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05)
그룹의 기획실장
미래 농수산의 왕기철 사장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곡물 가격의 인상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강철 부회장의 예측처럼, 석유 파동은 곡물가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었다.
―미주의 대규모 농장들은 이번 석유 파동을 이겨 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무너진 자리는 그럼 어떻게 될까요?―
미국은 기계화 농법을 통해 경작지를 넓히고 대량의 곡물을 생산해 내었다. 그렇게 확립된 곡물의 대량 생산 체계는 세계적인 곡물가 인하로 이어졌다.
그런데, 그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 기계화 농법은 저렴한 석유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기계를 움직이는 것은 석유를 바탕으로 한 연료들이었다. 농기계와 농업용 비행기를 움직이는 것이 휘발유와 등유, 경유와 같은 석유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행기로 땅에 뿌리는 비료와 농약도 석유에서 나왔다. 경작지가 넓은 만큼, 소모되는 비료와 농약의 양도 엄청났다.
결국, 석유 파동으로 인한 곡물가 인상은 기본적인 비용 상승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는 없었다. 곡물은 석유와 달리 산유국의 독점적인 품목이 아니었다. 시장 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작용했고, 과한 가격 상승은 시장에서의 퇴출을 불러올 뿐이다.
높아진 유가는 대규모 기계화 농장들을 이런 딜레마 속에 빠뜨리는 큰 위기였다.
반면에…….
―미래 농수산에는 큰 기회입니다. 빈 자리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기회요.―
미래 농수산은 미국에서 콩과 옥수수 혼작으로 비료와 농약을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하는 농법을 사용했다. 거기에 농기계를 돌리는 기름과 비료, 농약을 그룹의 관련 계열사로부터 싸게 공급받았다.
덕분에 생산 비용은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곡물가는 많이 올랐다. 그 차이가 모두 이익으로 잡혔다.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 농수산 소속 축산 농가에 저가의 사료를 공급했다. 사료와 곡물가는 정비례했다. 미래 농수산 산하의 축산 회사들도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경쟁에서 밀린 다른 대농장들과 축산 농가는 파산하여 매물로 나왔다.
―농수산은 헐값으로 나오는 미국과 미주의 대형 농장들을 사들이세요.―
부회장의 허락도 떨어졌다. 매물로 나오는 미국의 대형 농장들을 싼값에 대거 사들이고 있었다.
카길과 몬샌토와 같은 회사들도 파산해서 매물로 나오는 대농장과 축산 농가를 노렸지만…… 그들은 그다지 자금에 여유가 없었다.
그들도 유가 인상의 파고에 자유롭지 않았기에 손해를 보지 않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렇다 보니 인수 경쟁에 많은 돈을 쓸 여유가 없었다. 결국 미래 농수산의 라이벌은 없었다. 미래 그룹은 미국과 남미의 대규모 농장들을 마치 이삭 줍듯 여유롭게 골라 인수했다.
‘상사만 순수 혈통은 아니지. 수산도 미래 그룹의 창업 공신이라고?’
농수산의 모태인 수산도 부산에서부터 미래 그룹의 중요한 기둥이었다. 지금은 유가 인상으로 상사가 잘 나가고 있지만…… 수산은 오랫동안 그룹 내 1등을 차지한 저력 있는 회사였다.
왕기철 사장은 이번 기회에 사업을 확장하여 상사를 이겨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회장님의 말씀대로 먹는 것이야말로 의식주의 기본이지. 그 시장을 절대 무시하면 안 돼.’
그것을 위해 수산에도 투자했다. 유가 인상은 어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어로 비용의 대부분을 기름값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많은 어선과 원양 어선들은 비싼 기름값에 출어를 포기했다.
그 사이에 미래 농수산 소속의 어선들이 활발히 물고기를 잡았다. 그것들은 식탁에 오르거나 가공품, 양식 사료가 되었다. 농축산업뿐만 아니라 수산업에서도 미래 농수산의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
석유 파동이 지나간 후 미래 농수산도 상사에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해 있을 것이었다.
* * *
“여보,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야.”
“집이 마치 저택 같아요. 당신, 이번에 너무 무리한 것 아니에요?”
“나를 믿고 먼 타국까지 왔는데 이 정도쯤이야. 당신을 위해서라면 아무 것도 아닌걸?”
미국의 농부 박철수는 이번에 새로운 농장으로 이전했다. 그곳에 멋진 저택을 지었다. 건평으로 하면 200평이 넘는 2층 집이었다. 집 주위로는 넓은 정원이 있었다. 그 너머로는 드넓은 농경지가 펼쳐졌다.
“당신이 이러는 것은 고맙지만…… 이 넓은 집을 청소하려면 제가 고생이잖아요.”
“하하, 미안. 내가 깜박 놓쳤네. 땅이 크면 집도 커야 한다고 생각했어.”
박철수의 농장은 예전에 일리노이주 쿡스빌 부근에 있던 농장의 4배 크기였다. 넓은 땅을 경작하다 보니 배포가 커졌다.
“청소가 어려우면 일부만 사용하면 되지, 뭐. 하하하.”
“그러면 아깝잖아요. 얼마 전에 차도 샀는데…….”
박철수는 농장을 옮기면서 미래 자동차의 픽업트럭인 타이탄을 샀다.
“괜찮아. 작년에 곡물 수확이 좋았어. 게다가 시세도 좋아서 돈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돼.”
“그래도…… 이렇게 쓰면 그 돈도 금방 다 떨어지잖아요.”
돈을 아끼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래도 남자는 체면이었다.
“뭐가 걱정이야. 올해도 많이 벌면 되지. 여보는 이곳에서 즐기면서 살아. 주말에는 S.P.A 마트도 다녀오고.”
박철수가 이번에 미래 농수산에서 빌린 농장은 시카고 남부에 있었다. 시카고 S.P.A 매장과 가까웠다. 차로 달리면 1시간도 안 걸렸다.
그 안에는 영화관부터 온갖 편의 시설이 다 있었다. 그곳은 시카고뿐만 아니라 일리노이주 북부에 있는 농장지대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이번에 이곳으로 옮겨온 것은 농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함도 있지만, 결혼한 아내와 태어날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아내의 뱃속에는 작은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다.
“내가 농사 하나는 잘 지어. 그러니까 여기에서 마마님처럼 호강시켜 줄게.”
“고마워요. 그래도 아끼며 살아요. 그래야 잘 살죠.”
“알겠어. 이제부터는 열심히 벌고 아끼고 살게.”
미국에서 또 하나의 아메리칸 드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정말, 이 모든 것은 미래 그룹 덕분이야. 농사만 열심히 지어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니.’
그것은 한국에서 이룰 수 없는 농민의 꿈이었다. 그 꿈을 미래 그룹 덕분에 미국에서 이루었다.
“시카고에 한인회가 있다고 하네. 그곳에 가면 여보도 이곳에서 친구를 사귈 수가 있을 거야.”
시카고 한인 지부에 미래 그룹의 열성적인 지지자가 두 명이 늘었다.
* * *
울산 제철의 박상식 사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나온 안건으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강철 부회장은 그에게 막중한 책무를 주었다.
―제철소의 철강 생산 능력을 늘리세요. 미래 그룹은 저렴하고 품질 좋은 철강이 필요합니다. 철은 산업의 쌀이니까요.―
제철 사업에 있어서 생산 능력과 가격은 반비례 관계였다. 쇳물 생산량이 늘어나면 톤 당 단가가 내려갔다.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인 사업이었다.
―부회장님, 약간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곧 울산의 제3고로와 4고로도 완성될 것입니다. 그러면 연간 쇳물 생산량이 800만 톤이 넘습니다. 생산 과잉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제철 사업은 생산 능력을 올릴수록 경쟁력이 좋아졌다. 호경기에 대량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일본의 경우 한국 전쟁 이후부터 60년대 말까지 철강 산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였다.
박상식 사장의 의견은 상식에 충실한 말이었다.
하지만…… 석유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 철강 수요의 증가는 상식적이지 않았다. 생산 과잉으로 투자를 멈추자 수요의 증가로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저번 회차에서 일본과 세계 은행이 철강의 과잉 생산으로 채산성이 없다고 한 포항의 제철소가 완공하자마자 흑자를 내었다. 제철소를 짓는 몇 년 사이에 시황이 바뀐 것이다.
이런 부분은 다회차를 살아가는 이강철 부회장이 아니었다면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부회장은 정해진 결과를 알고 있기에, 확신을 가지고 확장을 주문했다.
―자동차와 조선, 건설에 사용되는 철강의 양은 계속 늘어날 것이에요. 생산 과잉은 곧 끝납니다.―
박상식 사장이 모르는 것이 그것이었다. 미래 자동차는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하지만…… 사실 자동차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철강이었다. 자동차의 수요는 석유 파동이나 불황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매해 빠르게 늘고 있었다.
조선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원재료가 철강이었다. 선박 한 척에 들어가는 철강 후판 양이 거의 배의 무게였다.
자동차와 조선이 철강을 많이 사용하지만…… 놀랍게도 전체 소비량으로 따지면 더 많이 사용하는 분야가 있었다. 그것은 건설이었다. 곧 중동 건설 붐이 있을 것이다.
“이곳이 제2 제철소 용지로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기획실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주변이 섬으로 둘러싸여 항구로는 괜찮은 입지입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곳은 섬으로 둘러싸인 지중해였다.
“이곳은 철강을 많이 사용하는 부산과 거제와도 가깝습니다. 바다를 메우면 공장 용지를 확장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철강의 소비지와 가깝고 확장성도 좋았다. 울산 제철소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확장성이었다. 고로 4기를 건설하니 방어진 인근 지역에 빈자리가 없었다. 제철소는 많은 부지를 차지했다.
“근처에 조선소를 건설해도 괜찮은 곳으로 판단됩니다. 제철소의 입지로는 최고이네요.”
박상식 사장의 말에 이학수 기획실장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는 이강철 부회장을 대신하여 제철소 입지를 보러왔다.
“그럼, 이곳 광양을 제2 제철소의 후보지로 부회장님께 보고드려도 괜찮겠지요?”
여수와 광양은 거제, 통영과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 두 곳 모두 항구와 산업 단지로서 입지가 좋은 곳이었다.
여수에서 서쪽으로 가면 갈수록 수심이 얕아지고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해져서 항구로서 입지가 안 좋아졌다. 인천은 서울과 가까워서 어쩔 수 없이 개발된 곳이다. 그런 이유가 없다면 항구의 입지로서 좋지 않은 곳을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
“이곳은 전라도에 속한 곳이니, 부회장님도 만족하실 것입니다.”
이강철 부회장은 그동안 입지에 대해서 이학수 실장에게 많이 가르쳤다.
―입지란 단순히 경제적, 지리적인 것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야. 정치적인 부분도 중요해.―
―하지만 부회장님, 저희는 정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라는 것은 단순히 국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야. 인간이 하는 모든 사회적인 활동이 정치니까.―
―그 말씀은?―
―알게 모르게 전라도 쪽에서 미래 그룹에 섭섭해하는 부분이 있을 거야. 그걸 알고도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되겠지?―
미래 그룹의 사업장들은 서울, 경기를 제외하고는 동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경제적이나 지리적인 이유로 그렇게 되었다.
―그렇지만 부회장님, 저희는 그동안 최고의 입지를 선택해 오지 않았습니까? 경제적인 모든 조건을 고려했을 때, 지금 결과를 보더라도 늘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저는 생각…….―
―그래, 그래. 다 맞는 말이지. 그때의 우리는 지역 차별을 하려는 게 아니라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선택했던 입지였어. 하지만 우리의 의도가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충분히 서운해할 수 있게 되었지.―
최고의 선택이 정치적인 부분이 결합하면 최선이 아닐 경우가 많았다.
―미래 그룹은 이제 경제, 지리적인 입지와 함께 정치적인 입지도 고려해야 해. 그것까지 생각하면 최선은 달라질 수가 있어.―
국가는 사람으로 구성되었다. 사람은 논리적이라기보다 감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선동당하기 쉬운 것이다.
이강철 부회장이 점점 성장해 가는 이학수에게 알려 주고 싶은 부분이 바로, 사람에 대한 것이다.
기획실장이라는 자리에 걸맞게, 인심을 포함한 복합적인 고려를 할 수 있는 기업인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치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서 입지를 잘 살펴봐.―
“광양이나 여수가 제2 제철소로 최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학수 실장은 부회장님의 생각도 자신과 다르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는 미래 그룹의 기획실장으로 착실히 성장해 나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