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4)
코리아 대회
결혼할 여자를 스스로 찾기로 했다. 마침 좋은 방법이 있었다.
“미스코리아라니, 대체 그게 뭐 하는 거냐?”
한국에 미스코리아 대회가 생기기 전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뽑는 미인 대회입니다.”
“미인 대회라니, 세상에 그런 대회도 있느냐?”
한국에서 미인 대회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다만 미스코리아 대회처럼 유명하지 않았다. 일반인들에게 낯설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전 세계에 한국의 미를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미인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그뿐 아니라. 미래 그룹과 상품을 홍보하는 효과가 좋습니다.”
“그래? 우리 회사에 홍보가 필요한 상품이 그다지 없지 않냐. 왜 그런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아버지의 지적은 정당했다. 미래 그룹의 주력은 일반인들에게 홍보할 필요가 없는 상품이었다. 이것은 순전히 마음에 드는 여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그렇게 말하면……. 에라,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겠지.’
꿈에서 봤다고 말하기 애매했다.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지금 식품에서 어육 소시지라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들은 것 같다. 명태살로 소시지를 만든다고 했지.”
“네, 생선으로 만드는 소시지입니다.”
“누가 그런 걸 먹겠냐?”
‘그건 아버지가 몰라서 그래요. 이게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는데요.’
“어육 소시지는 아주 잘 팔릴 겁니다. 도시락과 집 반찬으로 먹게 될 거예요. 시장성이 큰 상품입니다.”
“그것하고 홍보하고 무슨 관계가 있지?”
‘아버지도 ‘누가 그런 걸 먹겠냐?’고 말씀하셨잖아요.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신상품 출시에는 홍보가 얼마나 중요했다. 홍보가 제대로 안 되어 사라진 비운의 상품도 많았다.
“소시지도 그렇지만, 특히 어육 소시지는 처음 나오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도 생선으로 만든다고 하니 별로라고 하시잖아요.”
“아무래도 생선으로 소시지를 만든다니, 그다지 먹고 싶지 않구나.”
이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생선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다.
분홍 소시지를 생선으로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다른 방법은 장점을 홍보하는 것이다. 후자를 사용하기로 했다.
‘옆에서 계속 좋다고 하면 좋게 느껴져.’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통해 어육 소시지를 홍보해야 해요.”
어육 소시지가 나오자마자 바로 인기를 크게 끈 것은 아니었다. 특유의 생선과 밀가루 맛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홍보가 필요한 상품이었다. 적극적인 광고로 상품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다.
‘저렴하다고 하는 것보다 몸에 좋다고 광고하는 게 더 나아.’
천하장사가 그랬다. 더욱 이른 시기에 인기몰이하는 방법이었다.
“그것이 도움이 되겠느냐?”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서 미스코리아 대회와 어육 소시지를 함께 홍보하는 것입니다. 이 행사에 사람들이 열렬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덩달아 어육 소시지도 크게 홍보가 될 것이에요.”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적은 이 시대에 수영복을 입고 나오는 미인들은 큰 볼거리였다. 몸을 다 가린 수영복이지만, 미니스커트에도 난리가 나던 시대였다.
‘나도 몸매를 보고 고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지.’
“각 지방 대회부터 많은 사람이 행사를 보러 모여들 것입니다. 그곳에 어육 소시지의 홍보 간판을 세우는 것이에요.”
‘이런 데는 아이디어가 술술 나오는구나.’
“이것은 사람들에게 신상품을 빠르게 홍보하는 방법입니다. 미스코리아 대회라고 하면 미래 그룹과 그와 관련된 상품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미래 주택의 홍보에도 나쁘지 않습니다.”
‘마음에 드는 여인을 찾기 위해 이런 브리핑까지 하다니. 나도 참 대단하다.’
실제로 미스코리아 대회는 오랜 기간 인기 있는 행사가 된다. 여인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남성들에게는 눈요깃거리를 제공했다.
“흠, 그래도 개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과는 별로일 것 같다.”
“미스코리아 우승자는 해외의 각종 국제 대회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미스코리아 우승자에게는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월드 등 세계적인 국제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명성과 인기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갈 큰 기회였다.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많은 여인이 지원할 것이었다.
“국제 대회 말이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미래 그룹을 알릴 기회입니다. 수출에 주력하는 저희에게는 딱 맞는 행사입니다.”
‘이 정도면 내가 생각해도 그럴듯해.’
“미래 그룹은 앞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회사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다는 말이냐.”
“네. 이 일은 미래 그룹의 세계 진출을 위한 초석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이 시기에 조금만 해외에 명성을 알려도 나라와 가문의 영광이었다. 미래 그룹이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는 것은 큰 명예였다.
여인들이 부끄러운 수영복 차림으로 미스코리아에 대회에 도전하는 것도 그 이유였다. 해외 입상자에게는 부와 명예가 주어졌다.
“알겠다. 최근은 회사 자금에 여유가 있으니. 한번 개최해 보아라.”
“아버지, 성공적으로 개최해 보겠습니다.”
이 일에 진심이었다.
‘이래도 마음에 드는 여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때는 별수 없지.’
오랜만에 사업 이외의 일로 불타올랐다. 개인 Mission이었다.
‘최고의 재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만 벌면 뭐 해. 즐기기도 해야지.’
막상 미인 대회를 성대하게 개최하려니, 할 일이 많았다.
* * *
미스코리아 우승자가 국제 대회의 참가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개최하는 곳과 협의를 거쳐야 했다.
미스 월드를 주최하는 회사는 영국에 있었다. 참가비가 1만 불이었다. 미스 유니버스는 미국에 있으며 참가비가 무려 3만 달러였다.
진선미 세 명을 본선에 진출시키는 데 드는 비용만도 12만 달러가 필요했다.
국제 미인 대회가 국가에서 개최하는 공인 행사처럼 보여도 모두 돈벌이를 하는 상업적인 행사였다.
‘완전히 장삿속이군. 그러니 비리가 터지지.’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개최하겠다고 자신을 했지만, 이건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였다.
미스코리아 대회도 참가비를 받고 싶지만…… 한국과 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그러면 부자들만 참여하는 대회가 된다. 나의 목적과 맞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돈이 없어서 못 나오면 안 되지. 돈이 많이 들어도 미래 그룹이 부담하는 것이 맞아.’
미스코리아 대회는 공식적으로 회사와 상품 홍보를 위한 행사였다. 회사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실제로 홍보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상당히 효과적인 홍보 도구이기도 했다. 상사의 이창동 사장에게 지시했다.
“영국과 미국에 연락하여 참가권을 따내세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상사 직원은 모든 것을 다 할 줄 아는 맥가이버가 되어야 합니다. 이 건은 돈만 주면 쉽게 따낼 수 있어요.”
그가 나가려다가 물었다.
“그런데…… 부회장님, 맥가이버는 무엇입니까?”
‘아! 이때는 맥가이버가 나오지 않았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만능인 남자입니다. 부하 직원을 맥가이버로 만드세요.”
“알겠습니다. 모든 직원을 맥가이버로 만들겠습니다.”
미래 상사의 아침 구호가 ‘맥가이버가 되자’로 바뀌었다.
* * *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신문사와 라디오 방송국에 광고해야 했다. 중요한 정보를 그곳에서 얻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잘 치르려면 그들의 협조가 필수였다.
“이 사장님, 이번에 그룹에 언론 대응 부서를 만들죠.”
“언론 대응 부서 말입니까?”
“말 그대로 언론을 상대하는 부서입니다. 신문이 발행되기 전에 초판을 확인하고 불리한 내용을 바꾸는 일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해 주겠습니까?”
‘아직 뭘 모르는군. 광고주가 신문사에 얼마나 힘이 센데.’
“이번 미스코리아 대회를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신문사와 라디오에 광고할 거예요.”
“그것과 언론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광고가 있지 않습니까? 광고비는 돈이 아닙니까?”
광고주가 언론사의 갑이었다. 불리한 기사를 내보내기 힘들었다.
“돈으로 그들을 길들인다는 말입니까?”
“신문사가 신문 구독료로 먹고사는 것이 아닙니다. 다 광고에요. 점점 광고의 비중이 커지게 될 것이에요.”
“신문 초판을 구하는 것은 어떻게 합니까?”
‘가르쳐 줘야 할 게 많아.’
“인쇄소에 대기해야지요.”
나중에는 초판을 신문사가 기업들과 정치권에 돌리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었다.
인쇄소에서 초판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것을 먼저 입수해 수정할 부분을 언론사와 협상해야 했다.
“정말 상사 직원이 맥가이버가 되어야겠습니다.”
“잠시만 그 일을 미래 상사에서 맡아 주세요. 나중에 그룹에 비서실이나 기획실이 생기면 그곳에 맡길 것입니다.”
이학수가 미래 그룹에 들어오면 전략 기획실을 만들 생각이었다.
전략 기획실이 부회장의 업무를 돕게 될 것이다. 여러 계열사를 조율하고 대외 업무를 맡게 된다. 미래 그룹에 그런 조직이 필요하게 되었다.
“우선 3대 중앙지와 라디오 방송국을 담당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이번에 제대로 미스코리아 대회를 홍보해 봅시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기 위해 미스코리아 대회를 주최하기로 했다.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커. 큰돈을 들이는 만큼 마음에 드는 여인이 나와야 하는데…….’
* * *
1954년 겨울이 다가왔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자 명태가 대량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어선들을 대거 동해안으로 올려보냈다. 쌍끌이 선단들이 잡아내는 명태의 양이 엄청났다.
“부회장님, 풍어입니다. 이렇게 많은 명태는 처음 봅니다.”
미래 수산의 왕기철 사장이 부산에서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미래 수산이 커지고 어선이 대폭 늘어나자, 그는 현장(참치 원양 선망 선장)을 다른 이에게 맡기고 내근으로 옮겼다.
미래 수산이 보유한 어선이 수십 척에 이르렀다. 그들이 어획하는 명태 양이 엄청났다. 잡힌 명태들이 일본과 국내에 팔려나갔다.
명태는 황태나 오뎅, 명란젓 등으로 가공이 되지만, 새로운 가공법이 생겼다.
어육 소시지 공장이 생각보다 빨리 완공되었다. 어육 소시지 공장은 어묵 공장에 몇 가지 기계만 추가하면 되었다.
‘공정이 거의 똑같아. 어묵을 잡어로 안 만들고 명태살로 만들게 되면 서로 차이가 없어.’
어묵 공장 중 일부를 어육 소시지 공장으로 전환했다. 어묵 공장들이 부산에 이미 많았다.
어육 소시지 공장이 명태가 잡히는 시기에 맞추어 완성되었다. 동해에서 잡힌 명태가 가공되어 명태살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어육 소시지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역시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익숙지 않아 선호도가 적었다. 미래 식품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부회장님, 큰일입니다. 어육 소시지가 창고에 쌓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산량을 줄일까요?”
“동해에서 명태가 엄청나게 잡히고 있습니다. 그냥 팔면 제값을 못 받아요.”
어육 소시지로 만들어 파는 것이 명탯값의 안정과 수익이 더 높았다.
“가공해서 파는 것이 냉동 보관보다 더 이득이에요.”
냉동고를 돌리는데도 전기료가 들었다.
“그럼 명태를 어묵으로 가공하겠습니다.”
“어묵보다 어육 소시지가 더 나아요.”
어묵과 어육 소시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관 기간이었다. 어육 소시지는 고온 살균과 필름 포장으로 유통 기간이 훨씬 길었다.
대량으로 잡히는 명태를 가공하는 데 최고였다.
“보관 창고가 가득 찰 때까지 계속 생산하세요.”
“하지만 이대로라면 정말로 창고가 가득 찹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미래 상사를 통해서 일본에 팔 것입니다.”
일본은 어육 소시지에 익숙했다. 창고가 차면 오래된 것부터 일본에 판매하면 되었다. 저렴한 어육 소시지는 일본에서도 잘 팔리는 상품이었다.
“일본에 판다면 잘 팔리겠습니다.”
“그런대로 잘나갈 거에요. 햄과 소시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니까요.”
두 나라 모두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줄었다. 그러나 아직 일본도 돼지고기나 소고기로 만든 소시지나 햄은 고가품이었다. 저렴한 어육 소시지의 수요가 있었다.
“어육 소시지는 유통 기간도 길어 수출에 유리한 상품이에요.”
유통 기간이 길어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개발을 지시한 것은 단순히 인기 상품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많은 장점이 있었다.
‘그래도 재고가 계속 쌓이면 곤란하지. 다른 방안도 찾아야 해.’
재고가 쌓이면 그만큼 돈을 못 번다. 명태로 가공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았다. 어육 소시지만 명태로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정 안되면 맛살로도 만들어 파세요. 가공 방법과 기계는 서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맛살이라…… 알겠습니다. 그쪽으로도 알아보겠습니다.”
명태는 버리는 것이 없는 생선이었다. 맛살의 원료가 되고 각종 젓갈로도 만들 수 있었다. 명태살 자체는 생선가스나 피시 앤 칩스의 재료가 된다.
명태가 대구보다는 못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대구를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생선가스의 주재료가 되었다.
“젓갈로도 가공하고, 정 안되면 상사를 통해 수출길을 알아볼게요.”
명태살을 팔 방법은 많았다. 어선들이 많이 잡아들이기만 하면 되었다.
어육 소시지도 지금은 선호도가 낮지만, 대박 날 상품이었다. 미스코리아 대회 개최로 엄청나게 팔려나갈 것이다.
“우선 창고에 가득 찰 때까지 어육 소시지로 가공하세요.”
그때를 대비해서 창고에 쌓이고 있었다. 홍보만 제대로 되면 생산하는 어육 소시지를 제값을 받고 팔아 치울 수 있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야. 마침 광고가 필요한 적당한 상품이 있어서 하는 거지.’
어육 소시지는 그룹에 효자 상품이 될 것이다.
“어육 소시지가 식품을 먹여 살릴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