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12)
의 해와 달
대형 바지선이 케이슨 블록을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선장님, 오늘 밤 너무 조용하니 불안한데요? 혹시…….”
“이 녀석아, 불길한 소리는 그만 해.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말도 있잖아.”
호르무즈 해안은 오래전부터 해적들이 설치는 곳이었다. 선장은 삼등 항해사의 우려를 알고 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입으로 꺼내고 싶지 않았다. 대신 삼등 항해사의 우려를 불식시켜 줄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설혹 그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이 해역에 미래 경호의 고속정이 순찰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미래 경호의 무장 수준은 들어 봤지?”
미래 그룹은 호르무즈 해협에 해안 경비단을 파견했다. 그들의 상당수는 베트남에서도 활약한 베테랑들이었다. 무엇보다 미래 그룹 해안 경비단의 고속정은 해적선보다 속도가 빠르고 무기도 충실했다.
“그래도 해적에게 잡혀 가면 넓은 바다에서 찾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미래 그룹의 선박에는 모두 추적기가 달려 있다고. 덕분에 수십, 수백 킬로의 먼 거리에서도 위치를 알 수 있어.”
미래 그룹 소속의 배에는 위치 발생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해적에게 잡혀 가도 금방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해적에게 잡혔다고 해도 해적의 본거지에 끌려가기 전에 해안 경비단이 우리의 위치를 찾아 구해 줄 거야.”
바지선과 화물선, 유조선의 특징은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적선에 쉽게 당한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느리기 때문에 그 배를 끌고 가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덕분에 배를 끌고 본거지로 가기 전에 해안 경비단에서 선박을 회수할 수 있었다.
“사람만 인질로 끌고 갈 수 있지 않습니까?”
해적도 바보는 아니었다. 화물선을 통째로 끌고 가는 것보다 사람만 해적선에 태우고 가는 것이 더 안전했다.
인질을 잡아서 몸값을 요구하는 것이 더 편했다.
“그랬다가는 본거지가 해안 경비단에게 초토화가 될 거야. 그들도 뒤를 걱정하다 보니 함부로 미래 그룹의 배는 건드리지 못해.”
선장의 말투에는 자부심이 넘쳤다. 그가 미래 그룹에서 일한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삼등 항해사에서 시작해서 선장까지 지위가 올랐다. 베트남에서부터 시작하여 중동의 나라들까지 이 배를 타고 누볐다. 해양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 배가 처음인 삼등 항해사와 보고 들은 것이 달랐다.
“해안 경비단은 실전을 겪은 베테랑으로 구성되어 있어.”
미래 경호에는 한국 전쟁이나 베트남전과 같은 전쟁을 겪은 군인 출신이 많았다. 해적들과는 무장과 경험에서 큰 차이가 났다. 그런 인원으로 구성된 미래 경호는 웬만한 군대보다 강했다.
“얼마 전에 해적 떼 중 하나가 미래 그룹 선박을 잘못 건드려 싹 쓸렸다는 소식 들었지? 제정신이 있는 녀석이라면 함부로 덤비지 못해.”
그 후로 미래 그룹 선박이 해적에 습격당하는 경우가 없어졌다. 배에 달린 대한민국 국기가 보이면 해적들이 배의 방향을 돌렸다. 중동에서도 한국인은 독하기로 유명했다.
“선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네 녀석이 이 배의 선장이 될 때까지 아무 일도 없을 거니 걱정하지 마.”
미래 그룹은 중동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유전 개발에서부터 공장 건설, 신도시 개발, 항만과 기간 산업 건설까지 말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많은 미래 그룹의 배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갔다. 그 배들을 지키기 위해 미래 경호의 해안 경비단은 계속 유지될 것이었다.
“제가 선장이 될 그 날이 정말 올까요?”
“하하하, 나도 예전에 그 말을 선장님에게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선장이 되어 있잖아. 언젠가는 나도 이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줘야지.”
이 배는 그동안 선장이 여러 번 바뀌었다. 물론 선장이 사고로 죽거나 문제가 생겨서 교체된 것은 아니었다. 다들 돈을 많이 벌어 육상 근무로 전환하거나 퇴직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배를 타는 일은 상당히 고독하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삼등 항해사가 선장의 말동무를 해 주는 것이다.
이런 일은 삼등 항해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이전의 선장님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십니까?”
“음……. 한 분은 자녀를 다 키우시고 편하게 소일하고 계시지. 다른 분은 한국에서 꽤 큰 사업을 하고 있어.”
이 배의 첫 번째 선장은 자녀들에게까지 아파트를 사 주고 벌어 놓은 돈으로 편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때 일등 항해사였던 선장도 배에서 내린 후 사업을 시작했다. 화물과 선박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하는데,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일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해상 화물 운송 주선 사업은 생각보다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선장님은 그만두시면 무슨 일을 하실 예정이십니까?”
“이 녀석이, 대놓고 빨리 그만두라고 등 떠미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있습니까, 선장님? 오해이십니다.”
“하하. 농담이야. 그래도 언젠간 이 일을 그만두어야지.”
선장은 삼등 항해사의 말에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자신이 삼등 항해사일 적에는 선장만 되어도 좋았다. 막상 선장이 되니 다른 일이 욕심이 났다.
“더 큰 배의 선장이 되거나…… 아니면 건설업을 해 봐도 재밌을 것 같아.”
최근에 미래 그룹의 하도급 받아서 중동에서 일하는 건설 회사가 많았다. 그의 삼촌도 그 일로 많은 돈을 벌었다.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중동 특수가 오래 갈 것 같았다.
“건설업 말이십니까?”
“우리가 이번에 싣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네. 인공섬 건설에 들어가는 블록이지 않습니까?”
“저번에는?”
“해수 담수화 시설에 들어가는 설비라고 들었습니다.”
“다음에 운송할 물건은?”
“정유 공장 건설에 들어갈 일부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플랜트 블록이 만들어져 중동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이러한 일감이 몇 년은 예약되어 있어. 그러면 대체 얼마나 많은 건설 공사들이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겠냐고.”
선장이 보기에 최소한 몇 년은 중동에서 건설업이 호황을 거둘 것 같았다. 일거리와 기회가 넘쳤다.
“선장님은 건설업을 모르시지 않습니까?”
“아는 사람 중에 그 일을 하시는 분이 있어. 기회가 되면 도움을 주시기로 했어.”
“선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녀석, 결국 내가 빨리 그만두라는 말이군.”
“아,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 나도 그럴 때가 있었으니. 그래도 너보다는 일등 항해사가 먼저야.”
“아닙니다. 저는 선장님과 이렇게 오래 근무하고 싶습니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그런 소리를 해라, 이 녀석아. 하하하!”
선상 근무는 군대에서 초병과 비슷했다. 특히 밤 근무는 더 그랬다. 밤에는 시간이 잘 안 가는 법이다.
그도 삼등 항해사일 적에 이렇게 선장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마치 이등병이 상병이나 병장의 말동무가 되어 주듯이……. 그럴 때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제대하면 뭘 할지 하는 이야기였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많은 배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뜨거운 중동의 달은 오늘따라 유난히 크고 밝아 보였다.
* * *
미래 고등학교를 나온 안강희는 아랍 에미리트의 인공섬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학교에 다닐 때 중장비 자격증을 땄다.
미래 고등학교는 독일을 김나지움처럼 개인의 희망에 맞추어 다양한 교육을 시행했다.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으로 진로를 잡은 이들에게는 직업 교육의 기회와 사설 교육 기관을 연결해 주기도 했다.
덕분에 안강희는 학교 졸업 후 중장비 기사로서 중동으로 올 수 있었다.
열심히 굴착기로 인공섬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하는데 사이렌이 울렸다.
웨에엥― 웨어엥―
치칙― 칙―
“안 기사,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굴착기에 달리 통신기로 작업 반장 아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인공섬 공사 현장이 워낙 넓으니, 점심 식사 시간을 사이렌으로 알렸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통신기로 이루어졌다.
치칙― 칙―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던 일까지만 마무리하고 가겠습니다.”
치칙― 칙―
“자네는 젊은 사람인데도 참 열심히란 말이지. 뭐, 그래서 내가 좋아하지만…….”
“아닙니다. 제가 일 처리가 늦어서 그렇습니다. 일을 빨리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자네 정도면 일을 잘하는 편이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말씀은 고맙습니다. 그래도 반장님과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거 참, 그 사람.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리고 기계는 처음부터 잘 다뤘으니, 일만 좀 익숙해지면 더 잘할 거야.”
“감사합니다. 반장님.”
“자네 자리는 내가 미리 맡아 둘 테니, 천천히 와. 우리가 늘 가는 식당 알지?”
“네. 그리로 가겠습니다.”
안강희는 최대한 빨리 일을 마치고 식당으로 갔다. 수많은 사람이 일하는 공사장인만큼 식당도 컸다. 웬만한 체육관만 했다. 이러한 식당이 인공섬에 몇 개나 되었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식당에는 양식뿐만 아니라 한식까지 골고루 있었다. 김치와 소시지, 연어회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접시에 담고 반원들이 모인 자리로 향했다.
자리로 가자 반원들은 최근에 인공섬에 지어지는 시설에 관한 이야기로 분주했다.
“이번에 지어지는 호텔이 80층이 넘는다는 모양이야.”
“이야, 그렇게 높게요? 다 지어지면 엄청나겠는데요.”
“그런 건물이 3동이나 된대.”
“그런데, 굳이 높은 빌딩을 3개 동이나 지을 필요가 있나요?”
“그게…… 그렇게 3개의 빌딩을 지은 후에 상부에서 연결한다는 모양이야.”
“서로 다른 건물의 상부를 연결한다는 말이에요?”
“그렇다네. 그곳에 지구를 모형으로 한 공원과 수영장을 만든다는 모양이야. 일명 미니 어스라나 뭐라나.”
“이야, 정말 그렇게 만들어지면 멋지겠는데요.”
“그것도 그거지만…… 미래 건설의 기술력이 대단해. 80층 위에 그런 시설을 넣을 생각을 다 한다니.”
미래 건설은 전 세계에 혁신적인 건축물을 세우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곳에 지어지는 알 할리파 건물이었다. 미래 건설의 코어 월 기술은 절정에 이르렀다.
세 개 빌딩의 코어 월이 삼각형 기둥이 되어 상층부의 구조물을 떠받는 형태였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세요?”
“강희 왔어? 섬 중앙에 세워지는 건물 이야기야.”
“저도 일하다 그 이야기 들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어머니를 모시고 그 호텔에 묵고 싶어요.”
“멋진 애인이 아니고 어머니를?”
“애인도 중요하지만…… 어머니를 먼저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 말에 반원들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강희는 그들이 보기에 특별한 직원이었다.
한국인으로 보기 힘든 푸른 눈에 갈색 머리를 한…….
다들 그의 출생을 짐작했다. 그의 외모와 나이를 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대충 감이 왔다. 그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의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안강희는 편견 없이 받아 준 자신의 팀원들과 대한민국에 고마움을 느꼈다.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이곳을 만드는 데 제가 한 손을 보탰다고 자랑하고 싶어요.”
반원들과 대한민국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만큼, 어머니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힘든 와중에도 자신을 키워 준 어머니에게…….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간 아버지 대신에 부모가 된 그들에게……. 미래 그룹과 그 안의 사람들은 안강희의 가족들이 되어 주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알 할리파 호텔의 정상에서 인공섬을 내려다보는 것은 자신을 키워 준 두 부모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그 날을 기대하며 강희는 오늘도 열심히 일했다.
중동의 뜨거운 태양은 그에게 시련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미래를 위한 다짐이자 준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