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7)
본사 입주
미스코리아 본선 무대에 올라온 사람 중에 걸 그룹 센터와 같이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진선미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이 시대 미인의 조건에 맞지 않았다. 큰 키에 하얀 피부, 갸름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의 마음에는 쏙 들지만, 나이 먹은 심사 위원들의 눈에는 너무 서구적이었다. 서양인 비슷하게 생겼다. 백인 혼혈 미인 같았다.
그런 모습은 동양적인 미인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신문물에 깨어있는 젊은이들이나 좋아할 얼굴상이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역 대회에서 본선까지 올리기 위해서 공을 들였다. 본선에 올려야 미스 미래가 될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역 예선에서 미스 미래를 뽑으면 사심이 들어간 게 너무 표가 나.’
본선 무대에 오른 미녀 중에서 진선미를 뽑는 순서가 되었다.
행사장에 사람들의 기대와 긴장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미스코리아 미가 발표되었다.
“미스코리아 미로 오현주 씨가 뽑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사회자가 미를 발표하고 상금과 보상을 알려 주었다.
“오현주 씨에게는 상금 1만 달러와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월드의 출전권이 주어집니다. 이제 대망의 미스코리아 진과 선이 남았습니다.”
행사의 김장감을 올리기 위해 수상자 두 명을 불렀다.
“자…… 김양희 씨와 서명자 씨는 단상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사회자가 미스코리아 미와 진과 선의 후보자를 발표하자 행사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관중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양희!”
“서명자!”
두둥― 두둥―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발표해. 이런 데서 시간을 끄는 것은 여전하군.’
“드디어 발표하겠습니다. 올해의 미스코리아 진은…….”
‘아이…… 또 이런다.’
두둥― 두둥―
사회자가 관중들을 감질나게 했다. 그럴수록 기대감은 높아졌다.
“올해의 미스코리아 진은…… 서명자 씨입니다.”
“우와!”
짝― 짝― 짝―
“서명자 씨에게는 부상 3만 달러와 국제 대회 출전권이 주어집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쉽게도 미스코리아 선이 되신 김양희 씨에게도 2만 달러와 국제 대회 출전권이 주어집니다. 두 분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와아.”
짝― 짝― 짝―
함성과 축하의 박수 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사회자에게 호명된 진과 선은 바닥에 쓰러지다시피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사람들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것은 미소가 아니라 씁쓸한 마음이었다.
행사자의 열기가 진정되자 사회자가 다시 외쳤다.
‘드디어 본무대야.’
“참가자 여러분, 아직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아직 특별상이 남아 있습니다.”
특별상이라는 말에 남은 참가자의 얼굴에서 희망이 떠올랐다.
“미래 그룹에서 수여하는 미스 미래입니다. 미스 미래에 뽑히신 분은 그룹의 홍보 모델로서 1년간 활동할 예정입니다.”
진선미에 떨어진 참가자들 사이에 기대가 퍼져 나갔다.
미래 그룹의 홍보 모델 자리는 국제 대회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괜찮은 자리였다. 미래 그룹은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그룹이었다. 그 회사의 홍보 모델 자리도 나쁘지 않았다.
‘이건 나쁘지 않은 게 아니야. 정말 좋은 자리라고……. 최고 재벌의 사모님이 될 기회야.’
“마지막 미스 미래의 당선자는…….”
두둥― 두둥―
“초유진 씨입니다. 축하드립니다. 1년간 미래 그룹의 모델로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와아!”
“…….”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보았다. 혼자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거 머쓱하군. 너무 표를 냈나?’
사회자의 발표에 단상에 서 있던 초유진이 주저앉듯이 쓰러져 울었다. 정말 감동을 자아내는 장면이었다.
‘왜 이리 조용해. 나만 감동한 거야?’
“미스 미래에 대한 수상은 그룹의 이강철 부회장님이 해 주시겠습니다.”
‘이게 메인이야. 상은 직접 수여해야 제맛이지.’
단상으로 나가 미스 미래를 나타내는 봉을 건네주고 휘장을 초유진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분위기를 잡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앞으로 미래 그룹을 위해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부회장님.”
눈물을 흘리는 그녀에게 손수건을 전해 주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고맙습니다.”
‘아니 내가 더 고맙지.’
“아니, 제가 고맙습니다.”
“네?”
고맙다는 말에 그녀가 당황했다. 나의 표정이 좀 음흉했던 모양이었다.
“미래 그룹의 홍보를 맡아 줘서 감사하다는 의미였습니다.”
“아…… 네.”
다행스럽게 그녀가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했다.
‘오늘은 정말로 감격스러운 순간이군. 월척이 손에 들어왔어. 이건 대박이야.’
* * *
미스코리아 대회가 끝날쯤에 완성된 것이 있었다. 미래 그룹의 본사 건물이었다.
빌딩이 완공되고 내부 실내 장식까지 마무리되어 입주가 시작되었다. 서울역 근처에 흩어져있던 계열 회사들이 사옥으로 이사를 왔다.
넓은 대지를 차지한 10층짜리 대형 빌딩이었다. 계열사들이 다 이사를 와도 빈자리가 남았다. 그곳은 한때 대우 빌딩으로 불렸던 서울 스퀘어 자리였다.
계열사들은 건물의 1층부터 9층을 사용했다.
빌딩의 10층에는 회장실과 부회장실, 사장단의 사무실만 있었다. 그중 회장과 부회장의 사무실은 특별히 넓었다.
“강철아. 사무실이 너무 큰 게 아니냐.”
“재벌이 이 정도는 써 줘야죠.”
“그래도 100평짜리 사무실은 너무 큰 것 같은데……”
“10층에 자리가 많습니다. 비워 놓느니 넓게 사용하시죠.”
비서실과 부속실이 들어올 것까지 계산해서 각각 100평 정도로 크게 만들었다. 비서실과 부속실을 따로 구획으로 나누어 칸막이하지 않았으면 회장실과 부회장실이 아주 휑할 뻔했다.
사장들의 사무실도 넓었다. 아직 10층은 여유가 많았다.
아직 이곳으로 이전해 오지 않은 계열사 사장들이 있었다. 부산이 주요 사업장인 해운이나 수산, 식품의 사장들은 부산에서 근무했다.
새롭게 시작할 사업체들의 사장실을 고려하여 공간을 비워 두었다. 그래도 10층의 반도 안 찼다.
지금은 이렇게 빌딩 10층을 통째로 다 쓰는 것이 낭비처럼 보이겠지만, 곧 이 공간도 비좁아질 것이었다. 미래 그룹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10층의 중앙에는 사장단 회의를 할 대형 회의실도 있었다. 앞으로는 본사에서 정기적으로 사장단 회의를 할 생각이었다.
계열사가 많아졌다. 모여서 사업의 주요 진행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첫 사옥 입주가 끝났다.
“이곳, 새로운 장소에서 그룹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미래 그룹의 서울역 시대가 시작되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 모두 최선을 다합시다.”
“네, 부회장님.”
미래 그룹이 재벌로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재벌이 이런 빌딩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지.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아.’
이곳은 미래 그룹의 첫 번째 사옥이었다. 성장함에 따라 더 큰 건물로 이전해 갈 것이었다. 다음 사옥은 더 멋질 것이다.
* * *
“우와! 멋지다. 저게 미래 그룹 건물이오.”
“미래 그룹?”
“거 있잖소. 소시지인가 하고 참치 통조림 만드는데 말이오. 요새 없어서 못 판다는 그거 있잖소.”
“거가 거기가. 나도 한번 먹어 봐야겠다.”
서울역은 전국의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빌딩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했다. 커튼월 방식의 유리 건물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었다.
미래 그룹 건물을 보고 모두 어육 소시지의 광고를 떠올렸다. 어육 소시지와 참치 통조림은 미제 스팸만큼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한국에 이런 건물이 있었소?”
“얼마 전에 생겼습니다.”
“내가 본 신문 기사에 한국은 폐허밖에 없다고 했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을 단번에 바꾸기 어려웠다. 한국전쟁의 폐허만 기억했다.
“얼마 전까지 그랬습니다. 폐허에서 몇 년 만에 이런 건물을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일본만큼 저력이 있는 나라입니다.”
“음…… 저력이라…….”
저력과 가능성은 한국인의 무기였다.
“이번 기회에 거래처를 일본에서 저희로 바꾸시지요. 품질이 비슷하면 가격이 싼 게 낫지 않습니까?”
멋진 본사 건물이 미국 브랜드 업체 관계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들은 저가 브랜드라 일본보다 가격이 싼 공급처가 필요했다.
납품 단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저렴한 공급처를 물색하고 있었다.
“오더를 주면 물량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겠소?”
본보기 제품만 보고 공급처를 바꾸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싸고 품질이 좋아도 제때 공급 안 되면 곤란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을 대체할 공급처로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다.
“이번에는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을 보러 가겠습니다. 그곳을 보시면 믿음이 생기실 것입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소?”
“바로 근처입니다.”
성동구에 미래 어패럴 공장이 있었다. 해외 브랜드 담당자가 오면 본사 건물을 보여 준 후 공장을 견학하는 것이 일종의 코스가 되었다.
* * *
본사 건물은 바이어를 접대하는데 유용한 장소였다.
“저기가 저희 본사 건물입니다. 괜찮으시면 잠시 들렀다 가시겠습니까?”
“바쁜데 번거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요?”
“괜찮습니다. 안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잔하시죠.”
“아메리카노 커피 말이오?”
건물에 외국 바이어와 방문객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안에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에스프레소 기계가 있습니다.”
“잘되었네요. 안 그래도 제대로 된 커피를 못 마셔 아침부터 머리가 무거웠는데…….”
“좋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아라비카 고급 원두입니다.”
“내가 아라비카 커피를 마시는 것은 어떻게 아셨어요?”
“고객의 취향을 아는 것은 기본입니다.”
건물 9층에 있는 카페로 바이어를 안내했다.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 기계로 커피를 추출했다.
“아…… 이 맛은…….”
“왜 그러십니까?”
“내가 가는 뉴욕 카페보다 커피 맛이 더 괜찮은 것 같군요.”
“이런 커피는 미국에서도 맛보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 아라비카 원두로 커피를 뽑는 곳이 드물었다.
“저런 커피 기계는 얼마요?”
에스프레소 기계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10,000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와! 내 차보다 비싸네요. 한국에서 이렇게 세련된 커피를 마실 줄은 몰랐어요.”
손님 접대를 위해 기계를 최고급으로 샀다. 커피 한잔에 분위기가 좋아졌다.
창밖을 바라보던 바이어가 그런 분위기를 깨는 이야기를 했다.
“건물 주위가 너무 휑하네요. 한국이 발전하려면 아직 멀었어요.”
그들이 보기에 아직 한국은 후진국이었다.
“이곳은 시작일 뿐입니다. 곧 주변에 많은 빌딩이 들어설 것입니다.”
“자신감은 대단하지만…… 그게 가능하겠어요?”
“저희 미래 그룹만큼 대한민국도 발전할 것입니다. 다음에 오시면 바라보시는 풍경이 또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바이어에게 재방문을 요청했다.
“하하, 다시 이곳에 방문하려면 계속 거래를 해야겠군요.”
“그때는 이곳에서 더 많은 것을 구매하시게 될 것입니다.”
목소리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양복이 전투복이라면, 멋진 본사 건물은 탱크였다. 바이어의 마음을 함락시켰다.
“와, 앞으로 매번 이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한국이 너무 기대되네요.”
“하하, 기대해 주십시오.”
* * *
10층의 부회장실의 의자에 앉아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마호가니 책상이 중앙에 있고 삼면에는 책장이 있었다. 그곳에는 어려운 원서로 된 책들이 두꺼운 양장본으로 꽂혀 있었다.
‘저 책을 볼 일이 어디 있겠어. 이게 다 장식이지.’
책장에 두꺼운 원서로 된 책들이 잔뜩 꽂혀 있어야 있어 보였다.
명색이 한국대를 졸업한 지식인이었다. 이 사무실의 메인은 앉은 자리 뒤쪽으로 펼쳐진 통유리창이었다. 그곳을 통해 서울의 중심지가 다 보였다.
지금은 10층도 높은 빌딩이었다. 주변에는 작은 서울역 역사와 주위의 조그마한 빌딩들, 허름한 집들이 가득했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것이 가진 자, 재벌의 위용 아니겠어.’
재벌은 올려다보는 자가 아니라 내려다보는 자였다. 서울의 중요 지역을 내려다보았다.
‘정치권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니 좋네. 그들에게 앞으로도 고개를 숙일 일이 없으니.’
미래 그룹은 수출 비중이 높고 필요한 외화는 스스로 조달했다. 이권이나 원조로 들어오는 외화를 더 얻기 위해 정치권에 조아릴 필요가 없었다.
‘이게 최고 재벌의 모습이지.’
북쪽을 바라보자 멀리 창밖으로 옛 왕의 거처와 왕 노릇을 하는 자가 사는 경무대가 보였다. 그곳을 내려다보았다.
‘미래는 돈 많은 자가 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