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81)
입을 가리다
“S.P.A 매장 주변에 데모하는 사람은 없지?”
“쇼핑몰 앞에 데모를 왜 합니까?”
“S.P.A가 너무 잘 돼도 데모할 수 있어.”
“장사가 잘된다고 데모한다는 말입니까?”
그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소매점들의 점주 말이야. S.P.A가 싸게 판다고 데모할 수도 있어.”
“자유주의 국가에서 상품을 싸게 판다고 데모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아니,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야.”
미국은 독과점이나 공정 거래에 민감했다. 데모 정도가 아니라 소송으로 갈 수도 있었다. 카네기와 록펠러 같은 재벌을 공중분해 시킨 것도 미국이었다.
재벌에 제일 관대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었다.
“설마 S.P.A 매장 앞에 와서 데모하겠습니까?”
“혹시 모르니 그들을 관찰하고 지역 신문에도 손을 써.”
“지역 신문 말입니까? 미국 언론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닐걸? 남을 까는 내용이라면 쉽게 기사로 적어 줄 거야.”
세상에는 남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기사도 있었다. 언론이 자유인만큼 특정인이나 사업을 비방하는 가십도 많이 났다.
얼마 후 이학수가 소매상들의 분위기를 조사하고 왔다.
“부회장님이 걱정하시는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S.P.A의 등장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현지 소매점들은 성공을 일시적으로 봤다. 이런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갑자기 장사가 되지 않게 된 L.A의 소매상과 대리점 주인들이 S.P.A 매장을 염탐하고 갔다.
S.P.A 패션과 식품, 레스토랑의 가격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들이 보기에 S.P.A는 계속 지속할 수 없는 사업으로 보였다. 손님을 끌기 위해 일시적으로 출혈 판매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S.P.A,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출혈 경쟁을 유발하다. 지역 소매점에 민폐를 끼치다.―
―경제학자가 말한다. S.P.A의 판매 모델은 지속이 불가능한 사업. 오래지 않아 망해 사라질 것.―
때를 맞추어 이런 자극적인 기사들이 신문에 실렸다.
‘그래, 그래. 잘했어. 돈을 들인 보람이 있네.’
긍정적인 기사에는 따로 광고비를 주지 않았다. 지속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기사는 이학수 지사장이 광고비를 주었다.
이런 행동에 지역 신문사는 어리둥절했다. 긍정적인 기사와 부정적인 기사가 지역 신문에 반반 정도 실렸다.
“굳이 이러실 필요가 있습니까? 좋은 기사가 나와야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
“관심을 받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야.”
사업이 너무 잘된다는 소문이 나면 위험했다. 부정적인 기사는 공룡 기업이 관심을 가지지 않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그들이 관심을 두더라도 사업성이 있을지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S.P.A 매장 앞에 소매점의 데모가 없잖아. 데모가 일어나고 기사화되면 피곤해져.”
L.A 지역의 소매점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S.P.A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가 다른 소매점이 입김을 넣어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남이 대신 움직이고 있으니 자신은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과 같아.’
소매점의 사장들은 신문 기사를 진짜로 믿었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었다.
S.P.A 매장이 손해가 나는 것으로 보였다. 추가로 그런 기사까지 나오니, 그것이 확신으로 굳어졌다.
대부분의 사람이 S.P.A를 오래 갈 수 없는 사업 아이템으로 보았다.
조금만 참으면 S.P.A 매장이 스스로 망해서 사라질 것으로 믿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어떤 사업을 하든, 잘된다는 표를 내면 안 돼. S.P.A 매장을 미국에서 조용히 늘려 나가는 거야.”
함부로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과 같았다.
“예, 부회장님.”
자금을 끌어모으고 대규모로 사업을 확장하기 전까지는 모르게 조용히 성장하는 게 나았다.
* * *
“잘못하면 소송에 걸릴 수가 있어.”
“설마 소송까지 하겠습니까?”
“미국은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소송을 걸 수 있어.”
미국인들이 집단으로 행동하면 무서웠다. 미국은 데모뿐만 아니라 소송 천국이었다.
“아시아 기업은 특히 조심해야 해.”
“은근히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습니다.”
흑인보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더 심했다. S.P.A가 관심을 끌어서 좋을 일은 없었다. 미국에 사업자로 등록했다고 미국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걸고넘어지면 미국 정부에 의해 큰 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작정하고 털면 먼지가 안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곧 다른 지역에 5호점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씩 매장을 늘려 나가자고. 너무 눈에 튀면 안 좋아.”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아깝습니다.”
“그건 그렇지. 대신에 여기에서 먼 곳에 매장을 내자고.”
“미주 지사가 있는 뉴욕은 어떻습니까?”
경제 수도인 뉴욕으로의 진출은 아직 일렀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 천천히 가더라도 조심스럽게 가기로 했다.
“거긴 좀 그래.”
“부회장님은 그럼 어디를 생각하십니까?”
“다음은 어디가 좋을까? 디트로이트?”
출점도 미국 경제의 메인에서 약간 비껴 간 곳으로 하기로 했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으로 은근히 소비력이 좋았다.
미국의 서부와 외곽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심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LA에서 S.P.A와 관련된 일은 마쳤다. 그것 말고도 이곳에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었다.
* * *
“저쪽의 언덕이 마음에 드는군. 내가 돈을 줄 테니, 학수가 저기에 땅 좀 매입하지.”
1950년대 미국의 할리우드는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그러한 할리우드가 있는 L.A를 이학수와 구경하고 있었다.
“저 언덕 말입니까? 아직 개발이 안 되어 볼 것도 없는 곳인데요?”
“학수, 땅은 말이야. 원래 개발이 되지 않았을 때 사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 원하는 땅을 싸게 살 수 있어.”
“아! 저곳이 개발된다는 말이군요.”
이제 이학수도 말을 빨리 알아들었다.
“저곳의 위치를 봐 봐. LA를 내려다보고 있잖아. LA가 커지면 저곳이 명당이 되지 않겠어?”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게 보입니다. 부회장님은 역시 넓은 혜안을 가지셨습니다.”
LA의 S.P.A가 대 성공을 거두자. 이학수의 존경심이 더 높아졌다. ‘이학수의 존경심이 +10 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혜안은 개뿔. 저곳이 고급 주택가가 된다는 것을 아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이학수와 함께 바라보는 언덕이 L.A의 최고급 주택가가 되는 베벌리 힐스였다.
“요새 할리우드가 뜨잖아. 유명 배우가 저기에 저택이라도 지어 봐. 바로 인기 장소로 뜰 거야.”
베벌리 힐스는 할리우드의 발전과 함께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이었다.
“부회장님의 말씀처럼 별장을 짓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가 이사를 오고 UCLA 대학이 명문대로 인기를 끌면서 본격적인 부촌으로 발전한다.
“미국에 땅을 산다면 맨해튼이 좋지 않습니까?”
“당연히 좋지. 하지만 그곳은 이미 너무 비싸.”
뉴욕의 맨해튼이 돈을 받는 고액 연봉자들과 금융계의 부자들이 머무는 곳이라면, 베벌리 힐스는 연예인과 신흥 부자들이 사는 곳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촌 중의 하나였다.
‘미국 내 별장의 지역으로 괜찮지. 게다가 다른 지역보다 먼저 부촌으로 발전해서 단기 투자 수익도 괜찮고 말이야.’
이학수와 함께 베벌리 힐스의 가장 노른자위가 될 자리를 보고 있었다.
“언덕이 넓은데 저곳을 찍으신 이유가 있습니까?”
“딱 봐 봐. 명당이잖아.”
“그러고 보니 정말 명당입니다.”
언덕 중간의 햇볕이 잘 드는 땅이었다. 그곳을 찍은 것은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사람이 좋아하는 장소는 정해져 있었다.
전망이 좋고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곳이 좋았다. 너무 높으면 교통이 불편하고 중심지에서 멀어졌다.
‘뭐, 이곳 사람들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높은 곳은 선호도가 떨어지지.’
낮은 곳은 사람이 많고 번잡해서 역시 선호도가 떨어졌다.
언덕 중턱에 다른 곳보다 햇볕이 잘 드는 약간 돌출한 지형이 좋았다. 딱 그런 곳이 보였다.
“저곳에 1만 평 땅을 사 놔. 개발이 안 되었으니, 제법 저렴할 거야.”
베벌리 힐스는 남쪽 낮은 곳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산 중턱 이상은 개발되지 않은 숲이었다. 1만 평을 산다 해도 큰돈이 들지 않을 것이었다.
“1만 평은 너무 크지 않겠습니까? 집을 짓는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1만 평은 너무 과한가? 그럼, 2천 평 정도만 사도록 해.”
1만 평이 최고 재벌의 저택으로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부동산에 대한 세금이 많았다.
크고 비싼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많은 보유세를 내었다. 잘못하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함부로 부동산 투기를 하면 안 되었다.
맨해튼과 같이 월세를 받는 곳이 아니라면, 장기 보유는 세금으로 그동안 번 이익을 다 환수당할 수 있었다.
오르는 부동산이라고 무조건 묻지 마 투자는 안 되었다. 사고팔기에 괜찮은 적당한 크기가 좋았다.
‘베벌리 힐스 별장에 자주 와서 지낼 것도 아니고, 너무 크면 세금 면에서 손해야.’
“내 땅을 사는 김에…… 학수도 주변의 땅을 좀 사.”
기획실장이 될 이학수에게 특별히 기회를 주기로 했다. 가끔은 독식하지 않고 주변 사람에게도 나누어 주는 것이 좋았다.
“저는 땅을 살 만한 여유가 안 됩니다.”
개발이 안 되었다고 해도 베벌리 힐스 부근 땅값은 한국에 비하면 상당히 비쌌다.
이학수가 미래 그룹의 미주 지사장이라고 해도 월급을 엄청나게 받는 것도 아니었다. 물가가 비싼 뉴욕에 살려면 많은 돈이 들었다.
월급에서 쓰고 남는 돈을 모아 봐야, 맨해튼의 자그만 아파트를 사기에도 벅찼다. 그는 L.A에 별장을 지을 땅을 살 만한 여유는 없었다.
“돈을 빌려줄게. 학수는 내 심복인데, 그 정도의 편의는 봐 줘야 하지 않겠어?”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앞으로…… 아니, 영원히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학수도 이번에 천 평 정도 땅을 사. 미래 그룹의 기획실장이 될 사람이면 미국에 그 정도 별장은 가져야 하지 않겠어?”
그의 눈이 감격으로 물들었다. ‘이학수의 충성심이 +5 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 같았다.
세계 최고의 재벌이 될 미래 그룹의 기획실장이라면, 미국에 그 정도의 별장을 지녀도 되었다.
‘뭐, 세금은 알아서 마련해서 내겠지.’
세금을 내기 힘들면 그 땅이나 저택을 팔면 되었다. 그래도 그것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베벌리 힐스가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하는 시기가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미국의 부동산 중에서는 단기에 많은 수익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맨해튼이 더 낫지만, 이미 너무 비쌌다.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왜? 돈 때문에 그래? 괜찮아. 나 돈 많아.”
미래 그룹은 매년 좋은 수익을 내고 있었다. 그중 일부를 배당했다.
형태는 주식회사지만, 자본만 본다면 개인 회사나 마찬가지였다. 배당을 자유롭게 했다. 개인적으로 가진 재산도 시기에 이미 상당했다.
개발이 시작되는 베벌리 힐스에 3천 평의 땅을 살 돈은 충분했다. 외환을 가져오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외국환 관리법이 실시되기 전이었다. 이 시기는 외국에서 받은 원조나 차관으로 부를 축적한 관료나 정치인, 경제인들이 많았다. 그러한 돈을 외국으로 쉽게 빼돌리기 위해 법률이 느슨했다.
지금은 어렵지 않게 외국으로 돈을 보낼 수 있었다. 외국환관리법이 실시되는 것은 군사 정권(1961년 12월)이 들어선 후였다.
‘아직 대한민국은 아프리카 수준의 나라야. 부정부패에 몰락하는 정권과 그 뒤에 들어서는 군사 정권…….’
이번 정권 때 지나치게 돈을 외국으로 많이 빼돌렸다. 그것의 반동으로 군사 정권 때는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하게 관리했다.
‘다른 방법도 있어.’
외국으로 외환을 보내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상계 처리를 하는 방법도 있었다. 받을 돈과 줄 돈을 장부상에서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외국환 관리법이 생기지 않아 상계 처리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외환 관리에 구멍이 많았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회삿돈으로 처리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지 마.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미국은 그런 것에 엄격해.”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주식이 대부분 나의 것이지만, 회삿돈으로 외국에 별장을 살 생각은 없었다.
최고의 재벌에게 배임이나 횡령은 어울리지 않았다. 자주 그러면 사람이 습관이 되고 무감각해진다. 회삿돈이 모두 자신의 돈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러다가 군사 정권에 빌미를 잡히지.’
당당해지려면 꼬투리를 잡을 일을 안 만드는 것이 좋았다.
“학수에게 사 주는 건데…… 내 돈으로 사 줘야 하지 않겠어?”
“부, 부회장님…….”
추가로 심복에게 충성심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회삿돈으로 사 주면 모양이 안 살았다.
최고의 재벌이 되기 위해서는 혼자만 돈을 벌어서는 안 되었다. 따르는 이들도 돈을 벌 기회를 주어야 했다.
충성심은 두 사람의 관계와 돈에 비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