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1)
방문
1954년이 되면서 개인적으로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한국전쟁으로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졸업엔 상관없었다.
전쟁 통에 시간을 내어 강의를 등록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그것에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들었던 강의 내용을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아낄 수가 있게 되었다. 원하는 것은 졸업했다는 간판이었다.
한국 사회는 그러한 간판이 중요했다. 사람을 평가할 때나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다.
‘캠퍼스의 낭만? 그런 게 어딨어.’
또 다른 하나는 군대 문제의 해결이었다. 5~6년이나 군 생활할 생각이 없었다.
미군이 용산에 올라오자마자 제대를 서둘렀다. 어렵지 않게 얼마 후 제대할 수 있었다.
‘이 시대는 되는 게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네.’
제대하면서 이학수 하사에게 언질을 주었다.
“이 하사, 그동안 고생이 많았어.”
“아닙니다. 일등 상사님.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남은 복무 기간도 국가와 미래 그룹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남은 복무 기간에도 미래 그룹을 위해 일하라는 말에 당황했다.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수행 비서의 일을 제대로 하겠어?’
“제대하면 미래 그룹으로 부르겠다는 말이야.”
“크윽…… 일등 하사님, 감사합니다.”
이학수는 그 말에 감동하였다. 부회장이 직접 고용을 약속해 주었다. 한마디로 군대에서 선임을 잘 만나 취직된 셈이었다.
‘그 정도는 해 줘야지.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군대 내에서 수행 비서처럼 온갖 잡무를 처리해 주었다. 그 덕분에 군대를 다니면서도 미래 그룹의 일을 볼 수 있었다. 눈치는 좀 없지만, 열심히 일하고 일 처리는 확실했다.
그의 노력에 보상하고 괜찮은 인재를 영입하려는 것이다.
“이 하사가 여기에서 할 일이 중요해.”
“제가 어떤 일을 하면 됩니까?”
이학수를 지금부터 쓰기로 했다. 미군에서 하던 일을 맡아 줄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하던 일을 이 하사가 맡는 일이야. 정기적으로 미래 그룹에 보고하게.”
“제가 일등 하사님의 일을 말입니까?”
“특별한 일은 없어. 정기적으로 보고만 해 주면 돼.”
미군에서 먹을 것은 다 먹었다. 이학수가 하게 될 일은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학수가 하게 될 일은 인맥 관리와 미군에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전달해 주는 정도였다.
용산 기지로 올라와서는 미군 물자를 빼돌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처음에만 그랬지, 뒤에는 제 돈 주고 샀어.’
부산에서 그 일은 한 것은 돈을 버는 목적도 있지만, 앤더슨이나 사령관에게 말한 것처럼 정말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의 원조가 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전후 복구 사업과 삼백 산업이 시작되면서 배고픔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미래 그룹은 그사이에 규모가 커졌다.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댈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미군과 국군이 필요한 일을 도와주는 정도였다.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남은 2년 동안 군대에서 개고생해라. 나는 간다. 하하.”
‘역시 제대 때는 후임들에게 남은 복무 기간을 상기시켜줘야 제맛이지. 크크.’
“아! 국방부 시계가 멈췄다더라. 빨리 가서 수리해.”
“일등 하사님!”
기분 좋게 부대를 떠났다.
* * *
학교를 졸업하고 전역하자. 부모님으로부터 결혼 압박이 들어왔다. 군대를 제대하면 바로 결혼하는 시대였다.
“너도 이제 짝을 찾아야지. 엄마가 아는 사람들 통해서 알아볼까?”
“아버지, 어머니에게 제가 회사에서 얼마나 바쁜지 이야기해 주세요.”
“네가 바쁜 것과 결혼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이 아비가 알아봐 줄까?”
아버지가 한술 더 뜨셨다. 연애 결혼보다 중매 결혼이 보편적이었다. 바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좋은 집안의 상대를 찾아 맺어 줄 것이었다.
‘그건 안 되지. 저번 회차에 얼마나 짜증이 났는데…….’
배우자가 좋은 집안이라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었다.
사업하는 데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그쪽에 끌려다니는 부분도 생겼다.
이런 결혼은 양쪽 집안의 주고받기였다. 그것은 누나로 충분했다. 그런 족쇄에 묶이고 싶지 않았다.
‘묶이면 피곤해져.’
무엇보다 짜증이 나는 것은 상대방의 콧대가 높다는 것이다. 시댁을 강조하면 유세를 부렸다. 베갯머리 송사도 많았다. 잠자리가 피곤해졌다.
‘최고의 재벌로 가는 길에 득보다 실이 많아.’
잠자리는 피로에서 회복하고 다음 날을 위해 충전하는 장소가 되어야 했다.
‘그것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예쁜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
모든 남자의 소망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결혼한 사람은 직접 찾아보겠습니다.”
“너는 연애 결혼을 할 생각이냐?”
연애 결혼이 흔하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늘고 있었다. 자유 부인, 자유 연애, 자유라는 말이 이 시기에 큰 인기였다.
“요새 연애 결혼해서 잘사는 사람들도 많아요. 미래 그룹은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회사입니다. 이 부분은 저에게 맡겨 주세요.”
연애 결혼과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없었다.
“알겠다. 너라면 잘 알아서 하겠지.”
‘어라? 이게 먹히네.’
아버지의 신뢰도가 높았다. 최근에는 연애 결혼도 많이 하는 추세였다.
‘연애 결혼이 신식이기는 하지.’
『여원』,『주부생활』,『사상계』 같은 잡지가 발행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도 연애 결혼에 관심이 급증했다.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것과 연애 결혼을 갖다 붙이니 통했다.
* * *
한남동에 집을 짓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고 있었다. 본사의 사옥을 짓는 것도 상당히 진행되었다. 주택 할부 금융으로 주택 시장도 뜨거웠다.
‘주택 할부가 먹혔어.’
미래 시멘트에서 생산되는 시멘트들이 일본과 국내에 팔려나갔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새로운 좋은 소식이 추가로 들렸다.
“부회장님, 참치 원양 어선이 완성되어 인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거 잘되었네요. 잔금을 치르는 데는 문제가 없지요?”
“네, 최근에 시멘트 판매 대금이 들어와서 외화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미래 시멘트가 효자였다. 일본에 시멘트를 파는 것이 돈이 되었다.
“일본에 건설 붐이 불기 시작해서 시멘트가 필요한 공사장이 늘었습니다.”
“좋은 소식이군요.”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
이런 상황을 알고 시멘트 공장을 크게 지었다.
“공사장에 시멘트가 부족해서 미래 시멘트를 웃돈을 주고 서로 먼저 사려 합니다.”
‘확실히 다가올 일을 안다는 것은 치트키야.’
시멘트가 그리 비싼 상품은 아니지만, 연 20만 톤 이상 생산이 가능했다. 생산량이 많은 만큼 돈이 되었다.
“시멘트 공장에 추가로 더 투자해야 하나…….”
“그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시멘트의 생산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투자할 돈은 한정되어 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많았다.
무엇을 우선순위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원조를 받아오는 게 제일 좋은데 말이야.’
수출 외에 외화를 구할 방법은 원조와 차관이었다. 외화가 부족한 시기에 큰 유혹이었다.
‘문제는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해서…….’
원조가 공짜 돈인 것 같아도 그렇지 않았다. 받은 만큼 줘야 했다.
‘방법이 없으면 그렇게 하겠는데,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 굳이…….’
미래 그룹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낚싯바늘이 달린 미끼를 물 필요는 없었다. 먹으면 코 꿰인다.
‘최고의 재벌이 그런데 코 궤이면 안 되지. 나중에 족쇄가 될 수 있어.’
군사 정권이 들어서고 본보기로 재계에 사정의 칼날이 불어닥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부산에 가서 새로운 원양 어선을 보러 가죠.”
“네, 부회장님. 모시고 가겠습니다.”
판단을 뒤로 물렸다.
* * *
오랜만에 부산에 내려왔다. 예전의 활기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착한 사람도 많았다.
부산은 한국 최대의 수출입 항구였다. 대규모의 어시장과 어항도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기 좋은 도시였다.
부산에서 시작하여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많지. 럭키도 그렇고.’
럭키 화학이 부산에서 동동구리무 공장을 세워 큰돈을 벌었다. 한국전쟁 때 부산은 기회의 땅이었다.
미래 주택은 미래 건설&주택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주택뿐만 아니라 사옥 건설 등 다른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
미래 그룹은 이곳에서 대규모 건설 사업과 주택 건설을 하고 있었다.
1953년에 부산에서 대규모의 화재가 두 번 일어났다.
―집들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화재의 위험이 큽니다.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렇게 화재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부나 미군도 그 사실을 알지만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부산에 100만에 가까운 피난민이 좁은 임시 건물에 살고 있었다. 그들을 내보내고 새집을 지어줄 예산과 능력이 없었다.
‘결국 미래를 알고 대비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말인가…….’
이런 일은 바꾸기가 힘들었다.
미래 그룹은 대화재가 일어날 때 미리 대피했다. 덕분에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대화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화재가 워낙 넓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사람들이 밀집한 곳은 모두 불에 탔다.
미래 그룹도 화재로 상점과 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그래도 대비를 철저히 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피해는 적었다.
두 번의 대화재로 폐허가 된 부산에서는 재건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미군은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주택 건설에 돈을 투자했다. 주택 건설업을 하고 미군과 가까운 미래 그룹이 건설 물량을 많이 배정받았다.
미래 건설은 부산역 복구와 같은 규모가 있는 공사들을 맡았다. 미래 주택은 할부로 폐허가 된 부산에 주택과 상가를 짓고 있었다.
‘이재민들에게 우선 살 집을 지어 주면 일해서 갚겠지. 주택 사업과 할부는 신의 한 수였어.’
미래 그룹의 건설 사업과 주택 할부로 부산의 복구와 재건이 빨라졌다.
역사에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지금은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미래 그룹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역사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었다.
‘4·19와 5·16이 문제인데. 이것도 대화재와 마찬가지로 역사 그대로 일어나겠지. 그것을 막을 능력도 이유도 없어.’
역사에는 쉽게 바뀌는 것이 있는 반면에 잘 안 바뀌는 부분이 있었다.
부산의 대화재가 그랬다. 모두가 위험성을 알고 있음에도 그대로 일어났다.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면 결과는 잘 안 바뀌었다.
부산 대화재의 원인과 마찬가지로 4·19와 5·16의 원인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4·19와 5·16은 일어날 것이다.
‘그것을 바꿔야 하는지도 의문이야.’
미래가 크게 바뀌면 손해였다.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는 것이 더 나았다.
“이 사장님, 건설사와 주택 직원들에게 성과금을 넉넉히 넣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폐허가 되었던 서울과 부산에 더 크고 멋진 건물과 집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풍경이 바뀌고 있었다. 사람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고 있었다.
‘이것이 최선이야.’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 * *
“부회장님, 정말 멋진 배입니다.”
“당연하죠. 이게 얼마짜리 배인데요.”
부산항에 멋진 참치 원양 어선이 있었다. 무려 선박의 가격만 50억 엔 이었다. 배 한 척 가격이 시멘트 공장 건설비와 많은 차이가 안 났다.
“쌍끌이 선단하고 비교가 안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런 고물 배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미국의 최신 설계로 만들어진 배에요.”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배와는 차원이 달랐다. 일본에도 없는 최신식 4천 톤급 원양 어선이었다.
“부회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이. 깜짝이야!”
갑자기 나타난 수산의 왕기철 사장 때문에 놀랐다.
“언제 왔어요?”
“방금 왔습니다. 두 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던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고물을 몰며 물고기를 잡아 온 것이 왕기철 사장이었다. 그가 몰던 배들이 고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말을 돌렸다.
“새 배가 멋지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봐도 멋진 배입니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뜁니다.”
‘분위기가 좋군. 그에게 사명감을 불어 넣어줘야겠어.’
원양 어업은 근해 쌍끌이보다 더 먼 곳에서 장기간 일해야 했다. 돈뿐만 아니라. 사명감도 필수였다.
“왕 사장님, 이 배를 타고 많은 참치를 잡아 오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외화 획득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말이 생각보다 잘 먹혔다.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살았다. 왕기철 사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회장님. 큰일을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가서 비싼 참치 많이 잡아 오세요.’
이 배는 원양 참치 선망 어선이었다. 일본의 원양 참치 연승 어선보다 어획량이 월등히 높은 어업이었다.
‘일본보다 먼저 다 쓸어가야지.’
아직 자원이 풍부한 남태평양의 참치를 마음껏 잡을 수가 있었다. 참다랑어와 황다랑어, 가다랑어 모두 큰돈이 되었다.
‘가다랑어는 참치 통조림인데…… 부산에 참치 통조림 공장을 세워야 하나? 참치의 어획량을 보고 결정해야겠네.’
부산에 참치 통조림 공장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도 알고 있었다. 투자금은 훨씬 많이 들지만, 더 많은 참치를 잡을 수 있고 가공하는 방법이 있었다.
‘먹으려면 제대로 먹어야지.’
미래 수산이 대량으로 참치를 어획하면 일본이 잡아가는 양이 줄어들 것이었다. 바다는 넓지만, 참치는 한정된 자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