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06)
중동 특수
석유 파동 기간에 전 세계 성장률이 둔화되었다. 세계 경제에 비중이 높은 미국을 포함한 유럽의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그렇게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2~3%의 성장은 나쁘지 않았다.
그것은 산유국과 중동 특수를 누린 몇몇 나라들의 세계 경제 성장 덕분이었다. 석유 파동을 돈의 흐름으로 본다면, 선진국에서 산유국으로 부가 이동한 사건이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은 그 기간에 크게 줄지 않았다.
산유국은 늘어난 부로 사회 간접 자본 투자를 늘렸다. 그 덕분에 중동 특수를 누린 나라들도 석유 파동에 따른 경제적인 충격을 빠르게 이겨 내었다.
대한민국은 석유 파동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이다.
‘슬슬 중동 특수가 시작되겠군. 입질이 올 때가 되었는데…….’
페르시아만의 유전을 개발할 때 산유국들과 계약을 했었다. 10년 동안 매년 20센트씩 가격을 올려 주기로……. 덕분에 미래 그룹은 유가가 10달러에 육박할 때도 3~4달러의 가격으로 저렴하게 석유를 매입할 수 있었다. 반면에 산유국들은 시세보다 싸게 석유를 팔아야 했다.
‘처음은 매년 20센트씩 가격이 오르는 것이 좋았겠지.’
그러나 지금은 그들에게 불합리한 계약이었다.
‘그 계약을 무르고 싶을 거야 ‘
이제 그들이 계약 수정을 요구할 때가 되었다.
‘시세대로 판다면 10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원유를 4달러에 팔려 하니 배가 아플 것이야.’
해상 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양이 육상 유전에 비해서 크지 않다고 해도…… 그것을 두고 보기 힘들었다.
“부회장님, 칼리드 왕세제와 중동의 왕족들이 부회장님을 만나 뵙고자 합니다.”
“당연히 내가 그분들을 찾아뵙기 위해 그쪽으로 가야 하나…… 사정이 있어 어렵다고 말해 줘.”
“괜찮겠습니까? 그래도 왕족들인데…….”
“괜찮아. 급한 쪽은 그쪽이니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들과 척지는 것을 피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학수 실장의 의견이 합당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case by case였다. 급한 것은 저쪽이었다.
“아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들을 안달 나게 하는 것이 좋아. 자신들이 이곳으로 먼저 찾아올걸?”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산유국들을 안달이 나게 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예상대로 그들은 내 전언을 듣자마자 한국으로 오기로 했다. 시간을 끌수록 그들이 손해였다. 궁한 것은 산유국이었기 때문이다.
“전세기를 보내서 그들을 정성스럽게 모셔.”
산유국 후계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왔다. 중동에 부가 넘쳤다.
그러나 일부는 미래 항공 전세기에 몸을 맡겼다. 미래 항공의 기내 서비스는 유명했다.
한국에 도착한 그들은 워커힐 호텔에 묵었다. 워커힐 호텔은 왕족과 세계 명사들이 묶을 정도로 시설과 서비스가 훌륭했다.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곳이었다.
* * *
칼리드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는 현 사우디 국왕의 왕세제였다. 그는 압둘아지즈라는 사우디를 건국한 왕의 아들이었다. 사우디 왕위 승계는 위대한 압둘아지즈의 아들만이 왕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60을 바라보는 그도 왕세제에 머무르고 있었다.
“한국이 생각보다 괜찮군.”
“네, 저도 한국을 보고 놀랐습니다. 왕세제님.”
시종장도 왕세제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가 공항에서 내린 후 마주한 풍경이나 오면서 느낀 것은 한국이 더 이상 후진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직 선진국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잠재력을 지닌 나라라고 느꼈다.
“부럽군.”
“하지만 왕세제님, 아무리 한국이 발전했다고 해도 사우디에 비교할 바는 아닙니다.”
“물론 자네 말이 맞지. 하지만, 내가 부럽다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이러한 발전을 이루어 낸 것을 말하는 것이네. 우리는 모든 것을 다른 이들에 맡겨야 하지 않는가.”
사우디는 석유로 많은 부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기술과 쓸 만한 노동력이 없었다. 사막에는 아직 낙타를 타고 다니며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집을 하나 지을 때도 외국의 회사에 맡겨야 했다.
“만일이라도 석유가 바닥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는 누가 우리를 대신해 일을 해 줄 것인가…….”
“왕세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사우디는 모든 것을 해외에 의존했다. 유전 개발에서부터 마실 물이 나오는 우물을 파는 것까지, 의식주의 모든 것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만약 석유가 고갈되는 날이 온다면 알라가 주신 축복은 모두 사라진다. 그들은 다시 사막의 유목민 생활로 되돌아가야 했다.
“우리도 한국처럼 스스로 발전을 이루어 내야 한다네.”
칼리드 왕세제는 이번에 석유 가격 협상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많은 것을 얻어 가기로 마음먹었다.
“왕세제님, 미래 그룹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누군가?”
“미래 그룹의 기획실장이라고 합니다. 말을 들어 보면 저와 같은 시종장으로 보입니다.”
“좋아. 그를 들라 하게.”
잠시 상대를 기다리던 왕세제의 눈에, 검은 머리에 영리해 보이는 사내가 들어왔다.
“자네가 미래 그룹의 기획실장인가 보군. 그래서, 무슨 일로 방문했는가?”
“이강철 부회장님께서 왕세제님이 여독을 푸시는 동안 이곳을 안내해 드리라고 저를 보냈습니다.”
“흠, 부회장은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인가?”
“아닙니다. 머무르는 시간 동안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한국의 새로운 모습이 왕세제님의 통치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어허, 엄연히 형님이 살아 계시는데 그런 무엄한 말을 뱉다니.”
“언젠가는 왕세제님이 왕이 되실 것이지 않습니까?”
“이번 말은 안 들은 것으로 하지.”
왕세제가 왕이 되는 것은 정해진 일이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시종장이나 주변 사람 때문이었다. 왕이 되기 전까지는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학수의 의도대로, 통치에 도움이 될 곳을 보여 준다는 말은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도 한국의 발전된 모습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전쟁의 폐허에서 20년 만에 이렇게 발전했는지……. 왕이 된다면 자신도 그러한 업적을 세우고 싶었다.
* * *
‘정말로 워커힐에 왕족을 모시다니. 부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이 정말 사실이 되었어.’
한참 전에 부회장이 자신에게 워커힐 호텔을 맡길 때 왕족을 모시게 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부회장 특유의 과장된 어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회장이 말한 모든 것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가끔은 이강철 부회장이 미래를 보는 예언자와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첫 번째는 카지노란 말이지.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군.’
왕세제 일행을 워커힐 카지노로 모셨다.
“사우디에서 도박을 금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가?”
이슬람 율법에는 술과 도박을 금했다.
“여기는 사우디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한국도 도박은 법률로 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미래 그룹이 한국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음……. 그것은 궁금하군. 그럼 이것은 도박이 아니라 산업 시찰인 셈인가?”
“맞습니다, 왕세제님.”
모든 이슬람이 코란의 율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중동 산유국의 왕족들은 카지노의 중요 고객 중 하나였다. 자연스럽게 카지노를 출입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주었다. 칼리드 왕세제는 워커힐 카지노를 원 없이 즐겼다. 그렇다고 도박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더군. 사우디에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짓는다면……. 나쁘지 않겠군. 나중에 검토해 보겠네.”
지금 당장은 사우디에 카지노 호텔을 세우기는 힘들었다. 외국인 전용이라고 해도 반발이 있을 것이다. 아직은 그가 왕세제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왕이 되기 전까지 말이 나올 수 있는 사업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왕이 된다면 사정이 달라졌다. 사우디는 강력한 전제 군주 국가였다. 국왕이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그때라면 외국인 카지노 사업도 해볼 만했다.
“다음에 가볼 곳은 어디인가?”
“인천의 항구입니다.”
“항구라……. 나쁘지 않겠어. 다만 그것만은 아니겠지?”
“네. 그곳에 유조선과 LNG선 전용 부두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위에 정유와 석유 화학 단지가 있습니다.”
“흠, 그 정도면 내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겠어.”
칼리드 왕세제는 중동의 건설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었다. 석유로 얻은 부를 활용하여 대대적인 사회 간접 자본 투자를 끌어냈다. 그 유명한 주바일 산업 항만 공사도 그의 재위 기간에 이루어졌다.
그와 함께 대한민국의 중동 건설 붐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그런 일에 관심이 없었으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들이 시도되기 어려웠다.
이강철 부회장의 계획은 그런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나왔기에, 반발 없이 상대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곳의 시설들이 왕세제님께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이학수 실장은 칼리드 왕세제 일행을 태우고 인천으로 향했다.
* * *
“아니, 이렇게 큰 항만을 짓는데 1년이 채 안 걸렸다는 말인가?”
“미래 건설은 케이슨 공법이라는, 항만 건설 분야에서 아주 혁신적인 신공법을 사용합니다. 그것을 이용하면 어떤 험지라도 빠른 시간에 훌륭한 항구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멋지군.”
“특히 이곳은 수심이 얕고 조석의 간만의 차가 심한 곳입니다. 항구의 입지로서는 좋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 이런 대규모 항구를 지을 수 있는 곳은 미래 그룹 말고는 별로 없습니다.”
그 설명을 듣자 칼리드 왕세자에게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유전 지대와 가까워서 항구로서는 좋지만…… 얕은 바다와 바닷속에 숨에 있는 사구 때문에 항구 건설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에 원유 운송용 항구를 지으면 어떨까 하고 매번 생각을 했었다. 다만 건설의 난도 때문에 구상으로만 끝났다.
사우디로 돌아가면 실무진과 진지하게 협상할 생각이었다.
“이것이 다요? 그렇다면 이강철 부회장을 만나보고 싶군.”
“아닙니다. 이곳에 있는 정유 화학 단지를 보시지 않겠습니까?”
“그거라면 당연히 봐야지.”
이제까지 세븐 시스터즈(석유 메이저)는 사우디의 원유를 가져만 가지, 사우디에 투자하지 않았다. 많은 석유가 나는데도 석유 제품을 외국에서 비싸게 사 와야 했다. 사우디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항만과 정유시설은 사우디에 꼭 필요한 시설이었다.
“오오……. 이곳은 정말 멋지군.”
칼리드 왕세제의 눈에 거대한 석유 산업 단지가 펼쳐졌다.
“사우디의 해상 유전에서 채취된 석유는 이곳에 와서 휘발유와 등유 같은 석유 제품과 플라스틱과 섬유로 바뀌어 나갑니다. 이곳은 사우디와 같은 유종의 석유를 사용하기에,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같은 유종이란 말이지. 이곳은 어느 회사에서 지었소?”
“항구와 마찬가지로 미래 건설에서 지었습니다. 정유와 석유 화학 기술과 관련해서는 미래 그룹이 세계 최고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인천 정유와 석유 화학 단지를 보여 주고 주변에 있는 LNG 저장소와 서울까지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견학했다.
“왕세자님도 아시다시피, 최근에 천연가스의 가격이 올랐습니다. 저희는 석유 가스(LPG)와 천연가스 역시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유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도 안전하게 다룰 수 있겠지요.”
최근에 사우디도 천연가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석유를 채취할 때 도움이 안 되는 가스가 돈이 되게 되었다. 천연가스도 은근히 사우디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이학수는 노련하게 상대방의 필요와 맞물리는 제안을 슬쩍슬쩍 들려주고 있었다.
“가스전 개발은 기존에 가치가 없던 유전의 재활용에도 도움이 됩니다.”
사우디에서 채산성이 없어진 유전도 가스전으로는 유용했다. 다른 나라라면 아직 쓸만한 유전들이 버려졌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 단가가 워낙 낮기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라면 아직 쓸만한 유전이었다.
담배꽁초처럼 미래 그룹이 한 모금 빨아먹을 정도의 석유가 있었다. 천연가스는 10~20년 동안 채취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발전소도 구경하시겠습니까?”
인천에는 대규모 화력 발전소가 있었다. 그것도 칼리드 왕세제의 관심을 끌었다.
인천 지역의 견학을 마치고 이학수 부회장은 칼리드 왕세제를 강남으로 안내했다. 일부러 멋진 강남 아파트 단지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저게 뭐 하는 건물이오? 빌딩과 다르게 사람들이 사는 것 같은데…….”
“저것은 아파트라고 합니다.”
“내가 아는 아파트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은데…….”
“한국형 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아파트입니다. 물론 사막과 같은 무더운 곳에서도 유용합니다.”
“한번 구경해 볼 수 있겠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칼리프 왕세자는 한국의 아파트에 관심을 나타내었다. 사막의 유목 민족 베두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골칫거리였다. 그들을 정착시키고자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한국의 아파트라면 그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원하신다면 사막에도 이곳과 같이 아파트 주변에 물이 흐르는 시내와 숲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오아시스를 만든다는 말이오?”
“네, 저희가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보시는 아파트 단지는 그곳의 중심에 있게 될 것입니다. 베두인족도 그곳에 충분히 만족하여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괜찮은 생각이오.”
칼리드 왕세제는 한국에서 본 것들을 만족해했다.
‘부회장님, 시키신 대로 양념은 다 쳐 두었습니다. 마무리는 부탁드립니다!’
이학수 실장은 칼리드 왕세제를 모시고 강남에 있는 미래 그룹 본사 건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