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44)
차 산업
이창동 사장만 남고 다른 이들은 모두 나갔다. 각자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미래 시멘트는 새로운 공장 터를 물색해 봐야 했다. 건설은 공장 설계에 들어가야 했다. 상사는 그 모든 것을 관리해야 했다.
‘할 일은 미래 상사가 제일 많은데…… 계속 일을 시켜서 미안하군.’
이학수가 나오고 전략 기획실이 생기기 전까지 그 일은 미래 상사의 이창동 사장이 맡아야 했다.
상사 직원은 모든 것을 잘해야 하는 만능 인간이 되어야 했다. 기획실이나 비서실에 상사 출신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미래 상사에서 마케팅과 홍보 부서를 분리하는 일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홍보와 마케팅은 미래 상사에서 하고 있었다. 아무리 상사 직원이 만능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할 줄 안다고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상사직원이 그런 일을 하지만 다른 일도 맡아서 하면서 하는 것이다.
이창동 사장에게 그룹 내에 홍보와 마케팅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팀의 조직과 구성은 다 끝났습니다.”
“그럼 바로 업무를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무엇부터 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언론 관리를 맡기세요. 언론을 관리하는 일은 광고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광고는 기업을 홍보하거나 상품을 알리는 목적도 있지만, 언론을 길들이는 역할도 했다. 신문사나 방송국의 수익에서 광고비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게 된다.
광고를 받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게 너무 지나치면 기레기가 되는 것이지만.’
반대로 문제가 될 기사들은 막을 수도 있었다. 광고를 내는 부서에서 언론을 담당하는 것이 맞았다.
“기업 광고와 상품 광고도 시작하죠. 미스코리아 대회의 개최로 어육 소시지와 주택의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까? 홍보와 마케팅 팀에서 적극적으로 미래 그룹과 상품들을 광고하게 하죠.”
미스코리아 대회 개최로 비용이 많이 들었다. 초유진을 만나기 위해서 많은 돈을 투자했다. 이제는 본전을 찾아와야 했다.
“미래 그룹의 이미지 광고와 상품 광고들에 미스 미래로 뽑힌 초유진 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투자한 비용을 회수해야 해요.”
“그들에게 광고 시안을 마련하게 시키겠습니다.”
“다들 아직 이 일에 미숙하니, 한국대 상학과를 졸업한 내가 직접 관여하겠습니다. 광고를 만들 때 담당자들과 함께 초유진 씨도 참여시키세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창동 사장은 아직 눈치를 못 챈 모양이군.’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이러한 일을 꾸몄다.
‘대놓고 그러는 것은 최고의 재벌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야.’
기업의 총수가 노골적으로 그러는 것은 보기 좋지 않았다. 물론 대놓고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비밀 연애가 더 자극적인 법이야.’
“광고와 홍보와 관련된 일은 이쯤에서 하고 다른 일을 이야기하시죠.”
광고와 홍보의 일은 막간에 하는 일이었다.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메인 Mission은 최고의 재벌이 되는 것이다. 이창동 사장을 부른 본론을 꺼냈다.
* * *
수출이 늘어나면 해운의 일이 많아진다. 해운의 일이 많아지면, 늘어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운수였다.
운수는 원부자재를 공장까지 갖다 주고 완성된 상품을 항구까지 배달해 준다. 배로 오가는 상품을 항구까지 운송하는 것이 육상 운송이었다.
그런 수출입 물량뿐만 아니라, 삼척에서 서울까지 시멘트를 운송하는 일도 운수에서 했다.
건설에 사용되는 자재까지 포함하면 그들이 운송하는 물동량이 많았다. 거기에 제일 그룹과의 협약으로 그들의 물량까지 처리했다.
미군 트럭 50대로 시작한 운수 사업이 한계에 달했다.
“미래 운수가 물량을 제대로 처리를 못 하고 있어요.”
“트럭의 숫자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그러기 전에 트럭을 충분히 마련했어야지요.”
“그룹 전체 일을 확인하느라…… 죄송합니다.”
운수는 미래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졌다. 할 일이 많은 이창동 사장이 다 챙기기는 어려웠다.
“괜찮습니다. 이것은 나의 불찰이기도 합니다. 트럭을 추가로 구매하죠.”
트럭이 부족해서 운송에 어려움이 있으면, 더 늘리면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사회가 안정화되면서 트럭을 운전할 사람은 널려 있었다. 운수에서 교육한 운전사와 정비사도 충분했다.
“트럭은 얼마나 구매하면 되겠습니까?”
“백 대 정도 구매하시죠.”
트럭을 구매하는 김에 여유 있게 사기로 했다. 육상 운송 물동량은 빠르게 늘 것이다. 백 대도 곧 부족하게 된다.
“그렇게 많이 말입니까? 국내에 트럭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대형 트럭은 미군에서도 구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 시기 트럭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미군 정도였다. 제너럴 모터스(GMC)의 CCKW라고 불리는 차량이 민간에 매각되었다.
이번 사는 것은 두 돈 반 트럭보다 훨씬 큰 대형 트럭이었다. 대형 트럭 백 대는 미군에서도 못 구했다.
“그러면 수입을 해야지요.”
“대형 트럭을 신차로 수입하면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한 대당 1~2만 불은 할 것입니다. 최소한 외화로 백만 불 이상 필요합니다.”
“지금 외화에 여유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사용해야지요.”
여유 되는 외화를 사용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시멘트도 기계 공업도 아니었다. 바로 트럭이었다.
‘둘 다 외화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선박과 트럭을 구매하는데 외화가 많이 들지.’
“외화는 여유 있게 보유하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급하게 외화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들어오는 외화는 늘면 늘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래 수산과 어패럴로 막대한 외화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더 커지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늘어난 외화를 사용하는 곳으로 미래 운수를 선택했다.
“그래도 신차로 백 대는 너무 비용이 큽니다.”
“이번에 신차 구매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요구하세요.”
“미국 애들이 쉽게 기술 이전을 하겠습니까?”
트럭 백 대, 백만~2백만 불이 크지만…… 그것으로 자동차 회사에서 차량과 관련된 중요 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 이전이라고 대단한 기술을 달라는 것은 아니에요. 정비에 필요한 기술이라는 핑계로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은 다 가져오세요.”
“음…. 엔진이나 미션에 관련된 핵심 기술이 아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거에요. 그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기술을 가져오세요.”
“그런데 그런 기술로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뭐 하겠어. 자동차를 만들려고 그러지.’
“그동안 트럭을 분해하고 수리와 정비하면서 나름대로 기술을 습득했을 것이에요.”
“아마 정비공들이 어느 정도 차량의 원리와 기술은 이해했을 것입니다.”
“이번에 가져오는 기술을 합하면 트럭이나 지프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부회장님, 무리입니다.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기술이 너무 많습니다.”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과 기술이 들어가는 기계였다. 쉽게 만들 수는 없었다.
“부족한 것은 부품을 수입해야지요. 그중 일부만 미래 기계 공업에서 만들면 됩니다.”
“아! 그래서 기계 공업사를 인수하시라고 말씀하셨군요.”
“기계 공업은 시멘트 공장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 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 한국에서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중고 부품을 조립해서 만들고 있었다. 곧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는 공장도 만들어진다.
‘불가능한 것을 하라는 것도 아니야. 벌써 맨땅에서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있어. 대단한 한국인들이야.’
부품만 있다면 조립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그에 필요한 기술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 간단한 것들은 직접 만들 생각이었다.
일부만 국산화를 해도 제작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가 있었다. 더욱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조립뿐만 아니라 부품의 국산화가 필요했다.
자동차 산업에 많은 나라와 기업이 뛰어들 것이다. 그들 중 일부만 살아남았다.
단순히 조립 비용만 아껴서는 승산이 없었다. 기술이 있어야 자동차 업체 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지.’
다른 방법은 국가의 지원과 보조금을 받는 것이다. 앞에서 손해를 보고 뒤를 메꾸었다. 수출로 손해 보고 내수에서 돈을 벌었다.
‘수입 차를 막아 국내에서 돈을 벌고, 해외에는 덤핑으로 팔아 국민의 세금으로 메꾸었어. 최고의 재벌이 될 사람이 그러고 싶지는 않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권과 밀착해야 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해. 그러다 정권에 코가 꿰여.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아.’
정경 유착은 처음부터 선택지에서 버렸다.
결국 남은 것은 기술 개발뿐이었다. 자체적으로 부품을 생산해서 비용을 낮추고 기술 경쟁력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기계 공업도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이미 시발자동차가 나왔습니다.”
“자동차 이름이 웬 욕입니까?”
“그 시발이 아니라 다른 시발(始發)이에요.”
“그런 자동차가 있습니까?”
‘올해 나오는데…… 아직 안 나온 모양이군.’
8월에 나와서 10월에 대 히트했다.
“자동차를 조그만 기계 공업사인 국제 차량 제작소라는 곳에서 만들고 있어요.”
“그걸 부회장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자동차에 관심이 있어서 알고 있어요.”
“부회장님이 자동차에 관심이 있으셨습니까?”
‘이 사람이 진짜…… 내가 야한 책만 보는 사람으로 생각하나.’
제 발이 저리다고, 그가 알 리가 없었다. 사무실에서 그런 책을 보는 몰지각한 사람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작은 공업사에서 자동차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미래 그룹도 자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수출도 할 생각입니다.”
“자동차를 수출한다는 말입니까?”
‘이 사람이 왜 이래, 새삼스럽게. 가발과 의류, 수산물도 수출하잖아.’
자동차와 그런 것은 난이도가 틀렸다.
“음……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픽업트럭은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더 놀랐다.
“픽업트럭 말입니까? 미국 자동차 시장의 핵심으로 진출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뭘 그것 가지고 그래. 픽업트럭이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인가.’
이창동 사장은 픽업트럭이라는 말에 황당해했다. 미래 그룹이 미국 자동차 업체에 당당하게 도전하겠다는 의미였다.
저번 회차에서는 포니가 최초로 수출하는 자동차가 되었다. 일본이 걸어간 길을 따라서 소형차 부분으로 진출했다. 가격이 싼 소형차를 차를 저가에 판매했다.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메인에 바로 도전하기로 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메인에 도전해야 해.’
소형차에서 대형차가 아닌, 대형차에서 소형차로 진입할 생각이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남자는 무조건 큰 차야. 크면 클수록 좋아.’
* * *
“처음부터 그것은 어렵겠지요. 우선 우리가 필요한 트럭부터 생산하도록 합시다.”
처음부터 픽업트럭을 생산할 수는 없었다. 미래 운수에 필요한 트럭부터 생산하기로 했다. 픽업트럭은 일종의 방향성과 비전 제시였다.
이창동 사장의 표정이 ‘그러면 그렇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원래 목표는 크게 잡는 거지.’
“처음에는 대부분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서 만들 것입니다. 조금씩 자체 부품의 생산을 늘려나가야지요.”
“그 정도라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미래 운수에서 교육한 정비공들이 있지요. 그들이 도움이 될 것이에요.”
“트럭 정비공들이 자동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까?”
미래 운수에 미군 트럭을 교보재로 삼아 교육한 정비공과 기술자가 있었다.
기술을 배우는 데는 뜯어서 살펴보는 역설계만큼 효과적인 것도 별로 없었다. 자동차 강국인 된 독일과 일본과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배웠다.
시발자동차를 만든 국제 차량 제작소도 처음에는 정비소였다.
폐차 처리하면서 기술을 익혀 한국전쟁 직후에 프레임(Frame) 제작에 성공했다.
미래 운수에 트럭에 관한 기술이 쌓였다. 지금도 차량의 조립 정도는 가능했다.
트럭 백 대를 수입하면서 일부 기술을 전수 받을 것이다. 새로 만들 미래 기계 공업과 협력한다면 차량용 부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자동차 산업을 시작할 것이었다. 작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갈 생각이다.
‘오일 쇼크 전까지 픽업트럭을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어.’
“한국의 트럭 정비공을 무시하지 마세요. 그들이 망치로 자동차를 만들어 냈습니다.”
정말 망치로 두드려 차체를, 엔진을 주물로 만들었다. 그것이 한국 최초 시발(始發)자동차였다.
“우리가 못 할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