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49)
한의 성공 공식
미래 건설에서 호텔에 이어 백화점도 짓기로 했다.
‘그래도 좀 아깝단 말이야.’
새로운 건물들을 많이 지으면서 아까운 것이 하나 있었다. 철근이야 어쩔 수가 없다 해도 유리로 사용하는 비용이 아까웠다.
콘크리트는 시멘트를 생산하기에 자체 조달이 가능했다. 아직 한국에 제대로 된 유리 공장이 없었다.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에 유리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했다. 곧 한국 유리에서 대규모 판유리 공장을 세운다.
건설에서 유리의 사용은 갈수록 늘 것이었다. 미래 건설이 짓는 건물에 들어가는 유리의 대금도 아까웠지만, 그 시장을 남에게 주는 것은 더 아까웠다.
‘돈 되는 사업인데, 남 주면 아깝지.’
유리도 시멘트처럼 외화를 벌면 벌지 외화가 나가지 않는 산업이었다. 외화도 아끼고 벌 수 있는 사업이었다.
시멘트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는 석회석으로 만든다면 유리는 석영(규소) 성분이 많은 모래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에는 그런 모래가 많았다.
‘미래 건설에 맡겨야 하는데…… 정 사장에게 너무 많을 일을 맡겨서 미안하군…….’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이고 할 일은 해야 했다. 백화점 건설로 열의에 차 있는 그에게 추가로 지시했다.
“최근 정 사장도 건축 공사에 판유리의 사용량이 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맞습니다. 요새 건축 자재 중에서 판유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 사장. 유리 이거 다 수입합니다. 대한민국과 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외화를 아껴야 해요.”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부회장님.”
“그러한 유리의 재료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 외로 배웠다는 사람 중에서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정몽고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희고 질 좋은 모래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석회석뿐만 아니라 모래가 많아요. 그런 좋은 자원을 두고 외화를 주고 일본에서 유리를 수입해야 하겠습니까?”
“그래서는 안 됩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대한민국에 유리 공장을 지어야 합니다.”
“부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 시기에 애국과 외화라고 하면 다 통했다. 정 사장에서 그 핑계로 일을 더 맡기기로 했다.
“그래서 말인데…… 정 사장이 유리 공장 건설을 맡아 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저는 지금 하는 일이 많아서…….”
백화점도 힘든데…… 그 위에 일을 더 얹어 줬다.
“급한 것은 아니니 천천히 진행하시면 됩니다. 시멘트 공장 증설 공사가 끝나면 바로 시작하시죠.”
급한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시멘트 공장 증설 공사가 끝나면 바로 하라고 했다.
“……관련 기술이 없어서…….”
기술이 없다고 빠져나가려는 것을 막았다.
“그건 미래 상사의 이창동 사장과 이야기해 보세요. 그가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를 소개해 줄 것입니다.”
해외에 판유리 제조 기술을 가진 곳이 많았다. 기술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인천의 판유리 공장도 기술 도입으로 세워졌다.
“……알겠습니다.”
유리 공장은 필요했다. 계속 일본에서 유리를 수입해서 사용할 수 없었다. 수요가 빠르게 느는 유리 시장을 선점해야 했다.
무엇보다 유리 산업은 생각 외로 제강하는 과정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둘 다 재료를 녹이고 압연하는 공정이 들어갔다.
유리 공장의 기계를 만들다 보면 판유리뿐만 철판을 만드는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
대규모 고로를 가진 제철소는 아니더라도 고철을 녹여 필요한 철판이나 철근, H빔 등을 만들 수 있는 소규모 제강, 제철소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와 조선, 공장, 빌딩 건설 등 대한민국에 유리뿐만 아니라 철재의 수요도 계속해서 늘 것이었다.
‘고철을 일본에 파는 것을 이제는 그만두어야겠어. 고철도 중요한 자원이야.’
아까운 고철을 재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이른 시일에 필요한 철강을 스스로 만들고 수출할 수 있는 제철소를 만들어야 했다.
* * *
김 비서가 국제 전화가 걸려온 것을 알려 주었다.
“일본의 마루한이라는 회사라고 하는데, 부회장님을 찾으십니다. 바꾸어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제 전화입니다. 연결해 주세요.”
김 비서는 마루한이라는 회사를 잘 몰랐다. 그것은 다른 미래 그룹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룹에서 마루한을 아는 사람은 미래 상사의 이창동 사장 정도였다.
그도 마루한이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 얼마나 크게 성장할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창동 사장도 마루한에 봉제 인형이 잘나간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봉제 인형이 너무 잘 팔려 파칭코 회사를 인형을 팔기 위해 만든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마루한의 봉제 인형이 잘나갔다.
한국에서 파칭코는 재일 교포들이 일본에서 하는 작은 도박장이라는 인식이었다. 그것이 큰돈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었다.
마루한은 재일 교포들이 하는 그러한 파칭코 회사 중 하나였다. 다만 마루한이 일반적인 파칭코 회사는 아니었다.
그룹이라고 부를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로 성장했다.
앞으로 일본 최대 그룹이 될 회사였다. 내 손으로 그렇게 만들 것이다.
“손 회장님, 50번째 점포의 개장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강철 부회장님은 소식이 빠르시군요. 역시 미국의 정보력은 대단합니다.”
“하하,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마루한의 손정희 회장은 아직도 내가 미국의 고위층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한 착각이 도움이 되었기에 일부러 정정해 주지 않았다.
한동안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 좋았다. 때가 되면 그에게 진실을 말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떤 일로 전화하셨습니까?”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마루한의 50호점 개장을 알려 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그럴 리는 없었다. 그에게 뭔가 꿍꿍이속이 있었다.
“편하게 이야기하십시오. 서로 같은 처지가 아니겠습니까?”
같은 고용인끼리 편하게 이야기하자는 말이었다.
“앞으로 마루한의 사업 계획에 관해 물어보고자 전화를 드렸습니다.”
‘왜 이리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해.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라니까.’
“그런가요? 손 회장님은 사업 계획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혹시 물주분께서 돈을 회수할 생각은 없으시지요?”
물주가 돈을 충분히 벌었으니 자본금을 회수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그는 아직 충분히 배가 부르지 않았다.
“그것이 걱정되십니까?”
“이강철 부회장님도 아시겠지만, 이 일은 더는 영세한 사업이 아닙니다.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습니다.”
일본의 파칭코 산업은 나의 개입으로 더욱 이른 시기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큰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자금 회수로 그런 사업을 그만두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나도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았다고……. 이제 시작이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루한이 400호점을 열 때까지 자금을 회수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후에도 다른 분야로 더 키울 생각입니다.”
파칭코를 기반으로 일본에 리조트와 경마, 레저 등 다른 분야로 진출할 생각이었다. 마루한은 그러한 사업으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다행이군요. 그럼 단숨에 마루한의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최근에 경쟁 업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마루한이 대박을 터트리자 그를 따라 하는 구슬치기 점포가 늘고 있었다. 마루한이 그들보다 자본이 풍부하고 돈을 크게 벌고 있지만, 후발 주자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았다.
“손 회장님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서두르면 안 됩니다.”
마루한은 그런 경쟁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목 좋은 요지에 빌딩을 사거나 지으면서 점포를 천천히 확장해 나갔다.
그것에 답답함을 느낀 손정희 회장은 마루한의 빠른 사업 확장을 원했다.
“경쟁자들이 늘고 있는데 서두르지 말라니요.”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점포를 늘리시면 됩니다.”
“그러다가 경쟁에서 밀려납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 * *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마루한의 성공 공식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그에게 말해주었다.
“지금처럼 중심가에 빌딩을 사는 것을 우선시하여 점포를 개점하십시오. 경쟁자는 그들과 차별화로 승부를 보면 됩니다.”
“파칭코를 여기서 어떻게 더 차별화를 하라는 말입니까?”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접근하기 쉬운 교통 요지에 점포를 내는 것도 하나의 차별화입니다.”
이것이 마루한의 성공 공식 중 하나였다.
“파칭코는 더는 음지의 도박 사업이 아닙니다.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입니다.”
마루한은 도박을 건전한 오락으로 변신시켰다.
‘그건 겉으로만 그렇지. 도박은 도박이야.’
접근성을 높여 더욱 많은 사람이 파칭코로 오게 했다.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오락이라도 사람들이 승률이 좋은 곳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마루한은 경쟁자보다 승률이 높은 기계를 많이 배치해야 합니다.”
“그러면 점포의 수익이…….”
“점포를 요지에 개점해서 많은 사람이 오게 만들어야지요. 이용객이 많으면 승률이 높은 기계로도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박리다매 정책과 흡사했다. 도박은 승률이 높아도 자주 하다 보면 결국 돈을 잃게 된다.
파칭코를 하는 사람이 늘면 따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더 많은 법이다. 작은 차액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마루한은 매장당 이용객을 늘리는 것으로 수익을 늘릴 것입니다.”
대형 점포에 많은 기계를 넣으면 경쟁자보다 승률이 높은 기계를 넣어도 돈을 번다. 마루한의 또 다른 성공 공식이었다.
“그것을 위해 매장 내부 실내 장식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십시오.”
“건물을 사들이고 실내 장식을 하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점포의 확대가 더 늦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마루한의 경쟁력입니다.”
“점포의 확대가 늦어지는 상황이 어떻게 경쟁력이 높이는 일이 되오!”
황당한 답변에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
“진정하시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보세요.”
“미안합니다. 내가 흥분했어요.”
돈을 만지자 그의 성격이 많이 죽었다. 마루한의 회장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다른 가게들은 계약이 만료되면 점포를 빼야 합니다. 그들은 실내 장식이나 시설에 크게 투자하기가 어렵습니다. 승률 높은 기계와 함께 다른 파칭코보다 좋은 시설로 승부를 보십시오.”
이것이 마루한의 마지막 성공 공식이었다.
일본도 임대차법이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었다. 일본의 임대차법이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개정되는 것은 1990년대 거품 시대에 변경되었다.
급격하게 오르는 땅값과 임대료를 잡기 위해 일본 정부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그전에는 한국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건 그렇습니다. 요새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니 건물주들의 욕심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잘되는 가게는 건물주를 조심해야 했다.
“장사 잘되는 가게는 임대료를 높여 건물주가 차지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면 비싼 임대료를 물어야 하겠지요.”
“교포 사회에서도 지금 그 일로 말이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그래서 건물을 사서 하라는 것입니다.”
마루한이 그렇게 후발 주자임에도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일본 최대의 파칭코 회사가 되었다. 지금은 선발 주자였다.
“아시겠지만, 다른 파칭코 업체는 영세하고 힘이 없습니다.”
파칭코는 재일 교포와 같이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이 하는 사업이었다.
“다른 업체는 빌딩을 가진 건물주를 이기기 힘들어요.”
“음…….”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입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빠른 시기에 더 큰 규모로 그 자리에 오를 것이다.
* * *
“마루한은 최고의 명당에, 최고의 시설과 기계, 최고의 서비스로 승부를 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확실히 그게 효과가 있긴 있더군요. 근처에 파칭코 가게를 열어도 저희 가게로 손님이 몰립니다.”
마루한의 점포 주변에 우후죽순 파칭코 가게가 생겨나도 결국 손님은 마루한에만 몰렸다.
마루한은 목 좋은 곳에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로 인기가 높았다. 거기에 대박이 터지는 확률도 다른 곳보다 높아서 많은 이들이 몰렸다.
마루한은 단기에 승부를 보지 않았다. 큰돈을 버는 것보다 손님을 계속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다른 파칭코 가게는 마루한과 승부가 되지 않았다.
“미래 그룹에서 보내는 상품이 인기가 좋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도 매출에 도움이 되어 좋습니다.”
파칭코의 경품은 봉제 인형을 포함하여 다양한 생필품이었다.
그중에는 어육 소시지나 참치 통조림도 있었다. 수입상과 도매상을 거치지 않아 저렴하게 공급했다.
그중에서 인형이 인기가 높았다. 적은 구슬로도 바꿀 수 있는 경품으로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했다.
미래 그룹의 상품이 마루한의 경쟁력에 이바지했다. 경품이 그 값어치를 제대로 했다.
특히 마루한에서 경품으로 주는 봉제 인형은 다른 가게와 수준이 달랐다. 경품 인형이 단순히 도박금을 교환하는 용도가 아니었다.
“손님들이 환전을 안 하고 경품을 많이 가지고 가더군요.”
“도박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서는 그런 사람들이 느는 것이 좋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상품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인형을 연인이나 가족에게 선물하기 위해 환전을 안 하고 가져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루한의 인형은 인기였다.
특히 한정판은 그것을 모으기 위해 파칭코를 안 하는 사람도 몰려들 정도였다. 미래 상사의 이창동 사장이 봉제 인형을 팔기 위해 마루한을 세웠다고 오해하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미래 어패럴의 봉제 인형이 실제로 마루한에 많이 나갔다. 마루한은 중요 고객 중 하나였다.
다른 경품 상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육 소시지나 참치 통조림도 구슬로 바꾸는 것이 일반 소매점에서 사는 것보다 더 저렴했다.
이러한 차별화 서비스로 마루한이 한번 자리를 잡으면 주변의 파칭코 가게들이 다 망했다. 거기에 빌딩까지 마루한의 것이니, 임대료도 내지 않고 건물주에게 쫓겨날 일도 없었다.
마루한이 자리 잡은 곳에 다른 파칭코 점포가 다시는 들어오지 못했다. 차근차근 일본의 주요 도시의 요지를 장악해 나갔다.
“투자금은 한동안 회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계속해서 빌딩을 사면서 점포를 늘려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