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Expenses RAW novel - Chapter 1
총비사용수책 1권
지은이 : 풍하유월
발행일 : 2022-03-04
ISBN : 979-11-399-0313-3
Copyright ⓒ 2015 by 風荷游月 FengHeYouYue
Originally published in Chinese as CHONGFEISHIYONGSHOUCE
by Beijing Jinjiang Original Network Technology Co.Ltd., Beijing,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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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Korean translation edition © 2022 by Mstoryhub Co.,Ltd., Seoul,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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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삼월. 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가 성경성(盛京城)을 적셨다. 비는 보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낮잠을 자던 시녀 금루(金缕)는 뭔가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는 방 안을 죽 둘러보았다. 아가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한상(羅漢床, 긴 의자 겸 침상)에서 주무시고 계셨는데, 그 사이에 어디 가신 거지?
금루는 허둥지둥 일어나서 유동산(油桐傘)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금사(金詞)와 금각(金閣)을 불러 같이 찾아볼 생각으로 문턱을 넘었을 무렵이었다. 낭하의 오지기와 아래, 대여섯 살의 여자아이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여자아이는 담녹색으로 수놓인 단유(短襦, 짧은 상의)에 나비들이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문양의 월백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외모가 어찌나 빼어난지 긴 속눈썹은 부드럽게 위로 올라갔고, 오므린 분홍빛 입술은 자기로 만든 인형의 것처럼 고왔다.
머리는 동그랗게 틀어 올려 붉은 비단으로 묶었고 그 아래에는 금방울 두 개를 매달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아이가 고개를 돌리자 방울이 따라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
곧 금루와 아이의 눈이 마주쳤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눈이었다. 먹구름 사이로 나온 한 줄기 햇살이 맑은 호수를 비추듯 저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금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태연한 아이를 보자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아가씨, 왜 나와 계세요? 비가 계속 오는데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시려고요!”
위라(魏蘿)는 말없이 금루를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금루가 옆에서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없었다. 그저 처마 너머로 내리는 비만 계속 쳐다볼 뿐이었다.
금루는 의아했다. 아가씨가 어제 아침 열이 내린 후부터 좀 이상했다. 평소 활발하고 귀여운 아가씨는 누구한테나 잘 웃고 말도 잘해서 잠시도 조용히 있질 않으셨다. 하지만 어제부터 통 말이 없었다.
‘열 때문에 머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금루는 이런 생각을 떠올린 자신을 속으로 질책했다. 말도 안 되지. 아가씨가 얼마나 총명하신 분인데. 그런데 오늘은 또 왜 이러실까?
금루는 아가씨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없었다. 결국엔 수가 놓여 있는 앵두색 배자를 방에서 들고 나와 위라에게 덮어 주며 넋두리만 할 뿐이었다.
“열흘도 넘게 비가 오네요. 언제까지 오려나.”
성경성은 매년 삼월에 장마가 찾아왔다. 그때쯤이면 온 집안이 눅눅해져 불쾌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금루도 말을 꺼내면서, 위라가 대답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섯 살짜리가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아마 비 구경이 재미있어서 나와 앉아 계신 거겠지.
그러나 위라는 듣자마자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뽀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내일이면 그칠 거야.”
미소를 짓자 그녀의 양 볼에 보조개가 폭 패었다. 위라가 평소 미소를 지을 때면 보조개와 까맣고 빛나는 눈동자가 어우러져 한없이 천진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는 보는 사람들을 절로 흐뭇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의 미소는 아무리 봐도 어딘가 이상했다. 다만 금루는 도저히 어디가 이상한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예전과 다른 건 확실했다.
아가씨의 웃음은 뜰에 핀 장미보다 찬란했다. 노태야(老太爺)도 아가씨가 웃는 걸 제일 좋아할 정도였다. 그녀의 웃음에는 다른 사람의 기분도 좋게 만드는 전염력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웃고는 있지만 원망을 품은 듯한 독기가 눈동자를 스쳤고, 어두운 기운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이렇게 작은 아이가 원망이 뭔지는 알까?’
“어찌 아셔요?”
금루가 그 미소를 관찰할 새도 없이, 위라는 금세 웃음기를 거두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녀는 턱을 괴고 무심하게 말했다.
“그냥 적당히 맞혀 본 거야.”
금루는 더 묻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분명 자신이 잘못 본 게 틀림없다. 어릴 때부터 부(府) 안에서 자란 아가씨가 도대체 누구와 척을 질 일이 있다고 그리 남을 원망하겠는가? 게다가 이렇게 어린데. 금루가 웃으며 화제를 바꿨다.
“부엌에 이제 막 만든 행인두부(杏仁豆腐, 두부와 비슷하게 생긴 달콤한 후식)가 있어요. 계화 꿀 즙이랑 흑설탕 즙 중에 뭘 드시고 싶으세요?”
위라는 드디어 흥미가 생겼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계화!”
역시 아이는 아이였다. 맛있는 음식 얘기를 하니 다른 건 다 잊어버린 듯했다. 금루는 위라에게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하고 음식을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
금루가 떠난 후, 위라는 피풍(披風)을 두른 채 낭하에 조금 더 앉아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두 다리를 흔들자 목단화가 새겨진 붉은 비단신이 빗물에 젖어 들었다. 허리를 숙여 손수건으로 가리려 했지만 다 가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심통이 나 아무렇게나 손수건을 내던져 버렸다. 젖을 테면 젖으라지.
순간, 전생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금루의 추측은 정확했다. 위라는 예전의 위라가 아니었다.
그렇게 삶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눈을 감자마자 자신이 여섯 살이던 시절로 돌아왔다. 그녀의 전생은 죽을 때도 원한이 가슴에 사무칠 만큼 너무나도 불행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온 건 하늘이 그녀에게 내린 은혜일지도 몰랐다.
위라는 영국공부(英國公府)의 넷째 아가씨로 태어났다. 그녀의 부친은 영국공 위장춘(魏長春)의 다섯째 아들 위곤(魏昆)이었으며,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그녀에게는 위상홍(魏常弘)이라는 남동생이 있었다.
쌍둥이가 태어날 때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국공야(國公爺)는 기쁜 나머지 거리의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라 했고, 국공부 앞은 사흘 밤낮을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하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위라와 상홍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어머니가 없었고, 부친 위곤은 이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곧장 후처를 들였다. 후처는 충의백(忠義伯) 부인의 친정 조카딸로, 이름은 두월영(杜月盈)이었다. 영국공부에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쌍둥이보다 한 살 어린 위쟁(魏箏)이라는 딸을 낳았다.
두 씨는 위라에게 자상했고 그녀를 친딸처럼 아꼈다. 맛있는 것, 재밌는 것이 있으면 늘 그녀를 챙겼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겉보기에 그랬다는 얘기다.
위라는 예전의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딸도 아닌데 어떻게 친딸처럼 아껴 주길 바란단 말인가?
두 씨는 겉으로는 그녀를 잘 먹이고 잘 입히며 그녀를 챙겨 주었을지언정, 속으로는 언제나 그녀와 상홍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했다.
여섯 살이 되던 해의 상사일(上巳日, 음력 3월 3일), 두 씨는 어린 위라를 성경성 바깥의 외진 숲속으로 데려갔다. 그곳에 인신매매업자가 진즉부터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위라는 순진하게 두 씨에게 어디로 놀러 가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그녀가 위험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여섯 살짜리 소녀가 어른들을 피해 달아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그녀는 계곡 앞에서 두 씨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두 씨가 데려온 어멈 둘이 양쪽에서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들은 위라가 돌아가서 허튼소리를 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위험의 싹을 잘라 버리고자 아예 그녀를 죽인 후 계곡에 던져 버리기로 결심했다.
그날 두 씨가 자신의 목을 조르던 그 순간을, 위라는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낯설고도 잔인했다.
하지만 주어진 명이 길었는지, 다행히도 위라는 죽지 않았다. 물길을 따라 떠내려가던 그녀는 어느 마을에 다다랐고, 한 민가에서 길러졌다.
영국공부 넷째 아가씨에서 순식간에 농민의 자식이 되어 버린 그녀는 이럭저럭 열다섯 살이 되었다. 열다섯이면 시집을 가야 할 나이였지만, 그녀는 아무한테나 시집가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그 무렵쯤 자신의 원래 신분도 생각이 난 터라 영국공부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 당시 두 씨가 아버지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위라의 실종 사건은 긴 세월이 흐르도록 아무런 소란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하지만 위라는 아버지가 자신을 보자마자 바로 딸인 걸 알아보고 자신을 데려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제 착각일 뿐이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보기는커녕, 되레 두 씨 모녀에 의해 얼굴이 망가지기만 했다. 결국 홀로 이리저리 떠돌던 그녀는 중병을 얻어 눈을 감고 말았다.
그러고 다시 눈을 떠 보니 지금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절망적인 삶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과거로 돌아왔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결정할 기회를 얻었다. 주위 사람들의 속내까지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다시는 예전의 길을 따라가지 않을 작정이었다.
금루가 행인두부를 들고 돌아왔을 때, 위라의 비단신은 잔뜩 젖어 있었다. 금루는 깜짝 놀라며 쟁반을 금사와 금각에게 건넸다.
“아가씨가 비를 맞으시는데 그렇게 보고만 있었니? 잘 타일러야지!”
금각이 투덜거렸다.
“말씀을 드려도 아가씨께서 들으셔야 말이죠…….”
금루가 노려보자 금각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금루는 위라를 시중드는 대시녀였다. 올해 열셋인 그녀는 다른 시녀들보다 몇 살이 많았다. 게다가 성격도 차분해 시녀들 사이에서는 위엄이 있는 편이라, 그녀의 말이라면 다들 잘 들었다. 제 아가씨를 정성껏 모시는 그녀는 위라가 비 맞는 걸 보고 위라의 몸을 얼른 일으켰다.
“아가씨, 얼른 방으로 들어가세요. 계속 여기 있다간 또 병이 날 수도 있어요.”
위라는 고개를 숙인 채 증오로 가득 찬 눈빛을 거뒀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동자에는 영리해 보이는 웃음기만 남아 있었다.
“금루 언니, 상홍이는?”
상홍은 위라보다 약간 늦게 태어난 쌍둥이 남동생으로, 두 사람은 외모부터 활달한 성격까지 많은 면이 닮아 보통 남매보다 훨씬 친했다.
평소였으면 상홍이 벌써 그녀를 보러 왔을 텐데, 오늘은 웬일인지 아직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다. 위라는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물어봤다.
금루는 제 동생을 찾는 위라의 말에 걱정 말라는 듯 대답했다.
“마님께서 아가씨 아픈 게 도련님한테 옮을까 봐 걱정된다고, 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보고 싶으시면 얼른 나으면 돼요. 그럼 도련님이랑 놀 수 있어요.”
이게 바로 두 씨의 계획이었다. 위라와 상홍을 이간질해 멀어지게 만드는 것. 그래서 전생에서 위라가 갑자기 실종되었을 때도 상홍은 두 씨를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