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67)
유통사업
상사의 이창동 사장을 불렀다. 그와 협의할 내용이 남아 있었다. S.P.A였다.
“미국에서 S.P.A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곳을 채울 유럽 브랜드를 찾으세요.”
“미국의 S.P.A는 할인 매장이 아닙니까? 그곳에 유럽 브랜드를 채우실 생각이십니까?”
“할인 매장에 저가의 브랜드만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리세요.”
“그렇다면 미국 브랜드가 더 낫지 않습니까?”
미국이 가장 잘나가던 시기였다. 미제를 최고로 쳐 주었다.
“유럽에 오래된 명품 브랜드가 많아요. 그들이 미국에 진출하고 있어요. 곧 미국의 고가 시장을 장악할 거예요.”
유럽의 산업이 재건되면서 샤넬이나 루이뷔통, 구찌와 같은 명품 패션 브랜드가 미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아디다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를 포함하여 분야도 다양했다.
구매력이 큰 시장인 미국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뛰어드는 시대였다. 그런 상황을 활용하기로 했다.
“S.P.A 매장은 앞으로 더 크게 지을 것입니다. 그곳을 채울 상품들이 필요해요.”
“지금도 S.P.A 매장은 충분히 크지 않습니까? 지금보다 더 크게 키운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곳은 명품 아웃렛 매장의 개념도 있습니다. 넓은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미국 브랜드와 S.P.A 자체 제품만으로는 부족해요.”
“명품과 아웃렛은 서로 모순이지 않습니까?”
‘말이 안 되지만, 진짜 있는 걸 어떡해.’
유통 채널이 다양해진다. 명품 아웃렛이 저가에서부터 고가에 이르는 제품을 파는 곳이 된다.
“S.P.A를 고가에서 중가, 저가의 제품까지 한곳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매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것이 S.P.A의 방향이었다. 아웃렛과 SPA 브랜드의 개념을 합친 것이다.
현재 S.P.A는 패션 위주의 매장이었다. SPA의 방식만으로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약했다. 그곳에 아웃렛의 장점을 넣으면, 보다 확실한 사업이 되었다.
‘그다음은 다른 제품들을 넣어서 코스트코나 월마트의 장점도 가져가는 거지.’
“유럽의 브랜드들이 S.P.A에서 팔리는 것을 달가워하겠습니까? 명품의 이미지를 지키려고 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라벨 떼기를 한다고 하세요.”
라벨 떼기(택 갈이)는 브랜드를 지우고 파는 것을 말했다.
“명품 브랜드들도 악성 재고는 처분하고 싶을 것입니다.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그런 제품들이 더 많을 거예요.”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키고 악성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였다.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은 알아볼 것입니다. 그것을 꺼리는 회사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회사들은 그러라고 하세요. 원하는 회사만 해도 됩니다.”
유럽에 수많은 브랜드가 있었다.
“유럽의 모든 명품 업체들이 모두 미국에 진출한 게 아니에요. 미국의 비중이 크지 않거나 진출하지 않은 곳도 많아요.”
지금은 유럽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미국에 진출을 시작하는 초기였다. 아직 유럽에만 머무르는 업체도 많았다.
“자국이 아닌 미국이라면 재고를 처리하기에 적당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들에게 라벨 떼기를 권유해 보겠습니다.”
미국에 진출하지 않거나 비중이 작은 회사에 S.P.A는 재고를 처분하기에 좋은 곳이 될 것이었다.
라벨이 없는 명품이지만, 미국에서 잘 팔릴 것이다. 이창동 사장의 말대로 명품은 라벨을 떼도 아는 사람은 잘 알았다.
미국 사람 중에 명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중에서는 비싼 명품을 사기 힘들어 라벨은 없어도 명품으로 입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명품이 단순히 이름만 높은 것은 아니지. 높은 품질을 보장하기에 명품이야.’
세상에는 짝퉁을 좋아하는 사람과 반대되는 성향을 지닌 이들도 많았다. 내 마음속의 명품이었다.
그들까지 S.P.A 매장에 끌어들이기로 했다. 그런 사람이라면 S.P.A의 제품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S.P.A는 허세보다는 실속을 중요시하는 고객을 불러들일 것이에요.”
“실속을 중요시하는 전략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S.P.A의 PB 상품은 라벨 제거 상품과 같았다. 미래 어패럴이 S.P.A와 미국 브랜드에 동시에 납품했다. 품질과 디자인은 서로 비슷했다.
‘PB 상품이 원래 그런 거지.’
실속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찾는 상품이었다. 그들을 끌어들이면 S.P.A 매장을 이용하는 미국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이들이 주가 될 것입니다. 그런 후 S.P.A를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곳으로 만들 거에요.”
* * *
추가적인 사업도 주문했다.
“S.P.A 패션 옆에 S.P.A 식품 할인 매장도 세울 것입니다. 그곳에 구색을 맞출 수 있는 상품들도 찾아보세요.”
“대형 식품 할인 매장 말입니까?”
“맞습니다. 대형 식품 할인 매장입니다.”
그것도 미국에서 시장이 컸다. 놓칠 수 없는 분야였다.
“미래 식품에서 어육 소시지와 각종 캔 등 식품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라면도 생산될 거예요. 그것을 미국에 팔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패션뿐만 아니라 식품도 본격적으로 미국 진출을 시도하기로 했다. S.P.A가 그 첨병이 될 것이었다. 마침 좋은 무기가 추가로 생겼다.
“앞으로 북양 트롤 어업이 시작되면 많은 생선과 갑각류들이 미국으로 공급될 것입니다.”
트롤 어업은 쌍끌이 싹쓸이 어업과 비슷했다. 북양 바다의 해저에 있는 대구와 명태뿐만 아니라 가재와 새우, 게까지 잡혔다.
‘연어도 있는데…… 아직은 문제가 안 되겠지.’
“그것을 배에서 바로 가공하여 가까운 미국으로 파세요.”
북양 트롤 어선은 미국과 가까운 공해에서 조업할 것이다.
‘북양에서의 조업은 S.P.A를 위한 것이야.’
미래 수산에 남양 대신 북양을 권한 이유였다.
“지금이 식품 할인점 사업을 시작하기에 딱 좋습니다.”
S.P.A 식품 할인 매장은 처음에는 수산물과 라면이 주가 되겠지만…….
“상사에서 구색 맞출 다른 상품도 찾아보세요.”
조금씩 취급하는 상품을 늘려 나갈 것이다. 종합 식품 할인점이 되는 것이다.
“괜찮은 공급 업체를 찾아보겠습니다.”
S.P.A는 패션과 식품, 그다음은 가구 이런 식으로 전문 할인점의 범위를 늘려 나갈 것이었다. 나중에는 월마트나 코스트코와 나란히 할 종합 할인점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케아 같은 전문점도 돈이 돼.’
이러한 유통 사업은 사업은 확장성이 다양하고 규모도 엄청나게 키울 수가 있었다. S.P.A가 그곳에 첫발을 디디는 것이었다.
“S.P.A와 같은 대형 유통 채널이 생기면, 미래 그룹에서 앞으로 만드는 상품을 팔기에 좋아요.”
“패션과 식품 외에 다른 것도 파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하지요. S.P.A는 종합 유통 채널이 될 것이에요.”
“그것은 백화점이지 않습니까?”
“백화점하고는 다릅니다. S.P.A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세요.”
이 시대에 대형 할인점이나 SPA, 명품 아웃렛과 같은 유통 채널을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S.P.A는 그것들을 넘어설 것이다.
이창동 사장이 성장 과정을 직접 지켜보게 하는 것이 제일 쉬웠다.
* * *
건설의 정몽고 사장이 다급하게 사무실로 들어왔다.
“부회장님, 상계와 장안 지구 개발이 힘들 것 같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이야기에요?”
“그곳에 열 병합 발전소 건설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건 왜요?”
“허가를 내주기 어렵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열 병합 발전소의 건설 허가를 불허했다.
“대체 왜 허가가 안 난다고 하는가요?”
“일단 그들의 말로는 서울은 북한과 가까워 발전소 건립은 어렵다고 합니다.”
정몽고 사장이 진땀을 흘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게 말이 됩니까? 화력 발전소가 핵 발전소입니까? 북한의 폭탄을 맞아 폭발하게요. 그런 식으로 한다면 서울에 집도 짓지 말아야지요.”
“어? 폭발하지 않습니까?”
“당연하지요. 화력 발전소는 난로나 마찬가지예요. 불은 나도 폭발은 하지 않습니다.”
열 병합 발전소는 기본적으로 증기 터빈을 돌리는 증기 기관이었다. 폭탄을 맞아서 불탈 수는 있어도 폭발하는 시설이 아니었다.
연료로 물을 끓여서 그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들고 배출되는 뜨거운 물로 지역난방까지 했다.
‘주전자가 폭탄을 맞는다고 폭발하나. 물론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이 탈 수는 있겠지.’
화석 연료를 아끼는 상당히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그러한 열 병합 발전소는 주둥이에 회전하는 바람개비를 단 주전자와 같았다.
‘증기 압력이 지나치게 높으면 폭발도 하겠지만, 그전에 그 증기로 전기를 만들지.’
주전자가 폭발하는 법은 없었다. 오히려 내연 기관보다 더 안전했다.
폭발해도 발전소 때문이 아니었다. 석탄 가루에 의한 분진 폭발이었다. 분진 폭발은 제분소에도 일어난다.
그렇게 말하면 대형 제분소도 도시에 지으면 안 되었다.
“그들이 그것을 모를 리도 없을 것이고……. 혹시 뇌물을 원하는 거예요?”
허가를 내주는 담당 공무원이 모를 리가 없었다. 기술직 공무원들이 발전소 허가를 맡았다. 그들은 공대 출신이었다.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들의 표정으로는 뇌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당히 곤란해 보였습니다.”
뇌물이 아니라면 허가를 안 내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허가가 안 나는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그들이 말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공기 오염을 이야기하더군요. 화력 발전소는 도시에 공해를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그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없지 않습니까?”
그들도 앞에 폭발 이유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다른 이유를 들었다.
그것은 대기 오염 문제였다. 쓰레기와 석탄을 태우는 열 병합 발전소는 공해를 유발했다. 그래서 도심지에 건립하는 것을 쉽게 허가하지 않았다.
지역난방을 하는 열 병합 발전소들은 대부분 서울 외곽에 건설되는 신도시에 설치되었다. 그것이 말이 되었지만, 이 시대에는 맞지 않았다.
지금은 개별 난방으로 나무나 석탄을 사용하는 시대였다. 천연가스는 도입이 되지도 않았다. 집에서 난방으로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면 아주 부잣집이었다.
“환경 영향 평가서를 그들도 봤을 것 아니에요.”
혹시 몰라서 열 병합 발전소의 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미리 환경 영향 평가서를 만들어 제출했다.
그것은 3~6만 가구의 난방을 석탄으로 개별 난방을 했을 경우와 열 병합 발전소로 지역난방을 하였을 경우 예상되는 대기 오염을 나타낸 보고서였다.
당연히 열 병합 발전소가 개별 난방보다 대기 오염이 적고 사용되는 화석 연료도 적은 것으로 나왔다. 대기 오염도 줄이고 석탄과 같은 연료를 아끼는 방법이었다.
‘이 시대에 이 정도면 최대한 준비를 해서 허가를 신청한 거야. 오버 요구 조건이야.’
열 병합 발전소는 추가로 서울에 부족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삼척에 대규모 화력 발전소가 건설되었지만, 늘어나는 전기 용량만큼 소비도 증가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 * *
“뭔가 그들의 이유가 궁색하군요. 다른 것은 없습니까?”
“이건 소문입니다만…… 이기봉이가 미래 그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 그자가 말입니까? 아주 좀생이로군.”
일전에 미래 호텔에 그가 방문하여 호텔 방을 내놓으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요구를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거부했다. 그것에 앙심을 품은 듯했다.
“부회장님, 이번 상계와 장안 개발 계획에 열 병합 발전소는 빼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건 안 됩니다. 아파트의 설계가 다 달라져야 하고 그로 인한 결과물도 좋지 않습니다.”
열 병합 발전소가 안 되면 아파트의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 아파트에 개별난방을 해야 했다. 지금은 천연가스가 제대로 수입이 안 되었다.
기름이나 석탄으로 난방을 하게 되면 보일러가 커진다. 가정마다 외부에 큰 보일러를 두어야 했다.
‘판상형 아파트는 그것을 설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아파트는 대형 보일러를 놓을 공간이 있는 복도식 아파트로 지어야 했다.
연탄과 기름으로 난방을 하던 시대에 복도식 아파트가 건립되었다. 복도식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만의 문제로 선택된 것은 아니었다.
천연가스의 도입이나 중앙난방, 지역난방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판상형 아파트가 들어서기 힘들었다.
‘그렇게 되면 아파트의 보급이 상당히 늦어지겠지.’
“복도식 아파트로 먼저 짓는 것이 어떠십니까?”
“그러면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복도식도 나중에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대단지 아파트의 보급이 늦어진다.
오염이 적은 천연가스로 열 병합 발전소를 돌리기에는 너무 비용이 커졌다.
무엇보다 천연가스 운반선과 화물차도 제대로 없고 저장 시설도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처음에는 저렴한 석탄과 쓰레기를 태우다가 나중에 대기 오염이 문제가 되면 그때 시설을 개조하여 천연가스를 태우는 발전소로 바꿀 생각이었다.
이런 완벽한 계획에 딴지를 걸은 녀석이 괘씸해졌다.
“내가 정부의 고위층과 만나 보겠어요. 정말 이기봉이 딴지를 놓았는지 확인해 봅시다. 그다음에 방법을 생각해 보죠.”
산업부 차관인 안 차관을 불러내었다. 그가 정확한 내용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