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Expenses RAW novel - Chapter 92
제92화
위라는 경악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개가 또 이런 행동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지금은 자신이 잠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입술을 살짝 물고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애틋하고도 괴로운 마음이 번져 왔다. 위라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를 놔둘 수밖에 없었다.
문득, 위라는 불에 덴 사람처럼 정신을 차렸다. 자신과 조개가 있는 곳은 어화루이고, 조유리와 양진이 언제든 들어올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이 이 광경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조개를 밀어내려 했지만, 조개는 단단한 벽인 양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을 깨물어 왔다.
아프진 않았지만, 그의 입술을 막아낼 힘이 없었다.
지난번의 입맞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번에야말로 그는 정말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녀가 입을 벌렸을 때를 틈타 파고든 그의 혀가 엉키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을 꼭 감고 낮은 소리로 “읍.” 하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 목소리마저 나른하고 달콤하게 울렸다.
문 너머에서는 손님들이 오가는 발소리가 났다. 바로 옆에서 떠드는 듯 왁자지껄한 소리도 이어졌다. 그에 반해 조개와 위라가 있는 별실은 한층 더 고요하게 느껴졌다. 위라는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을 겨를이 없었다. 그녀의 귓가에는 자신과 조개의 엉킨 숨소리만이 들렸다. 옆의 별실처럼, 가까우면서도 혼탁한 숨소리…….
심장이 쿵쾅거렸다. 위라의 온몸이 나른해졌다. 손을 들 힘도 없었다.
얼마 후, 별실의 문이 열리며 종업원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주문하신 음식이 나왔…….”
그의 말이 중간에서 끊겼다.
종업원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건장한 남자가 여리고 자그마한 소녀를 껴안고 거리낌 없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잠시 후 정신이 든 종업원이 밖으로 나가며 웃었다.
“계속하시지요…….”
마침내, 조개가 위라를 놓아주었다. 소녀의 입술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종업원을 불러 세웠다.
“잠깐. 다른 별실이 있나? 좀 바꿔 주지.”
위라가 입술에 발랐던 연지는 전부 지워진 지 오래였다. 두 볼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까맣고 큰 눈망울은 촉촉했다. 순진무구하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종업원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
“있다마다요. 이 방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바꿔 드리겠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정도가 아니야……. 옆방에서 저렇게 난리를 피우잖아. 소리도 너무 커. 밥을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저 사람들만 아니었으면 조개가 나한테 이러지도 않았을 거라고…….’
위라는 속으로 마구 욕을 퍼부었다.
종업원은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다른 종업원을 시켜 별실을 청소했다. 잠시 후, 그가 조개와 위라를 다른 별실로 안내했다.
때마침 옆방에 있던 사람들도 나오고 있었다.
한 쌍의 남녀였다. 먼저 나온 남자는 외모가 준수했다. 깔끔한 외모에 풍류를 즐길 줄 아는 귀공자인 듯했다. 의관도 깨끗했다. 연한 자색 직철을 입고 허리춤에 옥패를 달았다. 조금 전 그 소리와는 연결이 안 되는, 참으로 말쑥한 외모였다.
뒤따라 나온 아가씨는 열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였다. 뛰어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가녀린 자태가 고와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자상하고 간드러지면서도 섬세한 분위기가 있었다. 얼마든지 상대에게 더 많은 사랑을 얻어 낼 수 있을 듯했다.
위라는 아까 ‘형부’라고 말했던 여인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두 사람을 보는 그녀의 눈빛이 미묘했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더니.
남자는 조개와 아는 사이인 듯했다. 금사로 연꽃무늬를 수놓은 소매의 주름을 펴다가 조개를 발견하고는, 눈썹을 올리며 웃었다.
“어? 장생?”
아는 사람인가?
조개의 옆에 서 있던 위라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남자의 시선은 조개에게서 그녀에게로 옮겨 갔다. 남자의 얼굴에 알겠다는 듯한 미소가 퍼졌다. 말투도 미묘하게 바뀌었다.
“이쪽은…….”
조개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가 불쾌하다는 듯 냉랭하게 물었다.
“이런 곳에 올 시간이 있으셨나 보군?”
남자는 조개의 숙부 서친왕(瑞親王)의 아들 조각(趙珏)이었다. 서왕비(瑞王妃)가 감싸고 돌며 오냐오냐 키운 데다, 서왕은 그의 교육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스물셋의 나이에도 여전히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였다.
이송과 비교해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숭정황제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등에 업고 호부(戶部)에 한직을 하나 얻었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제대로 일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호부 관료들은 그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아버지의 신분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여색을 좋아하고 육체적 쾌락만을 좇는 사람이었다. 정부인 외에도 세 명의 첩을 더 들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몰래 서왕부(瑞王府)를 드나드는 시녀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처제까지 건드렸다.
짐승보다 못한 놈이군.
위라가 조용히 결론을 내렸다.
한편으로는 그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조금 전 엿들었던 소리의 장본인들이 아닌가.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위라와 조개 앞에 서서 비키려 하지 않았다.
조각의 뒤에 선 아가씨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애틋한 눈빛으로 보아 사랑을 듬뿍 받은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위라를 본 그녀는 민망했는지 황급히 고개를 떨궜다.
조각은 아무렇지 않게 웃더니, 옥 장식이 달린 부채를 펼쳐 느긋하게 부채질을 했다.
“아무(阿蕪)가 오늘 일이 있어 같이 나오지 못해서 대신 동생을 데리고 나가서 구경을 좀 시켜 달라고 간청을 하길래 데리고 나왔지. 아훤(阿萱)은 성경성이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거든. 마침 내가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지.”
아무는 그의 정부인 향무(向蕪)고, 아훤은 향무의 사촌 여동생 향훤(向萱)이었다.
조개는 그의 자세한 얘기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인사치레로 물어본 것에 불과했다. 조개가 발걸음을 떼며 말했다.
“그럼 방해는 그만해야겠군. 다음에 서왕부에서 보도록 하지.”
위라를 데리고 가려는데, 조각이 고집스레 그를 붙들었다. 조각의 시선은 위라를 향해 있었다.
“아이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지면 쓰나. 영국공의 손녀분과 잘 아는 사이인가 봐?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영국공은 고집불통 늙은이 아닌가? 그런 사람의 손녀를…….”
그의 말은 점점 선을 넘었다. 심지어 위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까지 했다.
조개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어찌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우두둑 소리가 났다. 금방이라도 칼을 뽑을 듯 서늘한 눈빛이었다.
“유리와 함께 나온 것이다, 세자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함부로 손대지 말도록.”
조각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는지,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난 그저…….”
그러나 조개의 냉혹한 시선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조개는 그제야 그를 놓아주고는, 위라를 데리고 다른 별실로 향했다.
조개의 뒤를 따라, 위라가 조각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시선이 아주 잠시, 조각에게 머물렀다.
소녀의 눈빛은 냉담했다. 조개보다 훨씬 차가웠다. 그녀의 눈 속에는 호기심 외에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적의가 담겨 있었다. 그 냉랭하고도 음산한 기운에 조각은 자기도 모르게 넋을 놓고 보았다.
위라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저자가 조각이구나.
말에 타고 있던 위상인을 밀어서 그의 다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때부터 위상인은 불구가 되었고, 평생 일어나지 못했다. 한데 정작 조각은 멀쩡한 모습으로 또 다른 여자와 풍월이나 읊고 있었다.
큰오라버니는 바퀴 의자에 앉아서 매년 고통에 시달리고, 누군가를 좋아하지도 못했다. 본인이 사랑하는 여자를 밀어내기만 했는데… 전생에서 위상인과 양옥용의 비극적 결말은 조각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위라의 얼굴은 아름답고도 잔혹하게 굳었다. 기분도 점점 가라앉았다.
그녀는 새 별실에 들어간 후 사자개 문양이 수놓인 자단목 수돈에 조용히 앉았다. 조금 전 부끄러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종업원이 음식을 차례로 들고 왔다. 고기 요리 여덟 가지, 채소 요리 여덟 가지가 나왔다. 맑은 자라탕도 나왔고, 물만두는 특별히 위라의 앞에 놓았다.
어화루의 음식은 대부분 맛이 뛰어났다. 물만두만 해도 감칠맛이 훌륭했다. 닭을 푹 고아 만든 향긋하고 투명한 육수에 새우를 올린 데다, 피가 얇고 고기가 야들야들해서 입에 들어가면 녹아 없어졌다. 부드럽게 씹히는 소에 국물을 한 입 떠먹으면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위라는 물만두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턱을 괴고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향무는 예부상서 향행주(向行舟)의 막내딸이었고, 향훤은 향행주의 서출 동생 향행범(向行帆)의 딸이었으니 두 아가씨는 각각 적녀와 서녀였다.
향행주는 자기 실력으로 성경성에 들어와 관원이 된 반면, 향행범은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향행범은 점점 커 가는 딸을 성경성으로 보내고 싶었다. 향무에게 보내서 성경성의 아가씨들 모임에 자주 얼굴을 내밀면 좋은 혼사 자리를 물색하기도 쉬울 터였다. 그리하여 향훤이 성경성으로 오게 되었다.
향무는 도도한 미인이었다. 다만 강한 성격 탓에 조각과 자주 부딪쳤다. 그렇기에 조각의 마음을 얻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향훤은…….
위라는 그녀와 조각의 간통이 끝내 향무에게 발각된 사실을 떠올렸다. 향무는 화를 속으로 삭이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향행주와 향행범에게 사실을 알리고 향훤을 서왕부에서 내쫓으려 했다.
아무 대책이 없던 향훤은 조각에게 자신을 받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녀에게 흥미를 잃어버린 조각은 그녀의 간청을 외면했다. 그녀는 순결을 잃어버렸고, 서왕부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결국 그녀가 생각해 낸 방법은, 양욱이 술에 취한 틈을 타 그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양욱은 자신이 그녀를 범했다고 착각했고, 그때부터 향훤은 양욱의 첩으로 평원후부에서 살게 되었다.
양욱의 첩이 된 후, 향훤은 신분 상승에만 전력을 다했다. 잘못을 뉘우치는 일도, 양욱을 보필하는 일도 없었다. 양옥용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고, 평원후 부인은 그녀 때문에 화병이 나고야 말았다.
그녀가 또다시 평원후부에 들어가 양옥용 일가에 해를 끼치는 일은,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