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Expenses RAW novel - Chapter 3
제3화
위라는 생각 끝에 그 원인이 자신의 생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위라는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넷째 백모님의 얘기로는 위라와 상홍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사라졌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었다고 말하는 바깥사람들도 있었지만, 넷째 백모는 그녀의 생모가 죽은 게 아니라고 했다. 그저 자식들을 버리고,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갔다고 할 뿐이었다.
위곤은 위라의 생모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그는 영국공에게 혼인 허락을 받아 내기 위해 사흘 밤낮을 사당에서 무릎 꿇고 있다가 결국 심한 허기로 쓰러져 버리기까지 했으니……. 이에 영국공은 할 수 없이 혼인을 허락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듣기로는 혼인 후 아버지가 어머니를 떠받들다시피 했다지? 두 분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셨고. 그런데 무슨 일인지 어머니는 나와 상홍을 낳고 난 후 사라져 버렸어.
아버지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사방으로 어머니의 행방을 찾아다니셨지만 석 달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씨가 후처로 들어왔어. 아홉 달 후에는 위쟁이 태어났고.
지금도 아버지의 마음속에 어머니가 있을까?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이나 할까?’
위라는 위곤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냉소 지었다. 그녀는 생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이렇다 할 감정도 없었다. 그저 단 하나 궁금한 게 있을 뿐이었다. 그때 왜 남편들과 아이들을 버렸냐는 것이다.
“가면이 부서졌으면 할 수 없지. 안 그래도 오늘 마침 널 데리고 외출하려 했는데, 새로 하나 사 주마. 어떠니?”
두 씨가 끼어들었다. 조용해진 위라를 보며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 위라가 눈을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얼음처럼 차가운 두 눈은 전혀 아이의 눈 같지 않았다.
두 씨는 묘한 눈빛에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아 순간 멈칫했다. 다시 한번 자세히 보려던 그때, 위라는 이미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버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아라랑 아버지랑 같이 외출한 지 너무 오래됐잖아요. 아라랑 같이 가요.”
두 씨는 위라의 얼굴에서 좀 전의 그 표정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리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눈이 침침해진 건가?
한편, 위곤은 아쉽다는 듯 위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는 이따 한림원(翰林院, 황제의 조칙이나 외교 문서의 작성, 역사 편찬 등을 맡아 보던 문한 기관)에 가 봐야 해서 같이 못 갈 것 같구나.”
위곤은 몇 년 전 시험에 합격한 진사로, 지금은 한림원의 서길사(庶吉士, 진사에 합격한 사람 가운데 문학이나 서예 방면에서 우수한 사람을 골라 임명한 벼슬)였다. 어찌나 바쁜지 매일 공부와 시험 준비로 거의 집에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었는데, 이는 위라가 아팠기 때문이다. 딸을 보살피기 위해 조금이나마 더 집에 머물렀던 것이다. 하지만 딸의 회복을 확인했으니 다시 한림원으로 가 봐야 했다.
옆에 있던 두 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라는 속으로 웃으며 위곤을 더 꼭 안았다.
“그럼 한림원에 저도 데리고 가시면 안 돼요?”
위곤은 딸이 자신과 떨어지기 싫어서 그러는 줄 알고 기뻐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하러 가는데 널 데려가면 어찌한단 말이냐? 착하지, 오늘은 모친과 함께 나갔다 오너라. 호국사에서 향을 올리고 오면 나도 돌아와 있을 게다.”
‘돌아온다고? 내가 얌전히 따라 나가면, 돌아올 기회가 있기는 한 걸까?’
위라는 고개를 꺾어 마침내 두 씨를 똑바로 바라봤다.
“금루 언니가 그러는데, 저 아직 다 안 나았대요. 약도 이틀은 더 먹어야 하고요. 처방전을 유모가 가지고 있어서 그런데……. 부인, 금루 언니랑 유모랑 같이 가도 돼요?”
금루는 위라가 가장 신뢰하는 시녀였고, 유모 엽 씨는 어릴 때부터 그녀를 가르치고 키운 부인(婦人)이었다. 두 사람 다 그녀에게 정성을 다하며 충성했다. 두 사람은 절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을 터였다.
전생에서 그녀는 사람을 잘못 믿었었다. 금각과 금사를 데리고 나섰는데, 두 시녀는 진즉부터 두 씨에게 매수당한 상태였다. 중요한 순간에 자기 주인은 안중에도 없었다. 되레 그녀가 두 씨에게 당하는 걸 뻔히 보면서도 한쪽에 숨어 벌벌 떨기만 했다.
위라의 말의 내용을 이해하기 전, 두 씨는 위라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지금 날 뭐라고 부른 게냐?”
위라가 다시 한번 불렀다.
“부인!”
두 씨는 당황스럽다는 듯 위곤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얘가 왜 이럴까요, 예전엔 항상 어머니라고 하더니, 오늘은 또 바뀌었네요? 시녀가 몰래 허튼소리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위곤도 두 씨를 따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그녀는 아는 듯 모르는 듯 말했다.
“넷째 백모님이 그러시는데, 저한테 어머니가 있대요. 부인은 제 어머니가 아니에요.”
그녀는 위곤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들고 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버지, 제 어머니는 누구예요?”
두 씨는 뺨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얼굴에서 침착함이 사라졌다.
두 씨도 자신이 시집오기 전, 위곤에게 정부인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충의백부라는 후광이 그녀에게 있었기에 그녀의 면전에서 감히 정부인 강묘란(姜妙蘭)을 입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위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정부인 얘기를 꺼내니, 그녀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위곤의 눈동자 위로 아픔이 살짝 스쳤지만, 금세 조금 전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라야, 부인이 바로 네 어머니란다. 앞으로 다시는 그 질문은 하지 말거라.”
딸을 무참하게 목 졸라 죽이려는 어머니가 어디 있단 말인가? 위라의 눈에 냉기가 스쳤다. 그녀는 결심했다.
‘날 낳아 준 어머니가 아무리 나와 상홍일 버렸다 해도, 절대 두 씨를 ‘어머니’라고 부르진 않을 거야.’
* * *
대량(大粱)의 개국 이래, 숭정(崇禎) 황제는 치국에 능하고 상벌이 명확하여 성경성을 비롯한 몇 개의 주요 도시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백성들은 평화롭게 살며 즐겁게 일했고, 거리는 날로 번화해 갔다. 그 덕에 성경성의 거리 또한 엄청나게 번화했다.
마차에 앉아 있으면 거리를 오가는 손님들의 소리, 양쪽으로 늘어선 술집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라는 두 씨를 따라 나온 후 줄곧 창 쪽에 앉아 있었다. 금사로 수놓인 가림막을 반쯤 걷어 올리고 거리를 응시했다.
두 씨는 그녀가 아이라서 거리 풍경에 호기심을 보이는 거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었다. 곧 있으면 이 눈엣가시를 없애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두 씨는 위라와 그녀의 동생 위상홍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현모양처라는 평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짓 미소를 지으며 두 아이의 모든 것을 맞춰 주었을 뿐이다. 진즉부터 지긋지긋했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후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떠올랐으니까. 두 씨는 가시가 자라난 마음 때문에 잠도 편하게 잘 수 없었다.
특히나 위라를 향한 위곤의 사랑은 두 씨를 더욱 화나게 했다. 게다가 위라는 총명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국공야(國公爺) 앞에서 한껏 자기를 드러내며 위쟁이 받아야 할 사랑을 전부 앗아갔다. 그러니 두 씨가 어찌 위라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위쟁도 평범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위라에 비교하면 한참 부족했다.
두 씨는 먼 미래를 생각했다. 위쟁이 편히 살다가 나중에 좋은 가문에 시집가려면, 일단 위라부터 없애야 했다. 가능한 먼 곳으로 팔아넘겨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해야 했다. 위상홍 그 어린놈은… 일단 아들을 낳은 후에 차차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참이었다.
위라의 기억이 맞다면, 두 씨는 향을 올린 후 호국사에서 나오는 길에 위라에게 손을 쓰고자 했다.
그곳에 두 씨와 이미 얘기를 끝낸 인신매매 업자가 숨어 있었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총 둘이었다. 그들의 외모는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두 씨는 그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 대신, 위라를 최대한 먼 곳에 팔아 달라고, 평생 성경성으로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먼 곳에 팔아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지금 위라는 두 씨를 따라, 그녀의 계획에 따라 한 걸음씩 옮기고 있었다.
‘날 팔아 버리고 싶은 거지? 그래, 어디 뜻대로 되나 보자고.’
다만, 위라는 그 순간이 왔을 때 유모가 놀라지 않기만을 바랐다. 유모에게는 영원히 천진난만한 꼬마 아가씨로 남고 싶었다. 유모를 향한 위라의 감정은 가족을 향한 그것보다 애틋했으니까.
유모는 위라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살뜰히 위라를 보살폈다. 자신의 아들딸에게도 이 정도로 세심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게다가 전생에서 위라가 두 씨 모녀에 의해 얼굴이 훼손된 후, 그녀를 알아본 사람은 오직 유모 엽 씨밖에 없었다. 오직 그녀만이 자신을 알아보고 제집으로 데려가 자신을 보살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몸이 좋지 않았다.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가슴 가득 한을 품은 채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전생에서 유모가 두 씨의 계획을 알았더라면, 필사적으로 날 보호했겠지?
아쉽게도 세상엔 그렇게 많은 ‘만약’은 없었다. 그래서 위라는 죽었다. 그것도 아주 가엾게.
한밤중에 두 씨의 꿈에 내가 나온 적이 있을까? 위쟁과 함께 내 얼굴을 망가뜨렸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칼로 사람 피부를 죽죽 그어 대는 느낌이란, 아주 좋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위라는 자기도 똑같이 해 주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머릿속으로는 참혹한 일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얼굴엔 달콤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녀는 수시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도 금세 나쁜 생각을 떠올렸다.
대로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의 옷은 제각각이었다. 한눈에 봐도 부자인 사람도 있었고, 남루한 차림으로 끼니를 잇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북적거리는 대로에서 마차는 느리게 움직였고, 위라는 사람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잘 가던 마차가 갑자기 멈췄다. 두 씨 옆에 있던 시녀 응설(凝雪)이 가림막을 걷고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마부가 앞에 있던 마차 두 대가 부딪혀 길을 막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가면 노점상 앞에 잠시 마차를 세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응설은 살짝 짜증을 내다가 이내 두 씨에게 어찌해야 할지 여쭤 보았다.
“정말 운수도 사납네. 마님, 다른 길로 갈까요?”
두 씨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 여기서 시간이 지체되어선 안 되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그러…….”
그때, 줄곧 조용히 있던 위라가 입을 열었다.
“부인, 보세요! 가면이 엄청 많아요! 아라 하나 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