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Expenses RAW novel - Chapter 8
제8화
상홍은 두 씨가 막는 바람에 사나흘 동안 위라를 보지 못했다. 두 씨가 위라가 감기에 걸려 옮을 수 있으니, 그녀의 감기가 다 나으면 그때 그녀를 보러 가라고 한 탓이었다. 상홍에게 그 며칠이 얼마나 긴지 아무리 기다려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상홍과 위라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 없이 아버지 밑에서 컸다. 아버지는 매일 시험에 바빠서 그들과 놀아 줄 시간이 없다 보니 그와 위라는 어릴 때부터 사이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둘은 쌍둥이라 보통 남매가 가지는 감정 그 이상이었다.
상홍은 집안 어른들 모두가 괴팍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 귀찮게 매달리는 꼬마 아가씨는 늘 있었다. 잘생긴 데다 인기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오직 위라 앞에서만 말이 많아졌다. 위쟁을 대하던 냉랭함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지금도 위라가 아직 울지 않았음에도 이미 긴장을 바짝 한 상태였다. 그는 잘생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가 괴롭혔어?”
위라는 고개를 떨구고 눈을 문질렀다. 억울하다는 말투였다.
“상홍아…….”
위라는 그저 너무 오랫동안 못 본 탓에 그리웠던 것뿐이었다. 그러나 상홍은 누가 그녀를 괴롭힌 줄 알고 잔뜩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씩씩거렸다.
그때였다. 화청 안에 있던 위곤이 인기척을 느끼고 나왔다. 이제 막 한림원에서 돌아온 그는 아직 관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로 문 앞을 막고 서 있는 세 아이를 보며 웃었다.
“이게 어쩐 일이냐. 어찌 모두 여기 서 있는 게야?”
위라가 긴 속눈썹에 눈물방울을 맺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위곤을 보자, 그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작은 입을 오므리고는 훌쩍거리며 위곤의 품에 뛰어들어 서럽게 하소연했다.
“아버지, 부인이 아라 필요 없대요. 부인이 아라 팔아넘긴대요…….”
위곤은 깜짝 놀라 딸의 작은 몸을 안고 물었다.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부인이 어찌 너를 팔아? 널 데리고 호국사에 향 올리러 간 게 아니었느냐? 지금 어디 있느냐?”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챈 그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어찌 혼자 돌아온 게야?”
위라를 화청에 데려온 시녀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어떤 호위무사가 아가씨를 데려다주셨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없었고, 아가씨 혼자뿐이었습니다.”
정말 큰일이었다. 분명 두 씨가 위라를 데리고 나갔는데, 돌아올 땐 위라 혼자 돌아오다니. 어찌 됐든 두 씨가 위라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위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위라는 여전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그 눈물에 위곤의 옷이 젖어 들었다. 그는 마음이 너무 아파 무릎을 꿇은 채 위라의 얼굴을 받치고는 부드럽게 물었다.
“이 아버지한테 다 얘기해 보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그 호위무사는 누구고, 부인은 어디 갔느냐?”
옆에 있던 위상홍도 표정이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누나가 울고 있는데 자신은 자초지종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뭐라고 위로의 말이라도 해 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는 축 늘어진 위라의 손을 천천히, 꼬옥 잡았다.
“누나…….”
위라는 계속해서 서럽게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숨이 차 예쁜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얘기를 했다.
“부인이 절 데리고 가서 향을 올렸어요. 돌아오는 길에 어떤 숲에 갔는데, 거기에 두 사람이 있었어요……. 금루 언니가 들었는데, 부인이 절 그 사람들한테 팔려고 한다고…….”
그녀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다 말했다. 여섯 살짜리 아이인데도 사고의 흐름은 명확했다.
그리고 칼끝은 오로지 두 씨를 향했다. 두 씨가 인신매매 업자와 거래를 했고, 두 씨가 그들을 기절시키려고 미혼약을 준비했고, 두 씨가 강제로 자신을 납치하려 했고……. 그녀는 울수록 더 슬퍼졌다. 마지막에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온몸을 떨며 위곤에게 물었다.
“아버지, 아라가 뭘 잘못했어요? 그래서 부인이 저 싫대요? 얘기해 주세요. 아라가 고칠게요…….”
위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자상하게 닦아 주며 사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아라 잘못은 아무것도 없단다. 아라는 영원히 아버지의 귀한 딸인걸.”
말이 끝나자마자, 문가에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있던 위쟁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거짓말! 어머니는 그런 적 없어, 어머니는 나쁜 사람 아니야. 아버질 속이지 마!”
위쟁은 다섯 살이었지만 무슨 일인지는 대충 다 알아들었다. 위라가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나쁜 짓을 했다고 고자질을 한 것이다. 그녀가 보기에 아버지는 매우 화가 난 것 같았고, 이대로라면 어머니를 혼낼 게 분명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어머니를 보호하고자 소리를 친 것이다. 절대 위라가 원하는 대로 되게 둘 수 없었다.
위쟁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 두 씨가 그녀 몰래 모든 걸 계획한 탓이었다. 그래서 상사일 전날, 자기도 호국사에 데려가 달라고 울며불며 떼쓰기까지 했다. 위라만 데려가고 자기는 안 데려간다고, 위라만 예뻐한다고도 했다.
두 씨는 어쩔 수 없이 이번만 말을 잘 들으면, 앞으로 위라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슬쩍 말을 흘렸다. 위쟁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위쟁은 위라와 상극이었다. 위쟁은 두 씨와 비슷한 성격이라 승부욕이 강했고, 뭘 하든 다른 사람보다 잘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영국공이 위라를 칭찬할 때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불만이 차올랐다.
위라가 나보다 나은 게 뭐야? 왜 다들 위라만 좋아해? 어머니가 위라는 어머니도 없는 주워 온 자식이라고 했는데.
위쟁은 두 씨가 제 앞에서 했던 모든 말을 기억했다. 그래서 위라의 신분이 자기보다 낮다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 아버지가 위라에게 저렇게 잘해 주는 걸 보고 있자니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위쟁은 위라를 위곤의 품에서 빼내려고 달려들면서 소리쳤다.
“거짓말하지 마! 이 거짓말쟁이!”
그러나 그녀는 위라의 옷깃에 닿기도 전에 상홍에게 떠밀렸다. 그렇게 비틀거리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상홍은 위라 앞에 우뚝 선 채 그녀를 보호했다. 표정은 진지했고, 눈빛은 차가웠다.
“누나를 건드리지 마!”
위쟁은 이렇게 무서운 상홍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항상 ‘위상홍, 위상홍’ 하며 한 번도 그를 오라버니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를 오라버니로 보지 않았으니, 그에 대한 예의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험상궂은 상홍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덜컥 겁이 났다.
순간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아버지를 찾았다. 하지만 위곤은 자신은 보지도 않고 오열하며 하소연하는 위라만을 달래고 있을 뿐이었다. 자기는 안중에도 없는 아버지를 보니 실망감이 몰려왔다. 그녀도 입을 삐죽거리나 싶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 * *
위곤은 겨우 위라를 달래서 금각에게 위라를 안아 벽사주碧紗橱(고대 중국에서 건물의 내부 장식에서 방을 나누는 방식 중 하나) 안에 잠시 눕히라고 했다. 하지만 금각이 다가오자 위라는 위곤의 목을 더 꽉 안고 손을 놓지 않았다.
“금각은 싫어!”
금각은 그 자리에 굳은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전생에서 금각과 금사가 어떤 짓을 했는지 눈에 선했다. 두 사람만 보면 위라는 자신이 두 씨에게 목이 졸리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을 모두 증오했지만, 그중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던 금사와 금각은 더욱 증오했다.
지금의 그들도 이미 두 씨에게 매수당한 후였다. 그렇기에 위라는 섣불리 그녀들을 믿지 않았다. 그건 경솔한 행동이었다. 대신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본때를 보여 줄 작정이었다. 주인을 못 알아보는 노비는 데리고 있어 봤자 소용없는 법이었다.
위곤은 위라가 놀라서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거라고 여기고는 딸이 하자는 대로 했다.
“그래, 그래. 금각이는 아니다. 내가 안고 가마.”
벽사주 안에는 두메밤나무로 만든 나한상이 있었다. 위곤은 위라를 침상 위에 살짝 내려놓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깐 여기 앉아 있자꾸나.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렴. 준비해 오라 할 테니.”
위라가 먹은 것은 아침에 먹은 만둣국 한 그릇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하루 너무도 피곤하고 힘들었던지라 배가 고픈 건 당연했다. 그녀는 앞에 있는 상홍을 한번 쳐다봤다가 자신과 상홍이 좋아하던 음식을 떠올리곤 아버지를 다시 붙잡았다.
“아버지, 부용소(芙蓉酥, 밀가루에 기름과 설탕을 섞어서 바삭바삭하게 만든 연꽃 모양의 부드러운 간식)가 먹고 싶어요. 송자어(松子魚, 생선 튀김)도요.”
위곤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딸이 걱정할까 억지로 미소 지었다.
“그래, 얼른 가서 얘기하고 오마.”
그는 시녀에게 부엌에 가서 음식을 준비하라고 분부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팔보호로계(八寶葫蘆鷄, 닭에 찹쌀, 버섯 등을 넣어 찐 음식), 새우 두부 튀김, 붕어탕과 후식으로 먹을 간식거리 몇 개를 더 만들라고 했다. 그 또한 한림원에 다녀오느라 점심도 먹지 못했지만 눈앞에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두 아이를 진정시킨 후, 송원에 사람을 보내 최근 두 씨를 시중들었던 하인들을 모두 화청 앞으로 모이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청 앞은 두 줄로 빽빽하게 꿇어앉은 하인으로 가득 찼다.
분명 두 씨의 곁에서 시중을 들었으니 뭐라도 아는 게 있을 터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씨의 행동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들이 똘똘 뭉쳐 위라를 해하려 했다고 생각하니, 위곤은 분노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녀가 새로 우린 벽라춘(碧羅春) 한 주전자를 들고 왔다. 그는 수묵화가 그려진 작은 찻잔을 하인 앞에 내던졌다. 뜨거운 차가 바닥에 쏟아졌다. 위곤이 분노에 차 외쳤다.
“이놈들을 곤장을 이십 대씩 쳐라! 있는 대로 세게 치도록 해!”
하인들을 다들 자기들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며 억울하다고 곡소리를 냈다. 이는 사실이기도 했다. 두 씨는 혹시라도 일을 그르칠까 가장 가까운 시녀와 어멈에게만 내막을 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곤은 너무 화가 나서 두 씨가 돌아와 구체적인 정황을 물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이유도 묻지 않고 곧바로 송원의 하인들에게 벌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