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14)
의 생각
궁정동 안가를 나온 김종칠의 차량은 서울 모처의 요정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전석구와 그의 동기인 노현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총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 대령, 아니, 이제부터 중정 전차장이라고 불러야겠군.”
“감사합니다, 총리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종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전석구는 얼굴을 굳히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신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어. 조금만 기다리면 돼.”
김종칠은 대통령과 한 이야기를 전석구에게 전해 주었다.
“1년이라……. 그동안 할 일이 많겠습니다.”
“그놈은 능구렁이야. 걸리는 일 없도록 조심해서 진행해. 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김경욱의 부하로서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노 중령은 수경사의 대령으로 가게 될 거야. 내가 동기들에게 잘 말해 놓을 거니, 그냥 확정된 것으로 생각해도 좋아.”
그 말에 노현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전석구와 달리 그는 진급이 늦었다. 수경사의 대령이면 경비 단장으로 요직이었다.
“하X회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말해. 다들 곧 중요한 요직으로 가게 될 거라고…….”
1년이라는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때가 되기 전에 작전에 투입될 인원들을 주요 자리에 앉혀야 했다.
“감사합니다. 저와 동기들은 총리님께 충성을 다 바칠 것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내가 정권을 잡으면 자네들에게 섭섭지 않게 대할 것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 주게.”
전석구는 김종칠의 눈치를 보면서 한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저도 거사가 있을 때는 군에 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건 안될 일이야. 자네가 해 줄 일이 있어.”
“동기들과의 연락은 중정이 아니더라도 가능합니다. 중요한 순간에 제가 한팔을 거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김종칠은 잠시 생각하더니, 전석구의 요청을 거부했다.
“내가 자네를 중정으로 보낸 것은 다른 이유도 있어.”
“어떤 일인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흐…… 그놈을 죽여야 하지 않겠어?”
김종칠은 내심을 드러냈다. 그의 목적은 단순한 정권 탈취가 아니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것에 대한 복수도 담겨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추방 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생각보다 그놈을 따르는 녀석들이 많아. 살려 두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이니, 미리 싹을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알겠습니다.”
“거기에 김경욱도 자네가 처리해 줘야겠어.”
“김경욱까지 말입니까?”
“그래야 자네가 중정을 장악할 수 있지 않겠어? 잘 알겠지만, 중정이야말로 지금 정권의 핵심 아닌가.”
현 대통령에 의해 중앙정보부가 정부의 최고 실세 기관이 되었다. 김경욱이 크게 날뛸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었다. 중정을 장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야. 자네가 꼭 그 둘을 직접 처리해 줘야겠어.”
“……알겠습니다.”
김종칠의 그 말에 전석구의 얼굴이 붉어졌다.
‘시X 새끼…… 나를 제물로 삼으려고 하는군.’
현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장이 죽으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했다. 전석두는 김종칠이 자신을 제물로 삼으려는 것을 알아챘다.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아니야.”
그 말에 전석구가 화들짝 놀랐다.
“아닙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그들을 잘 처리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왜 자네보고 중정에 남으라고 했는지 알겠군.”
“역시 안가에서 처리할 생각이십니까?”
전석구는 중앙정보부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돌아가는 구조를 알았다.
“그렇지. 그놈이 용의주도하거든. 안가가 아니면 그놈을 죽이기 힘들어. 자네도 잘 알겠지? 안가에 총을 들고 들어올 수 있는 이는 중정 요원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 자네에게 좋은 자리를 챙겨 줄 거야. 나도 그 자리를 평생 해 먹을 생각은 없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제일 큰 공을 세운 자네를 잊지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김종칠은 전석구의 대답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잊지 않고 네놈도 제거해 주지. 너보다는 노현우가 다루기가 편하니까 말이야.’
전석구는 김경욱과 달리 멧돼지처럼 생긴 여우였다. 놓아두면 주인도 잡아먹을 놈이었다. 그에 반해 노현우는 상식이 통하는 놈이었다.
대통령이 된 후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노현우가 하X회라는 조직을 장악하는 것이 나았다.
“자자. 이제부터는 바빠질 거야.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맞은 임무를 잘 해서, 꼭 대업을 이뤄 보자고.”
김종칠은 계획은 이랬다. 전석구가 자신과 함께 안가에서 대통령과 김형욱을 사살하고 중앙정보부를 접수한다.
그와 동시에 노현우와 수경사에 포진된 하X회의 회원들이 서울에 있는 주요 시설을 점령하는 것이다.
“전 차장과 함께 노 대령의 역할도 중요하니, 작전을 꼭 명심해 두도록 해.”
쿠데타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이 수도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국가의 주요 시설은 수도에 다 몰려 있었다.
방송과 신문 같은 언론도 포함되었다. 방송국이야말로 가장 먼저 장악해야 하는 시설이었다.
방송국을 장악하고 쿠데타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했다.
방송을 타면 눈치를 보며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이 빠르게 무너졌다.
전쟁에서는 사기에 영향을 미치는 참수 작전과 함께 여론(선전)전이 큰 영향을 주었다.
“그때쯤 되면 자네는 수경사 준장, 다른 동기들은 대령이 되어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총리님.”
“그럼 둘이 마저 식사하게. 나는 이만, 가 볼 곳이 많아서…….”
“조심해서 살펴 가십시오.”
전석구와 노현우는 떠나가는 김종칠을 배웅했다. 그리고 요정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 * *
“너는, 저 X끼…… 어떻게 생각하냐?”
“야, 저 X끼라니……. 총리님인데.”
“총리는 개뿔. 반역자에게…….”
“야, 너 설마. 각하에게 알리려는 것은 아니지? 그분의 성격으로 우리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너도 각하가 의심 많은 것은 알잖아.”
“알리기는 뭘 알려. 판을 깔아 줬는데……. 오히려 그 판을 우리가 들어다 먹어야지.”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그럼 각하와 중정 부장을 죽이는 것은 안 위험하고?”
“그건 그렇지만…… 아직 우린 뒷배가 필요하잖아.”
“아서라. 뒷배? 우리를 안 잡아먹으면 다행이야. 너, 설마 저 독사 같은 인간을 믿어?”
그 말에 노현우가 생각에 잠겼다. 그가 수동적이기는 해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김종칠이 정권을 잡고 난 후 자신들을 제거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 너의 말도 맞아. 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올 거야. 총리가 대통령을 평생 할 수는 없어. 때를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해.”
“너는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 죽으면 그 기회가 영영 오지 않지. 인생은 한방이야.”
그 말에 노현우의 마음이 흔들렸다.
“무엇보다, 위험은 우리가 다 뒤집어쓰는데…… 저 X끼만 좋은 일을 왜 시켜 주겠어.”
“그건 그래. 일이 잘못되면 우리에게 다 뒤집어씌우고 자신은 발을 빼겠지.”
“이번은 기회야.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
그들에게 이번은 좋은 기회였다. 대통령과 중앙정보부 부장은 자신들의 쿠데타 계획을 친위 쿠데타라고 믿을 것이다.
반면에 총리는 정권 탈취 계획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느 쪽도 자신들을 견제하지 않았다.
칼자루를 자신들이 쥐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알겠어. 우리는 하나야.”
“그래. 우리는 하나야!”
하X회라는 것은 조폭과 비슷했다. ‘우리는 하나’가 신조였다. 자신들과 하나가 아닌 이들은 모두 적이었다.
전석구가 노현우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먼저 대통령을 할게. 그다음은 너야.”
“알겠어. 너를 믿어.”
‘멍청한 X끼. 내가 죽을 때까지 하고, 그다음에 넘겨주지. 대통령을 하려면 오래 살아야 할 거야.’
‘그게 네 뜻대로 될까……. 쉽지 않을걸?’
입으로는 다들 협력과 믿음을 말했지만, 각자의 꿍꿍이는 다 달랐다.
* * *
요정을 나온 김종칠은 30군단으로 향했다. 그 부대는 수도권 북부를 관할하는 부대였다. 현재 그곳의 사단장은 갑종 9기로 애매한 위치였다. 실적은 있지만…… 뒷배가 없었다. 김종칠이 그를 포섭했다.
“총리님의 말씀은, 각하께서 친위 쿠데타를 계획하고 계신다는 말씀이시지요.”
“그 일에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오.”
“알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육사 11기생들을 견제해 줘야겠소.”
“그들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는 주역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을 왜 견제해야 합니까?”
“쯧쯧. 사람이 그렇게 순진해서야……. 그 총이 각하를 향하면 어떻게 되겠소.”
“아! 그렇습니다. 그들이 허튼 맘을 먹으면…….”
“그렇소. 그래서 나를 도와 그들을 제거하는 것이오.”
“알겠습니다.”
“그대가 일을 잘해 준다면 각하와 내가 그대의 진급을 보장하지.”
“감사합니다.”
30사단을 방문한 김종칠은 동기인 수도 경비 사령관을 찾았다.
“드디어 각하의 재가가 났어. 이제 때가 왔어.”
“그런데, 그래도 괜찮을지 몰라?”
“내 꼴을 보지 않았나? 이대로 가면 자네도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거야. 죽지 않으면 감사한 일이지.”
“설마 각하께서 그렇게까지 하겠어?”
“충분히 하고 남지. 너하고 찬성이는 각하가 주의하는 인물이야. 권력에 가까이 갔을 때가 가장 위험한 법이니까.”
“음……. 하긴 그래. 각하는 힘 있는 부하를 가만히 두지 않으니. 우리도 언젠가는 물갈이되겠지.”
대통령의 의심병은 심했다. 요직을 차지하고 성한 사람이 드물었다.
“무엇보다 우리도 이제는 한자리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 각하도 이제 충분히 해 먹었으면 내려오셔야지.”
“순서는 나, 그다음이 너, 마지막이 찬용이 순이야. 어때?”
“그럼 나도 각하라는 소리를 들어 보는 건가? 나쁘지는 않은데…….”
이야기를 나눈 후 김종칠은 그에게 조용히 당부했다.
“하X회 애들이 네 밑으로 들어갈 거야.”
“흠, 걔네한테는 잘해 주면 될까?”
“응.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 다 잘해 줘.”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겁 없는 어린 녀석들을 다루는 것은 내가 잘하지. 하하하.”
“1년 남았어. 그때까지 잘 부탁해.”
“하하. 동기 좋은 게 뭐야. 나도 잘 부탁하지!”
이번 일을 두고 각자의 생각과 욕심이 다 달랐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대한민국 곳곳에 미래 그룹의 눈과 귀, 손과 발이 있다는 점이다.
* * *
“실장님, 슬슬 저들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음…… 최근에 무슨 이상 징후가 있었나?”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며칠 전 안가에서 대통령과 총리, 중앙정보부 부장이 아가씨를 물리고 이야기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말대로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아가씨를 물리는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평상시에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언가 비밀스럽게 일을 추진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약간 냄새가 나는데…….”
“그 후 김종칠이 요정에서 전석구와 노현우를 만났다는 소식도 함께 들어왔습니다.”
“뭔가 꾸미는 것은 확실하군.”
“거기에 이어서 30사단장과 수도 경비 사령관을 찾았습니다.”
“모두 서울을 방어하는 사람들이야. 나눈 내용들은 확인해봤나?”
“네. 전석구가 중정 차장으로 간다고 합니다. 노현우는 수도 경비단의 단장으로 배속됩니다.”
“노현우와 전석구라……. 모두 하X회 소속이군. 거기에 육사 8기도 연루가 되어 있어. 좀 더 내용을 자세히 알아봐.”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자 더욱 자세한 내용이 들어왔다. 안가에 있었던 아가씨와 차량 운전사, 당번병, 중정의 경호원, 등 그들이 신경 쓰지 않은 하찮은 사람들로부터…….
신경 쓰지 않기에 비밀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새어 나간다. 대한민국 내에서 미래 그룹을 위해 입을 열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사소한 행동과 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김학수 실장에게 전달되었다. 그것이 모이자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
‘친위 쿠데타와 그것을 노린 역쿠데타라……. 거기에 김종칠의 야심까지……. 이것은 부회장님에게 보고드려야겠어.’
빅데이터의 분석과 관리는 S.P.A 시절에서부터 해온 일이었다. 이학수 기획실장은 내용을 정리하여 이강철 부회장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