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Expenses RAW novel - Chapter 12
제12화
상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시녀 하나가 그의 면전에서 무심결에 내 배 아파 낳은 자식과 아닌 자식은 엄연히 다르다는 식의 얘기를 흘렸으니까. 그는 그 말을 잊지 않았다.
다른 동갑내기에 비해 생각이 깊은 그는 여태껏 이 일을 위라에게 말한 적이 없었으나, 결국 그 또한 여섯 살짜리 아이였다. 혼자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가지 않으니 결국 위라에게 물어보게 된 것이다.
위라는 그의 손을 잡고 창가로 데려와서는, 창밖에서 하인들이 맞는 모습을 보여 주며 신나게 대답했다.
“맞아. 우리 어머니가 아니야. 위쟁의 어머니지.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 여자를 어머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멀리해. 나쁜 사람이야.”
그는 비록 선과 악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위라를 괴롭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얌전히 알았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가만히 있던 그가 의문이 가득 담긴 눈으로 또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 어머니는 누구야? 어디 계셔?”
위라도 실제로 본 적은 없어 강묘란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입을 열었다.
“죽었어.”
* * *
그날 오후, 영국공 위장춘과 태부인이 진정(眞定)의 고향에서 돌아왔다. 두 사람은 돌아오자마자 집안에 큰일이 났다는 얘기를 듣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하기 위해 다급히 모두를 화청으로 불러 모았다.
위곤은 단호하게 아내를 내쫓겠다고 했다. 얼마나 단단히 결심했는지 형님들이 아무리 타일러도 동요하지 않았다.
한편 두 씨는 낮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후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셋째 부인이 의원을 데리고 살펴보러 갔지만 아직 소식이 없었다.
영국공 위장춘은 쉰이 넘은 정직한 노인이었다. 그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화를 내며 책상을 내리쳤다.
“두 씨는 어찌 이리 어리석단 말이냐!”
그의 곁에는 팔복(八福) 문양이 새겨진 짙은 자주색 비갑(比甲, 소매가 없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옷)을 입고, 머리에 금사가 수놓인 벽새(碧璽) 장식 말액(抹額, 머리띠)을 한 태부인 나옥소(羅玉素)가 있었다. 그녀 또한 이번 일에 충격이 큰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두 어멈이 자기 혼자 꾸민 일이라고 했다던데, 정말 두 씨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냐? 두 어멈은 지금 어디 있느냐?”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넷째 부인 진 씨가 말했다.
“다섯째 나리께서 곤장 수십 대의 벌을 내리셨습니다. 버티기 힘들었는지 이젠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정도이며, 다른 하인들과 같이 나뭇간에 갇혀 있습니다.”
위곤의 명령대로였다면 두 어멈은 맞아 죽어야 했다. 하지만 두 씨가 쓰러지면서 아수라장이 되는 바람에, 이 틈에 셋째 부인이 곤장 때리는 하인들에게 멈추라고 지시한 후, 두 어멈을 나뭇간에 데려다 놓았다. 영국공과 태부인이 돌아온 후 처분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태부인이 사람을 시켜 두 어멈을 데려오게 했다. 두 어멈은 진흙 덩어리처럼 바닥에 엎어져 숨을 헐떡였다. 형벌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태부인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꾸짖듯 물어보았다.
“어떻게 혼자 이 모든 걸 준비한 게야? 다시 한번 자세히 말해 보거라.”
두 씨를 향한 두 어멈의 충성심은 한결같았다. 그녀는 모든 걸 자신이 뒤집어쓰며, 두 씨를 보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낮에 했던 얘기를 되풀이하면서 모든 잘못이 자기에게 있다며 울며불며 아뢰었다.
“마님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마님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이 늙은 것을 너무 믿은 죄밖에는 없습니다. 제발 우리 마님을 용서해 주십시오…….”
태부인의 손짓에 하인들이 두 어멈을 다시 나뭇간으로 데려갔다.
방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대노야 위민이 생각 끝에 정적을 깨며 말문을 열었다.
“아우는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떠냐. 두 어멈 말처럼 제수씨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는데 내쫓는다면, 앞으로 우리와 충의백부 사이가 껄끄러워진다. 아버님께서도 충의백과 수십 년의 우정이 있으신데…….”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같았다. 충의백이란 지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낮다고도 할 수 없었다. 충의백은 지금 영(寧) 귀비(貴妃)의 종친이었고, 영 귀비는 숭정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영국공부의 권세가 아무리 막강한들 영 귀비의 미움을 사는 행동을 굳이 하고 싶진 않은 것이다…….
위곤이 벌떡 일어나더니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
“형님께서 아무리 말씀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아라와 상홍이가 막 태어났을 때,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으니 저더러 두 씨를 들이라 권하셨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새 어미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어미 역할을 이런 식으로 해 왔네요. 오늘 일이 두 씨와 상관이 있든 없든, 전 오늘 그 사람을 내쫓아야겠습니다!”
위민은 입을 벌렸지만, 아우에게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이 있어 다른 말을 하기도 민망했다.
그의 오른쪽에 있던 삼노야(三老爺) 위창(魏昌)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위민이 그가 주먹을 휘두를까 봐 걱정되어 고개를 돌리고 엄하게 그를 위협했다. 다행히 위창도 상황 파악은 되었는지 얌전히 있었다.
위민은 두 아우 때문에 늘 골치가 아팠다. 육칠 년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없었다. 여자 하나가 이렇게 큰 화근이 될 줄이야.
예전에 위곤이 강묘란을 집으로 데리고 왔을 무렵, 영국공부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형제가 한 여자를 좋아하고 있던 것을.
두 사람은 강묘란 때문에 툭하면 주먹다짐을 했다. 위곤과 강묘란이 혼인한 후, 형제 사이는 좋아지기는커녕 더욱 냉랭해져서 지금까지도 그 얼음이 녹지 않았다.
셋째 위창이 보기에 위곤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아낄 줄 모르는 망나니였고, 다섯째 위곤이 보기에 위창은 동생의 아내나 넘보는 미친놈이었다. 그러니 이들을 바라보는 위민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한참 동안 소식이 없던 셋째 부인이 의원을 데리고 들어왔다. 이상하게도 류 씨의 안색이 미묘했다. 그녀는 영국공과 태부인에게 예를 갖춘 후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아버님, 어머님. 방금 의원이 동서를 진찰했는데… 아이를 가졌답니다.”
화청 안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런 시기에 두 씨가 회임을 하다니,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녀가 문간에서 쓰러졌을 때, 사람들은 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진 거라고만 생각했지, 아이를 가졌을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원이 진찰해 보더니 두 씨가 회임을 한 게 확실하며 이제 한 달 반 정도 되었다고 알렸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태부인이었다. 그녀가 의원에게 물었다.
“어떤가, 태아는 괜찮은가?”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태기가 있는 정도입니다. 다섯째 부인께 처방을 내드렸으니, 처방에 따라 며칠 약을 드시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태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막내아들 위곤을 쳐다봤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두 씨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운 좋게도 그녀의 배 속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모두 그녀가 이번 일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회임 소식이 알려지다니. 이런 시기에 그녀를 충의백부로 돌려보낸다면, 충의백부 사람들이 이를 마음에 담아 둘 것은 틀림없었고, 영국공부 역시 평판이 나빠질 게 분명했다.
두 씨를 쫓아내는 일을 바로 진행하기엔 어려울 것 같았다. 최소한 기한이라도 늦춰야 했다.
태부인은 위곤을 타이를 참이었다.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태부인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위곤이 관모의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바람처럼 화청을 나가 후원 쪽으로 가 버리는 게 아닌가.
태부인은 그가 두 씨에게 화를 내러 가는 줄 알고 첫째 아들과 셋째 아들에게 얼른 그를 막으라고 했다. 그러나 셋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전혀 동생을 막을 생각이 없다는 듯, 경멸조로 말했다.
“자기 여자 하나 제대로 관리 못 하는데, 왜 저와 형님이 도와야 합니까?”
대노야가 소리쳤다.
“아우야!”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제발 그만 좀 할 수 없나? 형제간에는 하룻밤을 넘기는 다툼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 녀석들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이럴 작정인지!’
태부인은 셋째 때문에 화가 나서 숨을 몰아쉬며 그에게 마구 삿대질했다.
“막내가 날 화나게 하더니, 이젠 너까지…….”
위창도 어머니가 안쓰러웠다. 그가 화내는 상대는 태부인이 아니라 위곤이었으니까. 결국, 그는 태부인에게 죄송하다며 몇 마디 사과를 드린 후 화청에서 나갔다.
화청 바깥으로 나서자 작고 마른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아이가 입은 연두색 옷은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아이가 작은 얼굴을 위로 들자 호기심이 가득한 촉촉한 눈망울이 드러났다.
“백부님, 저도 들었어요. 부인이 아기를 가진 거예요? 남동생을 낳는 거예요?”
그 아이는 위라였다. 화청에 들어갈 수 없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싶어 문밖에서 몰래 엿들은 것이다. 두 씨가 회임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위라는 분노보다 놀라움이 더 컸다.
아마 전생에서 두 씨가 위라를 잃어버렸는데도 벌 받지 않은 이유는, 다섯째 부인으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리라.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두 씨는 호국사에서 돌아오자마자 자신이 회임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곤은 그녀가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에 분노했지만, 배 속의 태아를 생각해 더는 자극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때는 위라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다. 위곤은 두 씨를 의심하면서도 그녀의 음모를 까발릴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두 씨가 아이를 낳으면서 위라의 일은 과거의 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들은 차츰 그녀를 잊었다. 두 씨의 아이들, 위쟁과 위상미(魏常彌)만 기억했다. 위라와 위상홍은 두 씨에게는 걸림돌일 뿐이었다. 걸림돌은 없애지 못하면 걸려 넘어지지만, 없애기만 하면 그들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그러고 보니 두 씨가 전생에서 아들을 낳았었지. 날짜를 계산해 보면 딱 이때쯤이었어.’
두 씨는 아들을 이용해 위곤의 마음을 붙잡아 두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아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었으며, 잘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종일 주색에 빠져 방탕하게 시간을 보내고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전형적인 부잣집 한량이었다.
어릴 때부터 너무 감싸고 돌기만 해서인지 아이가 다 자란 후 바른길로 가도록 가르치려고 해도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라는 두 씨의 아들이 사람을 때려죽이는 걸 두 눈으로 목격했다. 죽은 사람은 서왕(瑞王) 세자(世子)의 곁을 지키는 가노로, 서왕 세자는 이 사실에 화가 나서 관아에 그를 고발해 버렸다. 결국 그는 옥에 갇혔고, 후에 들리는 얘기로는 옥중 생활이 아주 고됐다고 했다.
문득 위라는 나쁜 생각임은 알지만 제게 저런 동생이 있었으면 백번 죽어도 아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