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62)
단 회의
일본에서 돌아온 후 첫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1957년을 맞아 작년의 실적에 대한 평가와 현재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동시에 앞으로 그룹이 나아가야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이 일로 미래 그룹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장단 회의는 모든 계열사가 모이는 자리야.―
―예, 부장님.―
―그 자리에서 사장님이 깨지시면 절대 안 돼.―
―그럼 후폭풍이 장난 아니겠습니다.―
―그러니 이 과장도 준비 철저히 해.―
사장단 회의를 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각 회사는 각자의 보고 자료를 준비하느라 사장에서 말단 직원까지 정신이 없었다.
―최 주임, 빨리 관련 보고서 올려.―
―과장님, 보고서는 언제까지 보내야 합니까?―
―사장단 회의가 보름 남았으니. 일주일 주지.―
―그걸 1주일 만에 말입니까?―
―무조건 그전에 보내. 그래야 내가 검토하고 부장님에게 보내 드리지.
―모두 과장님 말씀 들었지. 4일 준다.―
―자료를 받으면 최 주임이 먼저 검토해 봐.―
―일정이 바뀌었다. 자료 보내는 데 이틀 준다.―
―이, 이틀은 너무 촉박합니다.―
이러한 보고는 수많은 업무와 불필요한 일을 만든다. 보고와 회의 많은 회사는 좋은 회사가 아니었다. 생산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인원들이 비생산적인 일에 매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고와 회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회사는 현재 자신들이 처한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계획을 짜야 했다.
“사장단 회의에서 보고될 내용은 최대한 간결하게 준비하세요.”
회사에 보고와 회의는 필요했다. 다만 최대한 불필요한 회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그것을 위한 지침을 내렸다.
“세 가지 주제를 제시하겠습니다. 현재 상황, 미래 계획, 다른 계열사들과의 협력 방안입니다.”
보고의 내용이 많아지고 회의가 길어지면 서로 피곤해졌다. 회의는 짧고 간단하게 해야 했다.
물론 그렇게 짧고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서 그룹의 전 직원이 회사의 현재 상황과 계획, 다른 회사와의 협력 방안에 대해 알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그룹 전체가 이 3가지 주체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준비가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주세요.”
큰 노력이 들고 번거로운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그룹이 창사 이래 가장 정신없이 돌아간 시간이었다. 아직 모두 이러한 경험이 없어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 시기에 이런 회의는 힘들어.’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아 회의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러한 회의를 통해서 그룹의 전반적인 상황을 모두가 알 필요가 있었다.
* * *
“김 비서도 제가 발표를 할 준비를 도와주세요.”
“부회장님도 발표하시게 되는 것입니까?”
“당연하죠. 이 자리가 다른 사람의 보고만 받는 자리는 아닙니다. 그룹 전체의 비전을 제시해야 해요.”
김 비서를 얼굴만 보고 뽑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업무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었다. 비서로 오래 있다 보니 계열사의 돌아가는 사정도 잘 알았다.
“야근이 많아질 수가 있으니 각오하세요.”
“최선을 다해서 보필하겠습니다.”
사장단 회의를 준비하느라 그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 일했다. 때로는 밤늦게까지 함께했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서로가 가까워졌다. 둘이 상당히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김 비서도 나쁘지 않아.’
그녀는 똑똑했다. 거기에 얼굴이 예쁘고 몸매도 좋았다.
“부회장님, 대체 어디를 보고 계십니까?”
나도 모르게 눈이 그녀의 큰 가슴에 가 있었다.
“김 비서, 오해예요. 그룹의 발전 방향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것을 보고 있지 않았어요.”
“그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
당황했다.
“김 비서의 양장 말이에요. 오늘따라 이쁘네요.”
“어제도 이 옷을 입었습니다.”
“…….”
말을 돌렸다.
“그래요? 중요한 것은 옷이 김 비서에게 잘 어울린다는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옷은 미래 어페럴에서 샀나요?”
“그곳은 정장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
양복은 맞춤으로 제작하는 시대였다.
“미래 어페럴에서 기성복 사업도 하게 해야겠네요.”
“양복은 몸에 맞아야 하지 않습니까? 체형은 모두 다 다릅니다. 몸에 맞지 않는 기성복을 사 입겠습니까?”
“사람들의 신체 치수는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가 있어요. 그것에 맞추어 정장을 생산하면 돼요.”
“그래도 몸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생깁니다.”
“맞아요. 기성복은 그런 한계가 있어요.”
기성복이 나온 후에도 맞춤 정장이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했다.
“대신에 기성복은 맞춤 양복보다 훨씬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요. 군복을 생각해 봐요.”
그런 기성복과 가장 가까운 것이 군복이었다. 군복은 신사가 입는 정장에서 변화되었다.
‘피아 구분과 모병 목적으로 만들어진 옷이야.’
군복은 저렴한 기성복이었다. 반대로 양복은 직장인의 전투복이었다. 서로 연관성이 깊었다.
“무엇보다 사람의 몸은 언제나 같지 않아요. 김 비서도 살이 찌고 빠질 때가 있을 것이에요.”
“저는 살이 찌지는 않습니다만…….”
“김 비서는 아닐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은 그래요.”
몸매가 변하여 옷을 못 입게 되는 일은 흔했다.
“사람의 체형은 계속 바뀌어요. 맞춤 제작도 완벽하지 않아요.”
“음…… 그건 그렇습니다. 맞춤 제작한 옷도 안 맞을 때가 있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저렴한 기성복 몇 벌을 가지는 게 더 이득입니다.”
기성복은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저렴해졌다.
“맞춤 양복이 기성복으로 넘어가게 될 거예요.”
“아버지가 걱정입니다.”
“아버님이 왜요?”
“이 옷을 아버지가 맞춰 주셨습니다.”
‘아! 김 비서가 양장점 딸이었구나. 그래서…….’
“김 비서의 옷을 보니, 아버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방금 기성복으로 다 넘어갈 것이라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미래 어패럴에서 만들 것은 저렴한 양복이에요.”
일반인이 부담 없이 사 입을 수 있는 양복이었다.
“김 비서가 입고 있는 고급 정장은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
양복의 가격이 싸져도 고급 양장점을 고집하는 부유층은 있기 마련이었다.
“아버님과 같은 분은 살아남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먹고살아야지.’
미래 그룹은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기업이었다. 문어발로 사업을 확장하지만 다른 사람의 사업 영역도 존중해 주었다.
진출하는 사업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분야였다.
‘굳이 남의 것을 빼앗아 오지 않더라도 할 일이 많아.’
삼백 사업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제일 그룹과 관계가 좋았다. 대한민국의 다른 그룹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쟁하기보다 서로 협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미래 그룹이 운송과 해운, 시멘트 등을 가지고 있어 더 그랬다.
국내에 적보다 아군이 더 많았다. 정부와 기업, 언론에 미래 그룹이 당당하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이유였다.
“저렴한 양복이 돈이 됩니까?”
“수요가 많으면 돈이 되지요. 다른 의류와 마찬가지로 수출 위주로 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김 비서를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저렴한 양복이 정말 돈이 돼요.”
‘베트남전이 터지면 수십만 벌을 주문받게 될 거야. 이것도 큰돈이야.’
군복은 저렴한 양복이었다. 미군의 OG―107은 이윤도 좋았다.
김 비서와 사장단 회의를 준비했다. 드디어 사장단 회의의 날이 밝아왔다.
* * *
그룹 대회의실은 본사 10층 중앙에 있었다. 사장단 회의를 위해서 준비한 공간인데 이제야 사용하게 되었다. 크고 중후하게 꾸며진 회의실은 들어온 사람들을 위축되게 했다.
‘나야 상관이 없겠지만 이곳에 처음 들어온 임원들이나 부서장들은 위축이 되겠네.’
이곳은 회장과 부회장, 각 계열사의 사장 등 미래 그룹의 핵심이 모이는 자리였다. 회의실의 중앙에는 긴 탁자가 있었다.
탁자의 중앙 맨 위쪽에 회장과 부회장의 자리가 나란히 있었다.
다른 사장의 자리 배치는 그 양쪽 위에서 좌우로 차례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의전이나 회의의 자리 배치에는 다 의미가 있어.’
재벌은 무조건 서열순이었다. 매출과 중요도에 따라 자리가 배치되어 있었다. 작년 최대의 매출을 올린 미래 수산이 오른쪽 맨 위 자리에 있었다.
왼쪽의 최상단에는 미래 상사가 있었다. 그들이 그룹 내부의 중요한 일을 처리했다.
매출과 그룹 내의 중요도에 따라 사장들의 자리가 배치되고 그들 뒤에 좌석이 놓였다. 그곳은 임원과 부서장들의 자리였다.
사장들이 발표에서 막히거나 세부 자료가 필요할 때 조언해 주거나 자료를 전달해 주기 위해서였다.
발표는 미래 수산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슬라이드 필름 프로젝터를 준비했다. 그것은 프레젠테이션용 최신 기계였다. 미래 수산에서 이번 발표를 위해 단단히 준비했다.
“프로젝터를 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인데, 용케도 구했네요.”
“저희가 외국에 자주 가다 보니, 이런 문물에 빠른 편입니다.”
원양 어선 선원은 이 시대 상사 직원과 함께 외국에 가장 많이 가는 사람들이었다.
대학을 나온 상당히 배운 사람이 많았다. 고급 선원을 양성하는 수산대가 인기였다. 해외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라디오와 TV, 최신 가전제품을 이들이 많이 가져왔어.’
왕 사장이 준비한 필름 프로젝터는 슬라이드에 사진과 도표를 넣어 영상으로 보여 줄 수 있었다. 차트로 그리는 것보다 훨씬 선진적인 발표 방법이었다.
컴퓨터를 사용해서 PPT로 발표를 하는 것도 이 방식의 변형일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몇몇 사장들의 표정에는 ‘아차.’의 표정이 떠올랐다. 차트를 준비하거나 배부할 서류를 준비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게 일상적이지. 미래 수산이 빠른 편이야.’
그들은 살짝 뒤를 돌아보고 임원과 부서장에게 왜 이런 준비를 안 했냐는 질책이 이어졌다. 임원과 부서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슬라이드 필름 프로젝터가 빠르게 미래 그룹에 보급되겠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야.’
짧고 간단한 회의에는 서류보다는 슬라이드 필름 프로젝터가 더 맞았다. 자료가 더 요약된다.
‘그래도 쓸데없는 자료를 꽉꽉 채워 시간만 잡아먹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야.’
미래에 아무리 좋은 프레젠테이션 도구가 나와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언제나 중요하지 않은 내용으로 공간을 꽉꽉 채우는 사람도 있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 사람도 있었다. 도구도 중요하지만, 발표자는 더 중요했다.
초반부터 다른 사장들의 기를 죽이고 왕 사장이 발표를 시작했다.
“근해 어획량 증가와 남양 참치 어업에 냉동 운반선 투입으로 작년 매출이 급상승했습니다.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서 그룹 내 매출 1위를 달성하겠습니다.”
발표를 짧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다른 계열사와의 협력 방안과 앞으로의 계획은요?”
“현재 미래 상사와의 협력으로 참치 통조림과 어육 소시지의 판매를 일본을 넘어서 미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발표에는 오브젝션(Objection)!이 기본이지.’
“아직 참치 통조림이나 어육 소시지는 미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것인데요.”
“그 부분은 상사와 식품 양쪽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어떻게요?”
“해외에 어육 소시지와 참치 통조림이 건강식품임을 홍보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건강식품으로 말입니까?”
“어유에 포함된 오메가 3가 건강에 좋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오메가 3가 몸에 좋다는 논문이 발표되고 있었다. 육류를 주로 소비하던 미국인 사이에 생선 소비가 늘고 있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뽀빠이 애니메이션이 시금치 캔이 몸에 좋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건 아니지. 시금치에 철분이 많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야.’
안 먹던 시금치 캔이 대량으로 팔려 나갔다. 그것이 중요했다.
‘오메가 3는 실제로 정말 몸에 좋아. 건강 기능 식품으로도 많이 팔려.’
“좋은 생각입니다. 그것을 계속 추진하세요.”
“그것에 추가하여 미래 식품과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어육 소시지와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수산물의 소비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미래 수산의 앞으로의 성장 계획을 말해 보세요.”
“국내의 어선을 늘리고 남양 참치 어업에도 추가로 선박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음…… 그것은 좋은 계획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