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85)
마련 사업
미국에서의 일을 마치고 귀국했다. 오는 길은 가는 길의 반대였다.
‘미국에 한 번 다녀오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비행기도 힘든데, 예전에 배를 타고 간 사람들은 어떻게 간 거야?’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1958년의 반이 지나갔다. 벌써 가을이 되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여러 사건이 일어났다.
진격당 사건이 일어나서 정당히 해산되고 당수인 조봉엄이 검거되었다. 그가 구속된 상태에서 국회 의원 선거도 치러졌다.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한일 협정도 계속 추진되었다. 경제와는 별개로 정치적인 사건은 큰 변화 없이 일어났다.
‘역시 정치는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네. 다행이야.’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은 그대로 일어나는 것이 좋았다. 그것을 변화시켜 아는 이점을 없앨 이유가 없었다.
경제계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미래 그룹에 영향을 받았다. 그것도 가능하면 변화를 적게 주려 했다.
미래 그룹이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것도 그런 목적이 있었다. 너무 크게 변하면 예측하고 대응하기 힘들어졌다.
럭키 그룹이 샛별 전자를 설립하고 가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전 사업은 미래 그룹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였다.
미래 그룹이 개입하지 않은 곳은 경제계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경제계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지키려고 했다.
‘지금은 럭키 화학이나 샛별 전자 모두 중소기업이야. 그들도 먹고살아야지.’
재벌이 문어발이지만…… 중소기업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 * *
“김 비서, 좋은 아침. 오늘도 아아로 부탁해요.”
“아야 말입니까? 부회장님. 어디 아프십니까?”
‘아차, 이런 말 안 쓰지.’
“아아는 차가운 아메리카노 커피를 말하는 거예요.”
“아아로 드리겠습니다.”
한국에 커피 믹스도 없는 시대에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기계를 도입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서울 시내를 창밖으로 바라보며 커피 향을 음미했다.
‘서울에 빌딩이 늘었어. 이제는 미래 그룹 본사가 가장 높은 건물이 아니야.’
미래 그룹 본사가 규모는 가장 크지만, 높지는 않았다. 건설이 지은 다른 그룹의 본사가 가장 높았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있었다.
‘이제 이곳도 좁아졌어.’
오랜만에 본사 사무실에 출근했다. 넓었던 10층의 공간도 비좁아졌다.
유리와 철강, 합섬&방직 회사가 생기고 사장실이 추가로 10층으로 들어왔다. 앞으로 들어올 예정인 계열사도 많았다.
10층뿐만 아니라 본사 건물 자체가 분주해지고 비좁아졌다. 얼마 전까지 지나치게 크다고 했는데, 벌써 본사 이전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
‘슬슬 새로운 본사 자리를 알아볼 때가 되었어. 아직 강남은 좀 이른가? 아니야. 발전 속도로 본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지도…….’
“김 비서는 본사를 이전한다면 어디가 좋을 거 같아요?”
“저는 여기가 좋습니다.”
“여기 말고 다른 곳요.”
“광화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 말고 강남은 어때요?”
“그 시골 말입니까?”
“강남은 시골이 아니에요.”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곳입니다.”
강남은 아직 좀 빨랐다.
‘나도 언제쯤 강남을 개발해야 할지 모르겠네.’
미래 그룹의 성장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졌다. 경제 부분에 있어서는 알고 있던 데이터가 점점 쓸모없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세계 경제의 흐름과 경제 발전의 단계에 관한 테크트리는 변하지 않았다. 경제 성장 과정은 일본과 한국, 중국, 베트남이 모두 비슷했다. 아니, 대부분 나라가 비슷했다.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거기에서 서비스업과 첨단 IT 산업으로……. 결국 가야 할 길은 변하지 않았다.
‘강남이 대세가 될 것은 확실해. 그건 변하기가 어렵지.’
서울이 성장해서 강북이 비좁아지면 개발할 곳은 강남뿐이었다.
‘아! 그전에 한 군데가 더 있어.’
* * *
자리를 비운 기간이 길었다. 이창동 사장에게 미래 그룹의 상황을 보고하게 했다.
‘이제는 사장들이 찾아와서 일일이 보고하는 것을 듣는 것도 힘들어.’
계열사를 관리하는 업무를 미래 상사에 맡겼다. 이학수가 돌아와서 그 일을 맡을 때까지 상사의 이창동 사장이 그 일을 해 주어야 했다.
“미국 출장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나쁘지 않았어요. S.P.A 매장을 살펴보고 왔어요.”
“L.A 매장의 대성공은 이곳에서도 들었습니다.”
S.P.A 매장의 대박은 빠르게 상사에 알려졌다. 그곳에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분주했다.
“미래 어패럴과 식품에서 기뻐하더군요.”
S.P.A의 성공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어패럴과 식품이었다. 두 곳 모두 쉴 새 없이 공장을 돌리고 있었다.
“앞으로 S.P.A 매장이 미국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S.P.A가 계획대로 대형 할인점으로 성장한다면 의류와 식품뿐만 아니라. 가전, 생활용품, 자동차까지 모든 물품을 취급하게 된다.
미국으로 수출하게 될 상품의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룹에서 생산하는 것 외에도 팔릴 만한 것을 찾아보세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상품이 많지 않습니다.”
“국내에 한정할 필요는 없어요. 어느 나라에서 생산하든,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팔 수 있어요.”
S.P.A가 대형 할인점으로 성장한다면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곳이 될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대폭 늘어났다.
대형 유통망을 갖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자리를 비운 동안 미래 그룹에서 진행된 사업을 요약해 주세요.”
이창동 사장이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했다.
“건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상계와 장안 지구 개발 사업은 50% 정도 진척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 단지 모두 규모가 커서 시간이 걸렸다. 진척도가 느린 것에 신경이 쓰였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룹 내 자금 사정은 어때요?”
큰 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었다.
“아직 문제없습니다. 한화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외화는요?”
“S.P.A의 대량 발주로 상황이 좋아졌습니다.”
“다행이군요.”
S.P.A에서 상품 대금으로 막대한 달러를 받았다. 수출이 좋은 것이 외상이나 어음이 없다는 것이다. 대금을 떼일 염려도 없었고 자금 순환이 빨랐다.
“건설에서 상계와 장안 지구 공사 진척도를 좀 더 높일 수 없어요?”
“레미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사 현장에 곧 레미콘이 공급될 것입니다. 그러면 공사 진행 속도가 좀 더 빨라질 것입니다.”
“잘되었네요.”
대단지 아파트 건설에 레미콘이 투입되면 공사 진척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시멘트와 철강, 유리, 레미콘 공장을 가진 것이 장점이 많았다. 건설비를 낮추는 것과 함께 공사 속도도 빨라졌다.
“그룹 내 자금 사정은 계속 유의 깊게 봐 주세요.”
아파트 건설은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었다. 특히 이러한 대단지 개발은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한동안 건설에 많은 돈이 들어갈 거예요.”
아파트 건설에 많은 돈이 들어 한국에 선분양제가 일반화되었다. 다른 사람 돈(개인과 은행)으로 대규모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국민의 돈으로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건설사가 너무 쉽게 장사해. 땅 짚고 헤엄치기야.’
선분양제는 건설사를 위한 제도였다.
“저희도 선분양제도를 시행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지금은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어.’
선분양제는 개인과 은행에 충분한 돈이 있어야 했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성장해야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런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도 자본이 없었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70년대가 되어서 시작되었다.
‘그러면 너무 늦어. 더욱 빠르게 한국 경제를 끌고 올라가야 해.’
“미래 그룹의 자본으로 하죠. 우리는 다른 방법을 쓸 수 있잖아요.”
역사보다 빠른 시기에 대규모 아파트 사업을 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사용했다.
미래 건설에서 먼저 아파트나 주택을 짓고 할부로 그 비용을 천천히 받는 방식이었다. 민간에 돈이 없어도 미래 그룹이 자본이 있으면 가능한 방법이었다.
문제는 아파트 건설 사업에 막대한 자본이 들고 위험성을 미래 그룹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건설에는 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하여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었다.
‘한화를 소비하기 위해 한 사업이지만, 잘못하면 자금 경색이 올 수도 있어.’
“최대한 공사를 빨리 완공하는 것으로 하죠.”
“건설에 그리 전하겠습니다.”
상계와 장안 지구가 완공되고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 한동안 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6만 세대에 이르는 가구의 할부 대금이 매달 꾸준히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한 만큼 할부 이자도 높게 책정했다.
할부 금융을 통해서 미래 그룹에 막대한 현금이 들어올 것이다. 매달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는 대규모 현금 인출기가 생기는 셈이었다.
그 돈으로 다시 대규모 건설 사업을 할 수 있었다. 눈덩이가 산비탈을 구르며 덩치가 커지듯 불어날 것이다.
‘경제와 경기를 살리는 데는 건설 산업만 한 것은 없지. 괜히 미국이 마셜 플랜을 한 것이 아니야.’
대한민국의 경제를 빠르게 발전시키는 데 수출과 건설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수출은 외부의 자본을 한국으로 끌어왔다. 건설은 그렇게 모은 자본을 국내에서 뻥튀기시켰다.
두 가지가 밸런스만 잘 맞으면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을 가속하는데 효과가 최고였다.
최고의 재벌이 되기 위해서 그 일을 미래 그룹이 하고 있었다.
* * *
“상계와 장안 지구에 추가로 필요한 외화는 얼마나 됩니까?”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 건설에 들어가는 외화가 대폭 줄었습니다.”
건설은 국내 사업이지만, 생각보다 외화가 많이 들어갔다. 예전에는 주요 재료인 철근과 유리를 수입했다.
“시멘트를 포함하여 철근과 유리 모두 자체 생산을 합니다.”
“생산하는데 드는 외화는요?”
자체 생산한다고 해서 외화가 안 드는 것은 아니었다. 플라스틱을 생산한다고 하면 원유를 수입해야 했다. 재료와 가공 모두에 외화가 들었다.
“외화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철근과 유리의 재료도 국내에서 나오는 고철과 모래였다. 연료비도 마찬가지였다. 제강과 유리 생산에 전기로를 사용했다. 전기를 사용하여 외화가 안 들었다.
전기를 생산하는 데 외화가 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삼척에 지은 화력 발전소는 국내에서 채굴되는 무연탄으로 발전했다.
‘국가도 손해는 아니야. 화력 발전소를 미래 그룹에서 만들어 줬으니.’
제강과 유리 공장도 미래 그룹의 기술로 건설했다. 모든 것을 최대한 외화가 적게 들어가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진행했다.
“레미콘 공장을 건설에서 만들었습니다. 차량은 기계 공업과 자동차에서 조달했습니다.”
레미콘을 만드는 시설과 레미콘 차량도 마찬가지였다. 레미콘 사업도 외화가 드는 부분을 최대한으로 줄였다.
덕분에 이러한 대규모 사업을 하는데도 외화가 부족하지 않았다.
미래 그룹의 주력은 대부분 수출 산업이었다. S.P.A로 들어오는 추가 외화도 도움이 되었다.
막대한 위험을 안고 가야 하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 사업도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상계와 장안 지구 아파트들이 모두 팔리면 그룹에 큰 이익이 발생할 것입니다.”
‘위험이 크면 그만큼 과실도 큰 법이지.’
할부를 다 갚을 때까지 6만 가구가 열심히 일해서 미래 그룹에 돈을 보내 줄 것이다. 국민에게 집을 주고 그들의 노력을 받는 사업이었다.
“그룹의 이익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 일은 민족과 국가를 위한 내 집 마련 사업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주세요.”
“아…… 네…….”
‘이제는 안 믿네. 착하고 순진했던 이 사장은 어디 갔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