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486
외과 의사가 된 화타 외전 (66)
“선생님, 좀 밟아요! 왜 이렇게 속도를 못 내는 거예요?”
이상만 선생은 백승호와 김석민이 연신 뒤를 힐끔거리며 자신을 재촉하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들아, 앞에 카메라 있는 거 안 보여?”
“과속 찍히면 제가 벌금 낼게요. 그러니 힘껏 밟아요.”
“한의원 침 맞을 돈도 없다던 놈들이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냥 좀 밟으라면 밟아요.”
“너희 혹시 아까 한의원에서 본 깡패들이 쫓아올까 봐 그러는 거야?”
“…….”
“갑자기 말이 없는 걸 보니 그런 모양이네. 내가 아까부터 백미러로 봤는데 특별히 뒤따라오는 차 없으니 안심하고 재촉 그만해.”
이상만 선생의 말을 듣고 뒤를 살피던 두 학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차장에 줄줄이 늘어서 있던 고급 승용차들이 따라오는 거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두려움에 떨 거면서 왜 한의원에선 그렇게 싸가지없이 굴었던 거냐?”
“아까는 그 덩치들이 조폭인 줄 몰랐죠.”
“너희도 나름 조폭 아니냐?”
“그, 그렇긴 한데 저희에겐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쪽이 쪽수도 많고 여기가 저희 구역도 아니고요. 만약 순천이었다면 그 새끼들이 저흴 보고 도망쳤을 겁니다.”
이상만 선생은 두 제자의 대답을 들으며 한심하단 표정을 지었다.
“내가 보기엔 그들이 순천이라고 해서 도망칠 사람들로 보이지 않던데, 그리고 설사 도망친다 해도 그건 너희가 아니고 너희가 속해 있는 깡패 조직 때문이겠지.”
“뭐, 그게 그거죠.”
“그게 그거가 아니야. 너희가 믿고 따른다는 그 깡패조직이 아까 그들과 마찰이 일어나 큰 손해를 보겠다 싶으면 너흴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어.”
“아이고, 선생님이 저희 조직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의리에 목숨을 걸 수 있는 형님들이세요.”
“의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들은 너희를 언제든 쓰다 버릴 수 있는 장기판의 졸 같은 존재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니까.”
“에휴! 또 그 소리. 이제 지긋지긋하네요. 절대 그런 분들이 아니라니까요.”
“나야말로 아무리 말해도 말귀를 못 알아 처먹는 너희가 답답하다.”
“…….”
“후우! 그나저나 너희 침 맞고 물리치료까지 받았는데 뭐 변한 거 없냐?”
“변한 거요? 머리가 조금 맑아진 것 같긴 한데…… 그거 말고는 평상시와 다른 게 없는데요.”
“마음이 차분해진다거나 이제 깡패를 하지 말아야겠다거나 뭐 그런 마음 같은 거 들지 않아?”
“선생님, 혹시 아까 그 한의원에서 침 맞으면 사람이 변한다는 그런 헛소문을 믿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우릴 데리고 침 맞으러 간다고 하니까 애들이 비웃으며 그런 말을 하던데요.”
“뭐! 아, 뭐…… 아니,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닌데 변한 학생들도 있다고 해서.”
“침 한 번 맞는다고 사람이 변할 거란 생각을 하시다니, 선생님도 참 순진하시네요. 딱 보면 몰라요. 그런 건 다 영업 전략이라고요. 한의원 원장이 선생님에게 영업을 제대로 하셨네.”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선생님이 한의원 원장에게 사기당한 거예요.”
이상만 선생은 두 학생이 침을 맞기 전이나 후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자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난 오늘 뭘 한 거지? 그래 이런 놈들이 침 한 번 맞았다고 변할 리가 없잖아.’
반나절을 날려 가며 헛수고했다는 생각이 드니 속에서 한탄만 나왔다.
* * *
“어? 원장님, 오늘은 혜린이에게 침을 많이 안 놓으시네요.”
조태양은 딸의 가슴과 손끝 발끝 그리고 머리에 고작 십여 개의 침밖에 놓지 않고 일어서는 원장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근육에 접한 신경 말단부가 이제는 거의 90퍼센트 이상 회복이 됐기에 이전처럼 침을 많이 놓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 말은 혜린이의 근육과 신경이 이제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겁니까?”
“네. 근력이 약한 또래 아이들과 비슷해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그래요. 하지만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리 근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평상시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해안로 산책길을 삼십 분 정도 걷고 나서 지쳐 버린 것이 어제와 비슷했다. 처음 십 분일 때보단 많이 늘었지만 정상인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근육에 접한 신경 말단부가 회복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근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꾸준히 운동해야만 근력이 생기지요. 제가 한 것은 그렇게 운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겁니다.”
“아! 그래요.”
“앞으로 한 이틀 정도만 침을 더 맞으면 서울로 올라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은 이틀 후에 치료가 끝난다는 겁니까?”
“네. 그리고 삼 개월에 한 번씩 오셔서 경과를 체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조태양은 김민호가 다른 환자를 치료하러 가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딸의 상태가 치료받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다. 하지만 치료가 끝났다니? 아직 한참 더 치료해야 하지 않나? 혹여 여기까지가 이 한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한계인 건가?
‘아무래도 서울의 대학병원에 가서 어느 정도 좋아졌는지 정밀검사를 해 봐야겠군!’
* * *
딸랑.
커피숍 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오자, 서수지는 시계를 힐끔 본 후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오늘은 영업이 끝났습니다.”
“나 커피 마시러 온 거 아니에요. 원장님은 아직 안 오셨어요?”
“아! 제 남편에게 용건이 있는 거예요?”
“예. 뭐 사모님이 알아도 상관은 없고요.”
“마침, 저기 남편이 오네요.”
그때 문이 열리면서 김민호를 비롯한 한의원 식구들이 들어왔다.
“여보, 우리 왔어.”
“사모님, 배고파요.”
“어?”
김민호가 고금숙을 발견하고 멈칫하자 고금숙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아, 네. 고금숙 님. 남편의 상은 잘 치렀습니까?”
“평생 교도소에만 있던 양반이라 몇몇 친척만 불러 조용히 치렀습니다.”
“제가 바빠서 가 보진 못하고 이장님을 통해 편부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무려 이십만 원이나 하셨데요. 들어온 부조금 중에 최고 액수였습니다.”
“네에? 이, 이십만 원이 최고 액수였다고요? 아무리 일가친척밖에 부르지 않았다고 해도…… 이장님이나 마을 사람들 몇 분은 순천 장례식장으로 가셨던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제가 뿌린 대로 받은 것뿐이에요.”
“아, 네. 뭐.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고 제가 이제 이 마을에 더 이상 못 살 것 같아서요.”
“남편이 돌아가셨으니 마을 사람들과 마찰이 일어날 일도 더는 없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아닌가 봐요. 저를 대하는 게 예전과는 너무 달라요. 인사를 해도 받질 않고 저랑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고 심지어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해요.”
“그, 그래요. 아무래도 남편의 전과가 있다 보니…… 하지만 그런 건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아니요. 점점 더 냉랭해지는 것이 마치 마을에 저 혼자 떨어져 사는 것 같아요.”
“…….”
“그래서 말인데 원장님이 제 집과 땅을 좀 사 주시면 안 될까요? 전부 팔아 버리고 저를…… 아니, 제 남편이 마경태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살고 싶어요.”
“아! 사정은 딱한데…… 제가 그리 돈이 많지 않아서요.”
“돈이 왜 없어요. 저번에 한의원 가니 환자들이 아주 바글바글하던데요.”
“그래도 아주머니의 집과 땅을 살 정도는 아닙니다.”
“제 집과 밭을 다 합치면 삼백 평 정도 되는데 평당 십만 원에 드릴게요.”
“평당 십만 원이요? 아니, 무슨…… 너무 비싼 거 아닙니까?”
김민호가 놀란 듯 보이자, 고금숙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비싸긴 뭐가 비싸요? 주변 시세를 알아보니 평당 십오만 원이 넘던데요.”
“아! 그래요. 사실 제가 마을 땅값 시세 같은 것은 잘 몰라서요. 예전에 평당 오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요.”
“그건 다리 놔지기 전이죠. 다리 놔진 이후로 평당 십만 원 이하짜리 땅은 없어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노지나 맹지가 십만 원이고 마을 안의 땅은 이십 정도 해요.”
“그렇게나 많이 올랐어요?”
“도대체 원장님은 어느 때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다리 놔지기 전에 오천 원 하던 백반도 요즘은 만 원 해요.”
“생각해 보니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네요.”
“어쨌든 마을 사람 중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저도 여기까지 와서 십만 원을 부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다들 저랑은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해서 그나마 돈이 제일 많아 보이는 원장님에게 빨리 팔아 버리고 마을을 뜨려는 거예요.”
고금숙의 말을 들은 김민호는 잠시 고민을 해 봤다.
솔직히 자신에게 이 마을의 땅은 필요치 않았다.
그때 부인 서수지가 다가와 슬쩍 끼어들었다.
“여보, 내 생각에 십만 원이면 괜찮은 거 같아. 그러니 그냥 사자.”
“응? 사자고? 커피숍과 가까운 것도 아니고 당신이 농사를 지을 것도 아닌데 뭐 하려고?”
“남편을 잃고 난 후 마을 사람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데, 다른 곳에 가서 마음이라도 편하게 살게 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 그래. 뭐 당신 생각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아주머니 집과 땅을 살게요.”
“고마워요. 그러면 제가 내일 땅문서랑 계약할 서류 가지고 올게요.”
“네.”
고금숙이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이 되어 나가자, 김민호가 부인에게 물었다.
“커피숍과 가까운 땅도 아닌데 뭐 하려고 사라는 거야?”
“당신 때문에 땅을 사려는 거야.”
“나 때문에? 내가 언제 땅 필요하다고 했어?”
“그게 아니고 멀리서 당신에게 치료받으러 온 환자들 다 펜션이나 민박집에 묵잖아.”
“그, 그렇지.”
“저 아줌마 땅이 삼백 평 정도 된다니까 거기다 펜션을 지어서 멀리서 온 환자들 묵게 하면 좋을 거 같아서.”
“펜션이 건물만 뚝딱 지어 놓는다고 손님이 몰려오는 건 아니잖아. 누군가 관리를 해야 하는데 당신이 그걸 할 수 있겠어?”
“사람 쓰면 되지. 내가 저번에 재승 씨에게 하루 숙박비가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평일엔 십오만 원이고 주말엔 이십만 원이래. 지금 한 달 넘게 저 펜션에 묵고 있잖아. 숙박료로만 오백만 원을 넘게 쓰고 있는 거라고.”
“당신 말을 들으니 멀리서 온 사람들이 치료비 이외의 돈을 엄청나게 쓸 수밖에 없네.”
“그래서 내가 펜션을 하려는 거야. 어차피 쓸 돈 내가 대신 쓸어 담겠다는 거지.”
“당신 너무 돈독 오른 거 아니야? 지금 되게 속물적으로 보여.”
“여보, 나 원래 속물적인 사람이야. 그리고 원래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라고 하잖아. 환자 치료는 당신이 하는데 돈은 펜션 주인이 벌고 있어, 그런데 그 펜션 주인이 언제 당신에게 와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한 적 있어? 심지어 여기 와서 커피 한 잔도 안 팔아 줘.”
“…….”
“그러니 내가 고금숙 씨 땅을 사서, 펜션 지어서 그 돈을 대신 벌 거야.”
“평생 펜션 관리 같은 건 해 보지도 않은 사람이…… 잘할 수 있겠어?”
“사람 쓰면 된다니까. 저기 펜션도 사장이 사람 한 명 써서 관리한대. 그러니 난 두 명 쓰면 되지. 재승 씨 같은 환자 한 명만 장기 투숙해도 두 명 쓰는 인건비는 충당돼.”
“흐음! 자기 말을 들으니 그렇긴 하네. 좋아 그러면 펜션 짓고 환자들 그 펜션에 투숙하게 하자. 대신 다른 펜션보다는 좀 싸게 받는 건 어때?”
“싸게? 아! 한의원 환자면 정상가보다 10퍼센트 정도 깎아 줄까.”
“응. 아픈 몸 치료하러 왔는데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리고 펜션이 열 동이면 두 동 정도는 재벌이나 해외 왕족이 와서 머물 수 있을 정도로 고급으로 지어. 숙박료도 그 두 동에 한해서는 유명 관광지의 고급 호텔 가격으로 받고.”
남편의 황당한 소리에 서수지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두 동은 고급으로 짓자니? 그리고 재벌도 어처구니없는데 해외 왕족? 설마 지금 당신 해외 왕족이 당신의 치료를 받기 위해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응. 아마 올 거야. 나중에 소문이 나면 당신이 상상도 하지 못한 굉장한 사람들이 올 거야.”
서수지는 조용히 남편에게 다가가 이마에 손을 올려 봤다.
“역시 열이 있네! 연희야, 쌍화차 한 잔만 타 줘!”