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Expenses RAW novel - Chapter 171
제171화
이번엔 강하고도 다급했다. 조개의 가슴은 위라보다 훨씬 뜨거웠다. 위라는 달궈진 화로를 끌어안은 기분이었다. 타오르는 불꽃이 그녀를 금방이라도 녹여갈 듯했다. 위라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너무 오랜만이어서인지 금방 끝이 나자, 그녀가 숨을 가볍게 몰아쉬었다. 그러나 한숨 돌리기도 전에 조개는 금세 정신을 차리더니 그녀를 곡수(曲水) 문양이 수놓인 커다란 영침에 눕히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까처럼 빨리 끝나지 않았다.
위라가 조개의 어깨를 깨물고는 애처롭게 흐느꼈다.
“살살해요.”
뻔뻔하기 짝이 없는 조개는 그녀의 말을 듣기는커녕 일부러 더 강도를 높였다.
반 시진 후, 위라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땀에 흠뻑 절어 영침에 쓰러졌다. 금사로 목단화가 수놓인 붉은 외투를 덮으니 그녀의 백옥 같은 발이 더욱 도드라졌다. 조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작은 발을 받치고 다리를 벌렸다. 위라가 곧장 경계 태세에 돌입하며 구석으로 몸을 웅크렸다.
“안 돼요.”
간드러진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조개가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닦아 주려는 것이다. 안 그러면 옷을 어찌 입으려고?”
위라는 잠시 멈칫하다 그가 하는 대로 두었다. 다만 다른 곳을 보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마부가 들었을 것만 같았다. 조금 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 버렸기 때문이다. 도무지 밖으로 나갈 면목이 없었지만, 마차는 멈추지 않고 움직여 통주에 도달했다. 천선산 꼭대기에 도착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산장의 관사가 일찌감치 하인들을 이끌고 나와 입구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조개는 마차에서 내려 관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위라는 금루와 백람을 마차 안으로 불러 옷 입는 걸 도와 달라고 했다.
이미 상황 파악을 끝낸 금루와 백람은 눈치껏 조용히 할 일만 했다.
위라가 묵을 곳은 지난번과 같은 방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번엔 혼자 묵었지만 이번엔 조개와 함께 묵는다는 점이었다.
조개는 처리해야 할 공무가 있어 하룻밤만 머물고 수로 건설을 감독하러 바쁘게 길을 나섰다.
위라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다가 반 시진 동안 온천에 몸을 푹 담갔다. 그 후엔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하얗게 눈이 쌓인 산꼭대기를 잠시 바라보다, 테두리에 여우 털을 두른 외투를 입고 손난로를 받친 채 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양옥용과 함께 여기서 석 달을 지낸 터라 어디가 가장 놀기 좋은지 훤했다. 다만, 혼자 있으니 확실히 재미가 덜했다.
낭하를 걷는데, 뜰 안에 있는 소나무 아래 회갈색 다람쥐 한 마리가 보였다. 앞발로 솔방울 하나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라도 금세 흥미가 생겨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금루, 여기에 솔방울도 있어?”
“제가 들어가서 찾아볼게요.”
아쉽게도 다람쥐는 금루가 돌아오기 전에 나무 위로 올라가더니 뜰 바깥으로 도망가 버렸다.
위라는 아쉬웠다. 그날 저녁 조개가 돌아왔을 때, 그에게 다람쥐 얘기를 해 주었다.
조개가 웃으며 말했다.
“원하면 내일 한 마리 잡아다 주마.”
위라가 황급히 거절했다. 다람쥐는 어쩌다 한 번 보면 충분했다. 정말 키우자면 자신이 없었다. 문득 예전에 조개가 그녀에게 녹송석 다람쥐 장식을 줬던 게 생각나 옷궤를 뒤져서는 조개에게 보여 주며 물었다.
“그땐 미처 못 여쭤 봤는데, 이거 저한테 왜 주신 거예요?”
조개는 이번엔 그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꼬집으며 낮게 웃었다.
“그때 네가 내 마차에서 잣을 잘 먹지 않았더냐. 바스락거리는 게 꼭 다람쥐 같았는데.”
그런 거였군. 위라는 갑자기 다람쥐가 별로 귀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천천히 대답했다.
“아.”
아가씨의 표정이 이렇게 빨리 바뀌다니. 조개가 웃음을 터뜨렸다.
“다람쥐 본 것 말고, 오늘 다른 건 뭘 했느냐?”
위라는 나긋나긋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에는 그를 침상으로 밀어젖혔다.
“얼른 주무세요.”
천선산에서 통주성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고, 마차로도 한 시진이 넘는 거리였다. 조개는 매일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야 했지만, 통주성에 머무르지 않고 매일 오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통주 지부가 몇 번이나 초대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당연히 어린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닷새 정도가 지나고, 조개에게 드디어 반나절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그는 위라의 옆에 딱 붙어서 그녀를 안고 창가에 앉아 눈을 감고 쉬었다.
위라는 그의 눈 밑이 푸르스름한 걸 발견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게 분명했다.
“가서 주무세요.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셨잖아요. 전 여기서 책 좀 보다가 저녁 먹을 때 깨워 드릴게요.”
조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키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
“여기서 너와 있으마.”
그가 뜻을 세우면 말릴 방법이 없으니, 위라는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었다.
위라가 읽는 책은 민간에 떠도는 진기한 이야기였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며칠 동안 한가하게 읽기에 좋았다. 그녀는 마침 라는 이야기를 보고 있었다.
부호 출신의 어느 규수가 서생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시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생과 밀회를 갖다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나중에는 자신의 순결까지 서생에게 주었다.
여기까지는 둘이 애틋하게 사랑하는 좋은 이야기였건만,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길로 나간 서생이 변심해 버렸다. 그는 한 재상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충격을 받은 규수는 그의 변심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서생의 대답은 이러했다.
“너무 쉽게 몸을 나에게 내어 주지 않았소.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당신은 내 마음속 규수와는 차이가 있었소. 응당 자신의 몸을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어찌 혼인하기도 전에 순결을 내어 준단 말이오?”
규수는 서생의 비난을 참지 못한 나머지 비취 자물쇠 하나를 남기고 호수에 몸을 던졌다. 그 자물쇠는 두 사람이 예전에 사랑을 약속했던 증표였다.
여기까지 읽으니, 위라는 화가 뻗쳐 올랐다. 하마터면 책을 찢어 버릴 뻔했다. 그녀가 마구 말을 쏟아냈다.
“내가 그 여자였으면 서생을 끌고 같이 죽었을 거예요.”
마침 자지 않고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다 읽은 조개도 평을 했다.
“나는 서생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는데.”
위라가 경악한 표정으로 조개를 바라보았다.
“뭐라고요?”
조개는 위라가 정말로 화가 난 걸 깨닫고는 창가에 기댄 채 웃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미 그의 말은 가시가 되어 위라의 마음에 박혀 있었다. 그녀는 이 말을 도저히 넘길 수가 없었다.
“정말 서생의 말에 동의하시는 거예요?”
위라의 얼굴은 서서히 일그러졌고, 말이 없던 조개가 의아하게 물었다.
“왜 그것에 그리 집착하는 게야?”
그녀가 보기에 그의 이런 태도는 암묵적 동의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그를 홱 밀치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굳은 표정의 위라가 따지기 시작했다.
“오라버니도 속으로 절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도 혼인하기 전부터 몰래 만났고, 서로 연정이 있었잖아요. 오라버니도 제가 그 규수처럼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거 아니냐고요?”
그제야 그녀가 화가 난 이유를 깨달은 조개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가 다시 손을 뻗으며 그녀를 잡으려 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뜻밖에도 위라가 더 빨랐다. 토끼처럼 난탑에서 폴짝 뛰어내려 화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얘기하기 싫어요.”
그러고는 신도 제대로 신지 않고 질질 끌며 달아났다.
서재는 침소와 멀지 않았다. 위라는 빠르게 달아나 금세 모습을 감췄다. 조개가 쫓아갔을 땐, 이미 문은 거센 소리를 내며 닫혀 버렸다. 그녀에게 잘 보이려다 망신만 당한 조개가 문을 살짝 밀어 보았지만, 안에서 잠겨 있었다. 그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라야, 문 좀 열어 보거라. 얘기 좀 하자꾸나.”
안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조개가 쓴웃음을 지었다.
위라의 분노는 가볍지 않았다. 실망과 분노가 그녀의 가슴에서 휘몰아쳤다. 알고 보니 조개도 다른 남자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애초에 자신에게 집적거릴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서생처럼 이 여자가 정말 쉽게 속아 넘어온다고 생각하면서 부적절하게 자신을 탐한 게 아니었던가?
위라가 고개를 돌려 문을 노려보았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가 바깥에서 자신을 구슬렸지만, 그대로 무시해 주었다. 이 순간, 조개가 더없이 미웠다.
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창문도 단단히 걸어 잠갔다. 조개가 창문으로 들어올 수도 있었고, 전적도 있었다. 그녀는 방 안을 한 바퀴 돌며 서성였다. 바깥에서는 조개의 나직한 목소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미인탑에 앉아 금은사로 수놓인 베개를 끌어안은 그녀가 문밖에 대고 말했다.
“그만하세요. 듣고 싶지 않아요. 오늘 밤은 따로 자요. 가세요, 여기 오지 말고요.”
바깥의 소리가 뚝 끊겼다. 잠시 후, 조개가 문틀에 손을 얹은 채 천천히 말했다.
“아라야,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 난 한 번도 널 그렇게 대한 적이 없어.”
그녀를 좋아하고 아끼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어떻게 그녀를 천시한단 말인가? 그러나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그는 제대로 해명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혼인하기 전엔 너와 나의 마음이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 아니냐. 너와 나는 서로의 사람이니, 내가 참지 못하고 조금 일찍 네게 다가갔을 뿐이다. 난 결코 그 서생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고, 너를 박정하게 대할 리도 없다. 문 좀 열어 보거라. 할 얘기가 있다.”
위라는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 미인탑에 엎드렸다. 두 발을 탈탈 털어 신발을 벗어던지고, 몸을 동그랗게 웅크렸다.
“오라버니랑 말하기 싫어요. 아까는 그렇게 얘기 안 하셨잖아요.”
이제 와서 말을 바꾼다는 건 그저 그녀를 달래기 위하려는 말이 아닌가.
생각할수록 조개가 괘씸했다. 예전에는 아주 달콤한 말만 골라 하더니, 혼인을 하자마자 원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저열한 근성이 있었다. 제대로 다스리지 않으면 어느새 자기가 하늘에라도 오를 수 있는 줄 착각하곤 했다.
조개가 바깥에서 무슨 얘기를 해도 위라는 침묵으로 응수했다. 얼마 후, 졸음이 그녀를 다독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미인탑에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