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77)
공룡 기업
“학수, S.P.A 사업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봐.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까?”
“아닙니다, 부회장님. S.P.A에서 거두는 수익으로 확장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가 본사 지원 없이 자신의 힘으로 해 보겠다고 했다. 그의 말에 고민이 되었다.
미국의 유통 시장은 크고 성장세가 빨랐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진출하기 전에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S.P.A를 개인 회사에서 미래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하는 것이다. 지분을 팔고 많은 돈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걸 왼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뿐이야.’
다만 S.P.A에 투자금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의문이었다. 미래 그룹의 자본은 한정되어 있고 쓸 곳은 많았다.
한국에도 돈 되는 사업이 널려 있었다. 같은 자본을 투여하여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을 따진다면 더 나은 것도 많았다.
미국의 물가와 땅값은 한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비쌌다. 투자금을 늘린다고 S.P.A의 확장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도 수 알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빠른 확장 속도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거야.’
너무 빠르게 성장하면 미국의 큰 놈들의 눈에 띄기 쉬웠다. 미래 그룹이 많은 자본을 모았다고 해도 미국의 대기업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공룡 기업이 많았다. G.E와 G.M, 포드, P&G, 듀폰, 엑슨, AT&T, 모빌 등을 비롯하여 전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미국에 모여 있었다. 그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좋지 않았다.
미국 기업들이 S.P.A의 성공을 보고 유통 시장에 뛰어들면 한 번에 밀릴 수 있었다.
“P&G의 움직임은 어때?”
“유통 시장에 뛰어들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다행이군.”
P&G는 소비자와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다. 보유한 제품의 수도 엄청났다. 그 회사가 유통 시장에 뛰어들면 상대가 안 되었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고 했다. 미래 그룹이 미국의 유통 시장에 몰빵하는 것은 위험했다.
“은행에 대출은 알아봤어?”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사람의 돈으로 장사하는 것이다.
미국 은행에서 대출을 대규모로 받아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문제는 대출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이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젓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들 머릿속에 한국전쟁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으니.”
‘얼마 전에 전쟁을 겪은 나라 기업을 뭘 보고 돈을 빌려주겠어.’
미국이 생각 외로 인종 차별과 외국인 차별이 심했다.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이 흑인이거나 외국인이었으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은행이나 금융계는 그것이 더 심했다.
닷컴 버블 때처럼 사업 계획서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시대가 아니었다. 사업 계획서를 은행에 보여 줄 수도 없었다.
‘돈 되는 사업 아이템을 공개할 수는 없지.’
S.P.A의 수익과 전략이 공개되었다. 공룡 기업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매장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내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신용 대출이 안 되면 담보 대출을 해야 했다. 기존 매장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그 돈으로 새로운 점포를 내고 그것을 다시 담보로 잡아 대출을 일으킨다.
지렛대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고도 성장기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사용한 방식이었다. 이렇게 레버리지를 풀로 당기면 S.P.A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이었다.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은 준비된 기업에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풀로 차입을 당겨 취약해지면 그것은 진짜 위기야.’
미국의 시장이 크고 성장세도 빠르지만, 한국처럼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그런 시장은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이었다. 모두가 미국 시장을 보고 덤벼들었다. 무리하게 사업 확장하면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망해 버릴 수도 있었다.
“대출은 그래. 이 사업은 높은 위험성도 공존해.”
미국에도 메이시스와 JC페니 같은 대형 유통 업체가 있었다. 미국 유통 사업이 낙후된 것은 아니었다.
대형 할인점 사업을 모르고 관심이 없는 것뿐이었다. 관심을 가지고 뛰어든다면 언제든지 밀릴 수가 있었다.
“버는 수익으로 매장을 하나씩 늘리겠습니다. 느리더라도 착실하게 성공시켜 보겠습니다.”
점진적인 확장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경쟁자들이 뛰어들기에는 아직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었다.
작은 놈들끼리 경쟁하면서 미국의 육식 공룡들의 눈에 안 띄게 서서히 키우기로 했다.
그들이 대형 할인점이 큰 사업이라고 알았을 때 S.P.A가 공룡이 되어 있으면 한번 싸워 볼 만했다. 꼭 빠르게 성장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잘되는 가게 옆에 또 가게를 차리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정도의 차이였다.
* * *
한국은 돈이 된다는 소리만 들리면 개미처럼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돈이 된다는 소리에 수많은 업체가 의류와 봉제업에 달라붙듯이…….
‘좁은 나라에 사람이 많으니 경쟁이 치열해.’
반면에 미국은 큰 놈이 세게 쳤다. 한번 덤벼들면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이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알겠어, 학수. 네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해 봐.”
“아!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의 발생을 대비해서, S.P.A를 한동안 조용히 키우기로 했다.
“미국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미래 그룹에서 중책을 맡아야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것보다 때로는 믿고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S.P.A가 미국 유통업계의 공룡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만일 그렇게 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미래 그룹이 공룡이 되어 직접 미국에 진출하면 돼.’
세계 최고의 재벌이 되는 길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
‘미래를 아는 자는 때로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해.’
최고로 가는 길 동안에 약간의 여유를 부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기회에 유진이나 데리고 미국에나 놀러 갈까?’
“이번에 미국으로 갈 거야. 오랜만에 학수 얼굴이나 보지.”
“좋은 곳으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는 좋은 술집을 말했다.
“분위기 좋고 깨끗한 곳으로 준비해 놔.”
“부회장님, 여기는 그게 불법입니다. 그래도 원하신다면 준비하겠습니다.”
그걸 생각하는 듯했다.
“뭘 말하는 거야. 호텔 말이야, 호텔.”
“죄송합니다.”
“뭐가?”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착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당연히 여자지.”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그것 말고 가서 편하게 묵을 호텔 말이야.”
이학수는 의외로 맹한 구석이 있었다.
“저도 그것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
* * *
초유진에게 이번에 L.A에서 새롭게 개점하는 S.P.A 매장에 함께 가자고 했다.
“너도 S.P.A의 주주잖아. 같이 가서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아?”
그녀에게 미국에 갈 명분을 주었다.
“오빠의 말도 맞지만, 오빠의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되어요.”
“손만 잡고 잘 거라니까. 오빠 믿지?”
픽업 아티스트의 전매특허인 오빠 믿지를 써먹었다. 초유진이 만만치 않았다.
“오빠는 믿지만…… 다른 사람들이 믿어 주지 않을 거예요.”
“이건 회사의 공식 행사 참석이야. 그들이 못 믿을 것이 뭐가 있어.”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마라’는 말도 있어요.”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말도 있어. 괜찮아. 같이 미국 가자.”
옛말에는 옛말로 대응했다.
“여자는 언제나 행동에 조심해야 해요. 오빠는 저를 위해 그럴 수 있죠?”
“……알겠어.”
나에게 ‘오빠 믿지?’가 있다면 유진에게는 ‘저를 위해’라는 치트키가 있었다. 결국 초유진을 데리고 미국으로 간다는 계획은 불발로 끝났다.
‘아쉽네. 절호의 기회였는데…….’
유진이가 함께 가지 않는다고 하니. 미국 방문이 가기가 싫어졌다. 미국에 아직 라스베이거스가 본격적으로 생기기 전이었다.
지금은 대규모 유흥 도시가 아니라 카지노를 찾는 도박꾼과 범죄자들이 있는 소규모 도시였다. 괜히 갔다가 총이라도 맞으면 큰일이었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합법인 나라였다.
‘도박보다 사업이 더 재미있는데 그곳에 뭐하러 가? 아니면, 미국의 여인들과 화끈하게 놀아 봐?’
미국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불법이라도 찾아보면 멋진 여인들과 화려한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괜히 학수에게 필요 없다고 말했네.’
부회장의 체면에 한 입으로 두말할 수 없었다. 거기에 아직 미래 그룹은 미국에서 큰 그룹이 아니었다.
미주 지사의 이학수와 직원이 데려올 여인의 수준이 뻔했다.
‘이번은 일이나 하고 오자. 미국에서 노는 것은 더 많은 돈을 번 후에 해도 돼.’
“LA 매장 개점이 한 달 뒤라고 했지.”
“맞습니다.”
“그럼 일찍 가 봐야겠네.”
“개점식에만 참석하시는 것이 아니십니까?”
“그전에 매장에서 고칠 것이 있으면 바꾸려고…….”
S.P.A 매장의 개점에 맞추어 미국 방문 일정을 준비했다. S.P.A 사업은 중요했다.
특히 LA의 4호점은 상당히 규모가 큰 매장이었다. 많은 돈이 투자되는 매장이었다. 그 매장의 성공이 앞으로의 S.P.A 매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그곳에 가면 조언해 줄 것이 많을 것이다. 미래에 많은 것을 보았다.
급상승하는 주식, 로또, 선물 시세 같은 것이 아니라도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
‘내가 천재도 아니고 그런 일들을 어떻게 기억해. 며칠 전에 뭐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미국에서 얼마나 머무실 생각이십니까?”
“간 김에 할 일이 많으니 좀 오래 있을 거야. 학수가 바쁘면 개점식을 마무리하고 뉴욕 지점으로 돌아가던가.”
“아닙니다, 부회장님이 미국에 오셨는데 제가 모셔야지요.”
“뉴욕에서 하는 일에 지장은 없고?”
“이제 다들 베테랑입니다. 그 사이에 인원도 많이 늘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전화로 지시해도 됩니다.”
미주 지사가 생긴 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파견되었던 직원들은 베테랑이 되었다. 그 뒤로도 많은 직원이 미주 지사로 갔다.
미래 그룹에 미국 시장은 일본만큼 큰 시장이 되었다. 미주 시사도 나름 큰 규모가 되었다. 미국의 회사들과는 비교도 안 되지만…….
“그럼 뉴욕 지사에서 직원 몇 명 데리고 와.”
“안 그래도 LA의 매장 개점을 위해 몇 사람이 갈 것입니다. 저와 그들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할 일이 많았다. 알고 있는 지식을 이용해 미국에 투자할 것이다. 주식이나 선물 같이 변동성이 큰 것은 아니었다.
이번 회차는 저번과 상당히 다를 것이다. 개입에 의한 영향력이 커졌다. 알던 사실들이 그대로 일어날 확률이 낮았다.
변동이 심한 것에 함부로 투자하면 안 되었다. 미래의 지식을 믿고 도박을 하다가 돈을 잃기 딱 좋았다.
하지만 역사적인 큰 변동과 흐름은 그대로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큰 흐름을 보고 투자해야 했다.
물론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주식이나 선물로 돈을 벌기보다 훨씬 돈을 벌 가능성이 컸다.
‘가장 좋은 것은 산업의 발전 흐름에 맞추어서 움직이는 것이지. 그것은 마치 테크트리처럼 몇 가지로 방향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미국의 S.P.A 매장에도 그러한 테크트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형 할인점의 성공 공식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S.P.A의 성장세를 빠르게 만들기로 했다.
“LA에서 별장 터를 봐야겠어.”
“별장 말입니까?”
“이제 종종 미국에 가게 될 것인데…… 머물 집도 알아봐야지.”
“어디로 알아볼까요?”
“그건 거기 가서 알려 줄게.”
좋은 입지와 부동산도 쉽게 바뀌지 않았다. LA에 간 김에 멋진 곳에 별장 터도 사놓을 생각이었다.
‘LA라고 한다면 역시 그곳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