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97)
산업
미래 그룹의 1분기는 작년의 성과를 결산하느라 바쁜 시기였다. 그 외에도 바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1959년 하반기의 미래 그룹에는 큰 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미래 건설이 개발한 상계와 장안 지구 아파트의 대규모 입주였다. 미래 건설에서 7월경에 아파트를 완공할 예정이었다.
“아파트 매입 자금은 어떻습니까?”
“할부 금융&보험에서 전량 매수하는 데 문제없습니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미래 건설은 할부 금융&보험에 그것을 넘겼다. 판매는 건설이 아니라 주택 금융에서 할부로 판다.
“할부 판매는 어때요?”
“매번 완판입니다.”
할부라 구매에 목돈이 들어가지 않았다. 미래 건설에서 만든 주택과 아파트는 잘 팔렸다.
미래 그룹은 선분양이 아닌 완공 후 할부 판매로 주택의 수요를 저번 회차보다 많이 증가시켰다.
“본보기 주택이 효과가 좋습니다.”
본보기 주택이 효과가 있었다. 서울 시내 요지마다 견본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주택 할부와 모델 하우스가 결합 되자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둘 다 구매 수요를 자극하는 장치였다.
거기에 미래 건설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상계와 장안 지구에 지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를 알렸다.
서울역 현대화와 여의도 개발에 함께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상계와 장안 지구의 반응은 어때요?”
“아주 뜨겁습니다.”
“언론사에 떡이라도 돌려야겠어요.”
언론사의 기사로도 많이 소개되었다. 한국에서 처음 생기는 대단지 아파트였다. 사람들이 읽기 좋아하는 기사였다.
덕분에 지역난방과 열 병합 발전소로도 널리 알려졌다.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본보기 주택마다 앞에 엄청난 줄이 생겼습니다.”
서울 시내에 견본 주택이 지어지자,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 관람객은 모델 하우스 내부의 몇 가지 물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놀란 것은 엘리베이터도 효율적인 지역난방 시스템도 아니었다. 그것들은 애초에 견본 주택을 보고 알기 어려웠다.
안내 책자에 적힌 내용을 보고 ‘음…… 그렇구나’, ‘이거…… 괜찮겠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이었다.
그런 것들은 실제로 입주하고 살아 봐야 편리한 것을 알았다.
“세탁기와 전기레인지가 다들 신기한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정작 놀란 것은 세탁기와 전열(傳熱) 조리 기구였다. 아파트마다 세탁기와 전기레인지가 무상으로 설치가 되어 있었다. 미래 전자에서 그것을 만들어 모델 하우스마다 설치했다.
“세탁기는 여인들이 꿈에 그리는 물건이 될 거예요.”
세탁기는 여성에게는 매력적인 가전 기기였다. 가사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가정일 중 가장 힘든 노동이 빨래였다.
세탁기는 서울의 일부 부자들은 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서 못 사는 물건이었다.
―식모를 쓰면 되는 것을 비싼 세탁기를 왜 쓰는지 모르겠군.―
―그러게, 전기료도 만만치 않을 건데.―
―사용하지 않고 집에 그냥 모셔 두겠지. 세탁기가 있다고 사람들에게 잘난 척하고 싶은 거야.―
―그렇겠지. 손빨래를 하면 되는 것을……. 전기료가 아깝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식모를 쓰는 것이 더 이득인 세상이었다.
비싼 가격에 여성들에게는 꿈과 같은 물건이었다.
“공짜로 준다는 말에 다들 난리입니다.”
비싼 세탁기를 공짜로 준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공짜는 아니지. 집값에 다 포함된 거야. 할부라서 그것을 느끼기가 어려울 뿐이고.’
아파트 판매가는 옵션이 다 포함된 가격이었다.
“맞아요. 공짜나 다름이 없지요.”
세탁기는 아파트 가격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았다. 미래 전자에서 생산하기에 가격도 수입품보다 훨씬 저렴했다.
‘모터나 주요 부품을 국산화해야 더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어.’
* * *
전기레인지는 사람들에게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장작과 아궁이를 사용하는 집이 많았다.
집안에 아궁이와 조리 기구가 없는 것에 사람들이 당황했다. 거기에 전기레인지가 아궁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설명에 더욱 놀랐다.
이것은 아직 미국에도 보편화되지 않은 기구였다.
“실용신안을 내었습니까?”
“특허는 어려워도 실용신안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특허는 이미 있었다. 전기레인지를 구성하는 원리도 이미 잘 알려진 기술이었다. 특허는 어려워도 실용신안은 가능했다.
전기가 풍족한 미국은 전열 기구를 난로로 사용했다. 하지만 조리 기구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을 끓이는 데 쓰는 전기 포트가 유일했다. 전기레인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발명에는 의외의 구멍이 있어.’
원리는 같은 것인데도 다른 분야에 늦게 적용되는 것이 많았다.
―연기도 안 나는 것이 빠르게 물을 끓이네.―
―불이 없이 음식을 만들다니.―
전기레인지 사용법을 시연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충격받았다.
뜨거운 불이 없고 매캐한 연기가 안 나는 주방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세탁기와 함께 여성들이 열광했다.
‘물건을 팔려면 여성을 대상으로 해야 해.’
실제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결정하는 데는 여성의 영향이 컸다.
그것은 집도 마찬가지였었다. 상계와 장안 지구의 아파트들은 여성들에게 꿈의 집으로 떠올랐다.
“제 아내도 그것들을 보고 아파트로 가자고 난리입니다.”
* * *
럭키 그룹에서 샛별 전자를 만들면서 가전 사업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래 그룹도 가전 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하고 있었다.
―럭키 그룹이 가전 사업에 뛰어든다고 하더군요. 미래 그룹도 가전 사업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저희가 가전 사업 말입니까?―
―럭키가 하는데 우리도 못 할 것이 없어요.―
재벌은 문어발이었다. 돈 되는 분야에는 다 뛰어들었다. 가전과 반도체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먹거리였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가전과 전자는 자동차나 정유만큼 큰 시장이었다. 언젠가는 해야 했다.
―저도 럭키 그룹에서 라디오를 만드는 공장을 짓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 시대에 전자 및 가전제품을 만든다고 하면 무조건 라디오였다. 라디오는 신문만큼 사람들이 중요한 정보를 얻는 도구였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가장 먼저 라디오부터 구매했다. 한국에서는 산요에서 만드는 일제 라디오가 인기였다.
럭키 그룹도 샛별 전자를 설립하여 산요 라디오를 모방한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
―저희는 미국에 S.P.A가 있으니, 라디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벌써 라디오 같은 제품을 생산하여 전 세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소형 가전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일제 가전제품이 잘 팔린다고 합니다.―
세탁기나 냉장고와 같은 대형 가전은 아직 G.E나 월풀과 같은 미국의 메이커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소형 가전 쪽은 일본이 빠르게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라디오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다지 끌리지 않는군요. 단가가 낮고 이윤도 크지 않아요.―
―소형 가전이 시작하기도 쉽고 수요가 많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은 비싼 가격에 수요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냉장고와 세탁기는 생각보다 제대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일본이 손쉬운 소형 가전에서부터 시작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
―뭐, 이 사장의 말대로 소형 가전이 수요도 많고 시작하기는 쉽지요. 그러나 경쟁자가 너무 많아요.―
―그건 맞습니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하지만 많이 팔 수 있으니 그쪽이 낫지 않습니까?―
―돈이 되지 않아서 그다지 끌리지 않네요.―
지금 라디오를 만들어서는 큰돈이 안 되었다. 아니, 돈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최고의 재벌이 되려면 뭔가 남달라야 했다.
럭키의 샛별 전자와 일본의 업체와는 다른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싶었다.
―대형 가전 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형 가전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일명 백색 가전이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같은 것이었다.
백색 가전은 전자뿐만 아니라 기계 공업, 냉동 공조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어 확장성이 좋았다. 소형 가전과 또 다른 장점이 있었다.
―세탁기입니다.―
―부회장님, 죄송하지만…… 저희는 세탁기를 만들어 본 경험과 기술이 없습니다.―
―경험과 기술은 축적하면 됩니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세탁기에는 모터가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모터를 만들어 본 적이 있지 않습니까? 기계들과 발전소에 들어가는 모터요.―
모터는 약방의 감초였다. 안 들어가는 곳이 별로 없었다. 전기로 구동되는 곳에는 다 모터가 들어갔다.
―그건 그렇지만…… 그것들은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미래 그룹에는 기계 공업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공장과 발전소에 들어가는 모터에서부터 식품을 만드는 기계에 들어가는 모터까지 생산했다.
하지만 그것과 세탁기에 들어가는 모터는 또 달랐다. 만들 수는 있지만 G.E나 월풀에서 만드는 세탁기처럼은 잘 만들기는 어려웠다.
그것에는 노하우가 필요했다. 모터 기술의 발전에 세탁기가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당장 자력으로 세탁기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미래 그룹이 가진 기술로 세탁기를 만들면 팔만한 물건이 안 나왔다. 한국의 가전 메이커가 G.E나 월풀의 세탁기를 대체하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G.E나 월풀에서 기술을 이전받고 공장을 설립하는 데 도움을 받아야지요.―
―하지만 그들이 쉽게 기술을 이전해 주고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돕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그들에게 제안해야지요.―
―무엇을 제시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들에게 세탁기를 만드는 모터와 중요 부품을 6만 대 분 이상 구매한다고 제시할 것입니다.―
―6만 대 이상 말입니까? 지금 한국에 그것을 살 만한 수요가 없습니다. 혹시 S.P.A를 통한 수출을 생각하십니까?―
―수출한다고 하면 부품과 기술을 넘기지 않을 겁니다.―
G.E나 월풀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전자 회사도 피곤한데 경쟁자가 추가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특히 백색 가전은 그들의 주력이었다.
―국내에도 충분한 수요가 있어요.―
―그렇게 비싼 물건을 살 수요가 국내에 많다는 말이십니까?―
이창동 사장은 아직 눈치를 못 챘다.
―다른 회사는 몰라도 미래 그룹은 그런 수요를 가지고 있잖아요.―
―대체 어디에 말입니까?―
곧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곳이 있었다.
―상계와 장안 지구의 6만 채의 아파트가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 기본으로 비치할 생각입니다.―
―그 비싼 물건을 말입니까?―
―왜, 안될 게 무엇이 있습니까? 할부로 비싼 아파트도 사는데, 세탁기가 하나 추가된다고 표가 나겠어요?―
이창동 사장도 곰곰이 생각했다. 그도 아파트의 옵션 판매의 효과를 깨달았다.
아파트에 오븐이나 식기 세척기, 냉장고 등이 있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이 아파트의 가격을 올리지만, 고가의 상품은 옵션 가격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아! 역시 부회장님은 생각이 남다르시군요.―
‘미래에는 다 아는 거라고……. 대출로 비싼 아파트를 사면 그런 기본 옵션들이 돈 같이 느껴지지 않는 법이야.’
대출이나 할부나 비슷했다. 당장 목돈이 안 나갔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을 수 있었다.
―할부면 소도 잡아먹을 거예요.―
아파트나 집값에 비하면 세탁기는 비싸게 안 느껴졌다. 게다가 당장 내는 것도 아니었다.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서 그 돈을 다 갚을 수 있었다. 집값은 계속 오르는 추세였다. 아파트에 세탁기를 끼워 팔 생각이었다.
―세탁기 6만 대는 쉽게 팔 수 있어요. 이건 최소 수량입니다.―
이미 6만 대의 세탁기를 팔 곳이 예정되어 있었다.
추가로 아파트가 지어지면 세탁기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자체 기술이 쌓여 독자 모델을 개발하면 S.P.A를 통해서 미국에 팔 수도 있었다.
―그 조건으로 G.E나 월풀과 협상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그 조건이라면 협상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그에게 추가로 지시할 것이 있었다.
―아! 그리고 럭키 그룹에 연락하세요.―
―럭키 그룹은 무슨 일로 말입니까?―
―세탁기의 껍데기는 럭키 화학에 주문하는 것이 더욱 저렴할 것이니까요.―
―럭키 그룹은 경쟁자 아닙니까?―
―그들과 다른 가전으로 진출할 거예요.―
럭키는 일본과 같은 소형(갈색) 가전으로 시작한다. 미래 전자는 대형(백색) 가전으로 시작했다. 한동안 겹칠 일은 없었다.
럭키 화학은 플라스틱과 PVC,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다. 세탁기에 들어가는 많은 부품을 만들 수 있었다.
―세탁기의 제조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낮춰야지요.―
―아…… 알겠습니다. 그곳에 연락하겠습니다.―
미래 그룹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장이 없었다. 화학과 정유 공장을 갖추기 전에는 가전에 필요한 플라스틱은 그곳에서 공급받을 것이다.
미래 그룹이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기계 공업에도 연락하세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부품은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해요. 세탁기를 언젠가는 자체 생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기계 공업에 꼭 전하겠습니다.―
가전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미래 전자의 첫 제품 중의 하나는 세탁기가 될 예정이었다.
세탁기를 잘 만들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