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53)
소 건설
“대체 원조받은 자금이 어디로 갔습니까?”
“어디로 갔겠나. 물건을 수입하는 데 다 썼지.”
수입 회사들이 원조 자금을 다 당겨 썼다. 경제가 성장하자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소비가 늘었다.
“얼마 전에 중석불(重石弗, 텅스텐 달러) 사건이 있었지 않나.”
텅스텐을 판 자금으로 밀가루와 비료를 수입해 5~10배의 수익을 올린 사건이다.
“수입이 큰돈이 되니 다들 거기에 매달리지.”
나라에 발전소를 지을 돈이 없었다. 전기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지게 생겼다.
“그러니 내가 후배님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게 아닌가.”
‘이건 공장을 문 닫기 싫으면 발전소를 지으라는 강요잖아.’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발전소를 짓게 된다면 그 이상의 대가를 받아야 했다.
“저희도 발전소를 지으려면 외화가 필요합니다. 설마 공짜로 지어 달라는 것은 아니시지요.”
“그럴 리가 있나. 환으로 지급하겠네.”
한화는 나라에서 찍어 내면 되었다. 인플레이션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공사비를 한화로 받으면 큰 손해였다.
통화 발행량이 늘면 인플레이션이 더 커질 수도 있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저는 외화를 말씀드렸는데요.”
“외화가 있었으면 미국 업체(벡텔)에 맡겼지, 미래 그룹에 찾아왔겠는가? 그나마 국내 업체에서 발전소를 지을 만한 곳은 미래 건설뿐이네.”
시멘트 공장의 증설로 미래 건설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시멘트 자력으로 공장을 지었으니. 발전소도 자력으로 지으라는 말이었다.
‘너무 과하게 홍보했군. 시멘트 공장과 발전소는 난이도에서 많이 차이가 나는데…….’
“시멘트와 발전소 건설은 다릅니다. 발전소 건설에는 해외 기술과 시설 도입이 필요합니다.”
화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증기 터빈은 고난도 기술이었다.
“발전소 건설에 외화가 많이 필요합니다.”
“미래 그룹은 외화가 많으면서 왜 그러나.”
‘다 알고 왔군.’
미래 그룹에 보유한 외화가 많았다. 가지고 있는 외화로 발전소를 짓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한화를 받고 외화로 지급하는 것은 이쪽이 손해였다.
‘손해를 보고 장사할 수는 없어. 다른 것이라도 얻어 내야 해.’
“저희가 보유한 외화는 다 쓸 데가 정해져 있습니다.”
발전소는 미래 그룹의 입장에서도 필요했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달라는 것이다.
“알겠네. 미래 그룹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료는 할인해 주겠네.”
아직은 산업용 전기료에 할인이 들어가지 전이었다. 군사 독재 시절에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면서 시작되었다.
‘전기료 할인도 나쁘지 않아. 앞으로 전기를 많이 먹는 사업을 계속할 거니.’
전기가 필요 없는 산업이 거의 없었다. 전기의 원활한 공급은 산업 발달의 필수 조건이었다.
“전기료 할인을 얼마나 해 주시겠습니까?”
“전기료의 20%를 할인해 주겠네.”
“30%로 해 주십시오. 대신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발전소로 지어 드리겠습니다.”
삼척 화력 발전소 공사를 맡게 된 김에 제대로 하기로 했다. 미국의 벡텔사가 만든 화력 발전소보다 몇 배 큰 발전소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10만 kw급 이상으로 만들어 주지.’
“……음. 알겠네. 발전 용량하고 견적서를 보내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네.”
이번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삼척에 만들 생각이었다. 삼척 화력 발전소는 강원 지역에 매장된 저열량 무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했다.
‘안 그래도 전기가 부족했는데…… 잘되었네.’
“검토할 것도 없습니다. 정부의 마음에 드실 겁니다. 강원도에 풍부한 무연탄을 사용하면 발전하는 데 외화가 거의 안 들어갑니다.”
“외화가 안 들어간다는 말이지.”
전기 생산에 외화가 안 들어간다는 것은 큰 매력이었다.
“거기에 강원도의 탄광 개발과 고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탄광과 고용 말인가…….”
“안 그래도 일자리가 부족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탄광과 발전소로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입니다.”
삼척은 태백과 정선과 같은 대규모의 석탄 광산과 가까웠다. 발전에 필요한 원료 수급에 좋았다.
태백과 정선의 광산들이 채산성이 줄어들면 바다로 석탄을 수입하기도 좋았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발전소였다. 크게 만들어 한동안 전기를 부족 사태를 막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삼척에 큰 발전소를 만들면 전력 송출에 문제가 있을 것인데…….”
문제는 서울과 거리가 먼 것이었다. 전력선은 거리가 멀면 전력의 손실이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서울과 가까운 서해안에 많이 생겼다. 동남권이 개발되면 마찬가지로 그쪽에 발전소가 많이 들어선다.
“그거야 삼척에 공장들을 많이 지으면 됩니다.”
“그럼 미래 그룹만 좋은 것이 아닌가?”
“아니지요. 공장을 지으면 고용이 늘고 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삼척에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장을 지을 것입니다.”
“음…… 산업발전에 도움이라…….”
이번에 짓는 발전소는 미래 그룹을 위한 발전소였다.
앞으로 삼척에서 전기가 많이 드는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었다. 삼척에 건설되는 발전소는 그곳에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게 될 것이다.
“건설비를 환으로 받는 대신에 예산을 넉넉하게 잡아 주십시오.”
“알겠어. 그건 걱정하지 말게.”
‘필요한 전기를 싸게 구하고 발전소 건설비도 듬뿍 받아내야지.’
외화를 사용하는 만큼 그만한 보상을 받기로 했다.
‘한화로 받아도 일을 벌여서 빨리 소모하면 돼.’
삼척에 전기와 인건비가 많이 드는 일을 많이 벌일 것이다.
기술 도입에 의한 기술 습득은 덤이었다. 시멘트 공장에 이어 발전소는 기술 축적에 도움이 되었다. 증기 터빈은 선박과 다양한 기관에 들어갔다.
‘거기에 가스 터빈으로 가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어.’
증기 터빈과 디젤 엔진 기술이 있으면 가스 터빈을 만드는데 훨씬 수월했다.
* * *
사무실로 이창동 사장과 정몽고 사장을 불렀다. 발전소 건설을 위해서였다.
“우리가 삼척에 발전소 건설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화력 발전소를 지을 것입니다. 발전 용량은 10~15만 kw 규모입니다.”
“저희가 그런 거대한 발전소를 짓는다는 말씀입니까?”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기술과 시설은 도입하면 됩니다.”
“발전소를 짓는데 많은 자금이 들 것입니다.”
이창동 사장은 발전소 건설 비용을 걱정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돈은 국가에서 받을 것입니다.”
“설마 그들이 환으로 준다는 것은 아니시지요.”
“그 설마가 맞습니다. 환으로 받을 거예요.”
“환의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발전소를 건설하면 저희가 큰 손해입니다. 기술과 시설 도입에 많은 달러가 듭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것은 원래 미국의 벡텔사가 맡아서 할 공사였다.
비용을 달러로 준다면 그 회사가 아니라도 많은 회사가 달려들었을 것이다. 산업부 차관이 미래 그룹에 부탁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 손해를 안 보게 견적을 내어 보세요. 기술 도입과 시설도 최소로 하시고요. 건설과 기계 쪽에서 최대한 국산화를 해 보세요.”
이번에는 건설의 정몽고 사장이 나섰다.
“발전소는 시멘트 공장과는 다릅니다. 기계 공업과 상사에서 도움을 주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자네가 해 보긴 해 봤어?를 날려 주고 싶군.’
“미래 그룹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건설은 추후로 더 큰 공사를 맡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항공 모함과 우주선을 만드는 나라는 없었다. 기술의 도입과 축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기술을 몰래 빼 오기도 하지만, 그것에도 기술의 축적 과정이 필요했다.
“이것은 거쳐 가는 과정입니다. 상사와 기계 공업을 믿으세요. 그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것입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배우는 것이 없었다. 건설과 미래 그룹은 계속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것이었다. 그런 과정 중에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된다.
최고 재벌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했다.
‘주식과 부동산 투기만으로 세계 최고 재벌이 될 수는 없어.’
“정 사장님, 할 수 있습니다. 해 보세요.”
부회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이자 그도 방법이 없었다. 누구처럼 불도저였다.
‘그가 과장을 좀 많이 하긴 했어.’
“알겠습니다. 아시아 최대 발전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래서 말이 나온 김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 주어야겠어요.”
정몽고 사장의 입이 벌어졌다. 막 욕이 튀어나오기 직전이었다. 이창동 사장이 옆구리를 찔러 막았다.
아야―
“갑자기 왜 그러시오.”
“옆구리에 모기가 붙어서 잡아 주었소.”
어깨에 짐을 가득 얹어 놓고 추가로 두 개를 더 얹겠다는 말이었다. 무리한 요구였다.
* * *
“진정하고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네, 말씀하십시오.”
“지금 판유리 사용이 늘고 있어요. 외화가 그곳으로 많이 나가고 있습니다. 건설에서 유리를 너무 많이 사용합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판유리 공장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공장을 만들어서 국내에 공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유리 공장을 만든다는 말입니까?”
원래는 운크라 자금으로 인천에 한국 유리의 판유리 공장이 만들어져야 했다.
‘발전소가 취소되었으니, 그것도 밀리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어. 유리공 장이 만들어질 때까지 일본에서 유리를 계속 수입할 수 없어.’
“왜 그것도 힘듭니까?”
“아닙니다. 그건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멘트와 함께 유리는 소모가 많은 자재였다.
“건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진행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건설에 많은 판유리가 필요했다. 그것을 수입하는 비용을 아껴도 많은 외화가 절약되었다.
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외화를 그것으로 벌충할 수 있었다. 이 건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를 안 했다.
“발전소와 판유리 공장과 함께 지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 * *
발전소와 유리 공장에 이어 건설에서 맡아 줘야 할 공사가 하나 더 있었다. 이것마저 지으면 건설 공사에 사용되는 외화를 대폭 아낄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발전소 건설로 들어가는 외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저희는 싼 고철을 수출하고 비싼 철강재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고철을 일본에 수출하고 국내에 필요한 철강재를 수입하고 있었다. 철강 수입으로 일본으로 나가는 외화가 만만치 않았다. 아까운 돈이었다.
‘고철을 일본에 싸게 팔고 비싸게 철강을 사들이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말은 안되지만…… 제철소를 건설하는 일은 돈이 많이 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었다. 포항 제철소 건설에 1억 달러에 가까운 큰돈이 들었다. 지금은 생각해 볼 수도 없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그건 이 방법을 모를 때 이야기고.’
“제철소를 돈도 적게 들고 쉽게 건설하는 방법이 있어요. 소규모로 만들 수가 있지요.”
“소규모 제철소는 수익이 나지 않습니다. 만들어봐야 적자입니다.”
남한에도 포항 제철 이전에 제철소가 있었다. 삼화 제철(三和製鐵)이다. 삼척과 가까워 삼척 제철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태백과 삼척의 무연탄과 강릉·양양 일대의 철광석을 원료로 철을 만들었다. 그러나 무연탄을 이용한 제철의 기술적 결함과 규모의 한계로 늘 적자였다.
고로가 작아서 5고로까지 가동해도 선철 생산량은 월 3천6백 톤에 불과했다. 한 해에 생산하는 선철이 고작 13만 9천 톤이었다. 이 정도 규모로는 원가도 맞추기 힘들었다. 소형 제철소는 적자 사업이었다.
“작은 용광로도 수익을 낼 수 있어요. 고철을 이용하면 됩니다.”
“고철은 제철소에도 사용하지 않습니까.”
일본에서 고철을 수입하는 것도 그 이유였다. 철을 만드는 고로에 철광석과 코크스 외에 고철(철 스크랩)도 필요했다. 철강 생산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되었다.
“그것과는 다릅니다. 철광석을 사용하지 않고 고철만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그런 방법이 있었다. 많은 제철소에 사용되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었다.
“다만 전기가 많이 들어요. 그래서 삼척 발전소 건설에 맞추어 유리 공장과 소형 제철소를 세우려는 것입니다.”
“석유나 석탄이 아니라 전기가 많이 든다는 말이십니까?”
유리 공장은 중유, 제철소는 석탄(코크스)가 들었다.
“제철소와 유리 공장에 전기가 많이 들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전기를 사용하여 유리와 철강을 만드는 기술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제강과 유리 제조에 전기를 많이 사용했다.
‘이 기술이 개발된 것은 오래되었어. 현재는 알루미늄과 같은 비싼 금속 제조에만 사용되고 있을 뿐이야.’
“판유리와 철강을 생산할 수 있다면…… 발전소 건설도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창동 사장도 이 건에는 찬성이었다.
“저렴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이 사업도 해 볼 만해요.”
이번에 전기를 사용하는 유리 제조 공장과 제철소를 삼척에 지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