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96)
협상
1959년이 시작되자 미래 그룹에 접촉해 오는 이들이 있었다. 태창 그룹이었다. 태창은 덤핑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태창 그룹의 백 회장이 만나기를 원한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태창이 상당히 힘든 모양입니다.”
두 그룹의 화해와 덤핑 경쟁을 멈추기 위해 그쪽에서 먼저 연락해 왔다.
“이기봉의 지원도 한계에 달한 모양이네요.”
“미래 그룹과 덤핑 경쟁을 하기에는 그들로서 무리입니다.”
덤핑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격렬해졌다. 이기봉과 태창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
“나는 이 전쟁을 멈추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덤핑 경쟁이 나쁜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효과도 있었다.
치킨 게임으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으로 OEM으로 납품되는 중저가 패션 시장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다.
거기에 한국의 의류와 봉제 제품이 미국 외의 다른 미주 지역과 유럽에까지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저가 의류를 생산하던 일본 기업들이 몰락했다. 높아진 임금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것이다.
확실히 덤핑은 경쟁자를 죽이고 시장을 확대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지금은 우리에게 호기입니다. 이쪽에서 만나 줄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미국은 덤핑 방지법이 강력하고 관세를 무겁게 매겼다.
지금은 그 법의 적용이 느슨했다. 법이 강화되기 전에 덤핑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호기였다. 다만 이것은 태창에게는 괴로움이었다.
미래 그룹은 적자가 나는 태창에 비해 여유로웠다. 크지 않지만, 흑자가 유지되었다. 미래 어패럴은 덤핑이 아니었다.
‘반덤핑 조사가 들어와도 미래 그룹은 상관없어.’
원재료를 직접 생산하여 재료비를 낮추었다. 공장의 효율과 가동률을 높여서 생산 단가를 낮추었다. 주력 제품을 저가에서 중저가 시장으로 바꾸면서 판매 단가를 올렸다.
수익을 남기며 팔고 있었다. 덤핑 판매가 이제는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이 되었다.
박리다매와 원가 절감을 통한 지속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아마존이나 대형 할인점의 전략이었다.
태창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면서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했다. 여전히 매출의 –30%에 달하는 손해를 보고 팔고 있었다.
태창에게 시장 확대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시장의 확대와 함께 손해도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기봉과 태창 그룹 둘 다 그 손해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덤핑을 통한 시장 확대는 나중에 손해를 복구할 방법이 있을 때나 가능한 거야.’
미래 그룹이 건재한 이상 그것은 불가능했다.
‘둘 중 어느 쪽이 먼저 기브 업 했는지 궁금하네.’
* * *
“부회장님, 그래도 태창을 한번 만나 보시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왜요?”
“너무 궁지에 모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었다.
“여지를 남기는 것이 좋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이창동 사장의 말대로 너무 궁지로 모는 것도 좋지 않았다.
“음…… 한번 생각해 볼 문제네요.”
“저희도 이왕이면 수익을 더 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 말도 맞았다. 돈이 들어갈 일이 많았다. 번 돈은 투자금으로 모래알처럼 손안에서 금방 빠져갔다.
“알겠어요. 그들의 항복을 받아들이죠.”
이쯤에서 항복을 받아 주기로 했다. 그들이 이 상황을 더는 견딜 수 없다는 것과 항복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도 그냥 항복을 받아 줄 수는 없지. 승리의 전리품을 받아내야 해.’
치킨 게임의 승자로서 배상금을 받아내야 했다.
“태창 그룹 백 회장에게 미래 호텔에서 만나겠다고 전해 주세요.”
“약속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미래 호텔에서 두 그룹 사이의 평화 협상이 진행되었다. 말이 평화 협상이지, 실제는 점령군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 * *
“회장님께서 저를 만나기를 원하셨다고요.”
“대한민국의 떠오르는 혜성과 같은 부회장님을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백 회장은 만나자마자 아부했다. 상황이 급한 곳은 그쪽이었다. 먼저 숙이고 들어왔다.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길게 끌지 않겠습니다. 그 건 때문에 오셨지요.”
“서로 덤핑은 그만두는 것이 좋습니다. 양사 모두에 피해를 줍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만…….”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해 한 번 튕겼다.
“국가와 민족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상품이 외국에 헐값에 파는 것은 국민에 해가 되는 행동입니다.”
‘그것을 알면서 왜 먼저 시작해……. 언제나 불리하면 국가와 민족이야.’
“뭐, 지나친 경쟁은 좋지 않지요. 알겠습니다. 덤핑을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면서 얻을 건 얻고 주는 건 주는 것이 좋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양사가 납품가를 30%씩 올리기로 하시지요.”
“덤핑을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태장 회장이 당황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덤핑을 멈추는데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니요.”
그는 이쪽도 태창과 마찬가지로 손해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희는 지금 덤핑이 아닙니다.”
“…….”
그는 협상이 안되자 협박으로 나왔다.
“이대로 계속 싸우자는 말씀입니까? 그분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쩔 건데요?”
“…….”
“방법이 있었으면 회장님이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겠지요.”
“…….”
그게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온 것이다.
“그가 이 일을 일으킨 것 아닙니까?”
태창에게 덤핑을 사주한 것이 그였다. 싸움을 먼저 건 것이 그쪽이었다.
“그 사람에게 책임이 있으니, 이 문제를 책임지라고 하세요.”
“…….”
그는 이기봉에게 더는 지원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을 것이었다. 그는 협상할 패가 없었다. 그래서 태창의 백 회장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이미 이 자리에 나온 것부터 진 거야. 무조건 항복할 수밖에 없어.’
“다만 저는 그렇게 모진 사람이 아닙니다.”
그 말을 듣고 백 회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가격을 올리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네. 10% 정도만 올리기로 하시죠.”
살짝 양보했다.
“너무 적습니다. 30%는 올려야 합니다.”
“그건 어렵습니다, 회장님. 저희 입장도 생각해야지요.”
가격을 올리는데 무슨 입장이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를 바라보며 천연스럽게 대답했다.
“갑자기 납품가를 30% 올린다면 거래처에서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두 회사가 동시에 올리면 괜찮을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저가 패션 시장은 두 회사가 장악했다. 처음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방법이 없어 지금 당장은 받아들이겠지만…… 대체 거래처를 찾을 것입니다. 그러면 저희에게 마이너스입니다.”
“…….”
그 말도 틀린 말은 없었다. 납품 업체에서 갑자기 가격을 30%씩 올린다면 그들은 다른 거래처를 알아볼 것이다. 힘들게 키운 시장을 다른 업체에 줄 수도 있었다.
“그들은 언제든 싼 공급자를 찾아 나설 수 있습니다. 무리한 가격 인상은 이익이 아니라 독입니다.”
10% 정도면 거래처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10% 말입니까?”
“납품 가격은 거래처의 상황을 봐 가며 천천히 올리시지요.”
이렇게 말하면 그도 할 말이 없었다.
“음…… 알겠습니다. 대신에 이른 시일 안에 가격을 정상화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수익을 더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그것은 시장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입니다.”
“그 말을 믿겠습니다.”
그렇게 태창과의 휴전 협정이 조인되었다. 서로 납품가를 10% 올리기로 합의를 보았다. 앞으로 미래 어패럴은 20%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에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이 더 이득이야.’
태창이 계속 손해를 봐야 했다. 그는 이미 이기봉에게 더 이상 지원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 도움을 요구하면 둘 사이가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계속 귀찮게 하면 있는 정도 사라지지.’
거기에 백 회장에게 말한 대로 시장을 지키는 의미도 있었다. 양사의 덤핑 경쟁으로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은 미래 어패럴에 좋았다.
“이 사장, 거래처에 납품가를 10% 인상한다고 연락하세요. 태창도 함께 올릴 것입니다.”
“협상이 잘되신 모양입니다. 다만 거래처에서 투덜대겠습니다.”
“수익을 더 내야 한다면서요.”
“…….”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야.’
상품 가격은 내리기도 힘들지만, 올리기는 더 어려웠다. 구매자가 낮은 가격에 적응해서 가격 저항이 심했다. 순차적으로 올리는 것이 맞았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더 큰 게 기다리고 있어.’
3·15 부정 선거와 4·19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기봉과 이번 정권은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부정을 저지를 것이다.
욕망과 함께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 일은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었다.
‘그들은 권력을 쉽게 포기 못 하지.’
잠시만 기다리면…… 이기봉과 함께 태창 그룹이 함께 무너질 것이다.
태창이 가지고 있던 저가 패션 시장이 고스란히 미래 그룹으로 넘어오게 된다.
‘태창이 한동안 덤핑을 하면서 계속 그 시장을 유지해 주어야 해. 그래야 고스란히 그것을 삼킬 수가 있어.’
태창이 가지고 있던 시장까지 미래 그룹이 다 차지한 후에 천천히 가격을 올리면 되었다. 그러면 시장과 수익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었다.
독점한 시장은 가격을 올리기가 쉬웠다. 다른 업체가 파고들면 그때 다시 가격을 내리면 되었다.
적당히 수익을 조절하면서 시장을 계속해서 키워 나갈 수가 있었다. 그것이 태창 그룹에서 빼앗을 수 있는 가장 큰 전리품이었다.
‘전리품이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야. 하나 더 있어.’
치킨 게임의 승자에게는 보상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 * *
“아직 작년 실적과 결과가 안 나왔어요?”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1959년 1분기, 미래 그룹이 분주했다. 작년의 성과를 정리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일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룹이 덩치가 커져 매출과 이익을 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정되어야 작년의 이익에 따라 배당을 할 수 있었다.
미래 그룹에서 배당은 중요했다. 개인 재산이 배당으로 늘어났다. 올해 배당은 특히 중요했다.
“저도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어쩌겠어, 그렇다는데.’
초유진과 결혼 선물로 미술관을 만들어 주어야 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쓸 데가 많았다.
“부회장님, 미국에 컴퓨터가 나왔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저희도 그것을 도입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에게 컴퓨터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컴퓨터는 자그마한 공장만 했다.
민간 기업이 업무용으로 쓸 수 없는 규모였다. 아직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졌다. 사람이 계산하는 게 더 이득이었다.
“지금은 덩치만 크고 비싸기만 하지, 쓸모가 별로 없어요.”
컴퓨터가 없으니 모든 계산을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계열사별로 수익을 합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일에 많은 인원이 매달려야 했다.
‘참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능률적이야. 그렇다고 결산과 이익을 확인하지 않을 수도 없고…….’
컴퓨터가 개발되고 일반에 보급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부회장님, 저희가 개발하면 어떻겠습니까?”
‘직접 만들어 버려?’
컴퓨터에는 생각보다 훨씬 고난도의 기술들이 들어가 있었다.
‘컴퓨터도 뭘 알아야 만들지.’
“좋은 생각이지만…… 개발하는 게 쉽지 않아요.”
컴퓨터는 미래의 지식을 조금 안다고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관련 기술들이 충분히 축적되어야 했다. 지금부터 연구해도 한참 걸리는 물건이었다.
‘컴퓨터의 기초와 논리 회로가 얼마나 어려운데.’
컴퓨터는 2차 대전 때 암호 해독을 위해 개발되었다. 전쟁이 없었으면 훨씬 늦게 나왔을 것이다. 막대한 돈이 투자되었다.
거기에 암호 해독이나 컴퓨터의 기초와 관련된 분야는 천재의 영역이었다.
“지금 미국의 천재들도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고 있어요. 우리의 기술로는 무리에요.”
미국이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지만…… 그들도 아직 걸음마 단계였다. 컴퓨터는 미사일의 탄도 계산이나 우주 개발에도 필요했다.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초 기술과 돈이 엄청 필요했다. 아직 미래 그룹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직접 개발은 어렵지만…… 다른 방법이 있어.’
“때가 되면 기회가 올 거예요.”
반도체 사업을 할 적당한 타이밍을 알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일화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빨리 컴퓨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컴퓨터는 아니고, 그것을 만드는 부품 사업을 할 거예요.”
그는 부품 사업이라는 말에 실망했다.
“컴퓨터 부품이 돈이 되겠습니까?”
전 세계에 컴퓨터가 그리 많지 않았다.
“모든 집에 컴퓨터가 한 대씩 있게 되면 돈이 될 거예요.”
“……네. 그렇게 되겠죠.”
그 말을 안 믿는 듯했다. 이창동 사장에게 나는 허풍선이 남작이었다.
‘집마다 차가 한 대씩 있게 된다는 말도 안 믿더니, 이것도 안 믿네. 정말 그렇게 된다고.’
지금은 믿기 힘들지만…… 그렇게 된다. 컴퓨터의 중요 부품인 반도체 산업도 큰돈이 되었다.
“정말 부품 산업이 큰돈이 돼요.”
“……네. 그렇죠.”
‘안 믿네…….’
믿기 어렵겠지만…… 반도체 사업은 정말 큰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