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87)
어패럴과 시멘트
미래 어패럴은 그룹의 주요 수출 회사이자 외화 창구였다. 다만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았다. 태창과 덤핑 경쟁 때문이었다.
“미래 어패럴의 사정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미국의 S.P.A 덕분입니다.”
S.P.A 매장의 성공은 어패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수출 물량이 늘어 매출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얼마 전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이익률이 10% 정도로 크지 않지만…….
‘영업 이익률이 10%도 안 되는 기업이 수두룩해. 지금은 정말 호시절이야.’
수출은 본전만 해도 남는 장사였다. 외화 획득의 중요 창구였다.
“S.P.A에 공급하는 물량에 문제가 없게 하세요.”
S.P.A의 주문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공장을 증설하는 것과 함께 가동률도 높이고 있습니다.”
미래 어패럴이 생산량을 올리고 있었다.
“공장을 늘리는 것이 좋지만…… 공장 증설에 시간이 걸리니, 먼저 가동률을 올리는데 더 신경을 써 주세요.”
가동률을 높이는 것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었다. 공장을 증설하지 않고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생산 원가도 낮아졌다. 인건비가 높은 봉제 공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동률을 높임으로 미래 어패럴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현재 공장을 2교대로 24시간씩 돌리고 있습니다. 더는 힘듭니다.”
이미 한계까지 가동률을 높이고 있었다. 그래도 방법이 있었다.
“3교대로 공장을 돌리기는 힘든가요?”
‘2교대는 비효율적이야. 3교대로 가야 해.’
2교대는 근로자의 몸에 무리가 많이 갔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었다. 능률이 떨어지고 불량률이 높아진다. 생산 단가를 좀 낮추기 위해서는 3교대가 더 나았다.
“그게 좀 문제가 많습니다.”
“왜, 숙련공이 부족해요? 직원을 더 뽑아서 교육하세요.”
“그것도 있지만…… 직원들이 싫어합니다.”
“3교대가 그들에게 더 낫지 않아요?”
“돈을 좀 더 벌기를 원하는 직원이 많습니다.”
추가 근무를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통상 임금의 1.5배나 2배로 주지 않는데도요?”
“급료에 포함시킨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직원이 많습니다.”
이 시대는 따로 임금을 주지 않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여공(여성 근로자)이 많아 더 그렇습니다.”
집안의 가장이거나 밑에 동생들이 줄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억척스러운 똑순이의 전성시대였다. 힘든 추가 근무를 오히려 환영했다.
“어려운 문제네요. 그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게 하세요.”
시대에 맞게 근무 환경을 맞추어야 했다. 일과 삶의 균형과는 먼 시대였다.
‘그들에게 3교대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야.’
그렇다고 기본금을 함부로 올려 줄 수 없었다. 치킨 게임 중이었다.
* * *
“공장의 증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건설에서 빠르게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수입해야 하는 기계는 상사에서, 자체 제작이 가능한 부분은 기계 공업이, 공장은 건설이, 3개 회사가 협력하여 공장을 금방금방 지었다.
“숙련공은요?”
“일할 사람은 충분합니다.”
새로 뽑은 신입, 다른 공장에서 지원한 경력자, 기존 공장의 숙련공 등 일할 사람이 넘쳐 났다.
추가 근무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숙련공에 여유가 있었다. 신입도 많이 뽑았다.
“다른 회사에서 지원하는 경력자도 많습니다.”
봉제 경력자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우후죽순 늘어났던 봉제와 의류 공장들이 치킨 게임으로 줄어들었다.
공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직원을 태창과 미래 어패럴이 흡수했다. 가동률을 높이는 것과 공장 증설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밤낮없이 공장이 돌아가면서 상품을 생산했다. 매출도 늘고 이익률도 좋아졌다.
* * *
“재료비 절감이 이익률 개선에 도움 되고 있습니다.”
미래 그룹은 합섬&방직도 가지고 있었다.
“면직물과 모직물은 제일에서 좀 더 싸게 달라고 하세요.”
“그냥은 안 줄 것입니다.”
“그만큼 운임을 낮추어 준다고 하세요.”
합성 섬유 외의 다른 직물은 제일 그룹에서 공급받았다. 제일은 곡물과 양모, 면화 등 부피가 큰 상품을 수입해야 했다. 서로 보완적인 관계였다.
해상과 육상 운송 운임을 낮추고 싸게 재료를 받았다. 재료비의 감소도 이익률 증가에 이바지했다. 미래 합섬&방직이 실과 천을 생산했다.
재료비와 가동률 증가는 미래 어페럴의 이익률 상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본전 장사에서 10% 이윤이 남는 것으로 변했다.
매출의 증가와 이익률 상승은 기업에 큰 호재였다. 무엇보다 치킨 경쟁에서 적자가 아니라는 것이 컸다.
‘다른 곳에서 벌어 메꾼다고 해도 적자가 나면 열을 받지.’
“계속 상황이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공장을 늘리지 마세요. 물량 증가에 맞추어 서서히 늘려가세요.”
“음…….”
“뭐가 문제가 있어요?”
“아닙니다.”
봉제와 의류, 가발, 신발 공장은 공장을 늘리기가 쉬웠다. 오더 증가에 맞추어 생산력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다.
그런데 공장 증설을 천천히 하라고 지시했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부회장이 평상시와 달랐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이창동 사장이 이상하게 생각할 만했다.
‘이제 2년 정도만 기다리면 되는데.’
무리하게 공장을 늘릴 필요가 없었다. 지금 정권은 부정부패로 인기가 바닥이었다.
‘4·19가 일어날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이번 정권이 오래가기 어려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15 부정 선거가 아니더라도 무리해야 했다. 결국 국민의 분노가 터질 것이다.
정권이 무너지면 같이 태창이 사라질 것이었다. 태창의 망해 버린 공장과 시설을 싸게 매입할 수 있었다.
“할 말이 있으면 편하게 말하세요.”
“부회장님, 수출 물량이 계속 늘 건데…… 이번에 공장을 더 늘리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이 사장이 평소 같지 않네요.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요.”
“이번은 다르지 않습니까. 공장을 늘리는데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 돈은 다른 곳에 쓸데가 있어요.”
헐값에 살 수 있는 것을 미리 비싼 값을 주고 살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공업용 재봉틀은 대부분 외제였다. 공장을 한화로 인수하면 외화를 아낄 수 있었다.
미래 그룹이 보유한 외화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외화는 쓸 곳이 많았다.
‘곧 망해서 싸게 먹을 수 있다고 말도 못 하고 답답하네.’
* * *
다음은 미래 시멘트와 해운, 운수였다.
“국내외의 시멘트 수요 증가에 맞추어 50만 톤급 공장을 추가 증설에 들어갔습니다. 완공되면 시멘트 생산이 연 백만 톤 규모가 될 것입니다.”
시멘트는 수요가 많았다. 상계와 장안 지구 개발 현장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
‘수요가 공급을 자극하고, 공급이 수요를 자극하는군.’
훨씬 저렴해진 가격에 국내 건축 재료가 벽돌에서 시멘트로 빠르게 변했다.
“레미콘 공급을 늘리세요. 공급이 늘면 더 많이 쓰일 거예요.”
레미콘 사업을 적당한 시기에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콘크리트는 항만과 도로, 다리, 댐 등 사회 기반 시설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본 재료였다.
“미래 건설이 시행하지 않는 공사라도 상관없어요. 최대한 많은 공사 현장과 계약을 맺으세요.”
레미콘 공장들과 차량은 쉴 새 없이 일하게 될 것이었다. 국내의 시멘트 소비가 빠르게 늘었다.
시멘트는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많이 되었다. 일본에서 한창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까운 것이 장점이 되고 있었다.
‘일본에 이용당하던 대한민국이, 이번엔 오히려 일본을 이용해 주지.’
연 백만 톤으로 생산량을 늘려도 곧 추가로 시설을 증설해야 할 것 같았다. 매년 8백만 톤, 천만 톤씩 생산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한동안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것이다. 시멘트는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사업이었다.
“다음 공장 용지도 알아보세요. 삼척에는 괜찮은 석회석 산지가 많아요.”
삼척에는 고품질의 석회석이 많았다. 시멘트와 제철용 석회석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었다.
“일본으로 시멘트 수송은 문제없지요?”
시멘트는 부피가 큰 만큼 해상 운송이 중요했다.
“현재 일본 항로의 물동량은 해운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미래 해운도 크게 성장했다. 보유한 선박이 늘었다.
“저번에 지시한 것은 어떻게 되었어요?”
“이마바리 조선소에 5만 톤급 벌크선을 추가로 발주했습니다.”
“잘했습니다. 배를 못 구해 수출을 못 하는 일은 없겠네요.”
곧 컨테이너선의 시대가 올 것이라서 벌크선을 주문하는 것을 고민했었다.
‘그룹의 물동량 증가가 예상보다 더 빨라. 그것을 해외 선사에 넘기기 아깝지.’
결국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서 벌크선을 추가로 주문해야 했다.
미래 그룹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S.P.A라는 대형 유통 채널이 불러온 변화였다.
컨테이너선의 시대가 되면 대형 벌크선의 수요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겠어.’
그때가 되면 벌크선으로 곡물이나 석탄, 철광석과 같은 화물을 전담으로 운반하게 하면 된다.
‘그런 화물을 운송할 일이 많이 생길 수도 있어.’
미래를 예측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배를 대여하는 대신에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이번에 주문한 5만 톤급 벌크선으로 버티다가 컨테이너선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빨리 조선소를 만들어야겠어. 이렇게 계속 다른데 맡길 수는 없잖아.’
조선소 건설이 더 시급해졌다.
* * *
“이마바리 조선소와 선박 블록 납품에 관한 협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번에 발주를 낸 5만 톤급 벌크선의 블록을 미래 조선소에서 맡게 될 것입니다. 괜찮으면 계속 의뢰를 맡기겠다고 합니다.”
선박을 발주하면서 일거리를 받았다. 대여하는 것보다 배를 사는 게 더 나았다.
“잘되었네요. 조선소의 인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조선소의 건설과 인수를 동시에 추진했다. 마침 적당한 매물이 나왔다.
“부산 영도에 있는 조선 공사 조선소를 매입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부산에 조선소가 이미 있었다. 영도 조선이라고 불리는 조선 공사였다. 일제 강점기부터 운영된 오래된 조선소였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피폐해진 경제 상황으로 말미암아, 대부분의 선박 수요가 저렴한 일본 중고 선박의 수입으로 대체되어 발주되는 선박이 없었다.
50년대 내내 조선 공사는 변변한 선박을 건조할 수 없었다. 소형 선박이나 수리 조선만 간신히 하는 정부의 대표적인 적자 공기업이 되었다.
미래 그룹이 조선소를 건설한다고 하니 떠넘기다시피 조선소를 팔았다.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식으로 조선 공사 적자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헐값에 매입했다.
‘떠맡은 빛은 대부분 은행 대출과 차관인데…… 공짜로 대출과 차관을 받은 셈이네.’
대출과 차관을 받는 데도 돈을 주어야 하는 시대였다.
‘공으로 먹었네.’
“적자인 조선소를 떠맡게 되어 걱정이 큽니다. 회생 방안을 고민해 보세요.”
* * *
새로 조선소를 건립하는 방안과 영도 조선소를 매입하는 것을 동시에 추진했었다. 영도 조선소가 쉽게 손에 들어와서 다행이었다.
어차피 조선소를 새로 짓더라도 부산에 지을 생각이었다. 조선소를 다른 지역이 아닌 부산에 짓는 것은 재료의 운송 때문이었다.
선박의 건조에는 많은 시설과 철판이 들어갔다. 그것의 수송을 위해서는 항만 시설이 필요했다. 항만 건설에도 많은 돈과 시간이 들었다.
지금 미래 조선에서 지으려는 조선소는 소형 조선소였다. 기존의 항만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나았다. 항만 시설이 제일 잘되어 있는 곳이 부산항이었다.
영도 조선소를 국가에서 떠넘기니 감사하게 받았다. 대한 조선 공사는 적자 기업이었다. 하지만 흑자로 전환할 자신이 있었다.
처음은 이마바리 조선소에 납품할 블록을 만들 것이다.
“미래 해운과 수산의 선박 수리를 영도 조선소에서 전담하세요. 안 그래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잘되었네요.”
추가로 선박의 수리도 맡길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배들이 점검과 수리를 받을 때가 되었습니다.”
미래 그룹은 해운과 수산 회사를 가지고 있어 선박을 정비하거나 수리할 건수가 많았다.
“상사는 수주를 타진해 보세요. 해외에 소규모 선박 수요도 있을 것이에요.”
“소규모 선박 건조로는 돈을 벌지 못할 것입니다.”
선박들이 빠르게 대형화되고 있었다. 작은 배는 수주도 어렵고 만들어도 돈을 벌지 못하였다.
“투자라는 개념으로 바라보세요. 블록 제작 기술과 수리로 얻은 기술들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영도 조선소에 있는 기존의 독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구형 독은 5천 톤급 이상 건조는 힘들었다. 그것을 수리와 소형 선박 건조에 사용하려는 것이다.
‘구형 독을 놀리는 것보다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더 나아.’
“영도 조선소 옆에 대형 독을 만들 대지를 매입하세요. 대형 선박의 건조도 곧 시작할 것입니다.”
영도 조선소를 그대로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소형 선박에서 대형 선박까지 건설할 수 있게 다목적으로 만들 것이다.
추가로 신형 독도 계속 늘려 갈 것이었다. 그러려면 넓은 부지가 필요했다.
“영도는 부산 시내와 가까워 금방 집들이 가득 찰 것입니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어요.”
“알겠습니다. 근처에 부지를 확보하겠습니다.”
영도 조선소는 인근에 남포동이나 중앙동 같은 부산 시내가 가까워 빠르게 집들이 들어찼다. 이 시기가 아니면 저렴하게 용지를 매입하지 못했다.
확장이 어려운 영도 조선소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래서 거제도의 옥포나 필리핀의 수빅으로 이전을 추진했다.
영도 조선소를 크게 키울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생산성이 나오는 규모로 키울 생각이었다. 주변의 부지 확보는 필수였다.
‘조선소는 작게 시작해서 규모를 키워 갈 거야.’
이른 시기에 적은 자본으로 하려면 이 방법뿐이었다. 자동차와 다르게 방향성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