을 하나 봐 두었다.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내려갔다. 지금은 건물주가 될 기회였다. 매일 오늘처럼 팔 수만 있다면…….
유가 인상으로 발생한 이번 불황은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았다.
‘대공황 때 새로운 부자들이 많이 탄생했었지. 나도 어쩌면…….’
불황과 공황은 부자가 될 기회였다. 위기와 기회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나타났다.
* * *
미래 상사의 이창동 사장은 사장단 회의가 끝난 후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상사는 그룹의 많은 계열사와 연관되어 있었다. 이렇게 대규모 회의가 열리면 그때 나온 안건들로 후속 사업이 많이 발생했다.
‘알루미늄을 이렇게 많이 사용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부회장님의 안목은 참…….’
자원 개발 분야는 상사의 영역이었다. 상사 안에 광산 회사와 유전 회사, 알루미늄 제조 회사가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석탄과 천연가스로 알루미늄 생산을 늘리세요.―
인도네시아는 알루미늄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 사이에서도 최적지 중 하나였다.
알루미늄 광산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연료비가 저렴했다. 석탄과 천연가스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용해 전기의 발전 단가를 낮출 수가 있었다. 덕분에 고유가 속에서도 싼 알루미늄을 생산할 수 있었다.
―자동차와 알루미늄의 사용이 많은 계열사에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하세요.―
미래 그룹은 주식 회사지만, 부회장 개인이 대부분 주식을 보유한 개인 회사와 마찬가지였다. 자유롭게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가능했다.
다른 곳에 팔 때는 시세대로 받지만…… 계열사에 팔 때는 원가, 거의 3분의 1의 가격으로 팔았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노르웨이에 있는 알루미늄 공장의 역할이 컸다. 수력으로 움직이는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공장이었다.
그곳은 알루미늄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료가 매우 저렴했다. 수력을 사용하기에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인상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알루미늄 생산 단가는 매우 낮아졌다. 그것과 함께, 저렴한 인도네시아의 석탄과 천연가스가 알루미늄 생산 단가를 대폭 낮추었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미래 상사가 시세의 3분의 1 가격으로 자동차에 알루미늄을 납품할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덕분에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했어.’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도 상사 소속이었다. 자동차의 판매 급증은 알루미늄을 싸게 공급하는 손해를 만회할 수준이었다.
부회장의 알루미늄을 싸게 공급하라는 지시에도, 상사에는 손해가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전반적으로는 큰 이익을 거두고 있어.’
상사는 자원 개발이 주력이었다. 유가 상승과 원자잿값 상승은 상사에 큰 이득을 주고 있었다. 중동을 제외한 북해와 아시아 유전의 생산량이 증가했다. 거기에 유가가 상승하여 큰 이익을 안겨 주고 있었다. 석탄과 천연가스, 철광석 등의 가격도 올랐다. 상사는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 돈으로 새로운 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사가 석유 파동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올해는 상사가 그룹 내 1등을 하게 될 거예요.―
그 말에 모든 계열사 사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계열사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석유 파동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상사를 따라올 수 없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1위 자리를 굳혀야겠어. 내가 부회장님의 첫 제자나 마찬가지인데, 이번에 제대로 보여 드려야지.’
이창동 사장은 이강철 부회장과 함께 오래 일했다. 그는 창업 공신 중 수위였다. 부회장의 다음 자리는 언제나 그의 것이었다.
* * *
미래 조선의 김우종 사장은 사장단 회의 내용을 떠올렸다.
―조선과 해운은 지금 상당히 힘든 시기일 거예요. 그렇죠?―
유가 인상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운송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물동량이 줄고 유류비는 올라갔다. 그렇다고 운임을 마음대로 울릴 수가 없었다. 결국 비용 감축에 들어갔다. 해운사는 배의 발주를 줄이게 된다.
그래서 해운이 불황에 빠지면…… 짧은 시기를 두고 조선도 불황에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동시에 기회입니다.―
―예? 저희에게도 말씀입니까?―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맞았다. 하지만…… 자신이 담당하는 조선과는 관계가 없어 보였다.
―해운은 유조선 발주를 늘리세요. 곧 유조선이 부족할 수가 있으니까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해요.―
―부회장님, 전 세계적인 불황인데…… 석유 제품의 물동량이 늘겠습니까?―
해운은 불황을 맞아 물동량 감소에 허덕이고 있었다. 선박에 물건을 가득 채우지 못하고 운항하는 일이 허다했다.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선박의 발주를 늘리라는 지시는 해운의 사장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하, 당장 우리 주위를 둘러보세요. 불황에도 에너지 사용은 늘면 늘지, 줄지 않습니다. 인구 증가도 마찬가지고요. 덕분에 섬유와 플라스틱 소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회장의 말처럼 에너지 사용이 늘고 있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보급이 늘었다. 모두 에너지를 많이 먹는 제품들이었다. 전 세계의 인구도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거기에 화학 섬유와 플라스틱의 수요 증가는 눈부셨다.
그것이 5% 감축에도 유가가 폭등한 배경이었다. 석유 소비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생산을 오히려 감축한 영향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유국이 석유 감산을 중단해도 그 여파는 오래 갈 것입니다.―
저번 회차에서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석유 파동으로 49원에서 그다음 해 157원이 된 이후에도 매년 올랐다. 심지어 2차 석유 파동이 있기 전 1979년에는 275원이 되었다. 1980년 556원이 된 이후에도 한동안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
고유가의 영향으로 유전 개발이 활발해졌다. 북해 유전은 1차 석유 파동의 산물이었다. 급등하는 석유 가격에 석유 회사들은 북해 유전 개발을 서둘렀다.
저번 회차에서도 석유 생산량이 늘었음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 그것은 소비 증가 덕분이었다. 그것은 이번 회차에도 변함이 없었다.
-석유 수요 증가로 물동량은 다시 증가할 것입니다. LNG 운반선의 숫자도 늘게 될 것에요.-
석유 가격이 오르자 천연가스의 사용량이 늘어났다. 석유 파동에도 에너지 사용은 쉽게 줄지 않았다. 천연가스의 가격이 오르자 유전에서 태워버리던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유조선과 LNG선을 주력으로 하는 해운사는 대호황을 맞았다. 선박왕 오나시스가 그렇게 탄생했다. 해운사들은 유조선과 LNG 운반선이 대량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조선소에 발주를 늘렸다. 조선업은 유조선과 LNG선의 수주 증가로 오히려 호황을 맞이했다. 물론 준비된 곳만 그 기회를 누렸다.
―해운은 미리 유조선과 LNG선 발주를 늘리고, 조선은 그에 맞추어 건조를 늘리세요.―
―네, 부회장님!―
김우종 사장은 자신의 관리하에 있는 3개의 조선소를 방문했다. 그것에는 많은 선박의 블록과 중장비, 유조선과 LNG선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정말 부회장님의 말씀처럼 지금이 기회였어. 조선소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물량이 밀려 들어오네.’
미래 조선은 오래전부터 유조선과 LNG선을 제작해 왔다. 덕분에 제작 기술이 다른 조선소에 앞서 있었다. 고유가에도 석유 소비량이 줄어들지 않자, 해운사들은 뒤늦게라도 다투어 유조선과 LNG선 수주를 늘렸다. 그중 많은 물량이 미래 조선으로 몰렸다.
‘얼마 전 공장 대지를 확장한 것이 신의 한 수였어.’
부회장의 지시로, 불황에도 불구하고 선박 건조 시설을 확장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밀려드는 수주 물량의 상당수를 경쟁사들에 넘겨줬어야 할 것이었다.
‘이번이야말로 일본의 조선 업체를 따돌릴 기회야.’
아직 조선업은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일본을 꺾고 대한민국이 조선업 최강이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위기 속에는 많은 기회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