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07)
람 선물의 의미
“왕세제님을 한국에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한국에 와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빈말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칼리드 왕세제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사실 계약 수정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여태까지 세상에서 왕인 형을 제외하고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없었다. 한국조차 사우디에 잘 보이기 위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끊을까 고민 중이었다. 그만큼 석유라는 무기는 강력했다. 많은 나라들도 한국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쪽의 눈치를 보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정말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봐야지. 학수가 일을 잘 했구만.’
“방문하신 목적이 원유 판매 가격 조정을 위해서였지요?”
“가격 조정이라고 말하기보다, 정당한 가격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알겠습니다. 정당한 가격으로 조정하겠습니다.”
“너무 순순히 들어주니 의도가 의심스럽군요.”
“선물에 다른 의도가 있겠습니까?”
“하하. 선물이란 말이군요. 그럼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겠군요. 선물을 드려야겠습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이자를 받을 수 없다. 그것은 유대교와 가톨릭, 개신교로 이어지는 모든 것이었다. 유대교가 종교적으로 이자를 허락해서 대부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기독교인들이 꺼리는 대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리의 해석을 달리해서 이자를 받을 수 있게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것은 이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코란의 율법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서구의 금융 제도와 비슷한 것들을 만들었다. 무다라바와 무샤라카, 사르프, 살람, 패러렐 살람, 이스티스나, 아마나, 이자라, 하왈라, 타카풀, 재타카풀이라고 불리는 금융 제도였다.
‘참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야. 결국 대가성 거래를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뿐이잖아? 눈 가리고 아웅이지, 뭐.’
대가를 대가로 부르지 못하고 선물이라고 불렀다.
‘홍길동도 아니고 말이야.’
이슬람 문화권에서 말하는 ‘선물’은 코란의 율법을 따르면서 현대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였다.
“선물로는 뭐가 좋을까요?”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좋은 것을 드려야겠군요.”
“왕세제님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물이었으면 합니다.”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한국에 체류하는 시간 동안 미래 그룹은 그에게 많은 것을 보여 주었다. 서로 뭘 주고받기를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미래 그룹에 괜찮은 건설사가 있다더군요. 주베일에 석유와 컨테이너 항만을 건설하려 하는데 한번 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반가운 말씀이로군요. 저희 미래는 사우디의 좋은 친구로서, 주베일을 세계 최고의 항만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마치 서로 짜고 입을 맞춘 것처럼 일이 진행되었다.
“흠, 좋은 선물을 주셨으니, 저희도 보답을 해야지요. 휘발유와 등유를 정제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석유가 나는 나라에서 기름을 수입해서 써야 하겠습니까?”
“하하. 역시 부회장님과는 말이 잘 통하는군요. 또 선물을 주셨는데, 그에 걸맞은 충분한 답례를 드려야지요. 가스전을 개발하려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하시는 지역이 있으면 말해 주십시오.”
“어디든지 맡겨 주신다면 멋지게 개발해 보겠습니다.”
중동, 특히 사우디에는 초대형 가스전이 많았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함께 가는 자원이었다. 지하에서 석유가 만들어질 때 가벼운 분자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천연가스였다. 석유가 많은 곳에 천연가스도 많았다. 유가 상승으로 천연가스 개발이 활발해졌다.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천연가스 자원이 재평가받고 있었다.
천연가스의 포집과 저류, 운반 기술이 발전하고 있었다. 필요가 발명을 만들었다. 거기에 공해가 적은 천연가스가 가진 장점이 주목받았다. 석탄과 석유에 이은 새로운 자원의 재발견이었다.
‘석탄 가스와 석유 가스가 있었지만…… 여태까지는 모두 부산물과 같은 거였어. 하지만 이제는 천연가스만을 위한 시설들이 만들어지고 있지.’
LNG 운반선과 대형 가스관, 천연가스 보관 시설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정유 시설을 선물로 주고 가스전 개발권을 받기로 했다. 해상 유전에 이어 육상 유전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지금은 산유국이 갑이고 석유 메이저들은 을이 되었다. 석유 파동으로 세븐 시스터즈의 카르텔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생한 빈틈을 미래 그룹이 파고들기로 했다.
‘천연가스와 석유는 함께 가는 법이야. 가스전에 석유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어.’
사우디와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 에미리트 등 페르시아만 남부의 산유국에 가스전을 빌미로 유전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 * *
“이곳으로 오면서 아파트라는 것을 봤는데…… 상당히 괜찮아 보이더군요.”
“오호, 그러셨습니까? 왕세제께서는 한국형 아파트가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십니다.”
“그것이 코리아 스타일 아파트란 말인가요?”
“네. 정확히는 미래형 아파트입니다. 미래 그룹이 개발한 아파트이니까요.”
장안과 상계 지구, 여의도, 강남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아파트도 변화했다. 아파트가 종합 문화 공간이자, 공원과 같은 휴식 공간으로 변화했다.
미래 건설은 아파트를 고층으로 지으면서 여유가 생기는 공간을 공원과 편의 시설로 채웠다.
르 코르뷔지에가 꿈꾸었던 파리 계획안과 비슷해졌다. 그것은 대지의 90%가 녹지이고, 5%는 건물, 나머지 5%는 공공시설이었다. 물론 미래의 아파트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주거 지역에 비해서 녹지와 공공시설의 비중이 높았다.
‘저번 회차의 강남은 비싸기만 하지,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었어.’
사실 전회차의 강남은 중요 회사들의 본사가 몰려있어 출퇴근에 유리하지, 그다지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곳은 닭장 아파트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큰 비용을 냈다.
‘지금은 분산형 다핵 도시라 그럴 필요가 없지. 어디에 살아도 직장과 가까우니까 말이야.’
장안과 상계 지구는 강북의 중요 상업과 업무 지구와 편리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여의도는 자급형 도시로 그 안에서 대부분이 이루어졌다. 그것은 강남도 마찬가지였다. 불필요한 교통량을 줄여 교통 체증을 없애 버렸다. 강남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불필요한 낭비가 많은 저번 회차와 달랐다.
‘하지만…… 칼리드 왕세제가 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지.’
같은 것도 다르게 사용하면 다른 장점이 있다. 나무를 패는 도끼가 전투에도 유용했다. 심지어 농사에 사용되는 도리깨는 방패 뒤나 공성 중에 성벽을 올라오는 적의 머리를 깨부수는 데 유리하기도 했다.
그처럼 칼리드 왕세제에게 사우디에 가져다줄 수 있는 미래형 아파트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 * *
“베두인족을 정착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집을 지어 주어도 그곳에 살지 않고 천막을 치고 살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 고민이 큽니다.”
베두인족은 사막의 유목 민족이었다. 한 곳에 정착하여 사는 이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착은 문명과 관련이 깊었다. 사람이 모여 도시가 발달하면서 문명도 발전했다.
사우디의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베두인족을 한 군데 정착시켜야 했다.
사막에 집과 아파트를 지어 주어도 그곳에 머물지 않고 떠돌아다녔다.
“왕세제께서는 미래형 아파트에 그들을 정착시킬 수 있는 단서를 보셨군요.”
“그래요. 이곳에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보았습니다.”
사막의 유랑 민족인 베두인족도 살기를 희망하며 머무르는 곳이 있었다. 그곳이 오아시스였다. 사막에 물이 있는 오아시스에는 많은 베두인족이 모여들고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녹지와 함께…….
“칼리드 왕세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들에게 단순히 집만 주어서는 안 됩니다. 물과 녹지와 함께 그들이 필요한 모든 곳을 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선물로서 말이지요.”
미래 건설이 사우디와 중동의 사막에 만들 신도시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 될 곳이었다.
“이곳은 강수량이 많고 강이 있다지만…… 사막은 물이 부족하오. 그것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사우디는 홍해와 페르시아만을 끼고 있습니다. 바다를 활용해야지요.”
사우디는 바다와 접한 땅이 많은 곳이었다. 바다를 활용하기 좋았다. 다른 중동 국가도 비슷했다.
“알겠지만…… 바다를 식수로 사용할 수 없지 않습니까.”
“천연가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천연가스로 소금을 만드는 것처럼 물을 만들면 되니까요.”
중국의 사천에서는 고대로부터 천연가스로 소금을 만들었다. 그곳에서는 소금을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인 물이 필요가 없지만…… 사막의 나라인 사우디는 달랐다. 물을 만들 때 부산물로 소금이 나왔다.
천연가스는 석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였다. 천연가스가 생산되는 지역에서는 더욱 저렴했다. 중동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로 물을 만들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식수와 생활용수를 만들 수 있었다. 마치 오아시스처럼…….
“베두인족에게 오아시스를 선물해 주는 것입니다.”
“하하, 사막에 오아시스를 선물한다라……. 도저히 그들이 거부할 수 없는 선물이 되겠군요. 역시 미래 그룹의 부회장은 다릅니다.”
미래 그룹이 건설하는 사우디의 신도시 중심에는 호수가 있을 것이다. 지하수 대신에 바다가 공급해 주는 물로 채워진……. 사막과 바다의 오아시스였다.
‘바다도 식수의 면에서는 일종의 사막과 비슷하지.’
* * *
“이곳의 카지노가 괜찮더군요.”
“시설이 마음에 드셨습니까?”
“물론 좋은 시설입니다. 그런데 나는 다른 점이 끌리더군요.”
“어떤 것 말입니까?”
“사우디에 카지노를 지울 방법이 없을까요? 백성들의 고용과 수입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카지노를 도박과 수익 면에서만 보는데 그 이면에 다른 장점도 있었다. 카지노도 일종의 서비스업이었다. 서비스업은 상당히 고용 효과가 좋았다.
단순히 수익을 위해서 국가가 도박을 허락해 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고용 문제와 연관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사막이나 폐광된 탄광, 외국 관광객 유치 등 도박장 개설을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다.
“이곳은 외국인 전용으로 가능하지만……. 우리는 좀 힘들 것 같은데, 부회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만.”
사우디나 카타르 같은 이슬람 국가의 금기는 자국인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 사는 외국인에게도 적용되었다. 자국 내에서는 외국인도 코란의 율법에 따라야 했다.
“사우디가 아니면 됩니다.”
“흠, 하지만 사우디가 아니라면 카지노를 지을 이유가 없어요.”
카지노를 짓는 이유는 자국인을 고용하기 위해서였다. 타국이라면 의미가 없었다. 나는 싱긋 웃으면서 그에게 놓치고 있던 것을 설명했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쉽게 떠올릴 수 없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