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2)
협정
최신식 참치 선망 어선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헬기와 최신 어군 탐지선을 보유한 배였다. 넓은 남태평양 바다에서 일본 어선보다 먼저 참치 어군을 찾을 것이다.
성공을 확신했다. 이곳에 온 김에 부산의 사업체도 둘러보았다.
미래 그룹은 서울로 올라왔지만, 부산에 기반을 둔 기업이었다. 해운과 수산, 식품 모두 부산과 관련이 깊었다.
“해운은 1만 톤 급 선박 하나를 보유하고. 5천 톤급 선박 2척을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래 해운은 3척의 소형 화물선을 한일 항로에 투입했다.
시멘트와 고철을 열심히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수출 비중이 고철은 줄어들고 시멘트는 늘어났다.
“식품은 어떻습니까?”
“국수 사업은 주춤합니다만, 어묵의 매출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수산에서 잡는 생선이 많아지는 만큼 식품의 매출이 늘어났다. 수산과 식품의 매출이 상당했다. 미래 그룹에서 비중이 한동안 클 것이다. 미래 그룹의 수익 중 많은 부분을 부산에서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본사도 서울역 근처에 둔 것이기도 하고.’
직원들이 본사와 부산 지사 사이를 많이 왕래해야 했다. 부산에서의 사업을 살펴보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 * *
‘본사 건물이 빨리 완공되어야 하는데…….’
현재 본사는 서울역 근처의 작은 빌딩을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 본사를 짓는 건설 공사가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자재가 문제였다. H빔과 유리를 일본에서 수입해야 했다. 그래도 H빔을 미리 주문해서 골조가 올라갔다.
콘크리트를 부어서 양생만 하면 되었다. 유리도 부산항에 도착했다. 본사 건물이 곧 완공될 것이었다.
미래 그룹 빌딩이 서울의 랜드마크 건물이 될 것이다. 10층짜리 건물도 충분히 컸다.
본사와 달리 한남동의 저택은 먼저 완성되었다. 천 평에 있는 대지에 건평 400평짜리 2층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네 말을 듣기 잘했다. 집이 멋지구나.”
“마음에 드시죠?”
저택의 주변에 잔디와 조경이 잘되어 있어 상당히 멋졌다.
건축 디자인을 외국에 맡겼다. 건물도 한국에서 보기 힘든 철근 콘크리트 구조라 상당히 세련되었다. 유럽이나 미국에 가야 이런 저택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이곳에서 네 누나 약혼식만 올리면 되겠어.”
집이 완공되자 아버지가 누나의 약혼식을 서둘러 잡았다. 거의 집들이와 동시에 약혼식을 하는 셈이었다.
그 정도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이 급했다. 남편을 잃고 나이 먹는 딸을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아버지, 유명 호텔 주방장을 부르겠습니다.”
“반도 호텔 말이냐?”
“그곳보다 더 좋은 호텔입니다.
아는 인맥을 통해서 집으로 미군 호텔 요리사를 초빙했다. 약혼식을 성대하게 준비했다.
한남동의 저택 안에 약혼식장이 크게 차려졌다. 이번 약혼식에 정·재계의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결혼식이 아닌 약혼식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이것은 재벌가의 삼남과 재혼 여인의 약혼식이었다. 그만큼 두 집안이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두 그룹 모두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한쪽은 내수에서, 다른 한쪽은 수출 쪽에서 큰 성과를 내었다.
“자네 회사에서 새로운 화물선을 발주했다지?”
확실히 제일 그룹은 정보가 빨랐다. 이마바리 조선소에 벌크선을 발주한 것을 알고 있었다.
“잘 되었어. 그것이 도입되면 내 피 같은 돈이 더 굳겠군.”
수출입 물동량이 많아져서 해운은 고철 물량과 시멘트만 해도 버거울 정도였다. 제일의 모든 수출입 화물을 미래 해운에서 담당할 수 없었다.
제일 그룹의 편의를 봐주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제일의 회장도 어느 정도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기에 이해해 주고 있었다.
“새 화물선이 들어오면 물량을 최대한 제일 그룹에 배정하겠습니다.”
미래 해운에 새로운 화물선이 들어오면 그도 좋았다. 외화를 아낄 수가 있었다.
운임을 한화를 받아주는 국적 해운 회사는 미래뿐이었다. 외국 선사는 다 외화로 받았다.
“미래 운수도 많이 이용해 주십시오.”
“이제 사돈이 되는데 할인을 추가해 줘야지.”
“알겠습니다. 최대한 제일 그룹의 물량은 저렴하게 해주도록 말해 놓겠습니다.”
“그런데…… 자네가 하는 주택 사업이 괜찮아 보이던데…….”
재벌은 문어발이었다. 사돈이라도 서로의 영역에 침범했다.
‘어디에 발을 디밀려고…….’
그에게 미리 경고했다.
“큰돈이 먼저 들어가고 천천히 뽑아먹는 사업입니다. 자금 사정이 괜찮으시겠습니까?”
주택 할부 사업은 수익률이 매우 높지만, 목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었다. 투자한 돈을 천천히 회수하는 사업이었다. 미래 그룹에서 남아도는 한화를 활용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제일 그룹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지금 있는 돈을 삼백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삼백 사업도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원료를 수입해서 판매하고 수금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 시대에는 외상이나 어음 거래가 많았다. 그동안 돈이 묶였다.
한화를 외화로 바꾸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금액도 많았다. 운임을 한화로 내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자네들은 외화를 많이 벌어서 좋겠구먼.”
“버는 만큼 다시 들어갑니다. 사정을 아시지 않습니까?”
외화를 빌려달라는 말이 나올까 봐 미리 차단했다. 미래 그룹은 생기는 외화를 바로바로 재투자했다. 그도 그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주택 사업이 상당히 돈이 될 것 같은데 말이야.”
“저희도 삼백 사업에 투자할까 생각 중입니다. 그게 큰돈이 되더군요.”
장군이면 멍군이었다. 그 말에 그가 정색했다.
“이제 곧 서로 사돈이 될 것인데…… 이러긴가?”
“면직물 정도는 저희가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그건 아니지. 면직물과 모직물은 안 되네. 제일의 주력 중 하나네.”
“편물이나 봉제, 소규모 섬유 공장 정도는 어떻습니까?”
제일은 면직물과 모직물을 생산했다. 편물과 봉제 공장은 그것을 소비하는 업종이었다. 화학 섬유는 아직 그들이 시작하지 않았다.
“그것까지 막을 수 있겠는가?”
“그럼 삼백 산업은 포기하겠습니다. 대신에 제일 그룹도 미래 그룹의 사업에는 손대지 말아 주십시오.”
이 말은 삼백 산업에 뛰어들지 않을 테니, 미래 그룹의 사업에 뛰어들지 말라는 말이었다.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서로의 산업에 침범하지 않도록 양쪽 그룹이 신사협정을 맺었다.
재벌 그룹들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서로 같은 분야에서 심하게 경쟁했다.
삼백 산업을 포기하면서 두 그룹의 사업에 교통정리를 했다. 물론 그것이 잘 지켜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사돈끼리 이 문제로 싸우기도 했다.
미래와 제일 그룹은 신사협정 또는 양해 각서를 맺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어길 시 보복할 수 있었다.
‘지금 벌이는 사업이 많아서 삼백 사업에 뛰어들 여유가 없어.’
그에게 양보하는 척하고 신세를 지웠다.
* * *
누나와 함께 앉아있는 제일 그룹의 셋째를 보았다. 어린 나이에 하는 약혼식이라 그런지 긴장해 보였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아 보였다.
‘누나가 너를 잡아먹지는 않는다고……. 아니, 잡아먹나?’
누나는 한창 농염할 나이였다. 개구리를 앞에 둔 뱀과 같았다.
“셋째 아들이 잘생겼군요.”
“자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나. 나를 많이 닮았지.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일세.”
“제가 보기에 크게 성공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쉽군.”
그는 이 약혼에 불만이 있었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아끼는 아들을 결혼시키는 것이다.
“아쉬울 것이 뭐가 있습니까? 아드님이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 아닙니까? 그 혈기를 누를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습니까?”
“이건 약혼이 아닌가? 무슨 혈기를 낮춘다는 말인가?”
“약혼했으면 결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지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렇네.”
“그럼 약혼만 하고 결혼은 안 시킬 생각입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는 아들의 나이가 많지 않으니 사정을 봐 가면서 결혼시킬 모양이었다. 이 결혼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했다.
제일 그룹이 적이 된다면 상대하기가 가까웠다. 가장 큰 적은 아군으로 만들어서 가까이 두어야 했다.
“두 사람이 약혼했으니. 결혼한 것과 마찬가지 아닙니까?”
“남녀 사이의 문제는 서로가 알아서 하게 놔두세.”
“알겠습니다.”
‘누나, 파이팅! 이번 확실히 매형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아 버려.’
누나에게 나쁘지 않았다. 미래 그룹이 최고의 재벌이 된다면 제일 그룹은 2번째가 될 것이었다. 그 그룹의 사모님이 되는 것이다.
제일 그룹의 아들에게도 좋은 결혼이었다. 누나는 미인이고 아름다웠다.
‘치마만 둘러도 좋을 나이에 누나 정도면 최고의 파트너지.’
미래 그룹의 힘이 제일 그룹의 후계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가 더욱 확실하게 제일 그룹의 후계자 자리로 가는 길이었다.
* * *
약혼식이 끝나고 사옥이 완성되기 전까지 임시로 사용되는 건물에서 업무를 보았다. 그때 부산에서 전화가 왔다.
“부회장님, 왕기철입니다.”
“벌써 조업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회항이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부회장님, 이미 만선입니다, 만선. 참치로 배가 꽉 차서 어쩔 수 없이 귀환했습니다.”
원양 어선이 출발한 지 두 달 만에 귀환했다. 4천 톤급 어선을 참치로 가득 채웠다.
“남양에 참치가 많았던 모양이네요.”
“바다에 고기가 많은 것도 있습니다만, 이 배의 성능이 너무 좋습니다. 헬기로 추적하니 참치 어군을 금방 찾더군요.”
새로운 원양 참치 선망에는 헬기와 고속정이 있었다. 다른 어선들보다 빠르게 어군을 찾았다.
“투망(投網)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이 연승 어업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초대형 그물로 가두어 잡는 선망은 낚시와 어획량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단시간에 많은 참치를 잡을 수 있었다.
“남양에 참다랑어는 많던가요?”
“참다랑어도 많지만, 가다랑어 떼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
지금은 남양에 진출한 원양 어선이 많지 않아 어자원이 풍부할 때였다.
“우선 돈이 되는 참다랑어만 잡으세요. 가다랑어는 나중에 잡아도 됩니다.”
참다랑어는 횟감용 참치로 고가였다. 반면에 가다랑어는 통조림용이었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났다.
참다랑어가 많을 때는 가다랑어를 잡는 것은 손해였다. 어선에 어획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은 정해져 있었다.
‘참다랑어로 4천 톤이면 돈이 얼마야.’
참다랑어 가격이 미래보다 싸다고 하지만 지금도 고가의 물고기였다. 소고기와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소로 따지면 대체 몇 마리 가격이야? 만 마리 정도 되려나.’
물론 참다랑어 물량이 대량으로 풀리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그래도 40억 엔은 넘어갈 것이었다. 어업은 도박에 가까웠다. 대박을 한번 치면 막대한 돈을 벌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어. 다음에도 이럴 거라는 보장은 없지. 잡은 만큼 숫자가 줄어들기도 하고…….’
물고기는 한정된 자원이었다. 특히 참다랑어는 덩치가 큰 만큼 자라는 데 오래 걸린다.
한 해역에서 참다랑어를 깡그리 잡아 오면 한동안 이런 만선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곳에 출조한 일본 원양 연승 어선들은 손만 빨고 오겠어. 잘됐다.’
“그런데 부회장님, 한가지 건의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 이야기해 보세요.”
“이것도 선단으로 운용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선단이라면?”
“냉동 운반선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구나.’
이번 두 달의 조업 기간 중 한 달은 해당 어장까지 오고 가는 시간이었다. 실제 어장에서 조업한 기간은 한 달 남짓이었다.
냉동 운반선이 있으면 어선은 계속 참치를 잡고 운반선이 참치를 운송했다. 효율이 거의 두 배가 된다.
“좋습니다. 이왕 선단으로 운용을 하는 거 가공선까지 투입하죠.”
“무슨 가공선 말입니까?”
“횟감과 참치 통조림 가공선이요.”
“그건 육지에서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배에 시설만 갖추어 놓으면 가능합니다. 통조림용뿐만 아니라. 횟감용 참다랑어도 잡자마자 가공하는 것이 더 가치가 올라갑니다.”
생선은 신선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졌다. 특히 참치는 더했다. 아무리 급속 냉동을 한다고 해도 오고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선도가 떨어졌다.
특히 생선에 내장이나 머리가 있으면 더 빨리 선도가 나빠졌다. 그 안에 세균이나 효소가 있어 살코기보다 빨리 상했다.
생선을 바로 해체해서 살코기만 가져오는 것이 운송량도 줄고 선도도 좋았다.
부산에 통조림 공장을 지을까, 가공선을 운영할까 고민했다.
가공선을 갖추면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이번에 참다랑어로 대박을 거두었다.
막대한 외화가 들어올 것이다. 한동안 이러한 대박은 아니더라도 보통은 할 것이었다. 냉동운반선과 가공선을 사들일 돈이 마련될 것이다.
‘일본의 원양 참치 연승 어업이 원래 역사보다 빨리 사라지겠군.’
“다음부터는 참다랑어가 지금처럼 많이 잡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가다랑어도 같이 잡으세요.”
가다랑어는 참치 통조림의 원료였다. 바다에서 바로 통조림을 만들어 가져오면 가다랑어도 쉬지 않고 계속 잡을 수 있었다. 횟감만큼 비싸지 않지만, 참치 통조림도 돈이 되는 상품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남양에서 참치를 다 쓸어 담겠습니다.”
지금은 항차(한 번 어획하고 돌아오는 것)를 한 번이라도 더 줄이는 것이 이득이었다.
운반선과 가공선까지 준비되면 참치 선망 어선은 그곳에서 쉴 새 없이 참치를 잡을 것이었다. 참치회와 통조림, 그게 다 돈이었다.
‘외화를 퍼 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