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Expenses RAW novel - Chapter 203
제203화
위라를 위해 조개가 낚시하던 날로 돌아가 보자.
날씨가 좋았다. 하늘도 맑고, 공기도 깨끗했다.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도 불었다. 정왕부의 뒤편 화원에는 꽤 큰 호수가 있었는데, 바닥까지 훤히 보일 만큼 맑았다.
위라는 호심정의 수돈에 앉아 조개가 나무통에서 지렁이 한 마리를 꺼내 낚싯바늘에 끼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가 손을 뻗어 낚싯줄을 물에 던졌다. 낚싯줄이 허공에서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
위라가 조개에게 젖은 수건을 건넸다.
“손 닦으세요.”
조개는 수건을 받아 손을 닦았다. 그는 신기영에서 돌아온 후 방으로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야 이곳으로 왔다. 위라에게 자기가 무엇을 하고 왔는지 말하진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두 손이 피범벅이었다는 사실을 위라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위라가 아무 걱정 없이 지내기만 한다면, 그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낚싯대를 옆에 둔 후, 두 사람은 정자에 딱 붙어 앉았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한 사람처럼 보였다. 조개가 입을 맞추려 그녀의 턱을 잡은 순간, 눈썰미 좋은 위라가 낚싯대가 움직이는 걸 보고는 황급히 그를 밀며 말했다.
“빨리요, 빨리. 물었어요!”
조개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를 놓아주고 낚싯대를 거뒀다. 힘이 넘치는 커다란 잉어였다.
조개가 소매를 걷어 올렸다. 튼튼한 팔뚝이 드러났다. 그가 한 손으로 잉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위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자, 이 오라버니가 생선 요리를 해 주마.”
위라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조개는 자신만만했다. 위라는 그가 거드름을 피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정말 여유롭게 행동했다.
일단 물고기의 배를 갈라 내장과 부레를 빼낸 다음, 홍옥과 금줄로 장식된 비수를 허리춤에서 꺼내 고상한 자세로 비늘을 정리했다. 그의 손가락은 길고 관절이 뚜렷해서 칼을 잡을 때도, 붓을 쥘 때도 아름다워 보였는데 물고기 비늘을 정리할 때조차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늘을 다 벗긴 후, 그는 비수를 돌려 물고기를 반으로 갈랐다. 그러고는 단지에 든 소금을 한 움큼 집어 물고기 위에 뿌리고 이각 정도 옆에 놔두었다. 그 시간 동안 조개의 손은 쉬지 않았다. 파와 생강을 채 썰어 물고기 위에 뿌리고 조리용 술을 부은 다음 물고기를 냄비에 넣었다.
위라는 옆에서 입을 딱 벌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귀하게 자랐을 그가 요리를 할 일이 있었단 말인가. 어찌 이렇게 자연스러운 걸까?
조개가 두 손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위라의 턱을 다물게 했다.
“왜 그리 멍하니 있느냐?”
위라가 얼른 그의 팔을 잡고 고개를 들어 크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요리는 언제 배우신 거예요? 한 번도 말씀하신 적 없는 것 같은데.”
조개가 낮게 웃으며 설명했다.
“행군하거나 전쟁 때면 항상 풍찬노숙을 했다. 이 정도도 못 하면 어찌 지금까지 살아남았겠느냐?”
그가 군영에서 가장 잘했던 게 생선 요리였고, 그다음은 고기 굽기였다.
마침 위라가 먹고 싶은 게 생선이어서 다행이었다. 다른 음식이었다면 이처럼 여유로울 순 없었을 테니 말이다.
얼마 후,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조개가 불을 끄고 냄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잉어찜을 영지 문양 접시에 담은 후 부엌의 귀목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옥 젓가락으로 생선 살을 집어 위라의 입가에 가져갔다.
“자, 맛보거라.”
“뜨거워요. 불어 주세요.”
조개가 후후 입김을 불었다. 그의 아가씨는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보고 있었다.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작은 입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그 모습이 묘한 장난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젓가락을 돌려 생선을 자기 입 속에 넣었다.
마음이 급해진 위라는 얼른 다가가 그의 입술을 깨물고는 첫 번째 생선 살을 뺏어 먹었다.
부드럽고 신선했다. 간도 딱 맞았다. 위라는 다 먹은 후 의미심장하게 조개의 입가를 핥으며 칭찬했다.
“너무 맛있어요.”
그렇게 잉어찜은 거의 다 위라의 배로 들어갔다. 다 먹은 후, 위라는 만족스러운 듯 입가를 핥았다.
“오라버니, 다음엔 생선구이 해 주세요.”
중독이 된 것 같았다. 조개는 그녀를 안아 들고 방으로 돌아가 수건으로 그녀의 입가를 닦은 후 말했다.
“배는 충분히 부르더냐?”
위라는 금루가 가져온 진한 차로 입을 헹군 후 연꽃 문양이 그려진 청유 그릇에 뱉었다. 그런 다음 투기오향환 한 알을 입에 물고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선을 먹을 땐 가시가 골치였지만, 조개는 그녀를 위해 가시를 죄다 발라낸 후 먹여 주었다. 잉어찜을 해치우는 동안 위라는 아예 젓가락을 들 일도 없었다. 번거로운 일이 없으니 그녀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조개 또한 귀찮아하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워했다.
그는 수건을 놋대야 안에 던져 놓고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이제 내가 먹을 차례로구나.”
위라는 멈칫했다. 순간, 조개가 그녀를 안아 들고 내실로 갔다. 그녀는 깜짝 놀라 조개의 어깨를 때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안 돼요. 안 된다고요… 아기가 있잖아요.”
의원이 낭하에서 조개와 나눴던 대화를 그녀도 다 들었던 것이다. 태아의 안위를 위해 초기 석 달과 마지막 석 달에는 합방하지 말라고 했던 얘기 말이다.
조개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 역시도 의원과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진즉부터 참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생선을 먹을 때 얌전히 먹기는커녕 계속 알게 모르게 조개를 자극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옷을 몽땅 벗긴 다음 침상에 눕히고 싶었는데, 절로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침상에 앉히고 위라를 말없이 뚫어져라 응시했다.
위라는 그의 시선에 닭살이 돋는 것 같았다. 내심 뜨끔했다. 조금 전 그녀가 보인 행동들은 고의였으니까. 그가 바라볼 수만 있을 뿐 그녀에게 손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생선을 먹는다는 핑계로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걸 보면서도 그녀는 나 몰라라 했다.
잠시 후, 조개는 원앙이 수놓인 붉은 비단 이불을 그녀의 머리까지 덮어씌우더니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위라는 이불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조개의 넓은 어깨와 늘씬한 허리를 보았다. 시선을 아래로 옮기자, 잔뜩 일어선 그곳이 보였다. 그녀는 달아오른 얼굴로 미안한 듯 말했다.
“아니면… 제가 도와 드릴게요.”
조개는 금사가 수놓인 하늘색 겉옷을 벗고 몸을 옆으로 돌린 채 은사가 수놓인 자단목 병풍에 걸려 있던 잠옷을 꺼내던 참이었다. 위라의 각도에서 보면 그의 단단하고 얇은 허리와 복부의 탄탄한 근육이 잘 보였다. 보는 눈은 즐거웠지만, 그 허리가 침상 위에서 얼마나 강력하고 거친지 아는 사람은 위라뿐이었다.
조개가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옷을 입던 손이 멈칫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놀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오, 어떻게 말이냐?”
위라는 까맣고 큰 눈을 내밀고 몸을 뒤로 웅크렸다. 이리 오라는 의미였다.
조개가 잠옷을 갈아입고 침상에 옆으로 누워 그녀를 품에 안았다.
“음?”
위라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처음도 아니었지만, 자기가 먼저 말을 꺼냈다는 게 조금 민망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은 다음 머리를 이불 아래로 집어넣었다.
…….
한참이 지나 위라가 이불 속에서 튀어나와 조개를 넘어서 침상 끝으로 갔다.
조개가 그녀를 안고는 손바닥을 그녀의 입가에 갖다 댔다.
“뱉거라.”
위라는 몽땅 뱉어냈다. 두 볼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두 눈에는 촉촉한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녀는 조개의 품에 힘없이 안겨 가볍게 헐떡거렸다.
조개는 그녀를 부드러운 베개에 두고 손을 씻으러 갔다. 돌아올 때 그의 손에는 젖은 수건이 들려 있었다. 위라의 얼굴에 묻은 것을 닦아 주고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맛있느냐?”
위라는 그를 흘겨볼 뿐,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 * *
임신 초기 두 달 동안, 위라는 이렇다 할 감흥이 없었다. 먹기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양옥용이 말한 것처럼 죽고 싶은 고통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셋째 달이 되었을 때, 위라는 입덧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좋아했던 생선을 예로 들면, 생선을 먹기는커녕 냄새만 맡아도 견딜 수가 없었다.
부엌에선 매일 방법을 바꿔 음식을 만들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먹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정작 위라는 입맛이 돌지 않았다. 몇 젓가락 더 먹더라도 잠이 들기 전에 몽땅 게워 냈다.
열흘이 지나자 그녀의 얼굴은 매우 수척해졌다.
게다가 이 기간은 위라의 기분이 가장 안 좋을 때였다. 하인들을 혹독하게 대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조개에게도 툭하면 심술을 부렸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화를 냈고, 눈물도 많아졌다.
반면 조개는 신기할 정도로 너그러웠다. 그녀가 제멋대로 성질을 부려도 이해했고,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그녀의 어떤 면이든, 전부 받아 주고 있었다.
한 번은 위라가 실수로 붉은 비취 팔찌 한 쌍을 깨뜨렸다. 조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그녀는 조개에게 한바탕 화를 내더니 그를 밀치며 밖으로 내쫓으려 했다. 조개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머리를 쓰다듬고는 순순히 밖으로 나갔다.
한 시진 후 돌아온 그의 손에는 천축의 수선화 문양이 새겨진 긴 자단목 함이 들려 있었다. 그가 함을 위라의 앞에 놓고 열었다. 재질이 다른 열 쌍의 팔찌가 들어 있었다. 비취, 마노 등 모두 귀한 것들이었다. 위라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젠 화가 풀리겠느냐?”
이 사람은 어찌 이렇게 자신만을 위한단 말인가? 위라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스스로의 행동이 억지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러나 가끔은 감정이 그녀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그녀의 생각과 다른 행동이 튀어나오곤 했다. 조개는 그 모든 것을 감싸 주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개의 허리를 안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그의 품에 묻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입맛이 없던 위라가 별안간 어화루의 식초 무 절임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이미 문을 닫았을 시간이었다. 가 본다고 해도 헛걸음을 할 가능성이 컸다.
위라는 지친 표정으로 나한상에 앉아 씩씩거렸다.
“지금 당장 먹고 싶어요.”
조개는 우습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이마를 두드리며 달랬다.
“그래, 그래. 지금 가서 사 오마.”
위라는 말없이 눈만 깜빡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