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485
외과 의사가 된 화타 외전 (65)
“크으으윽! 뭐, 뭐야? 무, 무슨 코피가 이, 이리 막 쏟아져?”
서둘러 코를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곧 입으로 피가 역류했다.
마경태는 오늘 아침 퇴원할 때 의사가 또 코피가 터지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행히 자신에게는 경찰서에서 지급한 핸드폰이 있었다.
발찌와 연동되어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자신의 위치가 관할 경찰서로 전송이 되며 필요할 때는 통화도 할 수 있었다.
서둘러 112번을 눌렀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서죠. 저 마경탭니다. 네, 집에서 나와 잠깐 산책을 하던 중 코피가 터져서요. 네에? 아니요. 누구에게 맞은 건 아니고 그냥 갑자기 터진 거예요. 하아! 씨X, 야, 장난 전화 아니라니까. 왜 이리 말귀를 못 알아들어? 귀에 말뚝 박았냐? 지금 코에서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다니까. 막 어지럽고 입에서도 피가 나고…… 씨X, 이렇게 말하기도 힘들다니까! 야 이 귀머거리새끼아! 장난 아니라니까 몇 번을 말해! 당장 구급차 이리 보내. 나 죽게 생겼어! 그래, 당장 이곳으로 구급차 보내! 여기가 어디냐 하면 익금 해수욕장…….”
피이이잉…….
마경태는 말을 하던 도중 세상이 핑 도는 어지럼증을 느꼈다.
서둘러 핸드폰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주변 나뭇가지를 잡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하아아아! 씨, 씨X! 뭐, 뭐가 이렇게 어지러워!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힘이 빠질 수가 있지?”
—여보세요. 마경태 씨, 위치를 정확히 말씀해 주세요. 익금 해수욕장 어디쯤에 계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씨, 씨벌 노, 놈아 내 위치 자동으로 너, 너희에게 저, 전송되잖아! 어, 어서 구, 구급차…….”
철퍼덕.
앞으로 꼬꾸라진 마경태는 안간힘을 써서 핸드폰에 구급차 보내라는 말을 반복하다 정신을 잃었다.
* * *
“네! 마경태가 죽었다고요? 익금 해수욕장 앞쪽 소나무 숲에 숨어 있어서 찾는 데 한참 걸렸다고요? 아니, 본인이 구조대에 전화했으면서 왜 그런 곳에 숨어 있었대요? 뭐, 죽고 싶었나? 아니요. 제가 어떻게 그가 급사한 원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진맥할 때도 비강 쪽 혈관이 약해져서 코피가 터지면 멈추지 않겠구나 하는 정도는 예상했죠. 그 사흘 안에 죽겠다고 한 것은 기분이 나빠 그냥 해 본 소립니다. 국과수에 의뢰해서 사인을 조사해 보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연락을 주십시오. 네, 네.”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던 김민호는 강 경장과 한참 통화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원장님, 마경태 그 흉악범이 죽었답니까?”
옆에 있던 경환도 통화 내용을 들었는지 밥을 먹다 말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마경태가 익금 해수욕장 근처 소나무 숲에 쓰러져 있었는데 하필 잘 안 보이는 곳이어서 찾는 데 조금 애를 먹었다네. 뭐 어쨌든 구급대원이 찾아 병원으로 옮겼는데 옮기는 도중 심정지가 두 번이나 왔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사가 응급조치했지만 끝내 살리지 못하고 조금 전에 사망 선고를 했대.”
“아! 해수욕장 근처 숲에 쓰러져 있었다면…… 혹시 마을 사람 중 누군가가 그를 숲으로 끌고 가 죽여 버린 걸까요?”
“모르지. 그런 거야 조사를 해 보면 나오겠지. 그런데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지는 않은 것 같아.”
“왜요?”
“경찰서에 전화해서 자신이 위급한 것을 알렸는데 통화 내용을 들어 보니 며칠 전에 터진 코피가 다시 터져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 같다고 하네.”
“코피가 터져 죽을 수도 있나요?”
“피가 멈추지 않으면 죽는 거지. 며칠 전에는 응급실을 빨리 가서 살 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한 모양이야.”
김민호는 자신이 그의 비강으로 피가 몰리도록 만들어 놨기에 일어난 일이지만 마치 전혀 관계없는 듯, 남일 말하듯 했다.
“아! 코피가 멈추지 않아도 죽을 수 있구나. 그나저나 익금 마을 사람들 마경태 때문에 스트레스 엄청나게 받았을 텐데, 다행히 그 스트레스 요인이 금방 사라졌네요. 그런 걸 보면 하늘이 무심치는 않은 것 같아요.”
“하늘이 무심치 않다라…… 그렇지 하늘이 무심치 않지.”
김민호는 경환을 비롯한 한의원 직원들이 마경태가 죽은 것에 환호하자 양심에 남아 있던 한 조각 거리낌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띠리리리릭…….
그때 또 김민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강 경장인 줄 알고 번호를 확인하니 저장되지 않은 모르는 번호였다.
“네, 금산 한의원 김민호 원장입니다.”
—아, 원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순천의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주임인 이상만인데요. 우리 학교에 굉장한 문제 학생들이 있어서 그러는데 원장님께서 왕진을 좀 해 주실 수 있나 해서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왕진은 하지 않습니다.”
—왕진비를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두 배가 아닌 열 배…… 아니, 백 배여도 왕진은 가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그래요. 그러면 하는 수 없이 내가 두 놈을 데리고 원장님의 한의원으로 가야겠네요. 그런데 정말 원장님의 침을 맞으면 문제 학생들이 계도가 되나요?
“일단 술 담배를 끊게 만들어 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급하고 공격적인 성격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고요.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은 어렵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굉장한 거죠. 알겠습니다. 여기서 지금 출발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2시쯤에 문제 학생 두 놈을 데려갈 수 있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김민호가 통화를 마치자, 옆에 있던 경환이 또 입을 열었다.
“원장님, 오후에 2시에 양재승 환자의 지인들이 단체로 오기로 예약이 잡혀 있지 않습니까?”
“잡혀 있지. 그런데 왜?”
“할 수 있으면 그 시간대는 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양재승 환자의 지인들이 와서 행패를 부릴 것도 아니고 다 같이 치료받으러 오는 건데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저번에 보니 기존 환자들도 양재승 환자의 지인들을 보고도 별로 개의치 않아 하던데.”
“아! 하긴 그랬죠. 양재승 환자의 지인들이 풍기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죠.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 * *
쌍두사파의 조직원들은 부두목인 양재승이 한의원 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에 다른 환자들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만 선생이 데려온 백승호와 김석민은 한의원에 올 마음이 없음에도 사정과 협박에 못 이겨 반강제로 끌려온 것이기에 온몸으로 그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아니, 선생님. 다른 애들은 다 조기 취업 보내 줬으면서 왜 유독 우리 둘만 못 가게 막는 거예요?”
“야, 너희가 취업한답시고 나가서 건달들 똘마니 노릇 하려고 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선생님도 참, 건달들 똘마니라니요. 어차피 졸업하면 하게 될 조직 생활을 미리 경험하는 거죠.”
“그 조직 생활이 나이트클럽 앞에서 기도 보는 거야?”
“기도 보는 게 어때서요? 저 거기서 기도 봐서 선생님 월급보다 더 많은 돈 벌어요.”
“야, 이 미련한 놈아, 그렇게 돈 버는 것이 당장은 좋아 보여도 그만큼 위험하기에 그런 돈을 주는 거야.”
“세상에 편하게 돈 버는 법은 없어요.”
“힘들게 돈 버는 것과 위험하게 돈 버는 것은 다른 거야. 아무튼 너희가 뭐라고 해도 조기 취업 보낼 생각 없으니까 그리 알아.”
“이미 우리 둘이 저녁에 업소와 유흥가로 가서 돈벌이하는 거 알고 있잖아요. 우리가 학교 나오면 다른 애들 괴롭히는 것밖에 더해요? 그러니 속 편하게 그냥 조기 취업 보내 줘요.”
“안 된다니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다 왔으니까 그만 내려.”
“하아! 정말 선생님만 아니면 들이받아 버릴 텐데…… 도대체 왜 우릴 이렇게 못살게 구는 거예요?”
백승호와 김석민은 툴툴거리며 차에서 내려 이상만 선생을 따라 한의원으로 들어갔다.
한의원으로 들어가니 곰 같은 덩치의 사내들 십여 명이 원장실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상만 선생이 접수처에서 학생들의 신상을 적는 동안에도 두 학생의 입에선 여전히 불만이 튀어나왔다.
“선생님, 계속 이런 식이면 진짜 제대로 큰 사고 쳐서 퇴학당하는 수가 있어요.”
“너희는 어찌 이리도 내 마음을 몰라주냐? 그나마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나중에 밥벌이라도 할 수 있다니까.”
“아 씨X, 선생님. 몇 번을 말해요. 저랑 석민이는 지금도 충분히 선생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니까요.”
“야! 이 미련한 새끼들아, 나이트 기도로 돈 많이 버는 게 뭔 자랑이라고. 제발, 제발 정신 좀 차리자. 내 속뿐만 아니라 너희 부모 속도 썩어 들어간다!”
“하아! 정말 답답하네요. 선생님이 이렇게 앞뒤가 꽉 막혀서 그 나이 되도록 학주나 하고 있는 거예요.”
“어이, 거기 고삐리들, 여기 학교 아니니까 조용히 좀 해라, 그리고 선생님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냐? 싸가지없이.”
그때 원장실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던 사내 중 한 명이 짜증 섞인 목소릴 냈다.
순간 백승호와 김석민의 고개가 신경질적으로 돌아갔다.
“뭐야? 아저씨, 아니 형씨, 방금 뭐라고 했어? 싸가지없다고 했어?”
“뭐? 형씨? 허허, 나참, 이거야 원. 이 고삐리 새끼가 처 돌았나?”
사내가 일어서자, 주변에 있던 다른 사내들 십여 명이 일제히 일어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백승호와 김석민을 둘러쌌다.
백승호화 김석민도 깡다구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살짝 주눅 들었지만 물러서지 않고 마주 노려봤다.
“자, 잠깐만요! 왜들 이러십니까? 애들이 말은 거칠게 해도 착한 애들입니다. 잠시 진정들 하십시오. 너희 지금 뭐 해? 어서 이분들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하지 않고.”
이상만 선생이 서둘러 두 학생의 앞으로 나서며 사내들을 만류했다.
“당신이 이 고삐리들 선생이요?”
“네.”
“당신 얼굴 봐서 한 번 참아 줄 테니, 학생 교육 똑바로 하쇼.”
“네, 알겠습니다. 제가 교육 똑바로 하겠습니다.”
“당신이 뭔데 교육을 똑바로 하라 마라야. 보아하니 당신들도 그리 질 좋아 보이는 인간들은 아닌 것 같은데?”
이상만 선생이 애써 수습해 놓은 분위기가 김석민의 한마디에 다시 싸늘하게 바뀌었다.
“허 참, 이것들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덩치의 사내가 손을 뻗어 김석민의 머릴 잡으려는 순간 원장실 문이 열리며 양재승이 나왔다.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스러워. 내가 한의원에선 얌전히 있으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형님, 얌전히 있으려고 했는데 이 고삐리 두 놈이 하도 시끄럽게 떠드는 바람에…….”
“쯧쯧…… 석구야, 내가 예전부터 말했지. 작업을 하려면 보는 눈 없는 곳에서 쥐도 새도 심지어 귀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하라고! 그렇게 하지 못할 거 같으면 그냥 모른 체해. 괜히 사람 많은 데서 소란 피우지 말고.”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양재승이 원장실로 들어간 후 문이 닫혔지만, 백승호와 김석민은 조금 전처럼 깡다구를 부릴 수가 없었다.
십여 명의 사내들이 한 사내를 향해 허릴 굽실거리는 폼이 너무 눈에 익숙했다.
자신들이 밤마다 유흥가와 업소에 가서 조직폭력배들에게 배우고 있는 인사법이었다.
‘이자들도 조직폭력배구나!’
그제야 옷으로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문신의 일부가 보였고 사내들이 입고 있는 옷과 차고 있는 목걸이나 시계가 보통 사람들이 착용하지 않는 것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너희 고삐리 둘은 진료 끝나고 나중에 쪼까 나하고 담소 좀 나눠 보자.”
“…….”
덩치의 사내들이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았지만, 백승호와 김석민은 이상만 선생의 뒤에서 마른침만 삼킬 뿐이었다.
* * *
“순천에서 온 문제 학생들인가 보네요.”
양재승이 원장실로 돌아오자, 김민호는 전두관의 진맥 결과를 차트에 기록하며 피식 웃었다.
“문제 학생들이요? 혹시 원장님이 아는 학생들입니까?”
“아직은 모르는 학생들인데 이미 비슷한 학생들을 많이 치료했거든요. 제 치료가 불량 학생들의 성격을 순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순천까지 퍼졌는지 순천의 고등학교로 왕진을 와 달라는 연락이 왔었는데 못 간다고 했더니 직접 데려온 모양이네요.”
“불량 학생이라면……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담배 쩐내 풍기던 고삐리를 원장님이 치료했었죠.”
양재승은 그 고삐리들 때문에 자신이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고 이후 그들을 따로 불러 참교육을 시켜 줬던 일이 떠올랐다.
‘아! 그때 내가 그것들의 버릇을 고쳐 준 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군! 그렇다면 저것들도 버릇을 고쳐 원장님의 노고를 덜어드려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