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19)
나는 대한민국의 기상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죽음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내전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며칠간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투기와 탱크만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뿐이지,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
“저기 보안사를 밀어 버리려면 탱크가 필요한데…… 동지들은 뭐라고 그래?”
보안사 점령이 늦어지는 것에 불만을 품은 전석두가 부하들을 독촉했다.
수경사가 함락된 후 하X회에 동조하지 않는 수경사의 부대들이 보안사에 합류했다.
그중에는 전차 대대도 있었다. 그 덕분에 보안사가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었다.
“제2기갑여단은 1군단의 다른 기갑 부대와 항공 부대에 막혀 서울로 진격이 어렵습니다.”
제2기갑여단은 파주에 있는 하X회 소속 부대였다. 그들은 상급 부대인 1군단의 견제를 받았다.
그 부대 휘하에는 서울을 방어하는 제20기갑여단과 1포병단, 제11항공단이 있었다. 그들의 방어선을 정면으로 뚫고 서울 시내로 진입하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30사단이 제1한강 대교와 행주 대교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제1공수특전여단과 제5공수특전여단의 서울로 진입도 차단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해. 그들의 지원이 없으면 이번 일은 힘들어.”
“알겠습니다. 남양주와 구리 쪽으로 진입을 시도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전석두와 일당들은 생각보다 일이 잘 안 풀리고 있었다. 수도 경비 사령부와 보안사의 반격이 의외로 강했다. 선수를 치지 않았으면 자신이 토벌될 뻔했다.
믿고 있던 제2기갑여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제5 공수특전여단의 서울로 진입도 차단되었다.
서울에 주둔하던 하X회 소속 부대만으로 현재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머리가 아픈 일이었다.
“국방부와 방송국을 먼저 점령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방법이 없군. 우선 그렇게 해.”
보안사의 점령에 투입된 일부 병력을 돌려 국방부와 방송국을 점령하기로 했다. 처음의 계획은 수경사와 보안사를 빠르게 장악하고 그 힘으로 국방부를 접수할 생각이었다.
국방부는 군의 핵심이지만…… 수경사와 보안사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이 거의 없었다.
수경사와 보안사만 장악하면 실질적으로 서울이 그들의 손에 떨어지는 것이다.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가려 했으나 이제는 시간이 급해졌다.
국방부를 장악하고 쿠데타 성공을 방송으로 알리면 저항하는 이들도 잠잠해질 것이었다.
* * *
하X회는 격렬한 전투 끝에 국방부와 방송국을 손에 넣었다. 저항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국방부와 방송국의 점령에 많은 피해를 보았다. 하X회 소속 부대에 진압할 병력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가 승리 것으로 방송을 내보내. 이번 사건을 김종칠과 육사 8기생들이 각하를 시해하고 권력 찬탈 음모를 꾸민 것으로 만들어. 우리가 그것을 막고 대한민국을 지켜 낸 거야.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일선 장병들에게 먹힐지가 걱정입니다.”
“망할, 보안사만 빨리 장악했어도…….”
보안사는 병력이 많지 않았으나 저항이 극렬했다. 그것은 수도 경비 사령관과 그 간부들이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죽기 살기로 싸웠다.
쥐라고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거기에 보안사가 그냥 쥐는 아니었다.
수경사가 서울을 지키는 무력이라면 보안사는 정보 계통이었다. 군내 정보 계통을 장악하지 못하면……. 진실을 감추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지금 상황처럼 군의 통제가 매우 까다로워졌다. 보안사를 장악하지 못하고 국방부를 접수하면 그 효과가 반감되었다.
국방부에서 명령을 내려도 일선 부대들이 눈치를 보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방사와 함께 신속하게 장악하려던 것이었다.
“우선 방송에 그렇게 나오면 장병들이 어느 정도 동요가 될 거야. 이쪽 편이 되지 않더라도 적에게 참여하는 것도 망설이겠지.”
―호외! 충격! 육사 8기생들의 주도로 대통령 암살.―
―젊은 군인들이 그들의 음모를 막다.―
―신군부 새로운 계엄 사령관으로 전석두 준장 임명.―
전석두는 계엄 정국에서 계엄 사령관에 올랐다.
―국가 비상 사태 발령.―
―국회 의원 가택 연금.―
―입법, 사법, 행정권을 계엄 사령관 아래 종속.―
―항공, 선박 등 이동 금지 조치.―
―금융 동결.―
계엄 사령관의 초법적인 권한으로 각종 긴급 조치를 발동했다.
―전석두 사령관, 반역자들을 처단하여 신속히 정국을 안정시키겠다.―
그리고 자신에 반대하는 군부대와 장성들에 대한 물갈이에 들어갔다.
―계엄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장성들 보직 해임.―
“망할, 왜 명령에 따르지 않는 거야!”
계엄 사령관의 명령으로 반대파 장성들을 보직 해임하고 하X회 장교들을 후임으로 파견했으나, 장성들은 보직 해임을 거부하고 후임들은 부대로 가지도 못했다.
서울을 장악했으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보안사에 합류한 병력은 게릴라가 되어 반격하기까지 했다. 신군부는 서울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석두…… 지, 지금 큰, 큰일났어.”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데, 노현우가 또 초를 치고 있었다.
“대체 또 무슨 일인데 그래.”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전석두는 징징대는 노현우에게 화가 났다.
“직접 방송을 틀어 봐 봐.”
TV 방송을 틀자 보안사 출신 장병들의 경호를 받은 아나운서가 중대 발표를 했다.
“미국은 불법으로 정권을 탈취한 군인들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들을 불법 세력으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방송을 들으시는 국군 장병과 국민 여러분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쾅― 치치직―
열받은 전석두가 흑백 TV를 뒤엎어 버렸다.
“망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서둘렀어야 했는데…….”
전석두와 하X회는 정권을 신속히 탈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의 승인을 받으려고 했다. 이미 승기를 굳히면 미국도 어쩔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이 내전 상황에 빠지면 곤란한 것은 미국이었다. 한국군은 공산 세력을 막는 방파제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이용하여 미국의 승인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승인은 물 건너갔다.
“일이 어렵게 되었어, 석구. 이제 적들이 명분을 가지게 되었어.”
대통령과 정부가 무너진 상태에서 미국은 신군부를 불법 세력으로 규정했다. 군부에 대한 후임 인사와 긴급 조치들이 불법이 되었다. 공무원들과 군인들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어졌다.
“총칼에 무릎 꿇지 않는 이들은 없어. 말을 안 들으면 강제로라도 듣게 만들어! 빨리!”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총칼로 위협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끌고 가서 고문하거나 죽였다. 덕분에 서울은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았다. 아직 보안사 잔당들이 있으나, 전세를 역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서울은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지금 부산과 광주에서 난리가 났어. 두 도시가 시민군에 넘어갔어.”
두 도시는 야당 지도자들의 아성이었다. 미국이 신군부를 불법 세력으로 규정하자 그들의 주도로 시민들이 들고일어났다.
“빨리 두 도시를 진압해야 해야 해. 이대로 두면 전국적인 저항으로 번지고 말 거야.”
“하지만…… 우리는 지금 병력이 부족해.”
“제2기갑여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제5 공수특전여단이 있잖아.”
“그들이 빠지면 서울이 적에게 넘어가게 돼.”
그들은 1군단이 서울로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김세규 군단장은 신군부를 불법 세력으로 규정하고 외곽에서 압박했다.
제2기갑여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제5 공수특전여단이 빠지면 서울이 그의 손에 넘어간다.
“그중에서 각각 1개 대대만 빼서 가도 될 거야.”
“그 병력으로는 두 도시를 진압할 수 없어.”
“하나만 조져야지. 그러면 나머지들을 조용해질 거야.”
“어디를 잡으려고?”
“부산.”
“미쳤어? 부산은 한국 제2의 대도시야.”
“큰놈을 조져야, 조무래기들도 조용하지. 무조건 부산이야.”
“하지만…… 밑에 애들이 하려고 하지 않을 거야.”
부산을 무력으로 진압한다는 말에 노현우는 겁을 먹었다.
“걱정하지 마. 너에게 시키지 않을 테니. 내가 직접 간다.”
전석두는 기갑 1개 대대와 공수특전여단 2개 대대를 끌고 1군단의 포위선을 피해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 * *
“부회장님, 전석두의 부대가 부산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부산을 진압하기로 한 모양이군.”
“이번에 그들이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지.”
“부산을 제물로써 바칠 모양입니다.”
“하하, 상대를 정말 잘못 골랐네.”
“그렇습니다. 멍청한 선택입니다.”
“부산은 군대로 진압하기 만만한 곳이 아니야.”
부산은 광주와 달랐다. 단순히 인구가 많고 큰 도시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도움을 주어야겠지. 슬슬 그들을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부산을 전석두의 무덤으로 만들기로 했다.
* * *
1군 사령부의 회의실에서 참모 장교가 사령관인 김세규에게 보고했다.
“전석두의 부대가 포위망을 벗어났습니다.”
“잘했어. 아직 그들을 건드리지 마.”
“사령관님, 아쉽습니다. 그들을 일망타진할 기회였지 않습니까?”
“나도 아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야 하네.”
미국이 확보한 군 장성이 김세규였다. 그는 1971년 8월 수도 경비 사령관의 전화를 도청하다가 발각되어 강원도의 제3군단장으로 전보되었다. 그런 그를 미국은 3군단에서 1군단으로 배치했다. 전석두를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이 왜 그런 요청을 했을까요?”
“그건 알 수 없지. 우리는 그들과 발맞추어 움직이면 될 뿐이야.”
“부산이 걱정됩니다. 그들은 인간 백정 같은 놈들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미국에서 어떤 대비가 있으니 그들을 보내 주라고 한 것이겠지.”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왜, 부산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가?”
“제 안사람의 처가가 부산입니다.”
“쯧. 딱하게 되었군. 한번 미국을 믿어 보자고.”
* * *
그 시각 부산 경비단의 휘하 대대에서는…….
“대대장님, 신군부의 부대가 진압을 위해 부산으로 온다고 합니다. 이대로 있으실 것입니까?”
“상급 부대에서 연락이 왔어. 우리 부대는 움직이지 않는다.”
“군인이 국민을 지키지 않는다면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저들은 불법 내란 세력입니다. 저희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산다는 것을 모르나.”
“그래도…….”
“다만 상부에서 다른 명령도 있었네.”
“군인이 아닌, 국민으로서 참여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는 말이지.”
“그 말은…….”
“그래. 본인은 시민군으로서 참여할 생각이야.”
“대대장님께서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다른 일을 찾던 참이야. 아는 선배의 말로는, 미래 그룹은 대한민국을 위해 일한 사람에게는 보상을 아끼지 않는다는 말을 하더군.”
그 말을 소대장은 바로 알아들었다.
“그럼 저도 시민군으로 참여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군인의 시대는 이제 끝났어. 지금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지.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이것은 국민을 지키고 좋은 직장도 얻는 일이군요.”
그렇게 부산 경비단 휘하의 장교들이 시민군에 합류했다. 그것은 부산에 있는 군수 사령부도 마찬가지였다.
장안읍 좌동에 보관 중이던 무기들과 미래 그룹에서 제공한 최신 군 장비들이 시민군에 보급되었다.
* * *
부산 중구 남포동 선박 회사 사무실에서 두 남자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거, 나쁜 X끼들이 부산으로 온다 카더라.”
“그 반란을 일으켰다는 X끼들 말이가?”
“하모. 우리가 만만해 보인 모양이다.”
“오랜만에 실력 발휘해야겠네.”
“니보다는 내가 낫제. 베트남에서 훈장도 받았다 아이가.”
“나도 선임이 안 그랬으면 그거 받았다.”
베트남 전쟁이 마무리되는 시기라 전쟁을 경험한 이들이 많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군필자라면 다들 총은 쏠 줄 알았다.
부산 사나이들이 시민군으로 지원했다.
군 출신 장교들과 미래 경호 직원들이 그들에게 무기를 주고 조직화했다.
한국 사람들은 총이 없어서 그렇지, 총만 쥐여 주면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많았다.
LA 폭동 때 그러한 한인 자경단이 폭도들을 잘 막아 낸 사례가 그것을 증명했다.
―국가가 시민을 버린 경우, 시민이 국가의 역할을 대체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일본 제국주의와 군사 정권에 의해 꺾인 대한민국의 기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민족이 외세의 침공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던 그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