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51)
시멘트 공장 완공식
“삼척에 시멘트 공장이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1956년 초 30만 톤급 시멘트 공장 증설 공사가 끝났다. 기존 20만 톤 생산 시설과 합하여 삼척에서 연간 50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하게 되었다.
기쁜 소식이었다. 한국에서 시멘트를 사용하는 공사장이 늘었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양도 많았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시멘트 수요가 폭발했다. 시멘트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었다.
“모두 수고했어요. 이건 큰 성과입니다.”
때맞게 공장이 완공되었다.
“건설에서 시멘트 공장을 생각보다 빨리 완공했네요.”
원래 일정보다 6개월 빠르게 공사가 끝났다.
“기계 공업의 협조가 컸습니다. 플랜트 시설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건설이 기계 공업의 협조에 감사를 전했다.
“아닙니다. 상사에서 플랜트 설계 도면을 빠르게 구해 온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계 공업은 상사를 칭찬했다.
“시멘트 플랜트는 잘 알려진 기술이었습니다. 이번 일은 건설과 기계 공업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번 공사는 건설과 기계 공업, 상사 3개 회사의 합작품이었다.
“설계도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상사에서 기술을 훔쳐 오지는 않았지만, 관련 기술을 빠르게 구했다.
시멘트 플랜트에 관한 기술이 이미 한국에 있었다. 남북한에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시멘트 공장이 많았다.
삼척의 월남한 이들 중에 관련 기술자가 있었다. 예전에 지은 삼척 시멘트 공장도 큰 도움이 되었다. 미래 그룹에 기술자와 설계에 참고할 공장이 있었다.
‘이 시기에 망치로 자동차를 만드는 이들인데……. 시멘트 플랜트 정도는 어렵지 않지.’
국제 차량 제작소에서 시발자동차를,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는 버스를 만들어 내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한국인에게 쉬운 일이었다. 세 계열사가 힘을 합치자 빠른 결실을 보았다.
“앞으로 이런 공장을 많이 지을 것입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많은 외화를 아끼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자체 기술로 공장을 완성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이제까지 공장을 건설하는 기계나 장비, 시설을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 왔다. 공장을 짓는데 많은 외화가 들었다. 이것은 큰 성과였다.
―미래 그룹 시멘트 생산 시설 자체 개발.―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기사가 떴다.
‘외국 업체에 기술 조언을 받았지만, 그것은 무시하자고. 지금의 상황에서 80%만 해도 잘한 거야.’
기술이 빈약한 한국에서 그것도 큰 것이었다. 수입 대체율이 50%만 넘어도 자체 개발이라고 선전하는 시대였다.
못사는 나라인 한국은 성과와 칭찬에 목마른 상태였다. 신문에서 그 성과를 크게 홍보했다.
―막대한 외화 절감으로 애국하다.―
정말 애국이었다.
‘규모가 더 작은 문경 시멘트 공장을 덴마크 회사가 지었어.’
연 20만 톤을 생산하는 문경 시멘트 공장이 운크라(UNKRA) 자금 890만 달러와 20만 환의 공사비로 건설됐다. 그곳에 들어갈 비용과 막대한 외화를 아꼈다.
‘실제로 건설비로 사용된 비용이 얼마인지 아무도 몰라.’
부정부패가 심한 시대였다. 원조받은 외화가 어디론가 새어 나갔다.
―대한민국이 일본도 힘들어하는 시멘트 생산 기술을 자체 보유하다. ―
‘이건 좀 오버네.’
일본도 시멘트를 잘 만들고 생산량도 많았다. 자국 내 수요가 급증해 공급이 모자라 한국에서 수입했다.
삼척 공장에서 만드는 시멘트가 가격이 저렴했다. 그래서 잘 팔리는 것이었다.
‘삼척이 대박이야. 매장량이 많고 석회석 품질도 좋아.’
―미래 그룹의 시멘트 사업.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
‘이건 무슨 소리야, 새삼스럽게. 시멘트는 예전부터 수출했어.’
미래 그룹은 몇 년 전부터 일본에 시멘트를 수출하고 있었다.
신문에 실린 기사 중에 잘못된 사실도 많았다. 그것을 수정하지 않았다. 일본 시장 진출이라고 적으면, 정부와 모든 국민이 좋아했다.
알아서 삼척 시멘트 공장 증설 소식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기사는 판매 부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삼척 시멘트 공장을 인수한 것은 신의 한 수였어.’
미래 그룹의 홍보와 수익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대박이었다.
“이곳에서 연간 시멘트 천만 톤 이상을 생산할 것입니다.”
삼척에 고품질 석회석이 대량 매장되어 있었다.
* * *
“강철아, 삼척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곳은 서울에서 멀지 않습니까?”
“국민의 관심이 높으니.우리가 가야 하지 않겠냐?”
“알겠습니다. 시간을 내겠습니다.”
이번 완공식에는 아버지를 포함한 미래 그룹의 주요 임원이 모두 참가하기로 했다.
강원도에 연고가 있는 정치인도 참석한다고 연락 왔다. 그만큼 뜻깊은 행사였다.
‘대통령이 온다는 것을 극구 말렸어.’
문경 시멘트 공장 완공식은 대통령까지 왔었다. 비료 공장과 유리 공장, 시멘트 공장은 이 시기 3대 국책 사업이었다.
‘다 된 밥에 숟가락을 얻는 것은 못 보지.’
이번 삼척 시멘트 공장 증설은 내 돈 내 산이었다. 그가 와서 숟가락을 얻으려는 것을 막았다.
대신에 대통령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데려가기로 했다.
“유진 씨, 이번에 삼척에 함께 가시죠.”
“삼척 말이에요? 그곳은 너무 멀지 않아요?”
“멀기는 하지만, 미래 그룹에는 중요한 행사에요. 그룹을 대표하는 모델로서 참석해 주세요.”
그녀를 유혹했다.
“삼척까지 당일로 갔다 오는 것이 가능한가요?”
“하룻밤을 함께 자야 할 것입니다.”
“네?”
‘앗, 실수. 속마음이 나왔네.’
“설마…… 그걸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시죠.”
“생각하는 그게 맞아요.”
“…….”
이번에 확실히 진도를 빼서 도장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이제는 서로 좀 더 알아갈 때가 되지 않았나요?”
“미안해요.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혼전 순결이 강조되었다. 여자로서 그걸 쉽게 허락하기 힘들었다. 그녀의 말은 정당했다.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남녀 관계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처녀가 애를 가지는 것은 이 시대에도 비일비재했다.
‘손쉬운 여자보다는 나아.’
오히려 그런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저번 회차에 웬만한 여자는 돈이면 다 되었다.
‘그녀는 순수한 도화지란 말이지. 더 자극적이야.’
미래 그룹 홍보 모델을 핑계로 삼척으로 데려가려는 생각은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 대신에 그녀의 할아버지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로 했다. 그전까지 한동안 비밀 연애를 해야 했다.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야.’
데리고 가려 했던 초유진 대신에 엉뚱한 사람과 함께 가게 되었다.
“부회장님이 가시는 곳은 비서가 함께 가야 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김 비서. 혼자 갈 수 있어요.”
“부회장님은 사람들 이름도 잘 못 외우시잖습니까. 제가 비서로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알겠어요.”
미래 시멘트 완공식으로 가는 캐딜락에 김 비서가 동승했다.
* * *
“시멘트 제조 기술의 자체 개발로 미래 그룹은 한발 앞서 나가게 되었습니다.”
짝― 짝― 짝― 짝―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업으로써 그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짝― 짝― 짝― 짝―
아버지의 연설에 미래 그룹 임원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어서서 손뼉을 쳤다.
펑― 펑― 펑―
축하 팡파르가 울리고 삼대 일간지 기자의 플래시가 동시에 터졌다. 내일 조간신문에 미래 시멘트 공장 완공식 장면이 사진과 함께 기사로 쓰일 것이었다.
축하 행사가 끝나고 김 비서가 인사해야 하는 사람을 소개했다.
“지역의 자유당 2선 국회 의원입니다. 이범석의 계파로 이기봉에게 찍혔습니다. 다음에 공천이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래도 아는 척은 해 주십시오.”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을 만나서 손도 맞잡아 주었다. 미래 그룹의 사장단과 임원들을 치하했다.
“저 사람이 누구였지?”
“삼척에서 공사를 담당한 건설의 최 상무입니다.”
김 비서의 말대로 임원 중에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최 상무, 이번 공사에 고생이 많았어요.”
“부회장님, 감사합니다.”
그녀가 없었으면 뻘쭘해질 뻔했다. 미래 그룹이 그사이에 엄청나게 커졌다. 그룹이라 부를 정도가 되었다.
본사에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공사장과 공장, 어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합하면 수만 명이 넘었다. 미래 그룹이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다른 그룹도 빠른 성장을 하고 있지만, 미래 그룹은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었다.
김 비서가 삼척에 함께 와 준 것이 도움이 되었다. 가는 길에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김 비서는 어제저녁에 뭐 했어요?”
“오늘 부회장님의 일정을 짜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하시네요.”
“그게 저의 일이니까요. 그건 왜 물으십니까?”
“김 비서도 밤에는 쉬면서 쉬엄쉬엄해요. 경치도 좋은 곳에 왔는데…….”
“혼자서 달빛 바다를 보면 처량합니다.”
‘이거 찔리는데……. 어젯밤 나를 봤나.’
어젯밤 할 일이 없어 혼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고요한 밤바다도 나쁘지 않아요.”
“함께 보면 더 좋지 않습니까?”
“…….”
‘무슨 의미이지?’
“사귀시는 분하고 보시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아! 김 비서도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래요.”
“…….”
“…….”
잠시간의 침묵에 서로 어색해졌다. 김 비서가 분위기를 수습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겠습니다.”
어색한 순간도 있었지만, 이번 동행을 계기로 김 비서와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 * *
1956년이 되자 변화가 생겼다.
[한국에서 이X만 대통령이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며 자X당 장기 집권의 길이 열렸다. 김일성이 북한을 김씨 조선으로 만드는 숙청 작업을 시작했다. 병신년(丙申年)이었다]연초부터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관심이 없었다. 유진이와 데이트를 하면서 한 남자가 출소, 아니, 출군(出軍)하기를 기다렸다.
올해는 비서실장 후보인 이학수가 제대하는 해였다.
그의 제대 날짜에 맞추어 캐딜락을 끌고 용산 미군 부대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이학수가 나오지 않았다.
“강 기사님, 국방부 시계가 고장 났는지 알아봐 주세요.”
“네? 부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농담입니다, 농담. 이학수 녀석이 왜 안 나오는지 확인 좀 해 주세요.”
“네,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강 기사가 상황을 확인하고 알려 주었다. 올해부터는 카투사는 용산에서 전역하지 않고 국군 부대로 가서 전역했다.
‘아…… 학수 앞에서 무게 좀 잡으려 했는데…… 안 받쳐 주네.’
괜히 헛걸음했다. 미래를 안다고 해도 사소한 것들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본사로 돌아가 그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출소한 후 며칠이 되지 않아 바로 연락이 왔다. 김 비서가 이학수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부회장님, 이학수 씨가 부회장님을 찾는데요.”
그녀는 이학수를 알았다. 예전에 드래곤 힐 호텔을 예약할 때 그와 연락했었다.
‘이학수 씨라…… 아직 직책이 없으니. 그렇게 부르는 게 맞지.’
“녀석, 이창동 사장부터 인사드리고 오지. 쯧쯧, 사회생활을 몰라. 제대로 일하려면 처음부터 일일이 가르쳐야겠네.”
이학수는 미군과 미래 그룹과의 연락책을 맡았었다.
그동안 상사의 이창동 사장과 일을 함께 해왔다. 나보다 먼저 이창동 사장을 만나는 것이 맞았다.
‘한동안 이창동 사장에게 일을 배워야겠어.’
“이학수 씨에게 미래 상사의 이창동 사장님에게 먼저 인사드리고 다시 오라고 하세요.”
재벌은 원칙을 중요시했다. 아니, 전회차의 꼰대 기질이 발동했다.
‘그래도 누구처럼 재떨이는 안 던졌어. 담배도 피우지 않지만…….’
이창동 사장에게 인사를 한 후 이학수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 일등 상사님 보고 싶었습니다. 퇴역할 때 찾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이 과장, 언제 적 일등 상사야. 부회장에게…….”
“죄,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아!”
‘이 녀석을 빠릿빠릿하게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겠군.’
녀석이 한 박자씩 늦었다. 과장이라고 부른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제가 벌써 과장입니까?”
“내 밑에서 일한 지 오래되었으니 이제 과장을 달아도 되지.”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는 자리도 많고 승진도 빨랐다. 이학수는 입사부터 과장을 달게 되었다. 그동안 나를 위해 일한 배려였다.
“내일부터 바로 일하면 되겠습니까?”
“일 안 하고 공짜로 월급 받으려고? 인사팀에 이야기했으니 이번 달부터 바로 월급이 나올 거야.”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특채에 입사 첫 달부터 월급을 받게 되었다. 파격적인 대우였다. 이것은 단순히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서만은 아니었다.
이학수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생각이었다. 책임과 노력은 그에 맞는 보상이 주어져야 했다.
“그런데…… 내가 이학수 과장에게 맡길 일이 있어. 일은 힘들겠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고 보상도 클 거야. 어때, 할 생각 있어?”
“맡겨만 주십시오, 부회장님.”
“지금 미래 상사에 중요한 자리가 비었는데 말이야.”
“무슨 일입니까?”
그에게 맡길 일이 있었다.
“미래 상사와 그룹이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려고 하는데…… 그걸 맡아서 할 자신이 있어?”
“제가 미국 지사장이 되는 것입니까?”
“그런 셈이지. 밑에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미래 상사의 미국 최초 지사장이 되는 일이야.”
“그런 일을 제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열심히 한다고 충분하지 않아. 잘해야 해.”
이건 꼰대 기질이 아니었다. 정말 미국 지사의 설립 일은 중요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하는 일이었다.
비밀리에 개인적인 일도 해 주어야 했다. 미국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보내야 했다. 그의 책임이 막중했다.
‘학수에게 바로 그룹의 전략 기획실장 자리를 맡기지 못하지. 그곳에서 먼저 경험을 쌓아야 해.’
미주 지사장 자리는 동시에 그의 실력을 키우기 위한 자리였다. 미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곳에서 중요한 일을 맡게 될 거야.”
“잘 해내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이창동 사장과 함께 믿을만한 사람을 키우기로 했다.
‘이제 심복을 키울 때가 되었어.’
그는 미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할 것이다. 사람이 자리를 만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